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돌아온 쫌아는기자들의 아는 척, [쫌아는척]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AI 버블’입니다. 얼마전 세콰이어캐피탈이 던진 질문, “AI에 대한 6000억 달러(약 830조원) 질문” 아티클에 이어 실리콘밸리에서 AI 버블을 경고하는 기사와 리포트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같은 투자회사에서도 회의론을 담은 리포트를 내고 있고요.

보수적인 IB, AI 투자를 망설였던 세콰이어캐피탈의 ‘신포도 리포트’라고요? 최근 디인포메이션도 AI 버블에 대한 우려섞인 기사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디인포메이션은 누구보다 기술 산업, 스타트업에 가까운 입장에서 취재를 하는 매체인데요. 최근 기사는 스케일AI의 펀딩에 대한 회의론을 담았습니다. (원문 - 디인포메이션, 국내기사 - 오로라 실밸 특파원이 다양한 매체 우려를 담아 정리)

쫌아는기자들의 프롬프트로 만든 만평 이미지. AI 버블을 상징하는 만평을 그려달라고 했다. /DALL-E

스케일AI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스케일 AI는 지난 5월 아마존·메타·엔비디아 등 AI 빅테크와 액셀 등 벤처투자자(VC)들에게서 138억달러(약 19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10억달러(약 1조39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6년 설립된 이 회사가 지난 8년간 받은 누적 투자금은 6억달러의 두배 수준이죠. 지분 15%를 갖고 있는 중국계 이민자 출신인 알렉산더 왕 최고경영자(CEO)는 27세 나이에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로 등극했고, 투자 직후 샌프란시스코 에어비앤비 소유 건물의 3개층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올해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빅계약으로 손에 꼽히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스케일AI의 창업자 '알렉산더 왕'. /포브스

스케일AI는 데이터 라벨링을 하는 회사입니다. AI에 학습시킬 데이터를 분류하고, 데이터에 이름표와 주석을 달고, 불건전한 데이터를 제거하는 일이죠.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에서 저임금 인력을 고용해 데이터를 정리하고, 이를 대기업에 판매하는데 오픈AI와 같은 AI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입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3억3000만달러)의 3배 수준인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요.

문제는 이 사업의 수익성이 ‘지속가능하냐’는 것입니다. 디인포메이션의 분석과 관점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관점입니다. 디인포메이션의 핵심 주장을 좀 쉽게 정리, 의역해봤습니다.

  • 최근 펀딩은 스케일 AI를 올해 예상 이익의 25배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건 비상장 스타트업인 데이터브릭스보다 배율이 높다.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스케일AI의 가치는 100억 달러 이하다.
  • 스케일AI는 데이터브릭스와 같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다. 다시 말해 매출이 구독형으로 계속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은 AI 학습을 위해 라벨링된 데이터를 1회 제공받고, 모델 및 서비스 출시가 끝나면 계약을 종료할 수도 있다.
  • 스케일AI의 영업이익률은 53%가 예상된다. 이건 소프트웨어 회사인 데이터브릭스의 78%, 다른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76%보다 낮다. 왜냐? 이들의 사업은 결국 저임금 노동자가 지탱하고 있다.
  • 실리콘밸리는 이러한 분석을 무시하고 베팅을 하고 있다.

스케일AI에 대한 투자VC로는 악셀이 있습니다. 그리고 와이콤비네이터가 있죠. 스케일AI에 대한 YC의 첫 투자는 샘 올트먼이 CEO이던 시절 이뤄졌습니다. 올트먼은 그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디인포메이션과 실리콘밸리의 우려 섞인 시선은 이겁니다. “진짜? 이 밸류가 맞아? AI에 대한 일시적 환상에 빠진 것이 아닐까?”요.

1. 세콰이어캐피탈 “AI 버블이 한계점에 도달했다”

실리콘밸리의 톱VC, 세콰이어캐피탈이 지난달 20일 낸 리포트입니다. 제목은 ‘”AI에 대한 6000억 달러(약 830조원) 질문- 원문” 입니다. 부제는 “AI 버블이 한계점(tipping point)에 도달했다. 다음엔 무엇이 올 것인지 알아야 한다”입니다.

이 아티클을 쓴 데이비드 칸의 접근은 아주 심플합니다. 그는 작년 11월에 이미 2000억(200B) 달러까지 질문이라는 아티클을 쓴 적 있습니다(원문). 이번 아티클은 과거 아티클의 후속이자, 거품이 더 가파르게 낀 것에 대한 경고에 가깝습니다. 세콰이어캐피탈이 AI 거품을 진단한 로직은 이렇습니다.

  • 엔비디아가 GPU를 팝니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기 위한 용도죠. 엔비디아가 A100, H100 등 GPU로 버는 매출이 한해 10억원이라고 가정합니다.
  • 이 GPU는 여러 기업의 데이터센터로갑니다. 데이터센터를 GPU를 사기 위한 자본투자를 했겠죠. 여기에 전력비용 등 여러 운영 비용이 수반됩니다. GPU에 대한 투자 비용이 클라우드 혹은 데이터센터 기업 매출의 50%라고 가정하면, 그러면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 예를 들어 AWS나 Azure의 매출은 한해 최소 20억원을 되어야 할 겁니다.
  • 그렇다면 소비자들에게 최종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있겠죠? 오픈AI를 비롯해 맥도날드나 스타벅스가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정합니다.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AI 데이터 인프라 사용에 비용을 낼 겁니다. 최종 소프트웨어 마진율을 50% 가정하면, 소프트웨어 매출이 데이터센터 사용 비용의 2배, 그러니까 연 40억원을 벌어야 합니다.
  • 정리하면 GPU 10억원 매출은 최종적으로 시장에서 40억원을 지불할 사용자를 모아야 합니다. 그 사용자가 기업이든, 개인이든. 그런데 이 엔비디아의 GPU 매출 예상치가 지금 150B, 1500억 달러에 달합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AI에 내야하는 돈은? 6000억 달러, 600B에 달합니다.그리고 세콰이어캐피탈은 다시 시장상황을 점검합니다.
  • 오픈AI의 매출을 봅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오픈AI의 작년 추정 매출은 약 340억 달러, 34B입니다. 챗GPT를 제외하고 우리가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처럼 AI 서비스 여럿을 구독하나요? 아닐걸요. 소비자 지갑은 그렇게 열리지 않습니다.
  • 후하게 구글, MS, 애플, 메타가 AI에서 연 100억 달러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테슬라와 바이트댄스, 알리바바나 텐센트도 연 50억 달러 매출을 올린다고 해볼게요. 그렇게 다 합해도 6000억 달러(칸이 가정한 AI 필요 매출치) - 1000억 달러(오픈AI 매출 + 희망적으로 계산한 다른 빅테크의 AI 매출) = 5000억 달러, 한국돈으로 800조원이 넘는 구멍이 생깁니다.

그렇게 내린 세콰이어와 칸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지금 이 시장에는 저만한 구멍이 있고, 그 구멍에거품이 끼고 있다고요. 물론 AI의 발전이 미칠 영향, 엔비디아의 기술적 역할에 대한 찬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제대로 숫자를 세고 있는지 보자는 것입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2. “AI 철도라고?” 세콰이어의 논리적 반박

칸은 앞선 비슷한 아티클로 몇몇 반박을 받았나 봅니다. 급진적인 AI 투자론자들의 반박은 주로 “AI는 철도다! 철도 같은 인프라로 앞으로 깔리면 얼마나 큰 영향이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니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철도를 건설하면 나중에 기차와 목적지가 생길 것이며, 새로운 농산물 수출, 놀이공원, 쇼핑몰 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칸은 이 의견에 동의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점을 놓친다고 정중하게 반박합니다.

  • GPU와 데이터센터는 독점 사업이 아니다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연결하는 기찻길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 구간에 깔 수 있는 기찻길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독점적인 가격 결정 권한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GPU 데이터 센터의 경우에는 이러한 독점적인 권한이 없습니다. GPU 컴퓨팅은 점점 시간 단위로 측정되는 상품화되고 있습니다. CPU 클라우드가 과점이 된 것과 달리, AI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해서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독점이나 과점이 없는 상태에서 높은 고정비용과 낮은 변동비용을 가진 사업(대표적으로 항공사)은 가격이 변동비 수준까지 하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우리가 투자한 기업이 루저(loser)일 확률이 더 높다철도와 같은 많은 새로운 기술에서는 투기적인 투자 열풍이 자본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의 철도 역사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철도 사업 투기 열풍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승자를 고르는 것은 어렵지만, 패자를 고르는 것은 훨씬 쉽다.
  • GPU 감가상각은 훨씬 빠르다엔비디아는 B100과 같은 차세대 칩을 출시한다고 합니다. 현재 최신 GPU인 H100 칩의 가치가 3-4년 후에 크게 떨어질 것임을 의미합니다. 철도 같은 물리적 인프라는 ‘무어의 법칙’을 따르지 않습니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칩의 성능이 약 18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법칙, 그만큼 반도체는 투자하면 빠르게 기술과 양산 제품 성능이 발전한다는 것) 철도와 같은 물리적 인프라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크게 감소하지 않고, 당신이 산 GPU의 감가상각은 훨씬 빠르게 될 것입니다.

3. AI 기업들의 밸류는? 그래서 VC들은 물렸을까?

그래서 주목받는 AI 스타트업들을 찾아봤습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4.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AI가 1조짜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AI는 인터넷, 스마트폰보다 못한 발명품”

쫌아는기자들은 여러 AI리포트를 찾아봤습니다. 장밋빛 리포트는 대부분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아는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버블을 우려하는 리포트들이 뾰족한 아이디어가 있더군요. 지난달 25일 골드만삭스도 ‘GEN AI: TOO MUCH SPEND, TOO LITTLE BENEFIT?’라는 리포트를 냈습니다. 여러 내용이 담겨있지만 핵심은 MIT의 Daron Acemoglu 교수와 골드만삭스의 Jim Covello 애널리스트 인터뷰였습니다.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AI에 대한 관점입니다. 리포트에서 제일 재미가 있었던 부분은 AI 수익성에 회의적인 애널리스트 Jim Covello의 인터뷰인데요. 골드만삭스도 그의 관점이 흥미로운지, 2페이지 정도 넉넉하게 그의 주장을 실었습니다. 핵심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래서 쫌아는기자들의 관점은 무엇이냐고요? 일단 이 레터는 챗GPT, 클로드, 유닷컴, perplexity와 같은 여러 AI 서비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단 쫌아는기자들의 생산성에 AI는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거품은 꺼질 때만 알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 경험상, 항상 지금이 거품일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 경계심, 각오가 있어야만 하락장에서 멘탈을 잡을 수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