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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푸드 축제 취재갔다가 ‘소음’에 기겁한 적이 있습니다. 수십대의 푸드트럭이 전기를 써야하는데, 뒤에 대형 발전기가 돌고 있는 겁니다. 즐기는 공간인데, 그 소음은 전체 공간을 집어삼켰습니다. 아이러니하죠. 현장에서 얘기 들어보니, 발전기에서 먼 곳이 명당이라나요.
이온어스는 배터리 스타트업입니다. 야외 행사장에 소음없는 대형 리튬이온배터리를 보내는 비즈니스를 합니다. 배터리니까 소음이 없습니다. 쫌아는기자의 추정은 이랬습니다. ‘시장은 작을 것이다. 행사장이 열려봐야, 얼마나 되겠나’ ‘돈은 쉽게 좀 벌겠네, 니즈는 확실히 있긴 할테니.’ ‘금방 시들 비즈니스 아닐까? 기술 장벽이 없잖아. 대형 배터리 사다가 트럭에 실으면 끝이잖아’.
3가지 편견은 모두 틀렸습니다. 이온어스가 도전하는 배터리 시장은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큰데다, 막대한 초기 투자 자금이 필요한데다, 한번 자리 잡으면 지속성이 강한 비즈니스입니다. 인터뷰의 첫 30분은 지루했다가, 중간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란 의구심을 가졌다가, 마지막엔 ‘스타트업 창업가’의 고민을 같이했습니다.
허은 대표의 답변은 중언부언이 없지 않았지만, 이번 뉴스레터는 인터뷰의 질문•답변의 순서를 그대로 안 바꾸고 게재합니다. 끝까지 읽은 분은 ‘허은이란 창업가의 고민’을 담담히 찾아가는 여정을 이해할 겁니다.
◇전기를 나르는 차량을 만든다. 첫 타깃은 야외 행사장, 야외 공연장. 그 시장도 전세계 연간 60조원
-이온어스는 ESS 스타트업입니다. ‘Energy Storage System’이니,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죠.
“일반적인 ESS가 아니고 이동형 ESS를 만듭니다. 이온어스는 에너지모빌리티라고 이름을 붙이는데요.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다 바뀌고 있지 않습니까? 1차 에너지는 화석연료, 전기는 2차 에너지가 아니라, 바로 1차 에너지가 전기가 됐어요. 예전에는 석탄, 석유, 가스 등을 싣고 다니는 차들이 있었죠. 전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온어스는 전기를 실고 다니는 차량, 즉, 이동형 ESS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이동형 ESS 선박을 만든다는 말은 들어봤어요.
“파워엑스라는 회사로, 지금도 선박을 잘 만들고 있고요. 이온어스가 육상입니다.”
-컨셉트는 알겠어요. 석유를 나르듯이 전기를 나른다는 거죠. 방식은 차량에 큰 리튬이온배터리를 싣고, 이걸 충전하는 거겠죠?
”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온어스의 시작은 내연 기관으로 동작하는 발전기들을 대체하는 거였어요. 예전에 야외 행사장이나 야외 콘서트에 가면, 큰 발전기를 가져다놓고 행사장에 전기를 공급했잖아요. 조명이나 음향 기기에 전기를 공급하죠. 시끄럽게 돌아가죠. 온실가스 배출도 심하죠. 이런 시끄러운 내연기관 발전기를 해결하는게 이온어스의 첫번째 미션이었어요.”
-야외에서 큰 행사를 할 때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거네요.
”세상의 자동차들이 다 전기화가 되는데, 이런 내연기관 발전기도 바뀌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여기서 조금 나가면, 전기차들을 충전하는, 이동식 충전소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다 태양광•풍력의 변동성을 흡수하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쫌아는 부연 설명, 본래 태양광•풍력발전소의 약점은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들쭉날쭉하다는 대목이다. 전기는 넘치면 버려야한다. ESS는 기본적으로 대형 충전기이기 때문에 넘칠 때 충전했다가 모자랄 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단순히 전기를 나르는 운반체만이 아니라, 여러 역할이 있습니다. 이온어스는 그래서 교류 출력도, 직류 출력도 가능하게 만듭니다. 일반 상업용 전압으로 출력하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현재 한국의 야외 공연장에 이동형 ESS가 쓰이고 있나요? 장점은?
”작년부터 디젤 발전기 대신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쭉 하고 있고요. 올해 4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참석한 한 행사에서 이온어스의 차량이 현장에 가서 전력을 공급했습니다. 대형 행사였지만 내연기관 발전기가 필요없었죠. 탄소가 없는 전력인 것이죠. 디젤 발전기와 비교하면, 정량적으로는 약 73%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합니다. 내연기관이 아닌, 배터리니까 소리가 안 나고 훨씬 안전하죠. 좀더 친근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먼저 연료 원가를 보면, 디젤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 때는 kWh당 보통 1500원 이상 듭니다. 이온어스는 한전 전기를 쓰든, 재생에너지를 쓰든 한 60원 정도면 충분하니, 한 20배 정도 저렴합니다. 그보다 중요한건, 정량적으로 CO2 배출량이 73% 이상 경감됩니다. 소음이나 미세먼지는 100% 사라지니 환경적 메리트가 크죠. 배터리 수명도 길다라는 이점이 있죠. 이온어스 회사는 배터리팩 시스템과 플랫폼 개발까지 함께 하다하는데, 등록된 특허는 27개입니다. 미국 특허도 한 4개 정도 출원했고요.”
-야외 공연장 말고도, 이동형 ESS의 확장 시장이 있지 않을까요?
“이동형 ESS의 구조는 거의 전기차처럼 만들어져 있습니다. 기존의 설치용 ESS는 진동이나 온도 변화, 습도에 굉장히 취약해요. 전기차는 그렇지 않잖아요. 지역을 모두 다녀야하니까. 이온어스가 배터리팩 설계부터 시스템까지 설계합니다. 원격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까지 고려해 개발했습니다. 일단은 행사장에 전력 에너지를 공급하는건데, 내년엔 ‘이동 급속 전기차 충전 차량’이라는 기회가 옵니다. 국가에서 전기차 이동 충전을 정책적으로 지원합니다.”
-단순히 행사장에 찾아가, 전력 공급하는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기존 디젤 발전기 시장만 해도 전 세계에서 연간 약 60조 원 정도 돼요. 이온어스가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신규 시장은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요.”
◇디젤발전기보다 이동형 배터리가 가격은 4배가 비싸다
-배터리 공급이 유망한 시장이라면 해외서도 선점한 스타트업이 등장했겠죠?
“이온어스와 동일한 연도(2020년)에 창업한 미국 스타트업은 작년에 1600억 원 정도 투자를 받았어요. 네덜란드의 기업은 작년에 600억원 정도 받았고요. 이온어스도 작년에 춘천 라임축제에서 인디고(이온어스의 이동형 ESS 차량 브랜드) 3대가 들어가 발전기를 대체해 행사를 성공리에 끝냈고요. 첫 이온어스 POC였어요. 이후에 성남 파크콘서트, 서울시 차없는거리 축제 등 실제 사례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아까, 내년에 이동식 충전 사업에도 뛰어든다고?
“이온어스의 다음 사업은 이동 충전인데, 환경부에서 내년부터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행사장 같이 사람들이 단기적으로 많이 모이는 곳은 전기차 충전소가 부족합니다. 아예 없기도 하고요. 현장에 가서 임시 전기차 충전소를 만들어주는 사업입니다. 아예 이용자가 앱으로 호출하면 찾아가서 급속 충전해주기도 합니다. 급속 충전 서비스는 SKENS와 같이 같이 하고 있고, 다른 서비스들은 국내 충전 사업자들이랑 같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리할께요. 올해까지 집중한건, ‘야외 행사장에서 필요한 내연기관 발전기’를 대체하는 것. 영화를 찍는 야외 현장이든, 푸드 축제를 하든, 대형 야외 콘서트를 하든, 현장에 전력이 없으면 지금까지는 내연기관 발전기를 빌려다가 썼죠. 배터리의 시대니, 차량에 배터리를 실어서 현장 가서 빌려주는 사업. 내년부터는 정부가 ‘임시 충전소’ 보조금 사업을 하니까, 여기에서 기회를 찾는다. 미래에는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재공급하는 사업도 시야에 두고 있다?
“맞습니다.”
-먼저 내연기관 발전기 대체인데요. 고객 입장에서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나요? 친환경은 알겠는데, 더 비싸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작년에 이온어스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디젤 발전기 임대 비용에 맞췄습니다. 사실 지금은 디젤 발전기보다 4배 비쌉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이온어스가 50만 원에 시작을 했는데, 그 가격은 같은 출력의 내연기관 발전기 하루 빌리는 것과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50kWh 기준으로요. 50kWh면 아파트 한 동 전체가 쓰는 전기입니다.”
“현재는 소리가 없고 쓰기 편하다는 가치들이 많이 올라가고 있고요. 탄소 중립이란 이미지 효과도 굉장히 큽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런 행사나 이벤트 할 때 어차피 몇 억에서 몇십억까지 쓰는데, 기껏 발전기 빌려봐야 크진 않거든요.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인데, 거기서 여기서 코스트가 올라가도, 전체 계획 비용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대신 얻는 효과들이 많은 거죠. ‘탄소 중립 행사’가 되니까요. 한번 써보신 분들은 계속 이용하는 형태입니다. 비용이 비싸졌는데도 불구하고요.”
-비용은 디젤 발전기에 비해서는 4배 정도라는 거네요. 50kWh 발전기 기준으로, 디젤이 50만 원이라면 이온어스는 200만원? 그래도 수요가 있다?
“예. 하루에 한 50만 원 정도인데, 이온어스는 요즘 한 200만 원 정도 합니다. 친환경적인 이미지가 굉장히 크죠. 지자체나 특정 기업들은 이온어스를 많이 선호합니다.”
-내년부터는 이동식 충전소 사업에서 기회를 찾는다고 했죠? 일반 전기차 소유자가 충전하는거잖아요?
“먼저 말씀드릴 대목은 이동식 충전은 법률상 불법이라는 겁니다. 솔직히 지금도 일부 이동식 충전한다는 곳이 있는데 불법이예요. 규제 탓에 전력시장 자체가 굉장히 경직돼 있어요. 전력 소매는 한국전력공사만 가능하고 다른 회사들은 하면 안 돼요. 전력 도매 시장도 전력거래소와 발전 자회사만 가능합니다.”
“이동식 충전소도 전기 판매업이니까. 하지만 올해 6월말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승인됐어요. 내년 6월부터는 자유롭게 팔 수 있습니다. 단, 내년 6월까지는 불법이고요.”
-이온어스는 현재 시점으로 불법 사업자라는 건가요?
“아뇨.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해요. 이온어스 말고도 3 곳 정도가 더 있어요. 당장 경제적인 효과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온어스 같은 경우는 멤버십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고요. 다른 곳은 그냥 전기차 충전기처럼 kWh당 얼마씩 받고 이렇게 서비스를 합니다.”
“지난 10월에 환경부에서 이온어스 같은 이동 충전 차량에 대해서 대당 1억 원씩 300대 분의 내년도 예산을 책정했어요. 정부 입장에서도 수익은 안 나지만, 시장은 키워야 되니까 보조금이 주는거죠.”
-이동형 충전소이 될까요? 아까 내연기관 발전기 대체는 알겠어요. 하지만 앞으로 전기차 충전소가 급증할텐데 주유소처럼요. 전국 여기저기에. 굳이 시골에서 갑자기 전기차가 몰려서 충전할 곳이 없다? 그래서 비싸더라도 이동형 충전소를 쓰겠다는 고객이 얼마나 될까요?
“아뇨. 아까 말한 야외 행사장에선 일단 니즈가 많아요. 행사장에 필요한 전기는 내연기관 발전소를 대체하는 이온어스 차량으로 합니다. 하지만, 행사장의 가장 큰 페인트는 참가하는 관객을 위한 충전소예요. 행안부에서 발표하는 전국 지자체 행사 건수가 1만건이 넘어요. 근데 그건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대형 행사고요. 작은 행사까지 합치면 연간 10만건의 야외 행사가 있어요.”
“네덜란드의 한 스타트업은 본래 본인들 파티용으로 시작했었대요. 워낙 동네에서 파티를 많이 여는데, 그게 발전기 냄새 나고 시끄럽잖아요. 그래서 시작한게 이동형 ESS였대요. 엄청나게 성장해서 현재 100여 대 정도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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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전기차를 만드는 것처럼, 아이디스는 2억원짜리 이동형 ESS 차량을 개발한다.
-죄송한데, 이동형 ESS라고 해도, 결국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배터리 사다가 집어넣으면 트럭에 집어넣으면 되는거 아닌가요? 특허가 27건이나 있다고 하셨는데, 이 사업이 기술 장벽이 있을까요?
-자동차 회사들이 LG 엔솔에서 배터리를 사다가 인티그레이션을 맞추면서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것과 같다? 말하자면 소방차와 같이 특수 차량처럼, 이동형 충전 차량도 하나의 특수 차량을 디자인하는 것? 배터리에 특화된 차량?
-이온어스 같은 회사가 몇 천, 몇 만대를 만들지는 않잖아요? LG엔솔 같은 대기업이 일일이 대응해주나요?
-손익분기점을 맞추는건 언제쯤 일까요? 이동 충전 차량을 몇대나 팔면?
◇전기를 파는 비즈니스를 판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 또는 새로운 전기 프랜차이즈?
-대당 가격이 2억원을 넘어요? 개인이 그 비싼 차량을 사서, 이동 충전해주는 자영업에 뛰어들어서 돈을 벌 수 있나요?
-이온어스의 비즈니스는 사실 ‘전기를 판다’가 아니라, 전기를 파는 사람한테 전기를 팔 수 있는 비즈니스를 판다는 게 더 맞는 얘기겠네요
-자칫, 2억원 넘게 주고 ‘이동형 충전 차량’ 사업을 하려다가 실패하는 자영업자가 나오진 않을까요? 앞으로 전국에 엄청나게 많은 고정형 전기 충전소가 생기잖아요. 아파트마다 생길 정도로.
◇미국에 공장 지으러 간다. 미국에서 제조해 한국에서 판다.
-단순히 고정형 충전소의 보급기에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 아닐까요.
-전기차 시장에선 충전소 공급과 실제 수요간 미스매치가 오랫동안 이어진다고 보시네요?
-미국에 공장 짓는다고? 왜 꼭 미국이어야하나요?
-3원계 배터리의 확보는 결국 ‘자동차 회사’만 가능했었다는 말씀?
-미국 공장 만들려면 자금은요? 안정적인 궤도까지 몇 년간, 얼마 정도 투자해야하나요?
◇‘2026년 450억 매출, 100억 영업이익’의 모험에 걸린 투자금 확보 리스크
-대규모 투자 유치 없이는, 전체 로드맵 구현이 쉽지 않은게 현실이네요.
-중장기 매출과 영업이익 시뮬레이션은?
-환경부가 300대에 대당 1억원씩 보조금을 줍니다. 이온어스는 내년에 보조금 활용해 몇대나 팔까요
-이상하네요. 얘기만 들어보면 굉장히 심플하고 좋은 투자 상황인 듯 하거든요.
-허 대표님은 본래 배터리 기술자 출신인가요? 본인 스토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