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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아는기자들의 앞 첨언 : ‘제3자’의 조언이 항상 맞는 건 아닙니다. 입에 쓴 고언이 모두 몸에 좋은 것도 아닙니다. 때론 ‘결과’를 확인하고나서, ‘그래서 그때 판단이 잘못됐다’는 식의 조언도 적지 않습니다. 현장의 스타트업 창업자보다 절실한 사람은 아무데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쓴소리’를 마냥 외면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쓴소리 듣는 법은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을 것, 그리고 스스로에게 한번 더 물어볼 것 입니다.

이번 레터는 스타트업을 사랑하는 ‘제3자’인 김진환 기술경영학 박사가 보내준 ‘CES 혁신상의 이면’입니다. 이번 CES에서 15국 4000여 기업이 참가했고, 특히 스타트업들이 모인 유레카파크는 ‘한국인이 절반’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한국 스타트업들의 참가가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CES 참가가 과연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김진환 박사는 기고를 보내주며 “쓴소리지만, 그래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보냅니다”라고 했습니다. 김 박사의 CES를 바라본 업계 사람들의 의견, CES에서 그래도 의미있었던 스타트업의 성과 뉴스를 정리해봤습니다.

/뉴스1

◇CES에 한국 스타트업 512개 참여, 미국의 2배 수준...참가 스타트업 샘플 분석하니 평균 매출 6.3억원

얼마전 CES 2024가 폐막했다. 국내 기업은 총 134개사가 혁신상을 수상했고, 이는 전체 수상 기업의 42.8%였다. 이 중 116곳이 중소벤처기업이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훌륭한 아웃풋은 많은 인풋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CES 2024에 참가한 국내 기업은 총 772개사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미국(1148개)과 중국(1104개)에 이은 3위 기록이었는데 스타트업만 한정하면 한국은 512개사로 전세계 1위였다. 미국은 250개, 일본은 44개, 중국은 22개에 불과했다.

행사 기간 중 방문한 13만 5천명 중 한국인은 약 15,000명으로 알려졌다. 참가자 1인당 여비는 1500만원 가량인데, 여기서 부스에 투입된 비용과 행사비용까지 합치면 대략 4천억원 이상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4일간의 행사 동안 한국인이 매일 1천억원씩 지출한 것이다. 이 중 스타트업 부스 관련 비용은 대부분 정부와 공공기관이 지원했으며 항공료와 숙박비의 경우에도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50% 이상 지원하는 곳이 많았다.

혁신상의 경우 신청비가 999달러였는데 국내에서는 수상을 위한 컨설팅까지 진행되었다. 수상을 하게 되면 신청비 전액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돌려주기 때문에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결국 최고 혁신상 전세계 1위 등극과 혁신상 4관왕 배출 등의 성과를 내기는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CES 혁신상 수상에 목을 맬까. 본질적으로는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숫자”가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은 매출과 수익, 기업가치로 말한다. 그런데 해외에서 의미있는 매출을 내는 국내 스타트업은 손에 꼽힌다. 한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CES에서 구매 상담액 대비 실제 계약액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마저도 한국 기업이 구매했거나 한국계 기업이 구매한 사례가 상당수였다.

해외 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사례도 거의 없다. 투자를 유치했다는 뉴스의 대부분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Non-binding MOU) 수준이다. 매년 스타트업의 글로벌화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공공 입장에서 결국 숫자로 보여줄 성과는 CES 혁신상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매출 50억, 시리즈B 이상이 글로벌 시장 도전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에 CES 2024에 참가한 스타트업 중 77개사를 샘플링해서 현황을 확인해 보니 그들의 2022년 평균 매출은 6.3억원이었고, 중위값은 0.5억원이었다. 매출이 아예 없는 곳은 26%에 달했고, 투자 시리즈로는 시리즈 A 이하가 86%였다. 이 정도 규모의 영세한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혁신상은 이제 마케팅 수단, CES FOMO 멈춰야”

대안은 무엇일까.

첫째, CES 혁신상 수상을 성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대학생이 공모전에서 입상을 많이 했다고 해서 직장인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갖추었다고 보지 않는 것처럼, 전시회에서의 수상이 기업의 매출과 투자 유치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물론 스타트업 관계자들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또한 CES의 혁신상은 이제 마케팅 수단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요건을 갖춘 기업만 엄선해서 지원해 주어야 한다.

많은 지원기관이 매년 지원기업 수를 늘리는 것을 성과로 여긴다. 그러나 그 중에서 의미있는 매출과 투자액을 가진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CES의 경우 기본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회이다. 올해 주요 참가 대기업도 B2B보다는 B2C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훨씬 많았다. B2C 스타트업 중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며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준비가 된 기업만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가 핵심일 수 있는데, 민간 중심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윤석열 대통령도 이야기했듯, 창업생태계는 민간과 시장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도 여러번 경험해봤지만 스타트업은 도움과 이익이 되면 알아서 움직인다. CES 참가가 도움이 되면 자신들 돈으로 참가한다. 정부와 공공은 필요 경비 일부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면 된다. 매년 한국인들의 경쟁적인 CES 참가 열기로 인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CES에 대한 FOMO (Fearing Of Missing Out)현상까지 생겼다고 한다. CES에서 모여야만 소위 말하는 “인싸”가 된다는 것이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4조 6천억원 삭감되고, 여행수지 적자는 매달 10억 달러를 웃도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CES에 이어 MWC, 이제는 슬러시(Slush)까지 한국인들이 장악한다. 이제 매출과 이익이라는 비즈니스의 본질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코엑스보다 CES에 한국인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이제 종식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