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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살때 창업했습니다. 다니던 대기업이 최악의 상황이었고, 동료들과 나와서 반도체 벤처기업했습니다. 공동 창업팀 7명이었습니다. 세계 최초 기술 개발해 대통령상도 받았습니다. 기술적으론 의미 있는 벤처였지만, 매출은 최고일 때도 100억원 정도요. 1650만 달러에 미국 나스닥 회사에 매각했습니다. 큰 돈? 못 벌었죠. 그리곤 지금, 다시 그때 창업팀 동료들과 창업했습니다. 저요? 67년 1월생입니다.”

네메시스의 왕성호 창업가를 포함, 5명의 공동창업자 나이를 물었습니다. 왕성호 대표는 56살, 그리고 다른 네 분은 48~56살이랍니다. 한때 TV프로그램에서 봤던 ‘아빠의 도전’이 생각났습니다. 대기업의 쉰살 부장이 너무 까맣게 염색해 외려 어울리지 않는 머리카락에다가, 유독 어울리지 않는 청바지를 입고 나와, 사춘기의 중학생 딸 앞에서 섭니다. 빨대로 콩 옮기기나 엄청 큰 훌라우프 돌리기 같은, 대체 무슨 필요가 있는지 모를, 그 도전에 긴장합니다. 때론 실패합니다. 눈물을 글썽이는 쉰살 아빠인데, 사춘기 여중생은 TV 출연이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제 나이에 창업요, 어렵습니다. 체력이 안 됩니다. 체력도 안 되고, 사실 도전 정신이 30대보다는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 창업 각오는 더 힘들어요. 처음엔 힘들게 외나무 다리 건너긴 했는데, 건너고나서 알고보니 그 밑에 악어가 있었죠. 두 번째요? 이미 다리 밑에 악어가 있다는걸 알아요. 그게 두번째 창업입니다.”

평생 엔지니어였던 쉰살 창업가의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 도전도 아빠의 도전일까요. 20년 전에 TV방송 볼 때는 몰랐습니다. 쉰살 아빠도 겁도 많고 눈물도 나고, 때때로 삶이 너무 무섭다는걸요. 2017년 창업한 네메시스는 아직 외나무 다리에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네메시스의 왕성호 대표. 카톡 프사도 이 사진이다. 물론 MZ 세대 구독자분들은 상상할 수 없는 '프사의 선택법'이겠지만. /네메시스 제공

◇“배터리와 같은 방식” “몸 안의 신호를 수집, 노이즈 제거, 증폭, 디지털 컨버팅”

-네메시스는 반도체 설계회사, 그러니까 팹리스죠. 우리나라가 유독 약한 분야인 팹리스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입니다.

“바이오 신호를 처리하는 반도체를 설계해, 파운드리에서 제작해 고객사에 공급하는 팹리스입니다.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모든 신호를 처리하는 반도체를 만듭니다. 고객사는 헬스케어 디바이스를 만드는 회사들입니다.”

-몸에서 나오는 신호를 처리하는 반도체? 소니의 CMOS와 같은 건가요? 바이오 신호?

“바이오 신호를 알려면, 먼저 바이오 신호가 아닌 신호를 얘기해야합니다. 블루투스나 와이파이요. 블루투스는 인간이 만든 학문이라,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다. 신호를 송신할 때부터 수신하기 쉽도록 패킷을 아주 이쁘게 만든 뒤 안테나로 신호를 쏴줍니다. 받을 때는 약속된 기호대로 받죠. 쉽죠?”

“바이오 신호는 몸에서 나오는 시그널입니다. 하느님이 주는 시그널입니다. 약속된 게 아닙니다. 굉장히 지저분하죠. 무슨 의미냐면, 예컨대 전기적인 신호로 나오는 심전도, 전기 화학으로 정보를 뽑아낼 수 있는 혈당 체크, 체온, 맥박, 몸의 움직임, 이런게 모두 신호입니다. 바이오 신호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전기적인 신호로 바뀐 겁니다. 혈당이라고 하더라도 전류로 바뀔 수가 있고, 심전도는 전압으로 바뀝니다. 전기적으로 바뀐 전류, 전압, 저항을 증폭해 필터에서 디지털로 바꿔 계산한 다음에 비로서 블루투스로 쏴줍니다. 두 번째는 영상 신호입니다. 캡슐 내시경을 삼키면 찍을 수 있는 영상들입니다. 소니의 CMOS 이미지 센서 같은 겁니다. 네메시스는 두 가지를 모두 합니다. 전기적인 신호를 처리하는 칩과, 카메라 칩요.”

-맥박이나 체온과 같은 아날로그 정보를 수집해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해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같은 수집 기기로 쏴주는 반도체?

“네메시스가 혈당 센서도 하니까, 혈당을 예를 들께요. 미세한 바늘을 팔에 꽂죠. 5분마다 혈당을 측정하는건데, 바늘에는 효소가 붙어있습니다. 체액,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간질액이라고 하는 건데, 우리가 손을 베이면 피가 나지만, 아주 살짝만 긁히면 피는 안 나고 끈끈한 액체 같은 게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간질액인데, 그 간질액의 당 성분이 바늘에 있는 효소와 만나면 전자가 발생합니다.”

“뜬금없죠? 갑자기 무슨 전자의 발생? 그냥 배터리 원리와 같다고 생각해주세요. 바늘에 묻어 있는 효소와 몸에 있는 글루코스 당 성분이 만나게 되면 화학적으로 결합해 전자가 발생합니다. 그 전자를 전극에서 포집하는 겁니다.”

-배터리와 같은 원리다? 베터리는 음극과 양극간 전자의 이동아닌가요?

”그쵸. 양극에서 전자가 나와서 음극으로 가죠. 바로 배터리의 양극에서 전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전자가 음극으로 가는겁니다. 배터리처럼 몸 안에서 전자가 발생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전자의 양이 혈당에 비례합니다. 말하자면 전자의 양으로 혈당을 알 수 있다는 거죠. 따라서 발생한 전자를 모아서, 칩에다 보내줍니다. 여기까지는 전기 화학의 영역입니다. 화학하시는 분들이 전자를 네메시스의 칩에 전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거기서부터는 완전 반도체 영역이거든요. 네메시스의 영역이죠. 예를 들어 이 전류를 측정했는데 1나노 암페어가 나왔다. 신호가 너무 작으니까 증폭시키고요. 다른 신호도 같이 섞여오는데, 이런 노이즈 신호를 필터로 제거합니다. 아날로그 신호를 이진수의 디지털 신호로 바꿉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는 컨버터로요. 혈당 값이 얼마인지도 계산합니다. 전자양이 어느 정도면 혈당은 얼마다라는 식으로요. 우리가 아는 ‘혈당이 103이다’라는 숫자로요. 그 숫자를 블루투스에다 팩키지에 실어서 스마트폰으로 보내는게 네메시스의 일입니다.”

◇TSMC의 50~90나노 팹에서 칩 제조... 경쟁자는 미국의 반도체 대기업 TI

-혈당은 이해했어요. 아까 ‘모든 종류의 바이오 신호를 처리한다’고 하셨죠? 다른 사례?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하면 몸에 젤을 바르고 뭘 잔뜩 붙이고 측정하죠. 요즘은 몸에 심전도 측정기를 붙이고 계속 측정하는데, 반창고 같은걸 2개 붙입니다. 심장이 뛸 때마다 미세하게 발생하는 전자 펄스를 잡아내는거죠. 이후는 아까와 똑같습니다. 신호를 증폭시키고 노이즈를 제거하고 디지털로 바꾸어서 계산을 한 다음에 블루투스로 쏩니다. 혈당을 빛으로 재는 기기도 있는데, LED 빛을 몸에 쏴서 그때 나오는 피드백 값을 전기로 바꾸고 증폭하고 필터링하고 디지털로 바꾸고 연산해서 값을 알고, 블루투스로 쏘는 거죠.”

-팹리스니까, 칩은 어느 회사에 위탁하시나요.

“네메시스가 설계해 TSMC에서 만듭니다. 은색 은박지에다 진공 포장한 상태로, 완성품이 오면 창고에 쌓아놓습니다. 미국 등지의 엄청나게 큰 헬쓰케어 디바이스 대기업들이 잠재적인 고객사입니다.”

-’돈이 되는 비즈니스’인데, 그동안 다른 기업들이 손 놓고 있진 않았겠죠? 기술적인 진입 장벽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런 비즈니스를 하는 미국에 반도체 대기업 4곳, 유럽에 1곳 있습니다. 텍사스인스트로먼트, 아날로그 디바이스, 맥심, 온세미컨덕터 등인데 모두 대기업이죠. 잘하는 회사들입니다. 단, 이 회사들은 각 고객사별로 센서 제품에 맞춰서, 커스터마이즈(최적화)를 해주지 않습니다. 반대로 네메시스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칩을 마음껏 만들어줍니다.”

“기술적인 장벽은 굉장히 높습니다. 몸에서 오는 시그널은 굉장히 처리하기가 어렵습니다. 하늘이 준 시그널이기 때문에 굉장히 노이즈가 많고 사람 몸의 움직임에 따라서 신호가 막 출렁출렁합니다. 블루투스나 와이파이처럼 서로 잘 주고받으려고 패킷으로 이쁘게 쏴주는 신호와는 다릅니다. 인체 신호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반도체 대기업인 TI가 경쟁사라면, 네메시스에 승산이 없지 않을까요.

“칩공급자인 대기업인 TI는 표준품을 팝니다. 버스가 집 앞 골목길까지 안 들어가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런데 바이오에서는 커스터마이즈가 꼭 필요해요. 예컨대 TI칩 같은 경우엔 ‘인풋 레인지(입력신호규격)’가 있거든요. 이 정도에 맞춘 신호만 칩에 넣으라는건데, 바이오 센서 측에서 그 ‘인풋 레인지’에 맞추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반대로 반도체가 바이오센서의 입력 신호에 맞추는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또 하나 문제는 원하는 기능들이 있습니다. 바이오 하는 분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기능을 개발할 때 그것에 맞춘 반도체가 필요하죠. 대기업의 표준품에는 그게 없습니다. 네메시즈가 그걸 맞춰줍니다. 세 번째는 바이오 센서 디바이스라는 회사들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기술 노하우가 유출되는걸 막고 싶어합니다. 경쟁자들이 제품 뚜껑을 열었을 때, ‘아, 이거는 TI의 표준칩을 썼구나’ 하면, 대략적인 기술이 밝혀질 우려가 있습니다. 네메시즈는 커스터마이즈한 칩이기 때문에 겉면을 봐선, 이 칩이 무슨 칩인지 모릅니다. 네메시스는 고객이 요청하면 칩에다 고객사의 로고를 박습니다. 경쟁사들은 이 칩이 어떤 기능인지를, 딱 봐서 알 순 없습니다. 기술 보호에도 상당히 유리하고요.”

“마지막은 원칩입니다. 고객사 입장에선 여러 기능을 센서에 넣고 싶을 때, 그때마다 블루투스 칩을 쓰다보면 부피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네메시스는 기능을 모아서, 원칩으로 만듭니다. 일단 크기가 작아집니다. 원칩의 장점이 단순히 크기 뿐만은 아닙니다. 전류가 칩에서 칩으로 이동할 때와, 같은 칩 안에서 블록간에 움직일때, 대략 1000분의 1 정도가 흐릅니다. 전기 소모량이 적죠. 수명이 길어질 수가 있다는 거죠.”

“이렇게 좋은데, 왜 많은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들이 안 하느냐. 수량이 안 돼서 그래요. 병원에 가서, 그 비싼 의료기기를 보세요.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유독 크고 투박하고 못 생겼습니다. 병원에 있는 장비들은 덩치도 크고 전류도 많이 먹습니다. 예를 들어, MRI 한대에다 칩이 10개 들어간다고 해도, MRI 500대 정도 팔면 의료기기에선 거의 대기업 수준인데, 막상 여기에다 반도체 공급하는 입장에선 겨우 칩 5000개 밖에 못 팔아요. 칩 한 개당 10만 원씩 받아도 매출이 5억 원입니다. 할 수가 없는 일이거든요.”

-네메시스 입장에서도 ‘칩 5000개 시장’에는 못들어가는것 아닌가요?

“최근에 트렌드가 바뀐건, 물량이 많이진데다 꾸준히 쓰이는 겁니다. 아까 혈당 센서 같은 경우는 환자의 몸에 붙이고 2주 쓰고 버리는 제품입니다. 스마트폰은 2년에 한번 바뀌지만 혈당 센서는 2주마다 바뀌니까, 2년이면 50개를 씁니다. 칩 공급사 입장에선 수량이 늘어나는 거죠. "

“그동안은 혈당하면 손가락에서 피 뽑아서 피 떨어뜨리는게 일반적인데 아프기도 하고 비효율적이잖아요. 하지만 팔에다 붙이고 2주 동안은 5분마다 계속 혈당치가 나옵니다. 빅데이터도 쌓이고 환자들은 본인의 생활 패턴도 알게 됩니다. 우동 먹을 때 내 혈당 변화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심전도나 체온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르신들은 산소포화도와 체온 두 개만 실시간으로 알아도, 위급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가 있습니다.”

◇“몸에 부착한 칩으로 산소포화도와 체온만 알아도 어르신의 위급 사항은 예측할 수 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몸에 부착하는 헬쓰케어 기기가 주요 시장인거네요?

”몸에서 나오는 시그널을 모니터링한다는건, 위급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하고요. 특히 고령자 분들에게는 그 니즈는 많고요. 사실 우리나라보다는 의료보험 제도가 잘 안 갖춰진 나라에선 훨씬 유용합니다. 우리나라는 만원이면 의사 선생님 만날 때 만날 수 있잖아요.”

“미국에선 의사선생님 만나면 몇십만 원은 기본이죠. 지인이 무릎이 찢어져서 꿰맸는데 800만 원 들었다고 합니다. 지인 와이프가 요료 결석으로 2박 3일 입원했는데 2500만 원 나왔거든요. 미국에선 모니터링하는 헬쓰케어 분야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노베이티브한 헬스케어 회사의 80% 이상은 다 미국에 있거든요.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뒤쳐진건, 역설적으로도 의사선생님을 너무 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좋은 환경 탓일 수도 있죠.”

“‘헬쓰케어는 무조건 뜬다’가 아니라, 이미 떴습니다. 몸의 무언가를 모니터링하는건 앞으로 뜰 수밖에 없는 영역인데, 반도체 입장에선 블루오션입니다. 이전 냉장고나 세탁기의 반도체 시장은 경쟁이 정말 치열합니다. 마진을 지키기 어렵죠. 바이오 쪽은 사람 몸에 임상을 해야 되니까, 한번 특정 칩을 쓰면 잘 안 바꿉니다. 칩을 바꾸면 임상도 다시 해야 됩니다. 칩이 한번 들어가면은 그 제품과 영원히 운명을 같이 합니다.”

“스마트폰만 해도 칩이 거의 레드오션이 돼서 그로스 마진이 너무 없습니다. 막 전쟁터입니다. 바이오 쪽은 아직은 그로스 마진이 굉장히 높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대략 원가 50센트인데 바이오 쪽으로는 4달러를 받습니다. 리모컨에 들어가는 칩은 그로스 마진 30%면 기립 박수 받거든요. 요새는 20%밖에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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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칩에 커스터마이징이 좋다는건 이해했습니다. 아까 센서보다 반도체의 커스터마이징이 더 쉽다고 했잖아요.

-원점으로 돌아가면, 결국 ‘수량의 문제’ 아닌가요. 최적화의 문제점은 ‘판매 물량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엔 엄청난 칩 개발비나 생산원가를 못 맞춘다’니까요.

◇글로벌 바이오 대기업 1곳과는 계약... 계약서 쓰기 직전이 3곳.. 2026년은 900억 매출

-혈압과 콜로스테롤 같은 것도 되나요? 혈압이 가능하면 가장 큰 시장이 되지 않을까요?

-불편한 얘기요. 팹리스가 엄청 돈을 벌 것 같지만, 실은 쉽지 않죠. 퀄컴처럼 설계도 하나를 그리면 수조원을 벌어다주는 분야가 아닌 이상요. ‘커스터마이즈, 결국 남 좋은 일만 하다가 끝난다’는게 정설아닌가요?

-아직은 초기신데, 고객사는 몇군데 정도 있나요?

-최근 매출 추이와 앞으로 매출 목표는요? 칩 제조해주는 TSMC의 수급 이슈는요?

네메시스의 직원들 사진. 아직 직원수는 20여명인 스타트업이다.왼쪽 끝이 왕성호 대표. /네메시스 제공

◇“맞춤식 칩 개발 가능한건, 특허 가진 플랫폼식 개발 능력 덕분... 볶음밥 소스를 만들어놓고 참치 넣으면 참치볶음밥, 김치는 김치볶음밥”

-비즈니스로서 행복하다는 표현이 재밌었습니다. 그럼 안 행복했을때는요?

-매각했으면 돈을 많이 버신 건가요? 엑싯의 성공?

-스타트업 창업자로선 나이가 적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키워야 성공이라고 보시나요?

-IPO라면, 역시 유니콘 정도의 기업 가치는 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