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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전 창업했을 때는 지분 100%를 제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분 10%, 20%만 떨어져도 내 회사에 흠집이 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회사를, 산업을, 비즈니스를 몰랐던 것이죠. 그래서 투자 제의, 확장 기회를 모두 놓쳤어요.
지분요? 손가락으로 모래를 쥐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사업의 중요한 일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지분은 가치를 창출해 줄 수 없어요. 저 사람을 끌어들여 이만큼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지분을 주고 끌어들이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겨 전기차를 만들게 됐어요. 제가 끈질기게 따라다니면서 설득했습니다.”
김경수 교수는 작년 3월 퓨처이브이(EV)라는 전기차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인 그가 경상용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경상용 전기차는 다마스, 라보처럼 일반 봉고 트럭보다는 조금 작으면서 여러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차량입니다. 다마스의 단종으로 만드는 업체가 사라진 시장이죠. GM 같은 회사도 이익이 되지 않아 사실상 접은 세그먼트입니다.
국산 전기차도 마찬가지죠.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국가 보조금을 잔뜩 받고, 주식 시장에서 주식 가격을 튀겼지만 정작 제대로 된 전기차를 내놓은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생산이 쉽다지만 정작 제대로 실행에 옮긴 회사는 없는 것이죠.
그런데 카이스트의 교수님이 이 어렵다는 일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그의 창업은 이번이 두번째 입니다. 2005년 했던 창업은 한 때 성공의 맛을 잠깐 보기도 했답니다.
“교수들의 창업 실패가 왜 잦은 지 아십니까? 내가 연구했던, 갖고 있는 기술이 이 사업의 100% 코어라는 잘못된 확신 때문입니다. 세상의 가치를 만드는 일에서 기술이 25%를 차지합니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나머지 75%는 실행하는 역량입니다. 그리고 이 역량은 내가 아닌 바깥에서 들어오더군요. 이걸 깨닫는데 18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김 대표의 이야기는 교수보다 창업가에 가까웠습니다. 전기차를 갖고 치는 빈번한 허풍과 거짓말의 연속 속에, 그와 퓨처이브이의 도전이 가능할 것인지. 하나하나 따져보자는 심산으로 그를 만났습니다.
◇디젤차를 하이브리드차로, 그러다 전기차까지
-하이브리드차 국가 과제를 수행하다 전기차를 만들게 됐습니다.
“국토교통부 국책과제 ‘디젤 택배 트럭의 하이브리드 개조 기술 개발’이라는 과제를 2017년 따냈어요. 사업이 150억원 규모의 큰 사업이었습니다. 학생들만으로는 어렵겠더군요. 회사를 차려서 전문 엔지니어를 육성했습니다. 1톤 디젤 엔진 트럭의 수동 미션을 법규에 맞춰 개조하면 14cm의 여유 공간이 생겨요. 그 여유공간에 배터리를 넣어서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개조하는 것입니다. 개발에 성공했고, 테스트 결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는 약 30%, 연비는 리터 당 6.4km에서 11.8km로 약 65%가 향상됩니다. 일단은 목표했던 결과를 얻은 것이죠.”
“디젤 엔진을 하이브리드로 개조한다? 그럴싸하지만 사업적으로는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만약 실제로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디젤 개조 하이브리드 엔진이 도로를 달리다 문제가 생긴다? 누구 책임인지 불분명 해집니다. 엔진을 처음 만든 제조사의 잘못인지, 개조한 저희 잘못인지. 둘째는 하이브리드가 현재는 시장이 크지만, 결과적으로는 전기차로 넘어올 것 같았어요.
둘 모두 개발해본 입장에선,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 개발이 훨씬 어려운 기술입니다. 엔진, 모터, 배터리가 다 있고 그 셋의 조화를 찾아야 하니까요. 차라리 전기차를 만들자, 1톤 트럭을 이정도로 향상할 수 있는 배터리와 모터면 0.5톤 트럭에도 적용 가능할 것 같았어요. 아 사업을 하다보니 자동차, 제어 관련 특허가 100개가 넘게 쌓였습니다. 이 특허와 기술을 기반으로는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고 봤어요.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2021년 3월에 0.5톤 전기 경트럭 프로토타입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죠. 그 차 이름이 바로 ‘F100′입니다. 퓨처이브이 스타트업과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겁니다.”
-왜 꼭 0.5톤 경상용차입니까. 다마스의 빈자리를 노리는 겁니까
“라보, 다마스 같은 0.5t 차량을 경형차 시장이라고 해요. 자동차 시장을 보면 법규에 따라서는 초소형차, 소형차의 사이에 있고요. 초소형차는 대표적으로 트위지가 있죠. 시속 80km 이하로가고, 차량 무게도 750kg 이하, 안전규격 없고 에어백 없어도 되고요. 대신 자동차전용도로나 고속도로는 탈 수 없습니다.
그 위가 경형입니다. 라보와 다마스가 단종된 이후 이제는 더 이상 대량 생산하는 제조업체가 없죠. 아예 없진 않습니다. 라보와 다마스의 빈자리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던 중소업체가 몇 있었거든요.
문제는 올해 1월부터 경형차에 대한 안전법규가 강화됐습니다. 과거부터 경형차는 사고가 잦았거든요. ABS 등 소형차에 준하는 수준의 안전규격이 생겼는데, 문제는 이 중소기업들이 강화된 충돌안전기준을 만족시킬 기술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현대, 기아는? 중국차는요? 중고차도 요새 비싸다는 다마스라면 충분히 노릴만한 시장이겠군요. 무주공산인데 아무도 진입하지 않는 것인가요.
“현대, 기아차가 들어오기엔 시장이 너무 작습니다. 1년에 판매량 3만대에 불과한 시장이니까요. 중국 업체가 들어올까요? 아뇨. 중국 업체들도 안 만드는 시장입니다. 일부 기업들이 중국의 1톤 전기트럭을 들여와 개조해서 팔아보려고 했습니다. 안 됩니다. 안전규격부터 만족할 수 없어요.
중국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국에 활용해보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철 장사로는 마진이 많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그렇게 만들어서 팔 수 있는 산업이 아닙니다. 품질이 우선이어야 해요. 퓨처이브이가 내놓을 경형 전기차는 모터, 섀시 등 대부분의 기술을 직접 만들었고 안전과 품질 규격을 만족시킬 제품입니다.”
◇모터 제어, BMS도 자체 기술 확보...문제는 생산인데
-배터리는 직접 만들지 못 할테고, 전기차 제조의 핵심 기술이 있나요.
“모터는 1000개를 사면, 1000개의 특성이 전부 다릅니다. 모터는 기계 장치고, 전선이 감겨있고, 회전자가 있어요. 전선과 회전자의 사이에는 에어갭이 있습니다. 이 에어갭을 한국어로 공극이라고 하는데, 이 공극이 전자기력을 만드는 핵심 중의 하나인데요. 아무튼 공극이 1000대의 모터를 만들면 모두 같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만들다보면 미세하게 다른 이 공극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터의 성능 차이, 이걸 최대한 일정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모터제어기술입니다.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자동차에 쓰일 수준의 모터제어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는 현대모비스와 만도 둘 뿐입니다. 그리고 퓨처이브이도 이제 그 기술을 확보했어요. 왜냐하면 저희 연구실이 기계 시스템 제어 전공, 모터를 비롯한 기계를 제어하는 것을 계속 연구해왔거든요.”
“배터리도 모터와 비슷합니다. 배터리 셀은 LG화학이나 삼성SDI에서 다 만들죠. 우리가 아는 전기차의 배터리에는 이런 셀이 2000개쯤 들어가는데, 각 셀도 하나의 화학 결합이기 때문에 사용하다보면 전부 특성이 달라집니다. 에너지가 얼마 남아있고, 어디까지 충전할 수 있을지를 정확히 예측해야 합니다. 그게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인데요. 지난 3년 간의 개발과 실증 기간 동안 BMS 기술을 확보했어요. 배터리를 연구하는 교수님과 연구실 제자들이 퓨처이브이에 합류했고요.
퓨처이브이에 합류한 연구진들이 쓴 BMS 관련 논문입니다. 여기 보면 기존 양산차 업체들의 BMS를 사용하면 셀이 어느 정도 사용되면 배터리의 전체 용량 자체가 이렇게 8~10% 씩 줄어듭니다. 셀 끼리의 오차도 크고요. 하지만 연구팀의 방식대로 배터리를 관리하면 이렇게 4% 로 균일하게 용량이 줄어듭니다. 이러면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고, 성능도 극대화할 수 있어요.”
-현대차그룹도 가만히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자본과 수십만대의 현대차가 도로를 달리면서 데이터가 쌓이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방향 전환이 더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방법론을 적용하고 실천방식을 바꾸는 것이 쉽습니다. 반대로 대기업은 그동안 쌓인 레거시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이 어려워요. BMS의 경우에도 현대차가 아주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배터리의 성능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직접 개발한 BMS를 적용해 패키징한 39kg 배터리 하나를 LS그룹이 연구 차원에서 구매해 갔습니다. 퓨처이브이의 첫번째 매출이고, 의미가 큽니다. 직접 BMS를 탑재해 배터리패키징을 할 수 있는 회사? 현대모비스뿐입니다.”
-모터와 BMS는 연구했던 분야라고 칠게요. 그러면 차체 설계는요. 차의 전체적인 외관과 뼈대, 공기역학 등에 대한 기술은 없었을텐데요.
“CAE라고, 컴퓨터 에이드 엔지니어링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차체를 설계하는 기술인데요. 차체에 대해서 가상으로 설계를 하고, 이걸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 어떤 사고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하고. 이렇게 계속 돌려봐야 안전규격을 만족하는 섀시와 바디를 만들 수 있어요. CAE를 기반으로 최적의 설계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차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어야해요. 한국에서 완성차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분들? 현대 남양연구소와 해외 기업에 팔리지 않은 쌍용에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쌍용차 설계를 했던 분들이 나와서 차체를 설계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쌍용차의 영광의 시절, 차를 설계했던 분들이죠. 이분들이 퓨처이브이에 합류해 CAE를 기반으로 설계를 해주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마지막 단계, 생산입니다. 공장과 이걸 운영할 노하우와 시스템, 그리고 인력이 필요합니다.
“농기계 회사 대동과 제휴를 맺었고, 대동이 퓨처이브이의 차를 만들어요. 일종의 위탁 생산을 맞는 것이죠. 공법도 단순하고 비용이 적게 듭니다. 스페이스 프레임 공법을 적용했는데, 일반적으로 큰 틀이 짜져서 나오는 양산차와 달리 조립하면서 용접을 하는 방식입니다. 큰 금속, 금형이 필요 없어요. 대량 생산에는 적합한 방식이 아니지만, 퓨처이브이 차량은 상대적으로 소량 생산이니까요. 자동화 방식도 도입하지 않습니다. 르노 트위지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프랑스 르노가 트위지를 생산하는 영상을 보니 컨베이어벨트 라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1명의 작업자가 차 아래 스케이트를 깔고 쭈욱 돌아다니면서 용접을 하면서 차를 완성합니다. 최저 비용, 최대 효율을 추구한 것이죠.
대량 생산해야 하는 양산차에는 로봇과 대형 시설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양산차 기업에서 자동화된 대량 생산라인 하나를 만드는 데에만 2500억원 정도가 쓰입니다. 2500억원을 들여서 경형 트럭 1년에 3만대 시장 매출을 올린다? 절대 수지타산이 안 맞습니다. 퓨처이브이 방식으로는 150억원이면 생산 라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연간 2만5000대 전기트럭을 제조할 수 있는 생산 라인 구축 작업이 지난달부로 시작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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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충전으로 210km 달려, 2024년 6월 양산 목표
-테슬라가 온라인 판매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지만, 여전히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수출이요. 3만대 내수 시장으로 충분할까요?
-그렇게 만든 프로토타입 차량 F100, 성능과 제원은 현재 기준으로 어떻습니까.
-그래도 가격이 비싸면 안 될 텐데요. 자영업자들의 발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만큼 가성비가 좋기 때문일겁니다.
-본격적인 양산 시작은 언제입니까.
◇18년전 창업은 왜 실패했나, 교수가 더 창업판으로 나와야 하는 이유
-교수에서 사업자로 변신, 쉽지 않았을텐데요. 이미 2005년 한차례 옵토멕이라는 회사를 차린 적 있습니다.
-학자의 비즈니스 마인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글쎄요. 교수 창업의 명과 암이 있습니다. 창업을 하고 교수는 책임을 지지 않거나, 일종의 꼼수로 창업을 해서 지분을 획득하거나. 부정적인 사례가 여럿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