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 300여명이 헌법재판소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청구인으로는 총 305명이 모였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 9곳이 참여했고, 제조업, 건설업, 어업 등 다양한 업종의 중기인과 소상공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헌법소원심판 청구로 “중대재해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의 명확화, 평등원칙에 기초한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차등 적용, 책임주의 원칙에 따른 처벌 합리화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인들은 먼저 중대재해법 제3조(적용범위)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본질적으로 다른 ‘50인 이상 사업장’과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일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규모별로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능력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고, 큰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차등없이 동일 수준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중대재해법 제4조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명확성 원칙, 의회유보 원칙, 포괄위임금지 원칙, 과잉금지 원칙(직업수행의 자유)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능력과 관계없이 광범위한 책무를 부과하고, 지원제도나 감독제도 등 중간단계의 법제도를 규정하지도 않고 의무 위반으로 중대재해 발생 시 중벌만을 부과하므로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또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등 역시 불명확한 문언으로 어떤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예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인들은 중대재해법 제6조 제1항도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평등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법을 적용받는 영세 중소기업인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처벌을 이 법이 규정하고 있고, 사고에 직접 책임이 있는 당사자보다 사업경영을 총괄하는 대표가 더 무서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 평등원칙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헌법소원심판 청구서 제출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불명확하고 복잡한 내용으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업장이 다수이고, 많은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본인들이 법 적용 대상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만 강조한다고 중대재해를 줄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수많은 중소기업인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않는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중소기업계는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 중대재해법의 시행 유예를 주장하며 4차례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사실상 유예 법안 처리가 국회에서 무산되면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나섰다. 중소기업계는 총선 이후 1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