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동(銅)·알루미늄 같은 주요 비철금속을 합금해 철강사와 자동차사 등에 공급하는 중견기업 풍전비철의 직원 400명(계열사 포함)은 올해 회사 측에서 수백만원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여행을 간다. 올해 회사 설립 40주년을 맞아 송동춘(67) 회장이 전 직원에게 파격적인 ‘포상 휴가’를 쏜 것이다.
지난 7일 인천 서부공단 비철금속 합금 업체 풍전비철 사무실에서 만난 송 회장은 “쉬지 않고 여러 위험을 감수하며 사업을 확장해왔는데, 회사가 별 어려움 없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모두 직원들 덕”이라고 했다.
◇8차례 기업 인수로 사업 확장
화학 회사를 다니던 송 회장은 1983년 동료의 권유로 큰 도가니 하나를 얻어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근 제조 업체에서 버린 아연 부산물(찌꺼기)을 녹여 재활용해 황동 합금 업체에 판매한 게 풍전비철의 시작이다. 송 회장은 “제조업도, 사업도 모르던 산골 출신이 ‘맨땅에 헤딩’을 하니 막막했고, 어려움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비철금속 합금’으로 눈을 돌려 사업 확장에 들어갔다.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에 다른 금속·비금속을 섞으면 합금한 물질의 종류나 양에 따라 새로운 성질을 지닌 제품이 생긴다는 점에 착안했다. 가령, 알루미늄과 메탈실리콘을 합금하면 표면이 매끄럽고 부식에 강해 밥솥, 오븐 등 제작에 사용될 수 있다. 송 회장은 1997년 피제이알텍 인수로 아연에 실리콘·마그네슘 등 다른 물질을 합금하는 기술을, 2002년 피제이켐텍 인수로 자동차 타이어의 수명을 늘리는 고무 강화제의 원료 제조 기술을 각각 취득했다. 2016년엔 재활용 납 생산 업체 화창을 인수해 리사이클링(재활용) 사업에도 진출했다. 송 회장은 2020년까지 8차례에 걸쳐 기업들을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송 회장은 “사업이란 계속 도전하고 확장해야 하는 게 숙명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송 회장은 기업 인수 때마다 ‘인수팀장’을 자처했다. 6개월 가까이 인수한 회사로 출근해 조직 문화, 설비 상태를 비롯한 전반적 회사 사정을 직접 다 들여다봤다고 한다. 그 결과, 가장 많이 쓰이는 5대 비철금속(아연·동·니켈·납·알루미늄) 합금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이 같은 회사는 풍전비철이 업계에서 유일하다. 풍전비철은 베트남 등 25국에 수출하며 2014년엔 1억불 수출 탑도 달성했다. 현재 국내에서만 포스코 등 600여 사와 거래하고 있다. 2021년 매출 1조원을 처음 넘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1조2524억원을 기록했다.
◇직원들에게 좋은 복지로 보답
송 회장은 “늘 직원들에게 고맙고, 항상 어떻게 보답할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출 1조원을 달성했던 지난 2021년엔 직원들에게 주식 100만주를 나눠줬다. 직원 본인과 배우자 종합검진, 주택자금 지원 등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상당수 제조 업체가 인력난을 겪고 있지만, 풍전비철은 송 회장의 ‘직원 존중’ 철학과 복지 혜택의 영향으로 20~40대 직원이 많다고 한다. 현장직 근로자도 85%가 외국인이 아닌 젊은 한국인이다. 송 회장은 “‘이 사람들과 그 가족들 다 내가 먹여살려야 한다’는 책임감과 고마움을 항상 느낀다”고 했다.
풍전비철은 앞으로 40년을 준비하며 전기차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 폐배터리에서 납·플라스틱·황산 등을 추출한 뒤 재활용해 판매해왔는데, 이를 전기차로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고 친환경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전기차 급증이 예상되는 2~3년 후 사업 시작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