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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창업한 스타트업인데, 현재 매출은 ‘제로’입니다. 유치한 투자 금액은 누적 10억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직원수는 4명입니다. 근데 2031년 매출 목표는 7조원입니다. 세계 시장의 40%를 과점하겠다고 합니다. 당최 가능한 그림일까요? 답은 ‘그렇다’는 겁니다. 물론 실패할 확률도 크긴 합니다만, 이 스타트업이 추진하는 제품 개발이 성공한다면 7조원이 아니라, 그 이상도 불가능한 그림은 아닙니다.

솔리텍의 이야기입니다. 창업자인 이호춘 CEO는 DGIST 에너지공학부 교수입니다. 카이스트에서 학·석·박사를 받았고, 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에서 포스트닥을 했습니다. 2001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LG화학에서 2008년까지 전해질을 연구개발(R&D)했습니다. DGIST 교수로 있으면서도 LG화학에 컨설팅했습니다.

말하자면 배터리 전문가입니다. 풀려는 문제는 ‘전고체전지’입니다. 현재의 리튬이온전지는 액체라서, 사실 불안정합니다. 화재나 폭발이 위험성이 있는데다, 에너지 밀도도 낮습니다. 고체로 배터리를 만들면 안정성이 최고로 올라갑니다. 전기차의 진짜 배터리는 결국 전고체전지가 될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은 거의 만장일치입니다. 단, ‘언제’가 될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어떤 물질이 전고체전지로 적합한지’도 모릅니다. 산화물계, 황화물계, 고분자계 등 여러 물질이 후보군이며, 도요타, LG엔솔, 삼성SDI, 이데미쓰코산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치열하게 연구개발 경쟁 중입니다.

솔리텍은 기존 대기업들이 내세운 후보 물질과는 전혀 다른 ‘크리스털라이트(crystalyte)’라는 물질을 전고체전지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crystalyte 은 솔리텍이 독자 개발한 신개념 고체 전해질입니다. 10년 뒤 한국을 먹여 살릴, 힙한 키워드인 ‘전고체전지’지만, 막상 제대로 아는 사람은 뜻밖에 드물더군요. 물론 쫌아는기자들도 포함해서요. 이호춘 창업자가 전고체전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이호춘 솔리텍 대표. /솔리텍 제공

◇삼성이 개발하는 ‘황화물 전고체’의 불편한 진실...‘황화물은 고체인데도 불이 붙는다”.. 신물질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

-솔리텍은 전고체 전지 스타트업인데요?

”예. 솔리텍은 새로운 전고체 전지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전기자동차나 스마트폰, PC에서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는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씁니다. 이런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게, 전고체 전지입니다. 왜 전고체 전지냐. 예로 들면 전기차라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고, 화재 사고 안전성을 크게 낮추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딥하게요. 전고체가 꿈의 배터리라는 이야기는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도통 모르겠어요, 그게 뭔지.

”고체 전해질은 현재 도요타라든가, 삼성, LG, SK 등 전세계 배터리 기업들이 모두 열심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솔리텍은 이런 대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으로 개발한 새로운 카테고리의 고체 전해질을 씁니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황화물이라는 고체 전해질을 쓰고 있어요. 삼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황화물은 기술적으로 상용화에 가장 가까운 고체 전해질로 알려졌습니다. 흔히 세라믹으로 얘기되는, 산화물계 전해질도 있습니다. 고분자계 전해질까지 대략 세 가지 정도가 있어요. 황화물계가 상업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매우 멀어요”

“도요타는 2027년을 상용화 시기로 발표하고 있긴 합니다만, LG 같은 경우는 2030년까지 가도 쉽지 않겠다는 말을 해요. 그렇게 어려운 걸까. 현재처럼 액체 전해질을 쓰면, 전극 사이에 리튬이온이 원활하게 잘 이동합니다. 양극과 음극을 왔다갔다하는데, 전해질이 액체가 아니라 고체가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양쪽이 딱 붙어야 하는데 고체이다 보니 만만치 않아요. 돌덩이 두 개를 붙여놨다는 겁니다. 황화물 같은 경우엔 이런 돌멩이 두 개를 밀접하게 딱 붙이기 위해 양쪽을 굉장히 큰 압력으로 눌러줍니다.” (@인터뷰에선 ‘황화물’ 이야기가 계속 등장한다. 현재 가장 유망한 전고체 신물질이 바로 황화물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뒷부분에선 논문을 인용해 황화물의 단점도 언급된다. 불이 붙는데다 물과 만나면 황화수소라는 위험물질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황화물은 도요타나 삼성 등 글로벌 대기업이 선택한 ‘가장 유력한 전고체 신물질 후보’이다. 황화물 단점의 장벽을 넘을 자신이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고체를 전해질로 쓰니까, 다들 연구개발에 고생할 수밖에 없겠네요. 솔리텍은 전혀 다른 접근 방식?

”디지스트 에너지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실험실에서 개발한 새로운 고체 전해질이 크리스털라이트입니다. 독특한 특징이 있어요. 물론 배터리가 작동하는 대부분의 온도에서는 고체입니다. 녹는 점이 한 60~90도예요. 튜닝이 가능한데, 예를 들어 90도에선 액체가 됩니다.”

“솔리텍의 개념은 90도로 가열해 액체 상태에서 주입한다는 것이죠. 현재의 액체 전해질을 쓰는 배터리처럼, 주입할 때는 액체로 넣고, 다시 굳히면 고체 전해질로서, 전고체 전지를 완성합니다. 굉장히 간단하죠. 황화물계처럼 돌멩이 두 개를 큰 압력으로 붙일 필요도, 다른 물질처럼 엄청 높은 온도로 가열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회사 이름인 솔리텍도 ‘솔리드 컨택’의 줄임말이에요. 액체로 주입해서 붙인다는 뜻입니다. 전고체전지를 개발하는 모든 분이 가장 어려워하는 대목이 고체 간 접촉인데, 솔리텍은 쉽게 가능한 방식을 찾았다는 겁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도요타가 도전하는 ‘전고체’는 재료값이 현재의 10~100배

-크리스털라이트는 녹는점이 60~90도라고 했는데, 결국 높은 온도에선 현재 리튬이온전지의 액체 전해질처럼 폭발의 위험성은 여전하지 않나요?

”크리스털라이트는 솔리텍이 붙인 상품명입니다. 솔폰이란 유기물인데, 결정성을 갖는 특이한 물질입니다. 그 안에서 리튬 이온이 또 잘 이동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이 물질은 불이 잘 붙지 않아요. 90도 정도로 가열되면 액체 상태가 되겠죠. 근데 액체 상태일 때도 불이 붙지 않아요. 전고체의 강점인 안전성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솔폰이란 물질은 솔리텍이 처음 발견한 건가요?

”보통 탄소를 많이 포함한 게 유기물이라고 분류가 됩니다. 솔폰은 유기물인데, 엄밀히 말하면 산소랑 황을 갖고 있습니다. 황을 갖고 있으니까 황화물 아닌가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요.”

“솔폰이라는 물질은 솔리텍이 처음 발견한 게 아닙니다. 솔폰이라는 물질도 사실 종류가 굉장히 많아요. 수십, 많게는 수백 가지가 존재할 수가 있고요. 사실은 예전부터 배터리 전해질 연구할 때 많은 연구자가 관심을 가졌던 물질이고요. 고전압에 잘 견디는 등 우수한 특성이 많아요. 그런데 기존에 리튬이온배터리를 연구하는 사람들, 저도 포함해서 다들 솔폰은 상온에서 고체니까, ‘액체 전해질’로는 못 쓰겠네하고 치워놨던 거죠. 솔리텍은 일종의 발상의 전환을 했어요. 액체가 아니라, 고체로서 써보자.”

“수많은 솔폰 중에서 목적에 맞는 것을 고른 거죠. 리튬 이온과 잘 맞는 최적의 조합비를 찾고요. 솔폰을 한 종류 쓰는 게 아니라, 몇 종류를 같이 쓴다든가 하는 최적의 황금비를 솔리텍이 찾은 거죠.”

-그 조합비라는 건, 특허로 출원됐나요?”특정한 리튬이온과 특정한 솔폰의 범위를 국내 특허로 등록했고 미국 특허는 심사 중입니다.”

-도요타는 2027년에 황화물계를 써서, 전고체전기를 내놓잖아요? 대기업들은 현재 상용화의 어느 지점까지 왔나요?”황화물계 전고체 전지는 아까 말씀드린 접촉 문제 때문에 작은 스케일의 전지 정도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구현하고 있어요. 문제는 정말 실질적인 양산 전지로 만들고, 대량 생산할 수 있느냐. 공정이 굉장히 어려워요. 여기에다 재료도 비쌉니다. 현재 쓰는 전해질보다 10배나 100배 정도 비싸요. 설령 양산에 성공하고 규모의 경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굉장히 비쌀 것이다.”

-전고체 전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재보다 몇배나 비싸면 아무도 안 살 텐데요?”테슬라의 모델X로 대략 계산해보면, 현재 리튬이온배터리를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로 바꾼다면 주행거리도 늘어나고 안전성도 좋아질 수는 있지만, 가격이 한 3배가 됩니다. 1억 원짜리 테슬라 모델X가 한 3억 원 정도가 되죠. 차라리 그 돈이면 벤틀리이나 페라리를 한대 사지 않을까요? 솔리텍의 크리스털라이트도 현재 액체 전해질보다 싸지는 않아요. 한 10~20% 비싼 수준이죠. 이걸로 전기차 만들면 5% 미만으로 가격이 상승합니다만, 전고체 전지의 장점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준이라고 봐요.”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LG에 신물질을 제안하지 않는 이유...‘신물질’ 크리스털라이트의 세계

-크리스털라이트라는 이렇게 좋은 신규 물질이 있다는 걸 도요타나 삼성도 알 텐데, 그들은 이 물질을 연구하지 않잖아요? 거기도 똑똑한 인재들인데 그건 나름, 크리스털라이트로는 안 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 아닐까요.

“크리스털라이트는 솔리텍의 연구실 레벨에선 성능이 검증된 것이지만, 사실은 이제부터 솔리텍이 외부에 입증해 보여줘야 하는 거죠. 솔리텍은 ‘이제 된다’고 얘기하지만, 외부에서 ‘정말 가능하냐’하는 큰 전제에서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거죠. 솔리텍은 스타트업으로서 연구실의 성과를 외부에서 검증받기 위한 기업인 겁니다. 연구실과는 레벨이 다른 설비와 인력 구성들이 필요한 것이죠. 솔리텍을 창업한 이유도 ‘정말 의미 있는 수준의 전고체전지에서도 이 물질이 된다는 걸, 증명해 보자’는 겁니다.”

-테크놀로지의 진화에서 물질을 바꾸는 건, 아예 급이 다른 변화입니다. 이노베이션 수준이 아니라, 아예 판을 바꿔버리죠. 도요타, 삼성이 아닌, 스타트업이 판을 뒤짚는다는 건 쉽게 믿기 어렵습니다.

“LG화학에서도 예전에 7년 근무했었고 지인 분들도 굉장히 많지만, 아직 그런 분들께도 이런 이야기를 대대적으론 설명드리진 않고 있습니다. 이유 중의 하나는 국내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의 가치를 잘 평가 안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똑같은 기술이라도 미국 신생 기업이라고 하면, 훨씬 더 밸류를 주거든요. 솔리텍은 입증할 겁니다. 예컨대 스마트폰 정도에 들어가는 사이즈의 전지를, 솔레텍이 이 물질로 구현한다면, 대기업 분들을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겁니다.”

-LG에 이 물질을 제안해 같이 검증하면 보다 빠르게 할 수 있을텐데요?

”말은 쉽지만 불가능합니다. 우선 그쪽 분들도 굉장히 협업에 바빠요. 그다음에 검증됐을 때의 크레딧을 누가 갖느냐는 문제까지 겹치면, 대기업의 분들이 제대로 평가해주기는 어렵습니다. LG나 삼성 입장에선 솔리텍 같이 새로운 물질을 이야기하는 곳이 많지 않겠어요. 오는 곳마다 모두 평가해볼 수는 없잖아요. 바쁘니, 그 평가마저 외주를 주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좋은 물질이 있어도, 정말 애정을 갖고 실현되게끔 계속 튜닝 작업을 하지 않는 이상, 신물질이 성공적으로 조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연구실에서 방법을 찾은) 내가 직접해야한다는 결론입니다.”

-솔리텍은 현재 어느 정도 용량의 배터리까지 구현했나요? “올해 안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전지 정도 사이즈를 구현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받은 펀딩으로, 이번 달부터 본격적인 개발·제작에 들어갑니다.”

-현재 스마트폰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전고체전지’를 연내 구현한다? 양산까진 아니지만, 시제품을 만들어서 스마트폰 제조사에 보여주겠다?”맞습니다. 사실 솔리텍이 전기자동차 제조사와 소통할 때도 처음부터 큰 전지가 아니라, 스마트폰 사이즈를 가지고 합니다. 솔리텍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예전에 LG화학에서 같이 근무하셨던 분들이 미국에 많이 계시는데, 그분들 통해서 지금 포드나 GM 분들하고 화상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솔리텍 기술을 소개했고 ‘기술 재미있는 것 같다’ ‘시제품을 보내봐라. ‘고 합니다. 솔리텍 지상 과제는 빨리 시제품셀을 만들어서 그분들께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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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의 온도에선 액체가 됐다가 상온에선 다시 고체...액체 상태로 주입하면 딱 붙는 신물질

-시제품을 만들면 기술을 입증할 수 있겠죠.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스타트업이 양산까지 하기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결국 비즈니스니까, 그 단계에선 대기업에 기술을 팔 수도 있겠네요.

-시제품을 만드는 시점까지 매출은 없겠네요. 자금 조달은 어떻게?

-사실 신물질을 쓴다는 건, 굉장한 리스크잖아요? 이론상으로 되지만, 실제론 안 될 수도 있잖아요?

-예전에 PDP와 LCD가 경쟁했고, LCD가 승리하곤 PDP는 무대에서 사라졌죠. 솔리텍이 이긴다면, 도요타나 삼성의 전고체전지가 아예 사라진다는 건데요? 정말 삼성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창업자는 전해질만 20년 넘게 연구한 현장파 교수

-쉽진 않지만, ‘신물질로 전고체 만들었다’만 입증하면 곧바로 유니콘 밸류까지 갈 수도 있겠네요.

-4명짜리 스타트업입니다. 창업자가 곧 신물질 개발자인거죠?

-현재 겸직이시죠? 스타트업 대표는 모든 걸 걸어야 하는데, 반만 걸고 있는 것 아닌가요? 심지어 신물질을 개발하는데?

-역발상으로, 대기업들도 도전하지 않는, 신물질에 도전할 수 있는 건, 오히려 교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신물질 '크리스털라이트'로 전고체 전지 개발에 도전하는 연구자들.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이호춘 창업자. /솔리텍 제공

◇황화물은 길이 아니다?...“물과 만나면 황화수소로, 질식사의 위험도 있다”

-삼성이 개발 중인 ‘황화물은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유가 뭡니까?

-솔리텍의 크리스털라이트도 해결할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한국 나이로 51살 때 창업했습니다. 후회하지 않나요?

-신물질로, 100% 안전하고 성능이 좋은 전고체 전지를 만들면 노벨상 가능하지 않나요? 꿈의 배터리를 만든거니.

-기술이전보다 창업을 택한 이유는요? 그냥 개발한 기술을 다른 기업에 이전하는게 편할텐데요.

-대기업은 증명된 것만 쓰려고 하지, 증명 안 된 걸 증명될 때까지 끌고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