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고 몇년 있다가 제가 투자심사했던 회사 대표님들 찾아가 ‘죄송하다’고 인사드렸어요. 직접 해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더군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이상한 소리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제가 VC에서 함께 했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정말 죄송하고요,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모인의 서일석 대표는 VC 심사역 출신입니다. 근무기간은 대략 4년. SBVA(과거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퓨처플레이에서 심사역을 했습니다. 담당했던 회사 중 가장 성공적으로 엑싯한 곳은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고, 에듀테크의 버즈빌, 넥슨이 인수한 게임사 엔진스튜디오 등 여러 딜을 했죠. 모인은 그런 그가 2016년 회사를 나와 창업한 스타트업입니다.

서 대표의 말은 ‘2016년 창업이니 창업 후 거의 8년이 지났다. 핀테크 혁신을 걸었지만 발걸음이 더딘 것 같다’는 기자의 도발적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모인은 해외송금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기존 은행 송금수수료의 반값 이하. 모인이 창업했던 시점은 시중은행이 아닌 사업자가 해외송금업을 운영하는 것이 애초에 불법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간편송금이 법으로 불가능했던 시절 창업한 토스처럼 모인도 곧 열린 해외송금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선창업, 후해결’이라는 모험에 나선 곳입니다.

토스의 도전은 소비자의 피부로 느껴집니다. 우리와 가까운 금융의 문제를 해결하거든요. 하지만 모인의 문제 해결 영역은 우리와 멀어 느끼기 어렵습니다. 해외와 거래하는 중소기업, 외국에 나간 한국 유학생, 해외에서 돈을 벌어 한국에 송금해야 하는 이들과 그 반대의 외국인 노동자 시장이 타깃입니다. 작은 시장이냐고요? 아뇨. 국내 마켓사이즈만 2조원이 훌쩍 넘는 시장입니다.

이번 레터는 숨겨진 송금 시장의 문제 해결에 나선 모인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해외송금망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동안 왜 비쌌고, 모인을 비롯해 이 문제 해결에 나선 해외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비즈니스 하는지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아, 그리고 쫌아는기자들의 개인 의견. 한국은 정말 핀테크하기 어려운, 규제로 똘똘 뭉친 국가입니다. 여기에 도전하는 창업자들에 대한 리스펙트는 곱하기 2입니다.

서일석 모인 대표. /모인 제공

1. 반값 해외송금 수수료, “요샌 해외 직구도 해외송금으로”

-단도직입적으로, 모인의 서비스. 기존 은행의 해외 송금보다 얼마나 쌉니까.

“국가별로, 금액대별로 다르지만 기존 해외 송금 수수료보다 70%에서 90%까지 저렴합니다. 송금 구간마다 다른데요, 몇만원부터 시작할 수 있지만 수천만원 단위를 송금하는 기업 고객의 수수료율 절감율은 최대 90%까지 오릅니다. 국가마다 다르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원래도 수수료율이 비싼 국가지만 기존 은행보다 50~60% 가량 저렴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일본으로 송금할 때, 1000만원을 보내면 시중 은행은 수수료가 10~11만원 정도 됩니다. 모인에선 4~5만원 정도 수수료가 나옵니다. 시중은행의 50%가 넘게 싼 것이죠. 유럽 국가의 경우 70% 이상 싼 경우도 있고요.”

-기존 은행의 해외 송금은 수일이 걸리던데. 모인을 쓰면 이 문제도 해결 가능한가요.

”한국은 송금 속도가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 송금도 몇시간에서 하루 이상 걸리는 곳들도 있어요. 한국 사용자들이 잘 체감하지 못하지만, 일반적인 해외 송금은 4~5일 정도 걸립니다. 속도 이슈도 있는 것이죠. 모인은 속도 문제도 해결합니다. 유럽 국가들은 30분 이내, 일본과 영국 송금도 거의 실시간에 가깝죠.”

-유학생이나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면 해외 송금을 크게 쓸 일이 있을까요?

”해외 직구가 보편화되면서 해외 송금 시장도 크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작은 물건을 구매하면 몇만 원 정도이고, 일본에서 피규어나 다른 상품을 구매하면 몇십만 원짜리도 많습니다. 직구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사업자들은 원래 송금을 통해 거래를 진행합니다. 요새 떠오르는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플랫폼도 송금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훨씬 많고요.

통화별로 다르지만, 이렇게 직구를 할 때 일반적으로 거래 수단 중 페이팔이 수수료가 가장 비쌉니다. 그다음이 신용카드, 가장 저렴한 방식이 모인 같은 송금 서비스죠. 개인들도 1년에 한두 번 해외 직구를 한다면 수수료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와인 직구나 명품 백 구매도 많이 하시는데, 금액이 몇백만 원에서 천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예를 들어 샤넬 백 하나만 사도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 하니까요. 이런 경우 송금을 이용하면 수수료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해외송금의 경제성을 일반 소비자도 체감하게 된 것이죠. 당연히 거래 규모가 큰 기업들은 수수료 부담 때문에 천만원 단위만 넘어가도 절대로 신용카드 해외 결제하지 않고 송금을 택합니다.”

-해외 직구 사이트 중에선 아예 카드 사용을 막아둔 곳도 있더라고요.

”네. 실제로 최근들어 해외 신용카드를 막아놓은 직구 사이트들이 많습니다. 사기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해서요. 그러니까 미국 직구 사이트인데 미국에서 발급한 신용카드는 사용가능하지만, 한국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는 결제가 안 되도록 막아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해외송금을 반드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도 합니다.”

2. “한국이 송금망 제일 단순한 곳, 한국에서 미국 지방은행으로 돈 보내려면 수수료가 곱절”

-가장 먼저, 모인의 비즈니스나 혁신을 이해하려면 기존의 해외송금망, SWIFT 망을 이해해야합니다.

”해외 송금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이해하려면 중개자의 역할을 생각해봐야 해요. 유통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데요, B2C 모델에서는 생산자인 농부로부터 직접 상품을 받으면 중간 유통 과정이 생략되어 가격이 저렴해지잖아요. 저희 같은 플랫폼이 중개를 해주긴 하지만, 유통 단계를 줄여서 비용을 절감하는 거죠. 마트에서 대파를 사는 것보다 산지에서 직접 사면 훨씬 싸듯이요.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해외로 직접 보낼 수 있는 송금망이 대부분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국민은행과 미국의 씨티은행이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가정할게요. 이런 경우에 은행 간 거래를 중개해주는 망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SWIFT예요. SWIFT는 큰 은행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으로, 초기 출자도 그들이 했고, 은행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리적으로 단순히 망을 연결한 것? 그렇다면 SWIFT도 별 것 없는데요.

“은행마다 통신 규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표준화한 프로토콜을 만들어 통신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SWIFT의 역할이에요. 그래서 한국 은행들은 송금 과정을 직접 핸들링하지 않고, SWIFT를 통해 지정된 양식으로 송금을 보내면 중개은행들이 1번, 2번씩 거쳐서 받아요. 은행들끼리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 군데를 거쳐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은행과 은행을 연결하는 일이 별로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요. 한국의 송금 간편성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해결됐는데, 여러 나라가 엮여서 문제가 복잡한 것인가요.

“예를 들어 국민은행에서 씨티은행으로 송금을 보낼 때도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중개은행을 거쳐야 해요. 큰 은행들은 보통 한 개 정도 거치지만, 씨티은행처럼 규모가 큰 은행은 하나만 거쳐서 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미국에는 로컬 은행들이 엄청 많아서 상황이 달라져요. 제가 펜실베이니아에 있었을 때 가장 큰 은행이 PNC뱅크였습니다. 미국은 각 주별로도 은행이 정말 여럿있는데, 국민은행이 이런 모든 은행과 송금이 직접 연결될 리가 없잖아요? 결국 SWIFT망을 통해 씨티은행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중개은행을 거쳐야 하죠.만약 한국의 지방은행에서 PNC뱅크로 송금을 보내려면 중개은행이 더 필요해요. 지방은행이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을 타고 한 번 더 거쳐야 할 거예요.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이 수수료를 받아가기 때문에 송금 수수료가 비쌀 수밖에 없어지죠. SWIFT도 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비용을 받고, 중개은행들도 수수료를 받아요. 송금하는 은행과 받는 은행 모두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받기 때문에 비용이 누적되는 구조예요. 은행망에서는 중간에 브로커가 없지만, 망 밖에서는 브로커가 있기도 하고요.”

-전문적인 송금 서비스를 하며 문제를 해결하려했던 회사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해외 송금 서비스는 역사가 매우 깊은 분야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150년 넘은 기업인 웨스턴 유니온이에요. 은행 지점은 전 세계에 모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웨스턴 유니온은 에이전시 계약을 통해 각 나라의 다양한 형태 송금을 지원하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필리핀은 섬이 많아서 섬마다 해외송금이 가능한 은행 점포가 다 있을 수가 없습니다. 대신 전당포가 수만 개 존재해요. 웨스턴 유니온은 이런 전당포들과 에이전시 계약을 맺어서, 그들이 웨스턴 유니온의 라이선스를 사용해 고객들에게 돈을 지급하고 받아줄 수 있게 해요. 물론 이들은 웨스턴 유니온의 브랜드를 빌려쓰는 대가로 라이선스 비용을 많이 지불하고, 웨스턴 유니온의 네트워크를 함께 이용하게 되죠. 이런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 개념으로 송금을 지원합니다.

웨스턴 유니온이 오프라인이라면, 이 개념을 웹으로 옮겨온 회사들이 나타났고, 대표적으로 페이팔 같은 회사요. 그리고 모바일 혁신을 이끈 플레이어들도 등장했는데, 그 중 하나가 영국의 와이즈(Wise) 같은 회사예요. 이렇게 해외 송금 서비스는 거의 3세대까지 발전한 것이죠. 우리나라는 사실 아예 해외송금 서비스가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불법이었거든요. 2017년에 법 개정을 통해 처음으로 이런 서비스가 생겼어요. 그 전에는 외국환거래법상 은행들만 외국환 업무를 할 수 있었고, 지방은행이 아닌 시중은행만 가능했습니다.”

모인 서비스 예시 화면. /모인 제공

3. 해외송금의 마법, 서로 다른 언어(프로토콜)은 연결하면서 최단 경로(수수료)로, 환헷징을 하면서 돈을 보내는 로직

-SWIFT 망을 통하지 않거나, 이 망에 비싼 송금수수료를 내고 싶지 않다면 모인이 별도의 송금망을 구성해야 합니다.

“SWIFT망은 국제 송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든 새로운 표준이라서, 각 국가에서 원래 사용하던 로컬 지불 결제 수단과는 호환이 어렵습니다. SWIFT망이 전세계 공용화된 언어이자 프로토콜이고, 범용성은 있지만 각 국가에 최적화된 지불 결제 수단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모인은 각 국가와 권역의 망을 직접 연결하고 있습니다.”

-잠깐만요, 그렇다면 각 나라의 금융은 서로 다른 언어. 프로토콜을 쓰고 있다는 거군요. 한 나라에 망이 여럿이기도 하고요.

“금융 역사가 오래된 나라들은 망도 여러 개고, 프로토콜도 제각각이에요. 우리나라는 중앙화된 결제망이 존재하는 특이한 국가고요. 미국은 대표적으로 ‘ACH’라는 오래된 망이 있고, ‘CHIPS’ 등 여러 망이 있어요. 영국과 일본도 전통의 송금망이 존재하고, 새로운 송금망이 다시 시장에 도전장을 내는 방식으로 망과 망끼리도 경쟁을 합니다. 모인은 이런 각 국가 여러 망들을, 직접 연결했습니다.”

-그렇다면 모인이 단순 로컬의 곳곳 송금망을 연결하기만 했다면, 이 비즈니스가 별다른 밸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요? 망의 연결 이상으로 모인 제품이 최종 송금에 기여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개념상으로는 그렇지만, 중간 과정은 조금 더 복잡해요. 해외 송금은 각각의 특성이 정말 많거든요. 국내 송금은 생각보다 별거 없어요. 해외 송금은 국가 간 송금이라 목적도 다양하고, 보내는 국가나 통화도 제각각이에요. 페이먼트 레일들이 다르다는 의미고, 컴플라이언스적으로 송금이 가능한지도 크게 달라요. 그리고 얼마를 언제 보내느냐에 따라 환율 변동이 실시간으로 있기 때문에 환헷징도 해야 합니다. 이런 다양한 속성값들을 고려해서, 특정 시점에 특정 금액을 A에서 B로 보낼 때 어떻게 해야 가장 싸고 빠르게 보낼 수 있는지도 계산해야 합니다.

이것은 전산학에서 많이 말하는 ‘최단거리 찾기’ 문제와 비슷해요. 여기서 저기까지 갈 때 A를 거치는 방법도 있고, B와 C를 거치는 방법도 있고, D, F를 세 번 거치는 방법도 있어요. 어떤 때는 A를 거치는 게 가장 빠르지만, 때로는 B와 C를 거치는 게 더 빠를 때도 있죠. 단순히 경로만의 문제가 아니라, 각 경로에 ‘웨이트’라는 속성값이 붙어 있어요. 예를 들어 A를 바로 거치면 웨이트가 10인데, B는 3이고 C를 거치는 게 4라면 합쳐서 7이 되잖아요. 그러면 두 개를 거치는 게 더 효율적인 것처럼, 모인은 최적의 송금 거리까지 여러 변수를 계산하는 로직을 갖고 있습니다.”

-지불 수단이 다른 경우에도 송금이 어렵다고요? 해외도 송금 시간이 망마다 다르기도 하나요.

“이것도 한국이 특수 상황인 것입니다. 한국은 돈 주고받는 수단이 전부 계좌로 통일됐지만, 미국만 하더라도 아직도 수표를 씁니다. 일본이요? 과거에 지로라는 타입의 지불 수단이 있었습니다. 최근엔 거의 찾아보기도 어려운데요. 일본은 이 지로와 아주 유사한 지불 수단이 대중적으로 쓰입니다. 중국요? 중국은 계좌보다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와 같은 월렛이 메인입니다. 송금망은 이런 변수까지 고려해 연결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한국 국내 송금이 정말 단순하고 쉬울 뿐이죠.”

“송금 회사들이 여러 개 있는데, 이들의 서비스 레벨은 모두 다릅니다. 규격도 다르고,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도 다양해요. 어떤 곳은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런 곳은 사실 드뭅니다. 하루에 20시간만 운영하거나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거나, 미국 공휴일에는 서비스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어요. 사용자들은 사실 이런 복잡한 사항을 잘 모르시고, 그냥 싸고 빨리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죠. 이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저희 내부 시스템에서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며 최적의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고, 이게 곧 경쟁력의 핵심인 것이죠.”

-결국 모인이 꿈꾸는 비즈니스 모델은 일종의 ‘송금망 사업자’군요.

“모인은 금융회사, 은행이 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다른 해외 송금 회사들은 은행이 되고 싶어 하지만, 저희는 은행에게 이런 망을 제공하는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되고 싶어요. 망 사업자가 되고 싶은 거예요. 쉽게 비유하면, 저희는 비자(Visa)가 되고 싶은 겁니다. 비자는 한국에서도 큰 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신용카드 회사를 운영하는 게 아니거든요. 신용카드망에서는 비자, 마스터, JCB 등이 주도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해외 송금망은 절대 강자가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스위프트(SWIFT)가 압도적으로 1위고 200개국 송금을 지원하지만, 서비스 퀄리티가 좋지 않습니다.”

4. 한국만 1년 2조원 이상 시장인데도 시중은행이 해외송금망을 고칠 의지가 적은 이유

-모인 서비스를 보면 180개국 송금을 지원하지만, 모든 국가와 통화 송금이 수수료가 저렴한 것은 아니더군요.

“모인은 현재 6개의 주요 통화에 집중하고 있어요. 일본 엔화, 유럽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미국 달러, 캐나다 달러, 호주 달러 등 입니다. 모두 선진국, 특히 한국과 교역과 교류가 빈번한 국가들이죠. 모인의 송금망을 잘 만들어서 은행이든 금융회사든 플랫폼 회사에게 망 사용료(수수료)를 받는 B2B 비즈니스를 하고자 합니다. 국내 결제망은 각 카드사들이 알아서 하지만, 해외에서는 모두 비자나 마스터를 이용하잖아요. 모인도 비슷한 역할을 해외 송금 분야에서 하려는 것이죠.”

-시장의 크기가 어느 정도 됩니까. 해외로 돈을 부치는 사람이 그렇게 많나요.

“VC 심사역을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가 ‘마켓 사이즈의 중요성’입니다. 시장의 크기가 정말 너무너무 중요합니다. 한국은 수출, 수입이 활발한만큼 외화를 주고받는 일이 정말 많은 나라입니다. 개인 해외송금 규모도 큽니다. 한국이 전세계 유학시장에서 세번째로 큽니다. 중국, 인도 다음이예요.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개인 해외 송금 단위만 한 해 20조원이 넘습니다.

기업 송금은 무역 단위니 1000조가 넘어가죠. 여기서 송금 수수료율을 1%만 계산해봐도, 엄청납니다. 대기업 송금을 제외하더라도 중소기업 해외 송금이 한 해 200조원이 넘습니다. 여기서 수수료율 1%만해도 2조원이죠. 모인이 벤치마크하는 유럽의 비슷한 비즈니스 회사들도 이미 기업가치가 수십조원에 달할 정도로, 장래 성장성이 밝은 분야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해외송금을 제대로 하는 기업이 없었던 것이죠.”

-중소기업의 해외 송금을 전담으로 하더라도 최대 수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도 이 비즈니스가 수천억원의 매출을 보장해줄 수 도 있을텐데요. 비슷한 해외 스타트업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해외에도 SWIFT 망의 문제를 해결하는 플레이어들이 있습니다. 유럽의 인터넷 은행에 송금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들이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은 금융 비즈니스의 특성입니다. 로컬 비즈니스라는 점요. 한국에서도 미국 대형 은행이 B2C 비즈니스가 잘 안되는 것처럼, 금융은 하나의 기업이 전 세계를 다 먹기는 어렵습니다. 유럽 로컬의 회사가 아시아의 다른 로컬 회사와 계약을 맺고 서로 망을 공유하는 방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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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시중 은행들이 많은 인력과 자금을 갖고도 왜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나요. 잘 만들면 매출이 크게 오를텐데.

-굳이 리스크를 걸지 않겠다, 맛집에서 메뉴를 단순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군요.

모인의 7주년 기념 사진. /모인 제공


5. “금융 지식과 노하우는 극복 가능, 가장 힘든 것은 빡빡한 한국의 규제”

-결국 새로운 망을 만드는 일은 기술보다 해외 여러 선진망을 연결하는 영업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기업 고객은 몇 곳 정도 됩니까. 6000곳을 돌파했다고요.

-한국은 오히려 이 분야에 늦은 편이군요. 이런 비즈니스로 성장한 가장 대표적인 해외 스타트업을 꼽는다면?

-창업부터 서비스 런칭까지 2년이 걸렸습니다. 애초에 창업 시점엔 이 비즈니스 모델은 불법이었고요.

-벌써 8년, 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KAIST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시니, 아무래도 금융 백그라운드나 지식이 부족해서 오래 걸린 것 아닌가요.

-은행도 아닌데 물리 서버를 강제한다라... 해외와 한국의 규제 상황을 비교해도 역시 한국이 제일 빡빡한가요.

-그런데 우리 중소기업이 SWIFT 망을 써야 한다고 가정하면, 이 망의 중심 주주이자 결정권자, 지대 수익자는 해외 대형 은행일텐데요. 결국 기존의 비싼 해외 송금 수수료는 국부의 유출아닌가요?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텐데.


6. 일본 진출 박차 가하기, “해외송금망 없는 일본 지방 은행의 니즈가 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송금 시장부터 공략”

-일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보내는 송금량이 하나은행 다음으로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진출하겠다는 것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송금 시장도 잡겠다?

-일본도 한국처럼 B2C 시장부터 노리는 것인가요? 해외송금 모인을 모르는 일본인에게 대대적 광고가 필요할텐데.

-현재 국내 유저는 약 20만~30만, 과거엔 일본 송금이 예전에는 절반 이상인 적도 있었다고요.

-재무성 인가가 남았군요. 하지만 허가를 받는다해도 일본의 대형 기업과 은행 수요가 있어야합니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저렴한 해외송금에도 도전했습니다.

-가상화폐 송금이 저렴하다는 것 왜 장점은요?

-사용자 입장에선 비트코인이든, 스텔라든, 달러든 위안화 등 싸고 빠르게 보내지면 끝입니다. 뒤에 백엔드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이 없죠.


7. 다시 심사하면 창업자의 멘탈리티도 우선 순위에.. “시장도, 제품도 바뀔 수 있지만 팀의 멘탈은 쉽게 안 바뀌더라”

-회사의 B.E.P(손익분기점)은 넘었나요. 적자를 크게 보고 있진 않은지요.

-직접 창업해보니 가장 어려운 일은요?

-다시 심사역을 한다면, 그동안 유심히 보지 않았지만 앞으로 봐야하는 포인트는요?

-결국 건강한 창업자와 팀이 오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