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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절대 오지 마세요. 말립니다. 안된다고요. 대기업들요? 대기업들도 다 망해서 나갑니다. 그게 베트남입니다. 베트남은 한국이 아닙니다. 너무 달라요. 근데 다들 똑같다고 생각하고 들어와요. 그 얘기를 하고 싶어서 먼저 인터뷰 요청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많이 도와준다고요? 천만에요. 혼자 생존해야합니다.”

두달전 마켓사이공 심동준 창업가는 쫌아는기자들 제작팀에 콜드메일을 보냈습니다. “왜 베트남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망하는지 아느냐”는 얘기였습니다. 2022년 11월 26일, 도쿄에 있는 쫌아는기자 1호가 호치민의 심 대표와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심 대표의 말은 직설법이었고 ‘날 것’이었습니다. 한시간 넘는 인터뷰에서 뇌리에 남는건, ‘더벤처스와 더인벤션랩이 참 좋은 액셀러레이터인가보다’라는 것입니다. 2020년 창업해 베트남의 현실 앞에서 좌절하는 심 대표는 한 시간 내내 “베트남에 오면 안되는 현실”을 얘기했지만, 딱 1~2분 언급된 더벤처스와 더인벤션랩 대목에선 목소리가 밝았기 때문이다. 그저 20여년차 기자의 감일뿐이지만.

마켓사이공은 호치민에서 한국 상품을 팔고 배달하는 서비스입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계에선 꽤 알려졌지만, 아직 성공한 스타트업은 아닙니다. 작년 중순엔 적자를 내더라도 스케일업하면서 투자 유치하려다, 갑작스런 벤처캐피탈의 투자 보류 결정에 휘청이기도 했습니다. 흔하다는, 구두로는 사실상 오케이라고 말해서 믿고 투자 늘렸다가, 어느날 ‘그런데 말이요’로 시작하는 VC의 거절을 당한 것이죠. 마켓사이공은 다행히 곧장 손익분기점(BEP) 전략으로 돌아, 11~12월엔 소폭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심 대표 본인은 대기업 다니다가 영화 제작사로 이직했다가 원형 탈모가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와 일과 싸웠고 좀 쉬자고 베트남에 갔다가, “말도 안되게 비싼 한국 상품의 가격”에 놀라, 창업했습니다. 베트남을 1도 모르고 무작정 창업의 길에 들어서버린 사례죠. 3년차 스타트업 창업가가 전하는 베트남 이야기이니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날 것’입니다. 베트남 진출 고민하는 스타트업이 경청할 대목이 아무리 적어도 두어곳은 있을 듯 하네요.

마켓사이공의 심동준 창업가는 제주도 출신이다. 유년을 제주에 보내다, 고등학교때 서울로 전학갔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주일쯤 뒤에 ‘저, 제주도 왔어요. 일출 갔다가 찍었습니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제주도는 아름답다, 새삼 깨달았다. 제주는 쫌아는기자들 1호의 고향이기도 하다. /심동준씨 제공

◇“요즘엔 동원그룹, CJ, 풀무원.. 대기업도 줄줄이 고전하고 철수하고 있다”

심동준 대표는 쫌아는기자들 제작팀에 인터뷰 직후에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긴 인터뷰라서 바쁜 스타트업 구독자를 위한 요약은 그의 카톡이면 충분할 듯 하다.

“대기업조차 진출 후 실패를 맛보는 곳이다. 하물며 자본과 인프라가 약한 스타트업이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 한국에서 잘 되었으니 베트남에서는 성공할거야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생산직 및 단순 노동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높은 인건비와 임대료. (아무리 베트남은) 꽌시라지만, 정해진 룰이 없는 행정체계 속에서 사업에 앞서, 필수적으로 시장조사를 했으면 한다. 한국보다 적은 돈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관련 업종에 경쟁사가 적어 꿈에 부풀어 오르지만, 가장 큰 장애물인 로컬에 어떻게 들어갈것이냐?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이냐?는 이곳에 이미 진출한 선배 스타트업들조차 아직도 헤매고 답을 못 찾은 상황이다. 베트남 진출? 신중을 기하고 들어와도 늦지 않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기회를 주고 꿈을 준 베트남이지만 그 과정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이기에 절대 만만히 보지 말라고 말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장문인데다 뜨거운 ‘콜드메일’은 처음입니다. 쫌아는기자들 제작팀에 이메일 보내셨죠?

“사실 주변에서 베트남에서 창업한다고 하면 말리고요. 오지 말라고. 어느 나라에서 성공을 하려고 하면 결국에는 그 나라로 들어가야 되잖아요. 베트남 사람들한테 서비스를 하던, 물건을 팔던, 베트남이라는 나라는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닙니다.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한국하곤 아예 다릅니다. 공산주의라는 특성도 있고요. 근데도 다들 그냥 무작정 와가지고 창업을 한다고 합니다. 그럼 말해요. 대기업들도 줄줄이 철수한다고. 지난달에는 동원그룹이 철수했거든요.(@인터뷰 시점은 2022년 11월말이었음). 2년 만에 철수였죠. CJ그룹의 CJ프레시웨이라는 곳도 올해 초에 사업 축소했고요. 풀무원도 적자 3년째라 너무 힘들어서 철수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기업들이 만만하지 않은 인재를 베트남에 보냈을 텐데, 대기업조차 로컬의 정착을 실패하고 나가는 나라입니다.”

-베트남은 왠지 한국 스타트업이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시장이에요.

“매력적인 수치들을 늘어놓죠. 젊은이들이 많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5위 안에 들고, 그 인구들이 다 SNS를 하루에 5시간 이상 사용하고요. 수치들만 봐가지고 와서 하시겠다고들 합니다. 되묻습니다. ‘성공 사례가 뭐냐’고요. 제가 아는한, 베트남에서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딱 하나입니다.(@뒤에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다르긴 하지만, 신한은행 정도요. 작년(2021년을 지칭)에 영업이익이 그래도 천억 넘게 났다고 하네요. 그외에는 별로입니다. 최근에도 한 대기업이 전자지갑을 한다고 막 진출했지만, 초기입니다. 주변 스타트업도 그렇고, 아직까지 성공했다라고 할만한 곳은 거의 없거든요.”

-창업 비용이 적고, 인건비 저렴하다는 강점은 무의미한가요?

“베트남이 창업이나 진출에 유리한 대목, 없지는 않아요. 첫째, 어떤 사업을 하든지 적은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켓사이공도 온라인 이커머스를 소액으로 시작했어요. 초기라 시장 경쟁이 적습니다. 둘째, 인력이 한국에 비해서 10분의 1 가격입니다. 이건, 나중에 또 말하겠지만, 실제 하다보면 딱히 그렇지는 않기도 합니다만. 세 번째는 돈으로 다 된다는 것. 행정 절차가 안 되는 것들도 돈을 주면 바로 해결이 되곤 합니다. 꽌시가 있죠. 솔직히 우리나라도 90년대 때 교통법규 어기면 면허증 밑에 만 원 깔아놓으면 된다는 말이 있었잖아요. 베트남은 그게 현재이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꽌시도 위험합니다.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마켓사이공의 심동준 대표. /마켓사이공 제공

◇“창업가가 호치민에 두달은 살아보고 결정해야”

-친한 동생이 그래도 베트남 진출을 결정했다고 전화를 한다면?

“무슨 아이템이든 일단은 말려야죠. 그래도 하겠다면 성의껏 조언해야요. 최소한 두 달은 베트남 생활해야한다. 본인이 하면 가장 좋다. 안되면 파트너 회사를 정해서 정보를 얻어라. 본인 대신에 생활하고 시장조사하고 얘기 듣고, 그걸 전해줄 파트너나 파트너 회사요. 베트남 기업보다는 한국인요. 한국인의 눈으로 뭐가 문제일지를 미리 점검하는거죠.”

“시행착오라는 게 제일 중요해요. 이곳 국민성을 알아야합니다. 우리나라는 직원을 뽑으면 그 어떤 일이 있다고 갑자기 다음날 안 나오거나는 안 하잖아요. 여기는 다음 날 그냥 이유없이 안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돈을 가지고 도망가는 것도 당연시될 정도니까요. 도덕성, 그런 잣대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해야할까요.”

-베트남 직원은 한국인과는 일하는 방식이 다르죠?

“한국은 일할 때 멀티라는 개념이 당연하잖아요. 이 일도 하지만, 급하면 저 일도. 베트남은 직원들에게 멀티 요구하면 큰일 나요. 딱 정해진, 하나만 시켜야합니다. 멀티를 시키면 돈을 더 달라고 합니다. 같은 시간에 업무를 똑같이 보는 건데도, 나는 이 일로 입사했는데 당신이 저 일을 시켰으니 돈을 더 주세요라고 하는 게 아주 당연한 나라예요.”

“검색어로 ‘더인벤션랩’과 ‘베트남’을 네이버에서 입력하면 아실텐데, 매달 한 번씩 한국 VC 분들과 베트남 VC 분들 모으고, 베트남 진출한 스타트업 수십 개 회사들한테 발표 기회를 주는데, 그런 모임에서 다른 스타트업 만나면, 다들 동일하게 얘기해요.”

“그런데도, 그냥 막 들어오시는 분들 적지 않아요. 특히 지자체들이나 기업들요. 수출이 살 길이라면서요. 준비 없이 그냥 오셔가지고 항상 ‘얼마면 돼’라는 접근입니다. 얼마가 아니라, 최소한 두 달 정도는 직접 이 곳 시장을 파악하시라. 법인 설립 전에 정말 기본적인 조사는 해야한다. ‘그냥 된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하는 분들 의외로 많습니다.”

-비자 문제는 없나요? 베트남에서 법인 세울 때 유의점?

“요즘 비자 정책이 싹 바뀌었습니다. 예컨대 자본금 1억이면 1년짜리 비자밖에 안 나와요. 몇 억 이상이면 2년짜리 비자가 나오고. 최근 3개월 전부터는 비자가 안나온 한국 분들이 귀국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거든요. 심지어 한국 국가기관인 코트라에서도 현지 채용한 한국 직원들 비자를 못 받는 일까지 생겼다고 들었어요. 일반 기업은 오죽하겠습니까.”

“사업하려고, 불법적인 비자를 받는 분들이 많아요. 유령 회사들을 써서요. 베트남 사람들이 미리 설립해둔 회사를 사는 겁니다. 접근하는 브로커들이 있어요. 베트남 사람 명의로 회사를 수십개 만들어놓고, 그걸 300만~400만원에 팔아요. 서류는 마치 3000만~4000만원에 사고판 것처럼 꾸밉니다. 그걸로 비자 받는거죠. 오랜동안 지켜보니, 그렇게 하면 결국에는 다 걸리더라고요. 편법 비자는 안 된다, 정공법으로 자본금 1억 정도를 만들어서 1년짜리 비자를 생각해야 합니다. 직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 파견하는 직원만 비자가 됩니다. 현지에서 한국인 채용한다는건 처음부터 기대하지 말고요. 비자가 안되니.”

베트남의 자전거 행상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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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비즈니스해보니 일본 사람들이 리스펙되더라”

-현지에선 한국인이 아니라 베트남인 채용이 맞다? 비자의 벽이 너무 높아서?

-품질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한국 제품이나 서비스가 의외로 안 먹힌다고요? 이유가 뭐죠?

-납득이 안 돼요. 사례를 하나 들어주세요.

◇“법인에 베트남 측 지분이 1%만 있어도 결국 경영권 뺏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예요”

-중간대가 안 팔린다?

-베트남에 대한 편견은 꽌시입니다. 꽌시면 다 통한다고, 정말인가요?

-또다른 편견은 베트남 갔다가 사업 모델 카피당한다?

-GS가 베트남 기업에게 경영권을 뺏겠다는 말인가요?

-해외 진출할 때 현지 기업에 지분 일부 주고 협력하는게 정석처럼 얘기되는데, 베트남은 예외라는 얘긴가요.

◇“베트남 파트너와 계약서 쓸때 관할법원은 호치민지방법은 안된다. 외국인 보호해주는 곳이 따로 있다”

-베트남이 인건비 싸다는것도 잘못된 편견이라고 하셨죠.

-그래도 주거비는 싸잖아요? 설마 그것도 편견?

-베트남 진출 지원 프로그램도 많던데, 활용 노하우가 있을까요?

-아까 베트남에서 성공한 사례가 딱 하나 있다고?

마켓사이공의 심동준 대표. /마켓사이공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