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등 해외에는 업종이나 지역, 일하는 사람의 나이에 따라 최저임금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나라가 많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주요 41국 중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나라는 미국·일본·독일·영국 등 22곳(53.7%)이었다. 이 중 8곳은 업종, 7곳은 지역, 1곳은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했다. 일본 등 6국은 업종과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을 세분화했다.
미국은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구분 적용한다. 연방이 법정 최저임금을 정하면, 주(州)마다 최저임금을 따로 적용할 수 있다. 미 연방은 2009년 이후 16년째 최저임금을 7.25달러(약 1만80원)로 동결하고 있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캘리포니아는 16달러(약 2만2250원)인 반면, 비교적 소득 수준이 낮은 아이오와는 7.25달러이다.
스위스, 루마니아 등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한다. 첨단 시계 산업 등이 발달한 스위스 제네바주는 농업·화훼업 분야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약 26% 낮게 정했다. 경제력이 약한 루마니아는 건설업에서 일하는 자국 숙련 노동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건설업 최저임금을 더 높게 책정했다.
일본은 지역별·업종별 구분 적용을 혼합해 선택지를 넓힌 케이스로 평가된다. 먼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나눴다. 중앙정부에서 47개 현을 네 등급으로 나눠 최저임금 인상 폭을 권고하면, 현마다 최저임금을 심의해서 정한다. 다만 노사가 합의해 오면 업종마다 최저임금을 다시 정할 수 있다. 가령 일본에서 철강, 석유 등 중화학공업 비율이 높은 와카야마현은 철강업의 최저임금을 1050엔(약 9133원)으로 정했다. 와카야마현에서 정한 최저임금인 929엔(약 8080원)보다 13% 높여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나누는 영국은 23세 미만 근로자를 16~17세, 18~20세, 21~22세 등 세 그룹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다르게 책정한다. 청소년기부터 아르바이트 등을 장려하는 사회 풍조 때문이다. 16~17세는 최저임금을 6.4파운드(약 1만1245원) 수준으로 받는데, 11.44파운드(약 2만100원)를 받는 23세 이상보다 44% 낮은 수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획일적인 최저임금은 낮게 유지하면서도, 특정 업종에 대해서는 임금을 더 얹어주는 식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