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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슈가 있다. 샌프란시스코시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무인 택시의 24시간 영업을 승인하며 상업용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장의 새로운 챕터가 열린 것이다.

업계는 ‘로보택시’를 포함한 자율주행 차량의 규모가 2030년이면 무려 208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자율주행 차량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중심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도로에서 벗어난 보다 조용한 곳에서, 좀 더 묵직한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농업 분야다.

지난 2018년 투자자로서 인연을 맺게 된 긴트(GINT)는 모빌리티 전문가와 IT 서비스 전문가 그룹이 만나 트랙터를 포함한 농업용 기계, 건설장비,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기존 이동 수단과 생산 장비의 효율 증대와 부가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이다. 특히 인구 고령화, 기후변화와 함께 전 지구적으로 직면한 3대 위기로 꼽히는 식량 위기에 대응하고, 농민의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만들기 위해 ‘플루바 오토(PLUVA Auto)’라는 B2C 브랜드를 만들어 크게 주목받고 있다.

긴트 김용현 대표. /긴트 제공

◇농기계가 자율주행한다.. 하지만 수억원이 넘는 가격을 아시아의 농가가 받을 수 있을까?

긴트는 유럽/미국 대비 농기계 대수와 농가 숫자가 훨씬 많은 높은 잠재력의 아시아 농업 시장을 타겟으로, 주요 소비자층의 농가경영과 원가 구조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여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농업은 자동차 시장과 달리 유럽/미국의 영농시장과 아시아 영농시장의 비지니스 구조가 상당히 다르다. 특히 농업기계의 경우 수억 원을 호가하는 유럽/미국의 첨단 농기계를 보급하기 어렵고, 실제로 해당 회사들의 아시아 점유율은 상당히 낮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긴트가 가장 먼저 출시한 제품은 ‘플루바 오토’로,  농기계용 자율주행 키트다. 완성형 농기계가 아닌 키트형 제품을 선택한 것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의 숫자까지 모두 타겟으로 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20만 대 정도의 농기계가 플루바 오토 장착이 가능하며, 이는 절대 작지 않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특히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할 경우 이 숫자는 전 세계 농기계(트랙터 등) 시장의 66%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플루바 오토는 긴트가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개발해 낼 수 있었던 똑똑하면서도 가볍고, 빠르면서도 스마트한 솔루션이다. 국내외 대부분의 농가에서 사용하는 기존 기계식 트랙터, 이양기, 승용관리기에 자유롭게 탈부착해 농기계의 실시간 위치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고,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이나 원터치 스위치를 통해 자율주행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한다.

가격적인  메리트도 상당하다. 자율주행 트랙터의 가격이 억대에 이르는 데 반해 플루바 오토는 수백만 원대 수준으로 도입 비용을 비약적으로 낮췄다. 탈부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농기계를 교체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긴트는 여기서 더 나아가 기존 농기계를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으로 개선할 수 있는 ‘플루바 오토 프로’, 노지 농업의 기계화 및 무인화율을 올려주는 최첨단 농업용 로봇 제품도 출시 예정이다.

◇수백만원대 플루바 오토...”트랙터가 안심 구역 벗어나면 알람 뜬다”

플루바 오토는 출시 초기 일주일 단위로 전국에서 진행한 현장 홍보와 시연회를 통해 실제 농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입소문을 통해 구매 전환율이 높아지기 시작하자 큰 바이럴을 일으키고 각 지역에서 A/S를 담당할 수 있는 대리점을 9개월 동안 빠르게 세워 나갔다. 긴트는 현재 전국 각지에 30여 개의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대리점을 통해 시연을 통한 제품 판매와 빠른 사후 지원을 제공하며 판매율을 높여 가고 있다.

농기계 토탈 케어 솔루션 ‘플루바 케어(PLUVA Care)’도 대표 서비스 중 하나다. 주 기능은 농기계 상태 모니터링, 농작업 일지 관리, 안심 구역 설정, 원격 제어로 구성된다. 상태 모니터링은 기계의 위치, 상태, 고장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냉각수 등 소모품의 교체 시기를 알려준다. 농작업 일지는 매일 자정 하루 작업에 대한 데이터를 통합해 작업 상황 등을 리포트로 제공하며, 이를 바탕으로 연간 리포트도 제공한다.

안심 구역 설정 기능을 사용하면 기계가 미리 설정해 둔 지역을 벗어날 경우 즉시 알림이 떠 보안 유지에 도움을 준다. 그 외에도 트랙터의 전복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대리점 또는 미리 지정해 둔 사람들에게 연락이 자동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등, 농민들의 가장 큰 니즈를 세심하게 고려한 기능들을 담아냈다. 이러한 농민의 편의적 관점뿐만 아니라 플루바 케어의 최고의 강점은 농기계의 사용량 및 수리 이력을 관리함으로써 기존에는 어려웠던 농기계의 ‘목적물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바로 이점이 기존 농기계 시장에 정부가 아닌 민간 리스나 렌털과 같은 금융상품을 결합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중고/신규 농기계 거래 시장 형성에도 이바지해 농민 생산 원가의 30%에 달하는 농기계 금융/운용 비용을 낮출 수 있게 한다.

/긴트 제공

◇세계 트랙터 시장만 해도 앞으로 120조원... 공략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부터, 왜?

농기계 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고, 트랙터 한 항목만 해도 2024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20조  원 시장으로 자라날 전망이다. 긴트는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점차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목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용현 대표는 긴트의 해외 진출은 B2C로 접근했던 농민 주도 시장인 국내 시장과는 다르게 접근할 것이라 설명했다. 아시아의 농업 시장은 해당 국가의 농업 특성에 따라 다양한 영업적 접근이 필요한데, 플루바오토, 플루바케어 등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공동 연구하고자 하는 글로벌 제조사와의 거래를 중심으로 한 B2B, 농업 관련 각국 정부 유관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첨단 농업의 보급과 개발 사업 등에 중점을 두는 B2G, 그리고 향후 발전성과 지리적 특성, 농가 분포 등을 고려해 동남아시아를 메인 타겟으로 하여 협업과 진출 방안을 모색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등 전방위적인 접근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선점 전략에 맞춰 제품 개발 역시 미주나 유럽 시장에 적합한 대당 억 단위의 첨단 트랙터가 아닌, 아시아 국가에서 도입이 용이한 제품군에 집중한다. 아시아 신흥 개발국의 경우 국가에 따라 전체 인구에서 농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20%에서 많게는 40%까지 차지하는 데 반해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은 단 1%에 그친다.

그러나 신흥 개발국의 생산량은 선진국의 막대한 생산량에 비해 현저히 낮다. 긴트는 전 세계 66%의 농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적합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해 생산 평준화와 지속 가능한 농업을 만들고자 하며, 실제로 국내 시장 안착을 위해 내 달렸던 9개월 동안 아시아에서 농업 규모와 잠재력이 가장 높은 국가로 평가되는 인도네시아 농림부와의 계약을 통해 연내 수출까지 확정 짓는 쾌거를 올렸다.

◇“이모작 가능한 인도네시아가 쌀을 수입하는건 말도 안된다”..페인포인트 푼다

왜 GDP가 낮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인도네시아를 첫 진출 국가로 선정했을까? 아시아 농기계 시장의 진입 난이도와 시장 잠재력은 일반적으로 GDP가 낮은 국가가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GDP가 낮은 나라를 위주로 먼저 선점하는 것이 긴트가 취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증명 방식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긴트 사업개발팀 윤주영 팀장은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성장성을 그 배경으로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벼농사 이모작이 가능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쌀 생산량이 부족해 매년 쌀을 수입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는 수입조차 어려워져, 국가 차원에서 농산물 자급화에 대한 지원이 활발해 해외의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이에 긴트 역시 인도네시아 농업개발청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해 시연 행사 등을 진행하고, 테스트를 통해 플로바오토가 트랙터의 종류나 기후와 무관하게 정상 작동하는 것을 입증했다.

공적개발원조(ODA) 형태로 다음 진출을 준비 중인 캄보디아는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큰 규모의 농지와 잠재력을 보유한 국가이다. 양국 모두 GDP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이기 때문에 이후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등의 진출은 더 쉬울 것으로 예상한다.

/긴트 제공

◇“긴트 김용현은 좋은 창업자”...근데 좋은 창업자에 대한 스파크랩의 정의는?

긴트는 2018년 스파크랩을 통해 시드 투자를 유치한 2년 뒤, NH농협과 코오롱 인베스트먼트, 송현 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으며,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통해 긴트 최초의 제품 농기계 “긴트 컨트롤”을 시장에 출시했다.

또한 시드 자금으로 개발한 플루바오토로 스타트업이 받을 수 있는 최고 기술 신용평가인 TI-2등급을 획득하였다. 플루바 브랜드와 사업 모델의 확장을 위해 올해 전라남도 함평군에 공장을 세워 70억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으며, 긴트가 가진 기술적 장점과 ESG 가치 등을 높게 평가해 지난 7월 165억 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많은 투자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들의 성장성과 ESG 분야 기업으로서의 진정성을 투자 배경으로 설명한다.

긴트의 창업자 김용현 대표와의 소중한 인연은 스파크랩 9기 기업 ‘페스카로(FESCARO)’ 홍석민 대표의 소개로 이뤄졌다. 국내 1위 자동차 기업에서 함께 근무하던 연구원들이 한 명은 자동차 사이버 보안 전문 기업을, 또 한 명은 자율주행 농기계 전문 기업을 창업한 것이다. 김 대표를 만나 투자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몇 번의 만남 만으로도 그가 좋은 창업자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창업자라는 애매한 표현에는 수많은 정의가 있겠지만 스파크랩이 보는 좋은 창업자의 대표적인 조건은 사업에 대한 진정성,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다. 임직원, 고객, 투자자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창업자가 목표한 미래가 이들의 머릿속에도 구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정적인 고연봉의 직장을 떠나 미래 세대를 위해 뭔가 하고 싶어 창업하게 됐다는 김 대표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진심이 그대로 전해졌다.

긴트(GINT)는 ‘Great Inspiration to the NexT’의 약자로, ‘우리가 꿈꾸는 다음 세대를 위한 비즈니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긴트는 탄생부터 다음 세대를 위해 일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세워졌고 실제로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을 위해 IPO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상장 그 이후가 더 기대된다고 말한다.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농업 혁신을 만드는 100년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가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하겠다는 방향성에 대한 깊은 공감은 현재 긴트를 이끌어가고 있는 다양한 인재들을 합류시켰고, 이들을 계속해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긴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