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답보 상태다. 미국 CB Insights 기준 2019년 10개였던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은 올해 5개가 늘어난 15개가 되었다. 매년 유니콘이 겨우 1개씩 늘어난 셈이다. 그 사이 경쟁 국가의 유니콘 수는 급증했다. 이스라엘, 브라질, 싱가폴의 유니콘은 우리나라보다 많다. 인도는 우리나라의 5배 가까이 된다. 이제 멕시코, 인도네시아, 호주에 쫓기는 신세다.

성장이 정체되면서 점유율도 줄어들었다. 2019년 전세계 유니콘의 2.2%를 국내 스타트업이 차지했지만 2024년에는 1.2%로 반토막이 났다. 지금 추세라면 1% 미만으로 전락할 날도 머지 않았다.

2015년 2월 경제지 포춘의 표지(사진 왼쪽)과 올해 2월 표지. 지난 10년 동안 유니콘의 부상, 그리고 혹한기 끝에 결국 유니콘 시체(corpse)가 남았다는 비유다. /포춘

유니콘 기업으로 올려진 기업을 봐도 문제가 많다. 아직도 유니콘 리스트에 남아 있는 옐로모바일은 사실상 부도난 기업이다. 컬리는 장외시장에서 시가총액이 6000억원도 안된다. L&P 코스메틱은 유니콘으로 등극한 2016년 매출이 4015억원이었지만 작년 매출은 60%가 빠진 1664억원이었다. 다른 유니콘 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다수의 유니콘 기업이 엑싯을 못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이 스타트업 성공의 상징이자, 해당 창업생태계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기존 유니콘 기업의 부실 및 새로운 유니콘의 미등장 현상은 여러모로 우려스럽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글로벌 유니콘 프로젝트를 통해 아기유니콘과 예비유니콘을 지정해 새로운 유니콘을 배출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내놓았다. 또한 자체 기준에 의해 유니콘 기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비유니콘이나 아기유니콘은 생각보다 성장하지 못했고 자체 기준에 선정된 유니콘 기업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급기야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부터 국내 유니콘 기업 통계 집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두 가지 방향성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B2B 딥테크 분야 강화, 1241개 유니콘 중 B2B가 46%

첫째, B2B 딥테크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 전세계 유니콘 1241개 중 B2B 딥테크에 해당하는 “Enterprise Tech” 및 “Industrials”에 해당하는 기업은 45.6%에 달한다. 이스라엘은 25곳의 유니콘 중 17곳(68%)이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전세계 창업생태계를 선도하는 미국의 유니콘 기업도 50.9%가 B2B 딥테크 기업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5개 중 3곳(20%)만이 해당되었다. 대신 기술의 관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Consumer & Retail” 분야에 절반 이상의 유니콘이 포진했다.

B2B 딥테크 스타트업의 강화는 자원 배분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그간 10억원의 예산을 100곳의 스타트업에 1000만원을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막대한 자본을 요구하는 B2B 딥테크 스타트업에게는 기업당 1~2억원의 예산을 5~10곳에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필요하다면 1곳의 기업에 10억원을 몰아줄 수도 있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는 기술성과 사업성, 역량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KPI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될 특혜 시비나 양적 성과에의 집착을 뚫어낼 의사결정권자의 배짱이 필요하다.

◇한국 산업생태계와 조화 이루어야

둘째, 산업생태계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영국이나 싱가포르와 같이 금융산업이 발전한 나라는 유니콘의 40% 가량이 “Financial Services” 기업이다. 중국이나 인도 같이 인구가 많은 나라는 “Consumer & Retail” 유니콘이 다수 등장한다. 그 말은 곧 유니콘이 해당 국가의 산업생태계와 상관관계가 높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거대한 산업이 존재하는 곳에서 성장의 기회가 존재한다. 관련 산업의 규모가 작으면 아무리 기술과 아이디어가 좋아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대기업의 1차 협력업체는 그 자체가 중견기업 이상인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 기업 중에 수천억원의 매출을 내는 곳이 다수인 것이 한 예이다. 최근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오픈 이노베이션 (Open Innovation)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대기업에 눈에 들어 더 큰 비즈니스 기회를 찾게 만들겠다는 것이 사업의 취지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과 투자가 이루어지는 곳은 반도체, 배터리, 신소재, 바이오, 게임, 콘텐츠 산업 정도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곳에서 유니콘 탄생 확률이 높아진다. 비슷한 이치로 대기업이 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사업을 확대하고, 사내벤처 프로그램이 보다 활발해지는 모습은 아주 좋은 움직임이라고 생각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이 유행했다. 입지와 브랜드, 디자인이 좋아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큰 주택을 의미한다. 창업 생태계에서도 이제 “똘똘한 한 스타트업”이 필요하다. 가젤(Gazelles) 기업처럼 매년 견조하게 매출이 성장하고, 투자도 많이 받고, 해외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기업이다. 그동안 공공과 민간에서 양적 성장을 추구해 왔지만 매년 추가되는 유니콘은 1곳이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선별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똘똘한 유니콘을 매년 2~3개씩 키우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