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서 저가 커피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 노모(27)씨는 올해 초 40대 여성을 알바(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했다. 이 알바생은 시급 1만1000원을 받고 평일 오전 7시에 출근해 가게 문을 열고 재료 준비 등을 한다. 노씨는 “나이 많은 직원을 뽑는 것이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20대 알바생들보다 매장을 꼼꼼하게 챙기고, 일도 오래 하고 싶다고 해서 만족한다”며 “다음에도 알바생을 구할 때 중장년을 뽑을 것 같다”고 말했다.
‘늙은’ 알바생이 많아지고 있다. ‘2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아르바이트 시장에 20대는 오히려 줄고, 30대 이상의 비율이 늘고 있다. 저출생 때문에 이전보다 20대 인구가 줄었는데, 알바를 구하는 20대는 어려운 일을 꺼리며 편의점 같은 일부 직종에만 몰린다고 한다. 이 빈틈을 30대 이상 세대들이 채우는 상황이다. 20년 전부터 등장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란 말처럼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 구직자가 알바를 전전하다가 30~40대가 된 경우도 많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다 보니 구인구직 앱 광고에 처음으로 40대 모델이 등장하기도 했다. 알바 시장의 변화가 우리 사회 저출생 고령화 현상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30대 이상 증가세 뚜렷
알바 구인구직 앱에는 음식점·카페에서 올린 공고가 가장 많고, 주차 관리·콜 센터·배관 설치·대리 기사 등 150개 가까운 종류의 일자리가 소개되고 있다. 13일 본지가 알바 구인구직 앱 ‘알바천국’에 의뢰해 받은 ‘연령대별 알바 지원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상의 알바 지원 건수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2019년)보다 2~4배 증가했다. 대면 접촉을 꺼리던 코로나 때 알바 자리도 줄었다가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알바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50대 이상 알바 지원 수가 357% 늘어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고, 40대 157.7%, 30대는 8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의 알바 지원 수는 28.6% 느는 데 그쳤다.
알바생이 늙어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경기 불황에다 구인구직 플랫폼의 발달로 30대 이상에서 ‘투 잡’(Two job) 직장인이 늘었다. 공인중개사 김모(30)씨는 평일 저녁 서울 동대문구 이자카야에서 하루 4시간씩 일한다. 김씨는 “부동산 중개 일감이 별로 없어 야간에 알바를 하고 아침에는 부동산 사무실로 출근한다”고 했다.
30대부터 50대는 각종 생업 현장에서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 국가 경제의 주축이 될 세대인데, 취업난 등의 이유로 알바를 통해 생계를 꾸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2022년부터 40대 이상 알바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경기가 어려워진 시점과 맞물리는데, 정규직 직장인이면서도 투 잡을 뛰거나 주부들이 부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때 ‘알바 주축’이던 20대는 비중이 점점 줄고 있다. 알바를 하더라도 편의점이나 카페처럼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드는 업종만 찾는 경우가 많다. 서울 관악구에서 김치찌개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유덕현씨는 홀 서빙을 맡은 50대 알바생과 함께 일한다. 유씨는 “음식점은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20대 알바생은 아예 지원을 안 한다”고 했다.
◇알바앱 광고에 3040 모델 등장
알바 시장 트렌드가 바뀌면서 알바천국은 이달부터 30대 남성과 40대 여성이 구직자로 등장하는 ‘모든 생애 모든 알바’ 캠페인 광고를 시작했다. 30대는 ‘일머리 최강’으로 40대는 ‘책임감 최강’으로 소개하는 광고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알바생을 구하는 사장님 고객에겐 3040세대의 강점을 알리고, 일자리를 찾는 30대 이상 구직자들의 공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