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이 손태장 미슬토 회장을 만난 건, 6년전 서울입니다. 당시 그는 한국 스타트업에 처음 투자했습니다. 한국 언론사와 인터뷰한 것도 처음입니다. 참, 손태장이 누군지는 아시죠? 손 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친동생입니다. 2002년 일본 최대 온라인 게임 회사인 겅호를 창업해 거부 반열에 올랐죠. 이후에 100개 정도의 벤처를 창업했는데 90개 이상은 실패했습니다. 연쇄창업자인 셈인데, 너무 많이 창업하긴 했죠? 2013년 벤처 투자 회사 미슬토를 설립했습니다. 1972년, 일본 사가현에서 태어났습니다. 도쿄대 경제학부를 나왔습니다. 개인 자산은, 글쎄요. 2014년 포브스 추정은 21억 달러였습니다. 한때 일본 거부 톱30에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물론 형인 손정의 회장보다는 적지만, 자수성가한 거부이자, 스타트업 투자자입니다.
6년전, 90분의 긴 인터뷰 동안, 기억나는 대목은 딱 두 곳입니다.
두 억만장자를 키운 아버지(손삼헌)의 교육법. “부친은 ‘배운 대로 삼키지 말고 스스로 생각한 뒤 받아들이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베끼기만 해선 상대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게 부친의 가르침이었다. 초등학교 때 열 문제짜리 간단한 시험에서 만점만 받아도 아버지는 ‘넌 천재’라고, 그림을 그리면 ‘넌 피카소급 자질이 있다’고 크게 칭찬했어요.”
한국 엔지니어에 대한 조언. “전세계를 봐야합니다. 젊은 엔지니어들이 ‘한국에서는 이런 기술을 쓸 데가 없다’고만 하는데, 전 세계로 나가면 반드시 쓰임이 있어요. 테크놀로지 혁명 시대지만, 세계에서 기술 혁신을 실제로 할 수 있는 나라는 10~20국 뿐이예요. 한국 엔지니어들은 세계로 나가야 하며 내가 그것을 돕겠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 120여 스타트업에 200억엔(약 20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내가 가진 돈을 모두 테크놀로지 벤처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그의 진심은 2023년에 다시 확인됐습니다. 신설법인 디에지오브((The Edge of)를 설립한곤, 소뱅그룹 투자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온갖 소문에 고전하던 소뱅벤처스’를 기억하시죠. 외려 흔들리긴커녕, 한국의 틀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이준표 SBVA 대표와는 20년 이상의 지인이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젊은 창업자 이준표에게 도쿄에서 밥을 사주고 조언해주던 ‘참, 착한 재일교포 창업자’가 손태장이었습니다.
10월초, 손태장 회장이 도쿄에서 열린 SBVA의 포럼에 연사로 등장했습니다. ‘인공지능의 스시론’입니다. 인공지능은 미국이 모두 가져갔는데, 대체 아시아와 같은 다른 지역 창업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손 회장은 ‘스시는 밥맛으로 먹나’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비저너리의 말은 때론 공허합니다. 하지만 손태장은 비전을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 스스로 증명한 인물입니다. 쫌아는기자들은 손태장에 대한 존경을 바닥에 깔고, 그의 ‘스시론’을 전달합니다.
혹시 관심있는 분을 위해 ‘과거 인터뷰 기사’ 원문 링크입니다.
[원문 보기] 손태장 “한국 젊은이들 세계로 나가라, 내가 돕겠다”...손정의 회장의 동생, 자산 2조원 갑부, 벤처투자자로 변신
조금 비즈니스에 도움 안 되는 이야기를 해볼께요. 저는 스시를 참 좋아합니다. 질문은 ‘인공지능(AI)은 초밥을 만들 수 있는가?’ 예요. 사실 전 스시를 연구할 정도로 좋아해요. 초밥은 아트와 사이언스의 교차점에 존재하는, 매우 훌륭한 존재입니다.
초밥을 처음 만든 창시자를 아시나요? ‘하나야 요헤에’라고 알려져있어요. 19세기예요. 요즘은 스시를 굉장히 고급스러운,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죠. 실은 매우 캐주얼한 스트리트 패스트 푸드였어요. 당시의 우키요에(우리나라의 풍속화와 같은 일본 그림)에는 초창기 스시 모습이 있는데, 지금처럼 미니멀리즘의 극한이라고 봅니다. 스시는 두 부분, 그러니까 네타와 샤리로 만들어져요. 하나씩 설명해볼께요. (갑자기 ‘인공지능’이 아닌, 스시 얘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자,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짐). 하하. 처음부터 얘기했죠? 비즈니스에는 별 도움이 안되는 얘기를 하겠다고.
샤리라는건 단순히 쌀을 이렇게 잡아서, 모양을 잡은 것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초밥 셰프는 굉장히 섬세한 기술을 사용해요. 매번 손으로 쌀을 잡으면, 하나의 샤리에 쌀 개수를 세면 모두 같은 수일 정도예요. 매우 섬세한 작품이예요. 먹었을 때, 입안에서 이렇게 쌀이 퍼져나가도록. 무너지지는 않지만 정리된 샤리, 이게 굉장히 중요해요.
스시는 한국어론 ‘초밥’이라고 하죠. 식초를 사용해요. 일본어론 ‘스’죠. 스의 종류도 많아요. 아카스, 쿠로스 등요. 초밥집마다 스의 사용법이 전혀 달라요. 한가지 종류의 스를 쓰기도 하고, 블랜딩해서 여러 종류를 섞기도 하고, 갓 만든 스를 쓰거나, 오래된 스를 쓰거나. 초밥집에 가면, 우선, ‘쌀’을 보세요. 샤리를 보세요. 이 가게는 샤리에 어떤 스를 쓰고 있는가. 관심을 가져보면 내 취향을 알게되요. 당신의 취향에 맞춘, 맛있는 스시를 먹을 수 있죠.
다음은 네타예요. 샤리의 위에 올리는 재료입니다. 이른바 생선이죠. 유명한건, 마구로(참치) 같은 건데, 참 종류가 많아요. 참치만 해도, 추토로, 오토로 등요. 다들 오토로가 기름기가 많아, 먹으면 딱 느껴져 맛잇다고는 하지만, 전 개인적으론, 기름끼는 거의 없지만 진정한 참치의 맛을 알 수 있는 아카미를 더 좋아해요.
사실 자기가 참치를 사와서, 잘라서 먹으면 맛이 별로 없어요. 이렇게 눈 앞에 놓고봐도 먹고 싶지 않아요. 무엇 때문일까. 자르는게 그만큼 중요한 것이죠. 잘 잘라야 맛이 있어요. 도구도 중요해요. 교토에 있는 이 칼이 유명한데요. 최고예요. 올려놓으면 무게로 생선이 쓱 잘리는 거예요. 생선 위에 칼을 올려놓은 정도만 스스로 힘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셰프는 당길 뿐이예요. 당기면 무게 때문에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쓱 잘리는 것과 같아요.
실은 자를 때도, 다 같은 방식이 아니예요. 생선의 모양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그 정도로 섬세해요. 여기에 셰프의 테크닉이라는 것도 있죠. 저도 스시 만들어봤는데, 300개 정도하니, 겨우 이 정도 됐어요. (사진을 보여줌). 그리고 제 이상형의 스시는 이거예요.(셰프의 스시 보여줌. 관객들이 웃을 정도로, 딱 보니, 초보의 스시와 프로의 스시는 달랐음.) 전혀 다르구나 라고 말할 정도로, 외형을 포함해, 물론 맛은 전혀 달라요. 굉장히 심플한 미니멀한 요리입니다만, 실은 거기에는 굉장히 섬세한 손길이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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