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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그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했을까
쫌아는기자들은 매주 수요일 벤처캐피털이나 액셀러레이터 분들에게서 [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는 글을 받아, 전하고 있습니다. 현업의 심사역이 스타트업 창업가를 만나고 투자를 망설이고 한밤 중에 또 고민하다가, 투자 보고서를 쓴 이유를 얘기하는 글입니다. 사실 투자 이유는 제각각이고, 때론 공통된 무언가가 있어보이기도 합니다. 새해 첫 [그때투자]에선 그 제각각이면서 무언가의 공통점을 같이 찾아보기 위해 이전의 8곳 케이스를 다시 돌아봅니다. 한 번 같이 찾아보시죠.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만.
1. [넷스파]에 투자한 김동오 TBT 이사
“당시까지 폐어망으로부터 나일론을 추출하는 기술 개발 시도는 있었으나 성공 사례는 없었기에 폐어망은 소각처리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폐어망은 다른 폐기물보다 소각 비용이 훨씬 커 지자체가 폐어망을 수매하여 소각하는 예산은 금방 소진되고, 어민들은 처치 곤란한 폐어망을 바다에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무분별하게 버려진 폐어망은 커다란 문제를 일으킨다. 세계적으로 연간 64만톤의 폐어망이 버려져 해양쓰레기의 40%를 차지하며, 65만 마리의 해양 생물이 폐어망에 목숨을 잃어 어획량의 10%가 감소되며 해양생태계는 심각하게 파괴된다. 나일론 성분이 파도에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을 발생시키거나 소각될 때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무렵 나는 임정욱 전 공동대표와 경남 하동에 위치한 공장을 방문해 파일럿 플랜트를 견학했다. 두 공동창업자가 대기업을 뛰쳐나와 깊은 산속에 있는 폐기물 업체에서 6개월간 숙식하면서 파일럿 공정을 개발한 과정을 들으면서 사업에 대한 강한 확신, 실행력, 학습능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시장의 크기, 제품의 성과, 고객사 레퍼체크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창업자들이 향후에 닥칠 어려운 문제들을 잘 해결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정택수 대표는 사실 엔지니어링 경력자들이 그렇듯 IR 피칭에서 화려한 언변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QnA에서 다양한 세부 질문에 관해 사전에 고민하고 준비된 대답을 지니고 있었다. 팩트에 가까운 것이 아니면 섣부른 전망을 하지도 않았고 지금 돌이켜보면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말을 아끼는 대표였다. 이를 종합해 티비티는 PreA 라운드 투자 결정을 어렵지 않게 내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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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20호스피탈리티]에 투자한 김호민 스파크랩 대표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 투자자들이 참 많이 하는 이 모호한 말의 진짜 의미는 뭘까? 우리가 ‘Take my money!’를 외치게 만들었던 창업자들에게는 아래와 같은 공통점이 있다.
- 풀고자하는 문제가 명확함- 해당 분야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음- 그 문제를 풀고자하는 이유가 명확함 (그러므로 당연히 열정이 있음)- 스스로 액티브하게 발로 뛰며 고객들과 직접 소통함
한 가지를 더하자면, ‘그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는 점이다. 그 감정을 이끌어 내는 건 창업자가 가진 사명감과 이에 추진력을 실어주는 ‘투지’다. 억대 연봉, 전 세계 누구나 알 법한 탄탄한 직장, 한국에서의 편안한 삶 - 이웅희 대표가 창업을 하며 포기했던 것들이다. 피봇팅을 통해 H2O를 창업하며 일본으로 건너갔을 땐 한국에서 이미 만들어 둔 탄탄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마저 모두 내려놓고 새 출발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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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리브스메드]에 투자한 최동열 스톤브릿지벤처스 파트너
이정주 대표의 천재성은 매번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첫번째는 완벽한 특허맵에 있다. 현재는 회사내에 Chief IP Officer가 있어서 특허전략, 출원, 등록 등 모든 IP 업무를 총괄한다. 출원, 등록 특허수가 200건이 넘어 가는 상황이지만, 첫만남 당시에는 특허 출원건수는 5건에 불과했다. 다만 출원건수당 청구항이 200개가 넘을 정도로 완벽하게 모든 기구를 디자인하고 청구항으로 구조를 잡아 놓고 있었다. 한쪽 벽면을 빼곡하게 특허서류로 채워놓고 있는 모습을 보고, 최소한 특허 만료전까지 기술 유출이나 Dead Copy 제품은 나오기 어렵겠구나 확신하게 되었다.
두번째 천재성은 아티센셜 1자루에 총 200개 가까운 부품이 조립이 되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부품은 마이크로 베어링이다. 다관절을 구현하기 위해서 수많은 와이어가 사용되고 또한 이들 와이어를 원할하게 구동하기 위해서는 베어링이 관건인데, 당시 아티센셜에 사용이 가능한 상용화된 마이크로 베어링이 없던 상태라, 이 대표는 이 베어링을 직접 제조하게 된다. 베어링의 외륜 직경이 3mm, 내륜 직경이 1mm, 마이크로 볼이 0.5mm 수준의 부품들을 모두 외주사를 통해 제작하고 이를 자동화설비를 만들어 하나씩 마이크로 베어링을 만들어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KAIST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그가 어떻게 이렇게 기계설계적인 전문성까지 갖추고 있는지를 보고 그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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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키위 스튜디오]에 투자한 최경희 소풍벤처스 파트너
“1년 동안 아이들은 몇 장의 그림을 그리는지 아시나요?” 키위 스튜디오 팀을 만난 것은 엄청 추운 겨울에 진행했던 경희대 캠퍼스타운 데모데이 발표에서였다. 창업자인 박천명 대표는 다수의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경력으로 자신의 아이의 그림이 수백장 쌓여가는 것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창업을 했다고 발표했다. 한 아이가 1년간 그리는 그림은 평균 500장. 대부분의 부모는 처음에 자녀가 그린 그림이 너무 신기하고 귀하다 느끼지만 2년간 1,000장의 그림이 쌓이면 부모들은 보관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박 대표는 이 포인트를 잡아 ‘어린이 그림 보관 서비스’를 아이템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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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에스랩아시아]에 투자한 한서윤TBT 팀장
기존 서류와 자료를 통해 만난 에스랩의 첫 만남은 아주 인상깊지는 않았다. 체계를 다시 잡아야 하는 많은 부분들이 보였고 매출은 투자 이후 오히려 감소했고 자금은 부족했다. 이때까지 나의 역할의 본질은 실사였고, 실사 자체만으로 본다면 내 엄격한 기준상 경영관리 부분의 부족으로 사업과 관리의 밸런스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후속투자를 망설이며 이람 대표님께 이 현황을 보고 드렸다.
시리즈A를 마무리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다. 동남아 벤더들을 확보하여 동남아로 콜드 체인 물류로 사업을 집중하던 단계에서 큰 악재였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수출도 어려워졌고 물류대란이 일어나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해외로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이수아 대표는 의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국내로 눈을 돌려 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겠다고 했고, 그리니박스를 다양화하여 식자재뿐 아니라 백신과 같은 의약품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그리니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했다. 첫 투자를 결정할 때 에스랩의 주사업은 유통업이었고 전략적으로 피보팅 한 것이 콜드체인 특화 물류회사였는데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세상에 모든 물건을 담아 나를 수 있는 콜드체인 박스를 만들어 내는 회사로 진화했다.
혹자는 에스랩이 운이 좋았다고 하기도 한다. 물론 운도 좋았다. 그러나 최악의 악재 속에 시장을 보고 갖고 있는 자원을 극대화하여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실행하며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운이 아니다. 투자자로서 창업자의 끊임없는 사업의 변화에 의구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수아 대표의 시장을 보는 안목과 빠른 결단력은 치열한 스타트업 씬에서 에스랩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였고, 본인의 의사결정을 어떻게든 실현시키는 실행력은 투자자로서 이제는 막연하기까지 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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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노틸러스]에 투자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내 눈에는 “해저 2만리” 그리고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에서 활약한 그 사나이가 보였다. 네모 선장. 성업님은 네모 선장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했지. 나도 모르게 너털웃음이 나왔다. 나중에 한잔 하면서 들은 이야기지만, 만화를 정말 좋아했지만 자기 정도로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한다”고 하면 진짜 오타쿠들에게 미안할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던 거란다. 이봐, 당신 같은 사람이 진짜 오타쿠라고!보통은 어떤 사업에서 일가를 이루고 exit을 하면 다른 사업을 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연쇄창업가들이 그랬다. 나를 포함해서. 그런데 이성업 대표님은 다시 웹툰으로 돌아와, 교육을 웹툰으로 하는 “온라인 교육만화” 시장을 새롭게 열어가려 한다. 나는 이 용기가 너무나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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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스페이스웨이비]에 투자한 김준혁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수석심사역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오면서 공간 자체가 갖는 가치보다 부동산적 환금성 가치에 매몰된 채 평가받곤 했는데, 홍 대표는 공간이 갖는 가치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었고,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 우리의 삶이 조금 더 여유롭고 풍요로워지길 바라고 있었다. 기찻길 옆 변두리 땅에도 상추나 양파가 무럭무럭 자라고, 그 안에서 흙과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고, 선선한 가을 저녁 붉은 노을 아래서 소설책을 읽을 수 있는, 클라인가르텐의 여유가 그곳에 있었다. 나는 스페이스웨이비의 담당 심사역이 되어 스페이스웨이비와 블루포인트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2021년이 끝나기 전 블루포인트는 스페이스웨이비에 10억원의 시드머니를 투자했다.
지난달 기준(2022년 6월) 스페이스웨이비는 50개 가까운 웨이비룸을 제조하여 판매했고, 현재 계약된 대기 모듈 건수도 100채가 넘는다. 창업 2년 차에 매출 100억 원이 훌쩍 넘어서고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주문 건수에 대응해 ,000제곱미터 규모로 생산 시설을 2배로 확장하여 현재는 40개 이상의 모듈을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아직 세상을 바꾸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홍 대표의 마음이다.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자동 설계 및 로봇 제조 시스템의 도입을 준비 중이고, 앞으로는 3일에 1채씩 웨이비룸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건축가와 클라이언트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설계 확정의 절차 속에서 일주일이 넘게 걸리던 시간을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공간을 10분 안에 설계할 수 있는 자동설계시스템을 만들 계획인데, 이를 통해 기본 웨이비룸 유닛 여러 개를 조합한 큰 면적의 주택도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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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동구밭]에 투자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동구밭은 투자 당시만 해도 텃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작은 회사였다.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소수 대학생들의 열정어린 팀이었다. 사실 첫 인상은 ‘사회적 가치는 매우 크지만 기업으로서의 성장은 어렵겠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투자했다. 노순호 대표의 의지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첫 투자였던 나로선 그의 의지만 보고 투자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나를 설득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증가하는 장애 유형인 발달장애,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노동 문제를 비즈니스로 꼭 풀겠다고. 피봇도 하겠다고. 결국 피봇을 전제로 투자 결정했다.
막상 피봇의 방향도 없는채로 투자했다. 투자 후 약 한달 리서치하고 시장을 파악했다. 발달장애인이 반복 수행할 수 있는 업무, 그러면서도 시장성도 밝아야 했다. 그런게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걸까. 피봇 결정의 시간, 후보는 아쿠아포닉스(수경재배)와 고급 수제 비누 사업 두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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