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늘 새로운 만남과 색다른 식재료와 흥미로운 가십거리를 좋아한다. 비행기에 오를 때면 이번엔 어떤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지, 콜드콜로 처음 찾아가는 대표님은 어떤 사람일지,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이 출현하고 산업계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 상상하고 기대하고 설레기도 한다. 반면 현대인들에게는 늘 불확실한 미래가 항상 부담으로 느껴 지기도 한다. 평생을 바쳐 헌신했던 회사에서 어느날 갑자기 내 책상이 없어지지는 않을까, 뉴스 지면을 장식하는 불의의 사고가 내게 일어나지는 않을까, 오늘 저녁 급하게 먹은 자장면이 소화가 안되면 혹시 췌장암의 전조증상은 아닐까, 일생을 늘 고민하고 염려하고 전전긍긍 하기도 한다.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한 미래, 특히 디스토피아에 대한 불안감은 필립 K, 딕과 같은 미래학자의 공상과학소설이나 제임스 카메론 같은 대가들이 수년간 구상한 SF영화 등에서 기인한 이미지가 대다수이고, 특히 바이오 공학의 총아인 리플리컨트(복제인간)와 기계, 전자, 산업 공학의 결정체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그 암울하고 칙칙하고 어두운 미래를 지배하는 주인공이기 일수다.

복제인간에 대한 사회적 윤리문제와 암울한 미래상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표현한 효시적인 영화가 1982년 리들리 스콧이 만든 ‘블레이드 러너’ 라고 친다면, 2004년 개봉된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아이, 로봇’은 여러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영화들 중에 단연 군계일학 같은 작품이다. 영혼이 없고 감정이나 정서가 없는 인공지능의 확률에 기반한 이성적인 판단으로, 자동차 전복사고에서 본인은 구조를 받았지만 동승했던 어린아이는 결국 죽었던 과거의 경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반감이 깊어진 스푸너 형사가, 로봇 전문가인 캘빈 박사의 전문지식과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거의 모사하는 수준의 특별한 로봇 써니와 함께, 로봇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래닝 박사의 의문의 죽음과 수수께끼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를 밝혀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영화 아이, 로봇. /20세기 폭스 코리아

이 걸작 영화는 2035년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거의 모방하는 수준의 로봇의 발전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상과 함께 잘 묘사하였고 화려하고 유려한 영상미, 그리고 소설 원작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스토리 전개를 통해 일반적이고 통속적인 로봇 영화의 흐름과는 다른 특별한 플롯을 선보였다. 특히,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교묘하게 교차적용하여, 현재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인공지능의 윤리문제까지 민감하게 터치하는 부분이 과연 압권이다.

필자가 ‘아이, 로봇’에 특히 감탄한 부분은 로봇의 움직임을 묘사한 영상미 인데, 인간의 움직임과는 다소 다르지만 특별한 목적을 수행하는 방식에는 최적화 되어 있는 손가락 움직임, 그리고 특정 행동을 수행하기 위해 서버에서 원격으로 학습하는 러닝 방식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현재 2024년 시중에 나와있는 산업용 로봇이나 협동 로봇은 말할 것도 없고, 서비스 로봇이라고 나와있는 Tesla의 Optimus나 Figure AI사의 작업 로봇들도 손가락의 움직임이나 Imitation Learning에 기반한 학습 방법을 보면 실제 상용화에는 매우 먼 시간이 소요될 수준이기 때문이다.

2024년 인간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99% 모사하고, 새로운 Task를 수행하기 위한 학습도 정해진 Rule이나 Imitation Learning이 아닌 스스로 학습하는, 그야말로 사람에 흡사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두번째 창업에 뛰어든 천재 개발자 송기영 대표가 본 기고문의 주인공이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기술 스타트업의 창업과 성공으로 큰 금자탑을 쌓았던 수아랩의 창업자이자 대표자였다. 미국 상장사인 Cognex에 피인수 이후 4년간의 락업이 해제된 지난해말,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라는 다소 무모해 보일 수 있는 또 한번의 큰 도전을 결심하였고, 6개월간의 치밀한 준비와 팀빌딩을 통해 창업한 “홀리데이로보틱스”에 스톤브릿지벤처스는 또 한번의 위대한 역사를 함께 쓰기 위해 시드 투자이자, 시리즈 A라운드를 리딩 투자하였고, 본 칼럼을 통해 송기영 대표와의 소중한 인연과, 그가 꿈꾸는 다소 무모하지만, 반드시 해 낼 것이라고 믿는 비전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수아랩 송기영 대표와의 인연

때는 바야흐로 2015년 당시, 인공지능 테마는 일반인들은 믈론 전문가들도 거의 생소해 하던, 그리고 일부 개발자들과 선구자들만 관심을 갖던 시기였다. 필자는 당시 4, 5년내에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미래 산업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확신했고 당시 인공지능을 테마로 한 국내 스타트업을 전수 조사하던 시기였다. 당시 필자의 눈길을 끌었던 스타트업은 송대표의 수아랩과 현재 상장사인 L사와 V사 등 3개사였고, 실제 의료 영역에서 상업화에 많은 시간과 자본이 소요되는 의료영상 진단 분야 보다는, 단기간내에 산업현장에 적용이 가능한 수아랩의 비전 관련 머신러닝 기술이 단연 돋보였다. 필자의 콜드콜로 성사된 송기영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의 질기고 강하고 흥분되고 미래를 바꿔놓을 역사적인 만남과 우정이 시작되었다.

첫만남에서 느꼈던 송대표의 인상은, 얼굴이 너무 뽀송뽀송하고 선한 눈을 가진 부잣집 도련님 같은 너그러운 얼굴 이면에, 강한 집념과 사업에 대한 불타는 투지를 숨긴 엄친아의 모습 그 자체였다. 직접 투자를 하지 않고 리스크에 노출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오롯이 본인이 리스크를 지면서 장기간 투자를 하고 성공적인 Exit을 경험한 심사역만이 알 수 있는 본능적인 직감으로 송대표에게서 성공을 확신하였다. 첫 미팅에서 송대표에게 마음을 빼앗긴 체, 필자는 수아랩의 시리즈 A, B, C 등 세차례의 투자 라운드를 모두 리딩하면서 총 130억원의 투자금을 집행하면서 수아랩의 성장을 지원해 드렸다. 또한 2018년 삼성전기 MLCC 검사 공정에 수아랩을 소개하였고, 머신비전 영역의 최고강자인 미국 상장사인 Cognex와의 기술력 경쟁에서 3차례나 이기면서 일약 글로벌 레퍼런스를 만드는 발판을 마련해 드리기도 했으며, 이 기술 비딩을 계기로 이듬해인 2019년 Cognex사의 Global M&A 최종 협상에도 송대표와 같이 참여하면서 최종 딜클로징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이 Global M&A의 결과로 스톤브릿지벤처스는 평균 Multiple 3.3X, 평균 IRR 110% 라는 경이적인 회수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이 Global M&A의 최고의 성과는 진정한 기술력 하나로 $2억불 이라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사례를 창출해 냄으로써 후발 기술 스타트업들과 개발자들에게 엄청한 모티베이션을 선사하였다는 점이었다. 필자가 수아랩 이후 투자했던, 현재 국내 인공지능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오픈엣지, 노타, 다임리서치 등의 전도유망한 AI 기업들도 이 수아랩의 선전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확신한다.

물론, 이 인수를 통해 재무적으로 가장 성공한 사람은 단연, 송기영 대표 본인이다. 속된 말로 젊은 나이에 3대가 평생 먹고 놀아도 될 만큼의 돈을 번 그가 평탄한 길을 버리고 또 한번의 창업에 도전하려는 도전 정신에 다시 한번 스타트업계 대표님들은 자극을 받으리라 믿는다.

송기영 창업자. /수아랩 제공

◇로봇에 영감을 담기 위해, 직접 로봇의 개발에 착수

4년여 Cognex에서 한국 S/W 연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실제 Cognex의 인수후 S/W 매출 증대에 큰 기여를 한 송기영 대표는 작년말 락업이 해제되면서 남들은 한번도 하기 힘든 두번째 창업에 도전할 준비를 해왔고, 그가 6개월여 고민끝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분야는 사람의 행동, 특히, 상체의 움직임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모사하는 휴머노이드 개발이 그 타겟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리 2조원 규모이나, 2030년경 3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별히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은 중국, 인도, 한국, 일본과 같은 공장이 밀집한 동아시아 지역으로 예상되고, 특히, 기존 산업용 로봇이 자리 잡고 있는 용접, 리벳팅 등과 같은 단순 반복 작업 시장이 아니고, 특별한 액션과 어려운 자유도로 인해 아직까지 직접인력의 공수를 들여야 하는 작업을 서서히 사람과 유사한 휴머노이드가 대체해 나가지 않을까 대체로 생각하고 있다. 전세계는 이미 생산인구의 감소로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고 있고, 이 부족한 노동력을 인공지능, 자율주행, 특히 로봇과 같은 신기술로 대체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이다.

몇주전 동영상을 통해 공개된 Tesla의 Optimus 로봇은 전기차 제조 공정에서 기존 산업용 로봇 적용이 어려운 특수한 공정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Figure AI사도 텔레오퍼레이션과 비디오 데이터를 활용하여 로봇을 학습하는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 만큼, 현재 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전세계적으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이 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고, 휴머노이드 이동 로봇도 현대차가 인수한 Boston Dynamics의 4족 보행 로봇이나, 물류, 자동화 등에 사용되는 AMR이나 OHT와 같이 모빌리티에 우선 집중하고 있는 반면, 계란을 섬세하게 쥐거나 라면을 끓여 내는 등의 인간의 손가락 움직임에 근접한 로봇 상용에 성공한 회사는 크게 없는 상황이다.

특히 Tesla의 Optimus나 Figure AI도 로봇의 움직임을 학습하기 위해, 기존 Rule base 학습방법에서는 다소 발전했지만, 여전히 Imitation Learning이라는 지도학습 (Supervised Learning)에 기반한 학습법을 사용하는데, 이 경우는 새로운 행동과 Task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종류의 학습데이터가 필요하고 사람의 사고와 행동을 모사할 수 있는 범용 휴머노이드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Tesla의 Optimus. /Tesla 제공
Figure AI사 Robot /Figure AI 제공

송기영 대표는 새로운 Task도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Task를 수행해 내는 인간에 가장 가까운 휴머노이드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의 한계는 사람의 손의 민감하고 정교한 동작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문제점과 새로운 Task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Learning을 해야 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사람은 물건을 잡기 위해서는 대뇌에서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오감을 활용해서 시각적으로 촉각적으로 후각적으로 판단해서 대상을 적절한 강도와 최적화된 경로로 쥐게 된다. 인간 입장에서는 간단하지만, 로봇 입장에서 이러한 정교하고 예민한 행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비전 센서, 압력 센서, 위치 센서, 지자계 센서, 가속도 센서와 같은 오감을 센싱하기 위한 센서류와 각 관절을 움직이기 위한 정밀 모터와 액츄에이터와 같은 구동계, 그리고 실제 행동을 판단하고 보정하기 위한 Closed loop 제어 시스템이 필요하다. 결국 이 간단한 행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만 너무도 많은 하드웨어와 제어 S/W가 필요하기 때문에, 제조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소요될 수 밖에 없고 이래서야 상용화가 요원하다는 문제점이 상용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두번째 문제점으로 새로운 Task도 스스로 학습할 수 있어야 범용 로봇으로의 사용성이 넓어질 수 있으나, 현재 Tesla나 Figure AI사의 로봇의 경우 강화학습의 일종인 Imitation learning 이라는 기술을 차용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 사람의 Action을 모방하는 학습이 필요하고, 이는 새로운 Task를 위해서는 모방 학습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범용 로봇으로의 활용은 요원하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닭고기를 튀기고 계란을 프라이요리 하는 Action을 Imitation learning을 통해 학습시키고 반복 Action을 시킬 수는 있으나, 새로운 Task인 라면을 끓이는 행동은 로봇 스스로 학습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새로운 Action을 학습시켜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업비밀상 자세한 개발 계획을 적시할 수는 없지만, 초기에는 모빌리티 중심의 사족보행이나 하체 이동수단 보다는 실제 자율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이 자율 학습 및 자율 수행이 가능한 상체 위주의 손과 팔을 기구적으로 완성하는데 개발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3년여 개발을 통해 성공적으로 휴머노이드 상체와 팔이 완성되고 나면, 특정 고객군을 찾아 제조 공정 등에 실제 POC 작업 수행을 통해 점차 상용화에 접근해 나갈 계획이다. 2027년에는 토종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자율 학습 및 자율 수행 휴머노이드를 목도할 수 있을 것으로 가슴 벅차게 기대하고 있다.

◇Epilogue

2019년말, 송대표가 Cognex 한국연구소 소장으로 떠나고 수아랩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던 날, 그와 나누었던 마지막 약속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번엔 이렇게 헤어지지만, 4년뒤 재창업의 시간에는 반드시 묻고 더블로 가자”던 그 약속.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송대표는 송대표대로, 필자는 필자데로 최선을 다해서 금번 투자 기회를 준비해 왔다.

아울러, 금번 투자를 스톤브릿지벤처스 최고 심사역인 이종현 상무와 신상록 수석팀장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고, 무엇보다 국내 딥테크 투자 업계의 최고수이자 필자의 영원한 소울메이트 에이티넘 맹두진 사장님과 금번 투자를 함께 하게 되어 무한한 영광이었다. 또한 수아랩의 초기 투자사 2개기관도 금번 라운드에 참여하여 더욱 성공 가능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프로야스의 ‘아이, 로봇’의 엔딩 씬은 꿈을 꾸고 미래를 상상하고 구현해 나가는 인간과 거의 흡사한 휴머노이드 써니의 모습이 페이드 아웃 되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는 반드시 만들어 낼 미래의 한 모습일 수 밖에 없고, 이를 구현해 낼 개발자는 송기영 대표가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천재 개발자인 송기영 대표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어떻게 개발해 내고, 로봇을 학습 및 인퍼런스 시키고, 나아가 인류에 해가 되지 않는 한도내에서 어떻게 이 기계에 사람의 감성과 감정과 혼을 불어 넣을 것인지가 못견디게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