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기 위해 3000명 넘는 전국 중소기업인과 영세 건설업자, 소상공인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모인다. 1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기업인 수천 명이 국회에 모이는 건 유례없는 일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에서도 법이 적용된다. 2024.1.25/뉴스1

지난 25일 본회의에서 유예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며 1라운드가 막을 내렸지만, 오는 1일 본회의를 앞두고 중소기업계와 국회 사이에 2라운드가 막을 올린 셈이다. 해당 법은 지난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되기 시작했다.

30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 등 17단체는 31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중소기업 대표 3000여 명이 참석해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불발 규탄 대회’를 기자회견 형식으로 개최한다. 이날 행사에는 중소기업계 대표 3000명에 더해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의 직격탄을 맞는 중소 건설업체 관계자 2000명이 참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최 측 목표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법을 두고 중소기업계에서는 ‘제2의 최저임금 인상’ 같은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자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견디지 못한 업체들은 폐업에 이르며 고용이 급감한 것처럼 중대재해법 시행이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대재해법은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모두 반대했지만, 국회가 막무가내로 통과시켰다”며 “취약한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 유예가 기필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이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따른 충격보다 강한 경영 부담과 근로자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우리나라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2019년 8350원으로 2년 만에 30% 가까이 폭등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식당과 커피숍 등에선 키오스크가 늘었고, 마트에는 무인 계산대가 확대됐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를 낳은 것과 같이 일자리의 안전을 위한다는 중대재해법이 다시 한번 일자리 축소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국장은 “직원 6~7명을 두던 업장에선 법 적용을 받지 않게 3~4명으로 줄이겠다는 말이 나온다”며 “새로 법 적용을 받는 83만곳 중 절반의 사업장에서 직원 1명씩만 줄인다고 해도 일자리 40만개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이제 중대 재해 사고가 나면 업주는 무조건 변호사를 구할 수밖에 없다”며 “형사는 기본이 1000만원인데 영세 자영업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대표 1명이 영업, 생산, 총무 등 1인 다역을 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 재해 사고가 일어나면 사실상 폐업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중소기업은 대표가 수사받으려 며칠만 자리를 떠도 멈춰버릴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대비를 위한 지원과 교육도 전무한 현실에서, 예방 효과는 못 거두고 처벌받는 기업인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종호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50인 미만이면 겨우 먹고사는 영세 업체”라며 “일 터지면 대표를 구속한다고 할 게 아니라 현장에 와서 10분이라도 교육해 주고, 매뉴얼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명확하지 않고, 지키기도 어려운 법이다 보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문제를 키울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교수는 “지금 법은 고용노동부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제대로 답변을 못 하고, 민주당도 지키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접도록 하고, 해외로 떠나게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