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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구조조정을 앞둔 MCN 스타트업, 샌드박스네트워크(이하 샌드박스)의 창업자 이필성 대표의 전화를 받고 갑작스럽게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작년 4분기. 샌드박스는 2023년 4분기 흑자를 기록합니다. 4분기 영업이익 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 이후 6년만의 분기 흑자입니다.
2022년 11월 이필성 대표는 살을 깎아내야 하는 고통을 이야기했습니다.
[[쫌아는기자들] 구조조정하는 샌드박스의 창업가 이필성 인터뷰]
오늘 이야기는 그 고통을 어떻게 이겨냈고, 그 가운데 그가 느낀 점. 무엇보다 급속하게 바뀌는 미디어와 콘텐츠 시장에서 샌드박스의 성과와 미래 전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샌드박스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상장 준비 작업에 들어가있기도 합니다. ‘유튜브가 어떻게 돈이 된다는거야?’라는 질문이 나온지 10년쯤 된 것 같습니다만, 이제 그걸 냉정한 시장의 평가로 증명하겠다는 것이죠. 이 대표의 인터뷰에는 스타트업 혹한기 어려운 결정과 고통을 감내한 창업자들을 위한 위로도 있었습니다.
“창업자, 대표들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 완벽주의를 지향하려고 합니다. 재무도 잘하고, 영업도 잘하고, 투자도 잘 받고, 인격도 좋고, 추진력도 좋은. 전인적, 초인적 존재를 기대하고 그렇게 되려고 합니다. 완벽한 존재가 아니면 나는 인정받고, 사랑받고, 성공할 자격이 없어.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이 아이디어 갖고 창업해서 여기까지 온 것도 잘했다’고요.”
◇제작 사업 대폭 정리...“이제는 크리에이터 지원 본업 자체로도 B.E.P 가능”
-여러 사업을 축소했는데도, 4분기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이 말은 결국 과거에 벌렸던 사업들이 비효율적이었다는 말이었는데요.
“초기 MCN을 처음 창업했을 때는 MCN만으로는 이익 창출이 어려웠기에 사업 확장을 고민했고,여러 방면으로 시도했었죠.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고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시장을 다시 바라보니, 이제는 MCN 그 자체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크리에이터 한 명 한 명의 영향력이 커지고 메인스트림으로 많이 올라왔기 때문이에요.
지난 구조조정을 통해 신사업 정리와 조직 슬림화 과정이 고통스러웠지만, 이제는 회사가 돈을 잃지 않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저희가 하는 비즈니스는 크리에이터 분들에게 좋은 성장 기회를 드리고 함께 사업을 하는 것이고, 사업을 분석하자면 광고 사업과 IP 사업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두 사업 모두 꾸준한 성장과 이익이 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짝 흑자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샌드박스의 흑자 전환과 B.E.P 돌파. 계속 기대할 수 있을까요.
“광고 사업은 계절적 영향으로 연말인 4분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연초에는 기업들이 광고 지출을 줄입니다. 올해 1분기는 소폭 적자 혹은 손익분기점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MCN은 매체 비즈니스와 유사해서 콘텐츠와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는 유지해야 하므로 비용은 일정하게 지출됩니다. 그래도 매출은 꾸준한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과거와 달리 사업 조직을 많이 슬림화해서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돈을 잃는 구조는 아닙니다. 올해 연 단위로 봤을 때 충분히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엔 직접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기도 했었습니다. 최근엔 샌드박스가 제작한 화제의 콘텐츠가 줄어든 것 같은데요. 직접 기획 줄어들면 영향력도 줄어드는 것 아닐까요.
“과거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를 돕는 MCN 사업 외에도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었습니다. 콘텐츠 영역에서는 직접 제작 콘텐츠에 많이 투자했었죠. 크리에이터의 채널에서 크리에이터 IP를 활용해 중대규모 제작을 진행하기도 하기도 했습니다. UFC 선수였던 정찬성 선수가 나왔던 ‘좀비트립’이나 ‘밥맛없는 언니들’, ‘힙합 흑수저’ 같은 예능 들이죠. 문제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유튜브에서는 인물 중심 채널이 아니면 수익성 담보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프로그램 단위의 IP가 잘 생기지 않았던 거죠. 유튜브에서 잘 되는 채널들을 보면 ‘미스터 비스트(세계 최다 구독자 수준, 2억명이 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처럼 인물 중심의 채널입니다. 결국 크리에이터라는 인물 중심의 스타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예를 들어 유명 연예인들이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예능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 국민이 아는 스타급, ‘신동엽의 짠한형’ 같은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신동엽이라는 크리에이터를 믿고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엔 제작비가 어느 정도 회수될 것인지 예측이 가능해요. 그런데 순수 제작하는 예능의 경우, 프로그램에 대한 IP가 생기기 어렵습니다. 모든 제작 예능이 잘 안 된 것은 아니고 일부는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제작비 회수가 되지 않았던 프로그램들이 있었죠. 그게 참 어려웠어요. 그래서 현재는 이런 직접 제작 콘텐츠 부분을 많이 슬림화한 상태입니다. MCN 본연의 사업, 즉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 외에도 여러 사업을 접거나, 축소했습니다.
”과거 샌드박스는 e스포츠 리그 제작에도 뛰어들었었죠. 당시 e스포츠는 게임사들이 팬들에게 환원하는 차원에서 제작 예산을 많이 투입했어요.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그런 예산이 크게 줄었고, 결국 샌드박스도 e스포츠 제작을 줄여야 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도 했었는데요, 유튜브가 글로벌 플랫폼이다 보니 회사의 도움 없이도 글로벌 확산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어요. 다만 중국은 유튜브가 없어서 중국 로컬화와 중국 플랫폼 업로드를 지원하는 활동을 했었죠. 이런 부분들도 현재는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적자가 컸고 장기 투자가 필요했던 사업이 PB상품과 굿즈 커머스였어요.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브랜드화한다면 수익성이 높을 거라 생각해 시도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고 브랜드 형성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여력이 없어 중단하게 되었죠. 굿즈 커머스 플랫폼 역시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라 접게 되었습니다.”
◇“팬심이 있다면 어떤 물건도 산다”... 유튜브 커머스의 세계
-크리에이터 IP를 기반으로 한 수익모델, 유튜브 광고 외에도 찾아야할텐데요. 커머스 시도가 여러 MCN에서 있었습니다.
“크리에이터 기반 커머스는 앞으로 계속 화두가 될 겁니다. 제가 정의한 이 영역의 커머스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됩니다.
첫째는 팬심에 기반한 크리에이터 굿즈 커머스입니다. 크리에이터에 대한 팬심이 강한 채널들이죠. 실제 물건의 유용성이나 상품성, 쓸모보다는 팬심이 핵심입니다. 팬들은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굿즈라면 유용성과 상관없이 구매 욕구가 생기니까요.둘째는 크리에이터의 전문성이 녹아든 PB 상품이에요. 크리에이터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기획, 개발된 제품들이죠. 셋째, 크리에이터와는 큰 관련이 없지만, 크리에이터가 판매하기에 잘 팔리는 제품들이에요. 크리에이터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제품 자체가 유용하고 쓸모가 있어야 합니다. 이 셋 중에 첫번째 시장이 시장성이 있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커머스 사업을 축소했지만, 계속해서 여러 시도는 해봤고요.”
-팬 기반 커머스가 성공했다면, 그래도 몇몇 시도를 해봤겠군요. 쓸모없는데도 팬들이 사준 물건을 무엇이고, 커머스 전략이 안 먹히는 채널은 어떤 채널인가요.
“가장 최근에 침착맨(전 웹툰 작가 이말년)의 ‘장패드’ 굿즈는 굉장히 잘팔렸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같이 기획을 하고 판매를 하는데… 크리에이터 굿즈 중에 잘 팔리는 제품과 안 팔리는 제품이 극명히 나뉩니다. 크리에이터 중에서도 강력한 팬심보다는 정보전달, 그러니까 보고나서 반응이 ‘재밌네, 유용하네’ 정도로 끝나는 채널이 있습니다. 또다른 채널은 ‘이 사람 너무 좋아, 이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을 사고 싶어!’라는 팬심이 생기는 채널이 있죠. 아프리카의 BJ, 트위치의 스트리머 같은 분들이 이런 채널에 속합니다. 반대로 정보전달, 스토리 기반 기획 콘텐츠 채널에서는 이런 팬심이 나오기가 쉽지 않죠.
버츄얼 유튜버, 서브컬쳐 유튜버 등도 작고 탄탄한 팬덤들이 있습니다. 한번에 몇십만원씩 굿즈를 지출하는 분들도 있었는 것요. 그래서 이 수익구조가 아주 마이크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아이돌 팬덤과 같은 산업화가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분절이 너무 심하긴 합니다만…어쨌거나 수요가 있고, 시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기반 굿즈 비즈니스, 더 확장하면 크리에이터 기반 팬덤 비즈니스가 이제 시작되고 있는 것이죠. 팬덤의 수익성이 증명됐고, 팬덤에 투자해야 할 이유도 찾았으니까요.”
-결국 콘텐츠 비즈니스는 앞으로 광고보다는 직접 시청자, 팬들의 지갑을 여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트래픽보다는 IP 기반, 단순 광고보다는 브랜드나 직접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직접적인 수익권으로 가야 합니다. 드라마나 방송도 IP를 키우고 직접 OTT에서 VOD를 판매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죠. 예전처럼 대규모 방송 광고로 수익을 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가장 앞서가고 많은 걸 보여준 영역이 K-Pop이고요.
샌드박스도 이런 방향성을 계속 추구할 것입니다. 단순히 트래픽만 많은 유튜브 채널을 모아 광고를 파는 방식으로는 캐시카우 역할은 하지만,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광고 비즈니스를 확장하거나 광고 영향력을 기반으로 제품을 파는 영역을 넓혀야 합니다.
과거 샌드박스 1.0 시절에는 빠른 성장이 요구되는 시기라 5개에서 10개의 신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5개쯤 실패를 각오하고 도전할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는 시장 변화 속도가 빠르고 자본이 활발히 유입되는 상황이라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하며 속도를 낼 수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돈의 가격이 비싼 시대입니다. 어떤 전략으로 갈지 명확히 판단하고, 한 방향을 날카롭게 잡아 자금을 아끼며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전에 하던 사업을 다시 붙여나가기보다는, 자본 조달과 운영의 기조 자체를 달리하는 것이죠.”
◇유아동 베스트셀러 10권 중 3~4권은 샌드박스의 IP
-비용 지출을 줄인다는 것은, 콘텐츠와 크리에이터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샌드박스의 핵심 경쟁이 그만큼 성장이 제약된다는 해석을 내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을 수 있습니다. 저희도 자체 제작 예능, 자체 채널, 유튜버 매니지먼트 등 여러 사업을 진행하며 콘텐츠 구색을 넓혀왔죠. 많으면 좋은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양성 추구가 조직 몰입도 측면에서 과연 유리한지 돌이켜 봐야 합니다. 콘텐츠라는 결과물은 비슷해 보여도, 유튜버 매니지먼트와 콘텐츠 제작은 전혀 다른 속성의 업무더라고요. 필요로 하는 조직의 역량도 다르거든요. 샌드박스는 투자금이 많을 때, 가수 육성까지 시도해 보기도 했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속성이 다른 여러 일들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다보니, 오히려 조직 몰입도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어요. 이런 시도들이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구색을 넓히는 게 좋아 보여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의 샌드박스는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어떤 사업에 집중해야 할지 냉철하게 판단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유튜브 광고 시장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유튜브 프리미엄이 대중화되고, 쇼츠가 활성화됐고, 채널마다 광고하는 방식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아예 자체 커머스 채널을 만든 곳도 있더군요.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유튜브 내에서의 광고가 점점 더 성과 지향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방송에서도 단순 광고보다는 효능을 설명하고 홈쇼핑으로 연결해 직접 매출을 창출하는 식의 광고가 주를 이루게 된 것처럼, 유튜브에서도 시청자들에게 공부를 권하거나 제품 구매 시 할인을 제공하는 등 광고 효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형태의 광고가 각광받고 있죠. 광고주들도 이런 성과 기반 광고를 선호하고, 시청자들도 이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습니다.흐름에 발맞춰 저희도 광고 효과를 고도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커머스 기능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 이제는 광고와 판매를 직접 연계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거든요. 그러다 보니 흥미로운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요. 유튜브 내에서 물건을 제일 잘 파는 채널이 정치 채널입니다. 정치적 관점을 공유하는 시청자들의 결속력이 강해, 해당 채널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구매 전환율이 높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샌드박스는 유아동 IP에도 강점이 있습니다. 이 시장의 IP 기반 비즈니스도 경쟁력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정치 채널은 구매력 있는 중장년들이 많이 보시니까요. 마치 어른들이 즐겨보는 TV 홈쇼핑처럼, 유튜브에서도 타겟 시청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을 판매하면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는 거죠. 주 판매 제품은 건강 식품이고요. 아예 이런 정치 채널에 쇼핑몰을 구축해주는 비즈니스도 생기고 있으니까요. 샌드박스 내부에도 원래 다른 콘텐츠를 주로 하던 채널인데, 최근에 크리에이터가 아이를 낳으면서 육아 유튜버로 바뀐 채널이 있습니다. 그 분이 소개하는 가습기, 육아용품들이 잘 팔리고 있어요. 커머스 확장의 경우, 유튜브에서 단위당 생산성이 증가하려면 앞서 말했던 IP 기반 비즈니스, 소비자에게 직접 돈을 받는 것인데요. 유튜브 내 콘텐츠 영역에선 유아동 영역이 이 비즈니스가 작동합니다. 과거 TV 애니메이션 채널에서 ‘터닝메카드’를 틀어주고 완구를 판매했듯이, 지금은 유아동 유튜버들이 책을 출판하거나 완구 라이선스 사업을 펼치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요. 최근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톱 10개 중 3~4권은 샌드박스가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IP를 활용해 라이선스로 제작했거나, 직접 출판한 책입니다.”
-그런데 이런 IP 커머셜라이즈가 대중화되면 노하우나 상품화 과정도 크리에이터 사이 널리 퍼질겁니다. 그러면 샌드박스만의 노하우, 경제적 해자가 약해지는 것 아닐까요.
“유아동 유튜버의 경우 IP화와 커머셜라이즈를 위해 콘텐츠 육성 방식이 일반 성인 유튜버와는 다릅니다. 처음 유튜버는 날것 그대로의 콘텐츠를 올리고, 여기서 반응이 오지만 이를 상품화하는 과정은 구성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창업 과정이죠. 크리에이터나 채널의 핵심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를 구성하는. 예를 들어 등장인물의 티격태격이나 관계를 형성하든지요. 이런 과정을 거쳐야 출판물로 발전시키는 등 체계적인 과정을 밟을 수 있죠.
출판으로 넘어가서 부모 완구 라이선스 사업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재미로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팬덤을 형성해 능동적으로 관련 상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거예요. 팬이 되니까 완구를 하고, 책을 사고, 광고를 보고도 광고를 스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광고를 듣게 되거든요. 직접 수익화가 가능해지니 단위당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셈이죠. 하이브나 SM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아이돌 수익구조를 보면 광고 수익은 그리 크지 않고, 앨범이나 굿즈 판매 등 직접 수익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IP의 비즈니스화가 가속화되는 것이죠.”
-콘텐츠의 단위당 생산성이 높아질 분야는 어디가 있을까요. 중장년의 정치, 유아동 IP 외에는요.
“성인 유튜버 중에서는 10~20대 남성 타겟의 서브컬처 콘텐츠, 예를 들면 버츄얼 유튜버나 스트리머 등이 IP화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20대 여성 타깃은 셀럽. 우상화할 수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투자가 될 것 같고요. 앞으로도 이런 영역의 유튜버들을 영입하고, 이들의 콘텐츠를 고도화해 팬덤을 형성하고 커머스와 연계하는 투자를 지속할 생각입니다. 시청자들이 해당 유튜버가 추천하는 제품을 사고 싶어 하고,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게 목표예요. 광고 수익을 넘어서는 직접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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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버츄얼 아이돌로 기업가치 1조 돌파도...핵심은 IP 발굴과 팬덤 몰입”
-샌드박스는 내년 상장이 목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기업가치를, 어떻게 인정받을 것 같나요. MCN으로 우수한 기업가치를 제시한 레퍼런스가 있을까요.
-약 10여년 동안 정의내린 MCN 사업의 정수, 핵심은 무엇일까요. 처음의 정의와 지금, 미래가 다를 수도 있고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는 말도 생겨나고 있는데. 결국 이 생태계 안에서 분업화가 되는 것이다?
◇“과거는 ‘오픈 엔드 퀘스쳔(자유서술형)’, 지금은 ‘클로드즈 퀘스천(단답형)’ 문제를 푸는 느낌”
-침착맨 채널에 뉴진스가 출연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유재석과 신동엽, 이경규가 유튜브로 넘어와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대형 연예인들의 유튜브 진출, 유튜브가 핵심인 크리에이터들에게 큰 위협이 아닌가요.
-구독자 2억명이 넘는 미스터 비스트 채널이 한국어 자막뿐 아니라 한국어 더빙도 합니다. AI로 생성되는 자동 자막의 정확도도 굉장히 올라갔고요. 콘텐츠와 채널의 국경 장벽이 사라지고, 더 치열한 경쟁의 시대가 오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힘들었지만 어쨌든 스타트업 혹한기를 견뎌냈습니다. 그전의 시장과 지금의 시장, 무엇이 가장 다른가요. 샌드박스는요.
◇“중요한 것은 우리의 합리적 결정, 스타트업 구성원들도 모두 프로다”
-샌드박스는 투자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VC와 투자사들도 투자 회수를 목표로 하고요.
-구조조정을 결정한 창업자이자 대표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일이 무엇인가요.
-어느 스타트업이 결국 구조조정을 하고 생존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해봤던 창업자로서, 이 어려운 선택을 해야하는 다른 창업자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