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서울의 열대야가 약 한달 째 지속되면서 근대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래 가장 긴 열대야가 우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고 있다. 자연스레 올해 역시 전기요금 폭탄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한전은 여전히 심각한 한전 경영난 해소와 국민 부담 완화 사이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두고 첨예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사실 전기요금 폭탄은 이례적인 무더위라는 변수가 아닌 구조적인 결함에서 기인하는 문제다. 소위 ‘콩값이 두부값보다 비싼’ 역마진 유통 구조를 가진 한국의 전기료는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 평균 MWh 당 200달러 이상을 형성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의 산업용 전기요금 대비 한국은 2023년 기준 MWh 당 96.3달러 수준으로 평균 대비 약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의 경우 OECD 평균 대비 약 20% 수준이다. 한국이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국가라는 것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요금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형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

◇냉난방기 제어를 통해 상업용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하는 ‘씨드앤’

씨드앤은 상업용 시설의 전기세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AIoT 기반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건물 내 사무실, 매장 등 상업용 시설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활하는 장소로 도시 내 대부분의 에너지는 건물에서 소비되고 있다. 건물에서 쓰는 에너지 중 절반 이상은 설비 공조 시스템, 즉 냉난방기에서 사용된다. 씨드앤은 1차적으로 냉난방기에 집중해 건물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하고 운영비를 절감한다.

씨드앤의 AIoT 솔루션 ‘리프’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와 냉난방기를 제어하는 컨트롤러로 구성됐다. 천장형 냉난방기를 포함해 적외선 신호 감지 장치가 내장된 대부분의 에어컨에 시공 없이 부착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수십억 원 단위의 돈을 들여 중앙 공조기를 비롯한 냉난방 설비를 갈아 엎지 않고 간단한 시술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씨드앤은 기존 공조 시스템의 획일화된 구동 방식과 달리 공간의 구조, 열의 흐름, 실내외 온습도 및 공기질 등 다양한 데이터와 이에 따른 냉난방기 사용 패턴까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수 많은 요소들을 반영해 개별 냉난방기를 자동 제어한다. 이를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냉난방기를 동작하는 패턴을 학습하고 냉난방기 상태, 동작 시간대, 환경 변화에 따라 최적의 효율로 냉난방기를 제어하여 에너지 사용량을 확연히 줄이는 것이다.

씨드앤 리프. /씨드앤 제공

◇이론과 현장의 괴리 속에서 만들어낸 유의미한 성과

건물 에너지 효율화는 지난 수년간 꽤 많은 스타트업들이 파고들었던 문제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론과 현장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기술을 숫자로 증명하지 못 했다. 그러던 와중에 씨드앤 최현웅 대표님을 처음 만났을 때, 크지만 느린 시장의 작은 틈새를 수년간 공략하면서 기술 그 자체에 매몰되거나 실체 없는 혁신을 약속하지 않으며 꾸준히 달려왔다는 인상을 받았다.

건축공학과 출신으로 오랫동안 건물 에너지 효율화라는 문제에 집중한 최현웅 대표님은 지난 10년간 1000여 곳의 필드를 직접 돌며 공간의 목적, 사람들의 활동 패턴, 실내 구조 등에 따라 최적의 에너지 효율화 방식을 프로파일링 했다. 실내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의 부착 높이를 cm 단위로 바꿔가며 데이터의 적시성과 정확도를 확보했을 정도로 집요하게 매달렸다.

그 결과 대형 F&B, 의류, 유통 등 프랜차이즈, 사무실, 병원, 학원 등 상업용 시설, 기지국 등 무인시설부터 최근 데이터센터, 공장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SK쉴더스, 삼성에스원 등 시설관리사업자와 파트너십을 통해 영업 파이프라인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씨드앤과 함께하는 고객사들은 에너지 사용을 평균 17% 줄이고 있다. 월 250만원의 전기료가 들어가는 매장이라면 매달 6만원 수준의 비용으로 40만원을 아끼는 구조다.

씨드앤은 현재 냉난방기 외 건물 단위 에너지 관리 및 효율화를 위한 통합 솔루션을 위해 조명, 콘센트, 배전판 등으로 솔루션 타겟을 확장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절감 솔루션 개발을 위해 건설사 등과 협업하고 있다. 또한, 일본과 대만을 중심으로 글로벌 확장을 준비 중이다. 미쓰비시 그룹과 협력해 일본,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1년간 해외 실증을 통해 기술검증을 마쳤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현지화 작업에 힘쓰고 있다.

씨드앤 리프 부착 모습. /씨드앤 제공

◇우직한 거북이가 비로소 바다를 만났을 때

많은 초기 투자자들이 투자 검토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 중 하나는 바로 속도다.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기회를 찾는 속도,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가설 수립과 실험의 속도, 그리고 때로는 안되는 것에 매몰되기 보다는 빠르게 변화를 택하는 사고 전환의 속도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회사 창업 후 약 7년 동안 투자 유치는 커녕 사실상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 건물 에너지 효율화라는 한 길을 우직하게 파내려간 씨드앤의 발자취는 자칫 속도의 미덕과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때때로 무겁게 느껴졌던 문제에 대한 사명감과 과정에 대한 믿음이 이제는 그 어떤 경쟁사도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진입장벽으로 자리 잡았다. 씨드앤이 지난 10년간 구축한 건물 에너지 효율화 기술과 필드 레퍼런스, 안정적인 하드웨어 및 플랫폼, 수 많은 케이스를 겪으며 쌓인 현장 노하우는 오랜 노력 끝에 바다를 만난 거북이 씨드앤의 가장 가치있는 자산이자 자신감이다.

씨드앤 최현웅 대표. /씨드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