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데이터센터의 가상화와 병렬 컴퓨팅 환경은 데이터 처리와 저장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있고, 인공지능 기술은 데이터로부터 어떤 가치를 생성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데이터 유출 사고와 평균 비용도 거의 매년 최고치가 갱신되고 있다. 데이터는 활용해야만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특징을 가짐과 동시에 쉽게 복제되기 때문에, 데이터의 활용과 보호 사이에는 큰 딜레마가 있다. 디사일로를 그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하는 회사였고, 슈미트는 2021년과 2023년에 투자하면서 디사일로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에서 활용할 수 있을까?

동형암호는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에서 연산한다. 데이터를 활용하여 결과를 얻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이런 동형암호는 약 50년 전부터 연구가 시작된 분야였지만 정수와 실수에 대하여 임의의 연산이 가능하게 된 것은 2010년 중반 이후였고, 당시에는 산업계에 아직 관련 경험을 보유한 전문 인력이 희소했다.

디사일로는 동형암호 기술을 사용하여 아직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2020년에 시작했으며, 2021년 초에 처음 만났던 디사일로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후원하는 iDASH 경진대회 동형암호 부문에서 1위를 수상한 직후였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디사일로는 동형암호 기술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실제 시장에서 기술을 제품화하고 최적화하는데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디사일로는 데이터 유출 비용이 가장 큰 의료와 금융 시장을 목표로 사업 개발을 시작하고 있었다. 의료와 금융 시장은 데이터 활용에 따른 부가가치가 커서 국내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는 영역이다. 하지만 데이터의 수집부터 관리와 활용에 있어 엄격한 규제가 따르기 때문에 최초의 성과를 얻기까지 상당한 기간 그리고 임직원분들의 끈기가 필요할 것은 당연했다. 정부 및 규제 기관의 협조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었다.

과거 활용 사례가 없는 새로운 기술을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시장에 공급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디사일로는 2022년과 2023년에 금융과 의료 영역에서 데이터 클린룸 솔루션 사업 성과들을 만들어냈고, 이제는 제조와 마케팅 영역으로 목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디사일로

◇동형암호는 어떤 단점이 존재할까? 보완이 가능할까?

암호는 평문 대비 암호문의 크기가 크고 특히 동형암호는 암호문 연산과 평문 연산의 결과를 같게 만들기 위해 추가 연산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연산 속도가 느리다. 디사일로를 포함한 국내외 경쟁사들은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연산을 최적화하면서 성능을 끌어 올리고 있으며, CPU 와 GPU 기반 병렬 컴퓨팅을 통해 연산 속도를 개선하고 있다. 최근에서는 국내외에서 동형암호 연산을 가속하는 하드웨어가 개발되고 있으며, 디사일로는 2022년부터 동형암호 연산 가속 하드웨어를 개발 중인 팹리스 회사와 협력 중이다.

이미 인공지능 모델이 대형화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파워가 증가하고 있고, 프로세서와 메모리 반도체의 성능 차이에 따른 병목 현상도 점차 해결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다. 동형암호 연산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수준에서 각각 최적화되고 있어서, 중장기적으로 동형암호 연산 시간과 비용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과 솔루션의 가치

데이터 활용 시나리오는 다양하기 때문에 잠재 고객들의 개별 데이터 활용 시나리오들을 고려하여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을 도입하고 솔루션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디사일로는 솔루션 최적화를 위한 자체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를 개발 중이고, 잠재 고객들의 고객 수요를 반영하여 기술적 진입장벽을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민감 정보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고,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양한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에 대한 거시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실제 세계는 더 복잡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만드는 변화는 점진적일 수 있다. 하지만, 디사일로는 중요한 변화를 만들고 있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디사일로는 다양한 데이터 활용 시나리오에서 데이터를 적절한 수준으로 보호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공급하기 위해, 동형암호 외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PETs; Privacy-Enhancing Technologies)도 연구개발 중이며 앞으로도 그 영역을 지속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