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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창업이 1년 만에 실패한 뒤 무슨 사업을 하든 ‘3년만 버티자’가 목표였던 창업가가 있습니다. 3년만 버티자고 시작한 여행 사업은 벌써 12년째를 맞이했고, 세계 여행 업계가 몰락하던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성장했죠. 팬데믹 이후에만 2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고, 기업가치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에 육박한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누적 회원 수가 730만명 이상인 여행 플랫폼 기업 ‘마이리얼트립’을 창업한 이동건(38) 대표 이야기입니다.

팬데믹을 거치며 생존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 대표를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마이리얼트립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5년이면 70%가 사라지는 냉혹한 스타트업 업계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 대표는 이제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엔데믹으로 하늘길이 열리고 해외여행이 부활하면서 마이리얼트립은 작년 여름 성수기 처음 흑자를 내는 등 안정 궤도에 올랐지만, 안주보단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개발 인력을 늘리고, 다른 여행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그간 손대지 않던 패키지 여행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이 대표가 구상하는 마이리얼트립의 차기 성장 로드맵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의 생각 끝에 우리가 꿈꾸는 여행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장련성 기자

◇팬데믹으로 거래액 -99%, 이제는 팬데믹 전의 2배 이상

-마이리얼트립은 20~30대 자유여행객을 주고객층으로 삼아 커왔습니다. 지금의 사업을 설계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창업할 당시 해외 여행객은 대략 1200만명 정도 됐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패키지 여행객이었습니다. 자유여행객은 이제 막 급증하는 시기였는데, 자유여행객을 위한 제대로 된 플랫폼이 없다는 생각을 했죠. 자유여행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내가 런던에 가면 뭘 먹고, 뭘 하고 놀지’였습니다. 부킹닷컴이나 스카이스캐너 같은 곳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풀면 정말 큰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죠.

2012년 창업한 마이리얼트립은 패키지 여행 상품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해체해 하나씩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웠습니다. 현지 가이드 투어 중개부터 시작해 레저·액티비티와 항공권, 호텔·한인민박, 렌터카 등 자유여행객이 필요한 요소를 하나씩 고를 수 있게 서비스를 구성했죠.”

-작년 7월 월간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고 들었는데, 1등 공신은 어떤 사업이었습니까?

”투어 액티비티 등 기존 사업이 전반적으로 모두 기여했지만, 아무래도 여름 성수기에 해외여행이 부활하면서 항공권 판매가 굉장히 크게 기여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이 올해 초 온라인 항공권 발권액 기준 국내 2위(1위는 인터파크)입니다. 2019년만 해도 이 순위가 18위 정도 했습니다. 지금은 온·오프라인으로 합쳐도 3~4위 수준입니다. 엄청나게 성장한 거죠.”

-마이리얼트립에서 항공권을 구매하면 어떤 메리트가 있는 건가요?

”아무래도 최저가가 가장 큰 메리트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보통 항공권 구매의 가장 큰 허들은 취소·환불·재발행입니다. 고객들은 개인 사정에 따라 여행 스케줄을 바꿀 필요가 잦은 편인데 외국계 회사들은 대부분 대응이 엉망이에요. 전화하면 무한정 기다리거나 이메일로만 접수를 받는 회사도 있고, 낮은 가격만 보고 결제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그렇다 보니 여행 커뮤니티에선 그냥 공홈(항공사 홈페이지)에서 구매하라는 팁까지 있을 정도죠. 저희는 이걸 최대한 빨리 처리할 수 있게끔 자동화하는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죄송스러울 때가 잦지만, 막상 전화를 받다 보면 굳이 사람이 처리하지 않고도 컴퓨터가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보니 이걸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줄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전과 비교하면 실적은 어떤가요?

”팬데믹이 터진 2020년만 해도 거래액의 99%가 줄어들 정도로 타격이 심했습니다. 그때부터 (생존을 위해) 국내 여행 사업을 시작했고, 덕분에 2022년까지만 해도 국내 여행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습니다. 지금은 그 고객들이 해외여행으로 빠지고 있고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3배 정도 뛰었고, 그 밖에 이용자 수 등 거의 모든 지표 역시 2~3배 정도 뛴 것 같습니다.”

-팬데믹이 여행 산업을 어떻게 바꿨다고 보시나요?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팬데믹 기간 정말 많은 회사가 기술 투자에 집중한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에 근간을 뒀던 회사들도 앱 개발 등에 매진하면서 전반적인 기술 수준이나 IT 대응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마이리얼트립 역시 마찬가지고요. 사실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기술에 투자했을까 싶기도 합니다.목적지 관점에서 보면 작년 기준 일본 같은 아시아권 근거리 여행이 훨씬 강화됐어요. 항공 산업과 관련이 있는데, 저가항공사(LCC)들이 하늘길이 막힌 팬데믹 기간 굉장히 힘들었다 보니 재취항을 할 때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단 확실한 노선에다가 공급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 확실한 노선이 (인기 관광지인) 일본, 베트남, 태국이었습니다. 이 3개 목적지에 엄청 드라이브를 건 거죠. 다만 좀 흥미로웠던 건 이 세 나라를 찾는 사람들이 유명 관광지보단 소도시를 찾는 등 여행 방식도 진화했습니다. 베트남을 예로 들면, 다낭이나 나트랑보단 푸꾸옥이나 달랏 같은 비교적 덜 알려진 같은 곳을 많이 찾는 거죠. 이런 여행 트렌드는 이제 유럽 여행에도 번졌고, 마이리얼트립 역시 파리 지베르니 고흐마을 투어나 바르셀로나 근교 몬세라트·시체스 투어, 로마의 아시시·오르비에토 투어 등 소도시 투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도시 트렌드에 맞춰서 항공사들의 취항도 많아졌고요.”

◇여행을 계속 쪼개는 마이리얼트립

-기술에 많이 투자했다 하셨는데,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는 야놀자처럼 앞으로는 IT나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더 집중할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당연히 고민해 볼 수 있는 옵션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야놀자와 달리) 좀 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계속 C(고객)의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원래 주요 고객은 20~30대 자유여행객이었습니다만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50대 이상 여행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여행을 엄청 다니는데, 은퇴하셨거나 자영업을 하시는 분이 많다 보니 연차에 얽매이지 않고 여행 경비 역시 (젊은 세대보다) 넉넉히 쓰는 편입니다. 사람 수로 보면 20~30% 비중이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50%가 넘죠.”

-그래서 지난해 육경건 전 하나투어 대표를 영입하고, CIC(사내벤처기업)로 패키지 여행 시장에 진출한 거군요.

”네, 많은 분이 기존 대형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과 무슨 차이를 갖느냐고 물어보는데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2년간 마이리얼트립이 한 건 패키지 여행 상품을 하나씩 해체해온 겁니다. 샌프란시스코 5박6일 패키지, 미국 동부 패키지 이런 걸 항공권 따로, 숙박 따로 떼어내고 요세미티 투어와 샌프란시스코 시내 투어, 스탠퍼드 투어를 다 쪼개고 식당 예약부터 여행자 보험, 교통편도 다 쪼개 판매했습니다. 12년간 쪼개기만 한 거죠. 이렇게 쪼개놓으면 20~30대 자유여행객들은 알아서 골라서 잘 조합합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그게 쉽지 않습니다. 젊은 사람들처럼 분명한 취향이 있고 선호하는 여행이 있지만, 그걸 일일이 조합한다는 게 즐겁기보단 귀찮거나 하기 어려운 일에 가깝죠. 우리는 이미 쪼개놓은 2만4000여개의 상품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마치 피자 토핑처럼 조합해 수천, 수백만 가지 개인 맞춤형 패키지 여행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대형 여행사가 보유한 패키지 여행 상품 종류를 제가 직접 세어보니 많아야 1000여개 수준이더군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그럼 마이리얼트립의 50대 이상 시니어 고객층 비중은 얼마나 되나요?

”아직은 20~40대 비중이 80% 이상입니다. 저희가 풀어야 할 숙제죠. 물론 부모님 여행을 대신 잡아주는 고객들도 꽤 느는 것 같습니다.”

마이리얼트립 서비스 화면 /마이리얼트립 제공

◇시니어를 마이리얼트립으로 끌어올 수 있는 이유, 제로 마진을 시작한 이유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시니어들은 적어도 수백만원의 경비가 깨지는 여행을 스마트폰 앱으로 원터치 결제된다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쿠팡이 잘 돼도 왜 하이마트가 건재한지 알게 됐죠. 심지어 아예 자유여행을 경험해보지 못하신 분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그냥 패키지 여행이라고 생각하시고 마이리얼트립을 찾아왔다가 생각과 다르다 보니 그냥 돌아가시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시니어도 세대교체가 되고 있습니다. 마이리얼트립도 벌써 12년 된 회사잖아요. 마이리얼트립이 처음 나왔을 때 즐겨 사용하시던 40대 자유여행객들이 이제 50대 이상입니다. 대형 여행사들도 40명씩 몰려다니는 패키지 여행 시장은 끝나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한 항공사와 미팅을 했는데,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전체 좌석 중 패키지 여행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졌다고요. 이제 정말 패키지는 사멸해가고 있습니다. 사실 누구나 가족끼리, 개인 취향대로 여행하고 싶어하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단체로 버스를 타고 식사를 하는 걸 즐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실제 대형 여행사 대표님들의 신년사나 전략 발표를 보면 오히려 저희 목표와 매우 비슷합니다. 커넥티드 트립, 수퍼앱 등 표현만 다를 뿐이지 같은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죠. 정리하면 저는 모든 시니어 여행자들의 자유여행 니즈(수요)는 확실한데, 사정상 희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조합 형태 패키지는 기존 패키지 여행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나요?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다른 비행기와 호텔을 이용하고, 자신에게 맞는 투어를 해주는 패키지 상품이 있다면 이건 기존 패키지 상품과는 완전히 다른 상품이기 때문이죠. 또 그룹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개별 여행 상품을 하나씩 모아놓은 것보단 분명히 싸집니다. 물론 패키지 여행 이용자들이 200만원 이상은 쓰지 않겠다 같은 심리적 저항선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문제는 저렴한 라인업부터 중급, 고급 라인업까지 다 갖춰놓으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오히려 기술적 구현이 더 어렵습니다. 항공권, 숙박, 투어 티켓 등 여행 상품 요소별로 유통 구조가 너무 달라서 이걸 자유롭게 조합하려면 모든 게 플랫폼 안에 내재화시켜야 하는 등 기술적 복잡성이 생깁니다. 저희는 이걸 위해 구현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플랫폼 뒷단 기술 투자에 집중해왔습니다. (기술 구현은) 이달에 끝날 예정입니다. 가령 지금 마이리얼트립 화면은 이용자마다 모두 화면이 다릅니다. 손흥민 선수를 좋아하면 관련 여행 상품이 바로 떠 있죠. 사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이렇게 기술에 집중 투자했을까 싶습니다.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이런 기술 분야에 투자했거든요. 기술 스타트업이란 정체성은 이런 데서 비롯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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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개발 인력이 많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되나요?

-1월부터 ‘제로마진’ 정책 도입했던데 수익성에 악재가 되진 않을까요.

◇“우리의 최대 경쟁자는 네이버와 구글”

-여행업계가 유독 힘들었던 시기에 투자를 잘 받았는데, 대표님만의 IR 비결이 있으신가요?

-그럼 마이리얼트립의 최대 경쟁자는 누구인가요?

-이번 시리즈 F단계 투자 유치 때는 해외 투자기관들이 많이 참여했던데, 해외 투자기관들은 국내 투자기관과 시각 차이가 좀 있나요?

◇“한국에 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확장, 예약건수 전년 대비 4배 늘어”

-해외 투자를 받았으니 해외 진출에 대한 기대도 있을 법한데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올해 여행 트렌드 변화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