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전기 이륜차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AI(인공지능) 금융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달 28일 만난 에이젠글로벌 강정석(47) 대표는 먼저 동남아 얘기를 꺼냈다. 그는 한국 핀테크(금융+IT) 스타트업이지만 동남아 최대 택시 호출·배달 앱 ‘그랩(Grab)’에 오토바이 등 전기 이륜차를 빌려주는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대신 매달 사용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강 대표는 인도네시아의 규제와 그랩의 사업 구조가 어긋나는 지점에서 틈새를 찾았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그랩 같은 플랫폼 업체가 2030년까지 600만대의 전기 이륜차를 쓰도록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랩 입장에선 기사들이 돈 내고 이륜차를 빌려 타는 구조여서 소유는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 대표는 그랩 같은 플랫폼 대신 이륜차 수천 대를 구매할 자금을 만들기 위해 전기 이륜차·배터리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소위 ‘배터리 금융’ 아이디어를 냈다. 강 대표는 “이륜차와 배터리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정보와 기사들의 신용 데이터 등을 모아 AI가 분석해 주면 금융회사도 위험 측정이 가능해 자금을 댈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우리카드·KB캐피탈 등 국내 금융회사를 비롯, HSBC 등 글로벌 은행이 에이젠글로벌에 1600만달러(약 220억원)의 자금을 댔다.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은 조만간 추가로 공동 대출을 할 예정이다. 그랩에선 전기 이륜차 8000대 주문을 더 받았다. 강 대표는 태국, 베트남에도 같은 사업 모델로 진출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시티그룹에서 10년 여간 투자와 매각 업무 등을 하다 2016년 창업했다. 처음엔 AI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신용 위험을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그러다 2021년 국내 운수 업체에 전기 버스용 배터리 대여 자금을 중개한 것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전기 이륜차 금융’에 뛰어들어 2년 만에 안착시켰다. 강 대표는 “3년 내 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에서 전기 이륜차 20만대를 공급해 연간 1억달러(약 1380억원)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