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의 새로운 코너 <쫌한다는선수>입니다. <쫌한다는선수>는 ‘우리 회사에서 뾰족한 문제를, 확실하게,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임했거나, 아주 열심히 임해서, 해결해 낸 사람’을 인터뷰합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 부딪히는 많은 이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도록요. C레벨이 아니어도 됩니다. 직급 상관없습니다. 나이도 신경쓰지 않고 직무도 개의치 않습니다. 내 옆의 많은 동료를 추천해주기 바랍니다. 추천은 startup@chosun.com으로 이메일 주시면 됩니다.


1. 핀다에서 핀다오토가 스핀오프를 하다

“스핀오프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모체(핀다)와의 산업 간 차이가 너무 커져서, 함께 있으면 오히려 카니발라이제이션(시장 잠식)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자회사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죠. 하지만 회사가 분리되면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에, 그만큼 자금 지원도 책임져야 합니다.특히, 차즘이 다루고 있는 자동차 모빌리티와 핀테크 분야는 많은 자본이 필요해요. 이런 상황에서 모회사가 모든 자금을 부담하기에는 굉장히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자본시장에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투자자들이 자본을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 중 하나는 거버넌스가 창업팀에게 있느냐를 보더군요. 창업팀이 경영권을 가지고 있어야 투자를 할 의향이 있는 거죠. 핀다에서 작년부터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해보자는 논의를 시작했고,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에 사내벤처로 지원했습니다. 차즘이 선정되어 회사의 지원금을 받고 사내벤처로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스타트업이 스핀오프 했습니다. 그러니까 스타트업이 사내벤처로 스타트업을 육성해, 이 스타트업이 분사해 투자를 받고 달리기 시작한 것이죠. 모체는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 사내에 자동차 핀테크 사업을 했던 핀다오토팀이 스핀오프 한 것입니다. 차즘은 지난달 퓨처플레이 투자를 받고 서비스도 리뉴얼하면서 본격적인 홀로서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차즘, 그러니까 과거 핀다오토의 대표는 정상연님. 핀다에서 프로덕트를 책임졌던 PO 출신입니다. 냉정하게 핀다도 자신들의 도전 여정이 아직 끝난 상황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차즘의 도전을 위해 과감하게 회사를 떼어냈습니다. 그만큼 핀다팀에 차즘의 비즈니스, 정상연 대표이자 전 PO에 대한 강력한 믿음과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정상연 대표에게 차즘의 비즈니스에 대해, 그리고 까다로운 대출 시장을 뚫어낸 핀다의 프로덕트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차즘의 대표이자 핀다의 전 PO인 정상연님. /핀다 제공

-차즘의 시작은 오토론 서비스입니다. 핀다에서 어떤 일을 하다가 자동차 대출, 그러니까 오토론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시중은행에서 은행원으로 근무했었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이 고객들에게는 정보 비대칭의 영역이잖아요. 고객들이 대출 정보를 명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선택해야 하니 불편함이 컸죠. 핀다에서 제 역할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어요. 더 많은 고객이 더 다양한 금융사의 대출 조건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금융사와 협력해 좋은 조건의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주택 담보대출이나 전세 대출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대출을 받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대출 한도 조회 시 자금 사용 목적을 파악하고, 그 목적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금융사와 협의해 상품을 소싱해왔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대출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자동차 구입이라는 점에 주목했어요. 자동차 구입 목적이 전체 자금 사용 목적 중에서 4%에서 8% 정도로 왔다 갔다 했거든요. 오토론이 좋은 이유는 기존 카드사나 캐피탈사의 할부는 최대 60개월인데, 오토론은 은행 상품이기 때문에 서울보증보험이 보증서를 발급해줘서 신용대출이 아닌 담보대출로 인정됩니다. 그리고 대출 기간이 무려 120개월, 즉 10년이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원금을 나눠 갚기 훨씬 수월해요. 이런 유동성 때문에 고객들이 선택할 이유가 충분히 있었고, 그래서 오토론 사업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차즘의 사업을 논하기 전, 우선 핀다에서 주로 했던 일들이 있을 겁니다. 핀다의 핵심은 시중은행, 저축은행 등 여러 은행의 대출 상품의 정보를 모아서, 고객이 더 싸고 좋은 대출을 받게 해주는 일입니다. 어떤 문제를 푸셨나요.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정확도 문제였던 것 같아요. 고객 정보를 금융사에 전달하고, 금융사로부터 한도와 금리 값을 받게 되는데, 이 값의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기자님이 핀다를 통해 A 저축은행에서 한도 조회를 했더니 7% 금리에 5000만 원 한도를 준다고 나왔는데, 막상 대출을 신청했더니 9% 금리에 3000만 원밖에 안 나온다든지 하는 문제요.

문제 원인의 첫 번째는 금융사의 전산 시스템과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역량이 비대면 초기에는 매우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저희 플랫폼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금융사에서 심사하고 승인하는 과정에서 비대면 심사 역량이 떨어졌던 거죠. 두 번째는 비대면 대출 중개 자체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CSS(신용평가 시스템) 로직이 굉장히 약했습니다.”

2. 부정확한 신용 평가, “플랫폼도 시스템 구조를 바꿀 수 있다”

-크레딧 스코어링 시스템(Credit Scoring System), 신용 평가 모형이요? 신용 평가 모형은 다 규격화되어 있는 것 아니었나보군요.

“금융사에서 고객의 신용을 평가하는 시스템인데, 비대면 대출 초창기에는 이 신용평가 시스템이 매우 열악했습니다. 금융사들이 고객을 확보하고 싶어서 대출 조건을 던져주긴 했지만, 그 값이 정확하지 않았던 거죠. 즉, 대출 한도와 금리가 처음 조회된 것과 실제로 대출할 때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가 빈번했습니다.”

-핀다는 일종의 중개 플랫폼입니다. 신용 평가 정확도를 올리려면 본질적으로 대출을 내주는 금융사들의 모델 수정이 먼저 아닌가요. 플랫폼이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핀다도 몇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첫 번째로는 스크래핑 방지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금융사들에게 더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의 동의를 받아 건강보험공단에서 자격 확인서와 납부 영수증을 가져왔습니다. 이 정보를 토대로 금융사는 고객의 소득을 역산해 더욱 정확한 한도와 금리를 산출할 수 있었죠. 여기서 핵심은 건강보험료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소득을 추정하고, 금융사에게 이 데이터를 전달해 보다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두 번째로 금융사들의 정확도 신호등을 도입했습니다. 고객이 대출을 신청한 후 실제 약정까지 이어지는 비율을 기준으로 금융사의 정확도를 평가한 것이죠. 만약 신청 대비 약정률이 낮으면 그 금융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의미였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금융사별로 신호등을 통해 정확도를 표시했어요. 고객 입장에서 처음 핀다를 설치하고 대출 조회를 했을 때, 예를 들어 8000만 원에 5% 금리가 나왔는데 실제로 신청했더니 4000만 원에 7%가 나온다면, 고객은 사기를 당한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정확도 신호등을 통해 금융사의 신뢰도를 보여줬어요. 만약 어떤 금융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면 빨간불이 켜지도록 라벨링을 해둔 거죠.”

-도발적인데요? 핀다 입장에선 대출을 내줄 수 있는 금융사 입점이 중요한 문제고, 특히 초기 핀다엔 주요 시중은행이 입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핀다에서 금융사 상품을 평가하는 지표를 만든다?

“핀다가 금융사의 평판을 관리해 주는 역할도 했던 거죠. 금융사들 스스로도 정확도에 대해 신경 쓰게 만들자는 의도였어요. 눈에 보이는 신호등을 통해 금융사들이 자신들의 정확도를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유도하려 했습니다. 이를 통해 제도적으로도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했어요.”

핀다의 맞춤형 대출 조회 기능 예시 /핀다 제공

3. “고객을 쥔 자가 교섭 지위를 갖는다”

-초기 핀다에 이렇게 많은 금융사가 입점하진 않았습니다.

“제휴 사업을 하다 보면 결국 명분 싸움이 되는 것 같아요. 기회였던 점은 2020년 코로나 시기에 핀다가 굉장히 큰 성장을 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오프라인을 기피하고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으려 하다 보니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했어요. 제가 처음 왔을 때 직원이 16명 정도였고, 제휴 금융사도 6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70개가 넘습니다. 핀다가 비대면 플랫폼으로 고객들이 몰리면서 금융사들도 자연스럽게 저희 플랫폼으로 이동하려는 방향이 형성됐죠. 고객을 쥔 자가 교섭 지위를 가지게 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이 몰리면, 플랫폼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금융사들과 협상할 때 우위에 설 수밖에 없으니까요.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감독기관의 존재였어요. 감독원에서도 비대면 대출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제도가 일사 전속 제도인데, 간단히 설명드리면, 중개인은 원래 한 금융사만 중개할 수 있게 규정하는 제도입니다. 여러 금융사를 중개하면, 수수료를 더 많이 주는 금융사 쪽으로 고객을 유도할 위험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핀다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예외로 인정받았어요.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수수료도 감독원이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이 예외는 고객 편익 증대로 이어졌죠. 시간이 지나면서 정확도 역량이 높은 금융사들이 점점 늘어났고, 그들도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금융사들도 정확한 대출 조건 제시와 신용평가 시스템을 두고 경쟁하는 시장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은행 입장에서도 플랫폼에서 다른 금융사들과 대출 조건을 두고 경쟁하는 것을 선호한다...재밌네요.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체급이 되는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핀다 플랫폼이 더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 주길 기대하고 있었어요. 자신들이 정확한 신용평가 모델과 데이터 기반 평가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신호등 평가를 통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자신이 있다는 거죠. 이런 금융사들은 오히려 ‘우리가 더 정확한 평가를 받자’는 마음으로 페어 플레이를 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대회와 심판이 있길 바라는 것이죠. 1등을 하면 되니까요.

반면, 체급이 되지 않는 금융사들은 가짜 조건을 던져 고객을 유치하려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래서 체급이 되는 금융사들이 불만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불공정 경쟁이었습니다. 신호등 시스템은 공정한 경쟁을 원했던 금융사들에게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 거죠. 사실 신호등 시스템은 저와 핀다팀이 오래전부터 도입하고 싶었던 부분이었어요. 하지만 고객사인 금융사들이 반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명분과 교섭 지위를 확보할 때까지 준비를 해왔습니다. 거의 3년 기다렸죠.”

-신용평가 모델을 두고도 은행과 금융사들끼리 경쟁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신용평가 모델은 은행마다 완전히 다릅니다. 마치 맛집마다 레시피가 다르듯, 각 은행이 고객의 대출 안정성을 평가하고 장기적인 수익성을 고려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 거죠. 예를 들어, 금리 1~2% 차이가 나는 것은 고객의 상환 능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부도가 나지 않을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은행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핀다가 스크래핑 기능을 강화했던 것입니다. 특히, 개인 사업자까지도 포함한 스크래핑을 최초로 도입했던 게 큰 성과였어요. 개인 사업자의 홈택스에서 사업자 등록증, 소득금액 증명 3년치, 부가세 과세표준증명서 3년치 등 다양한 서류를 받아와 금융사에 전달할 수 있게 만든 것이죠. 학원장이나 의사 같은 면세 사업자의 경우, 수입 금액 증명서를 통해 정확한 소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은행원 출신이다 보니, 이런 서류가 있으면 금융사가 훨씬 정확하게 심사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자영업자들은 특히 대출받기가 힘든데, 한국은 자영업 비율이 약 23%로 OECD에서도 가장 높아요. 자영업자들 중에는 부도율이 높아서 은행이 신용을 낮게 보는 경우가 많지만, 3년간 소득이 꾸준한 경우나 직원 수가 늘어나는 등 안정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도 많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더 정확하게 심사할 수 있게 금융사에 제공한 거죠.”

-이런 서류들, 은행에서 대출 받을 때 다 요구하는 것 아닌가요.

“사용성의 차이입니다. 핀다에선 고객이 본인 인증만 하면 이 모든 조회가 끝납니다.  홈택스 등 여러 곳에서 정보를 받아와 금융사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킨 거죠. 지금은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어 많은 금융사들이 도입하게 되었습니다만, 작년까지만 해도 여러 금융사에서 ‘핀다의 간편 조회 시스템을 모듈화해서 팔 생각 없느냐’는 문의도 꽤 들어왔습니다. 고객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편하고 쉽게 정보를 넘길 수 있도록 만든 사용성이 대출 사업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이죠.”

4. “대출 누가 갈아타냐고요? 주거래 은행 없는 자영업자들에게 우대 금리 찾는 것도 일입니다.”

-기존 은행, 금융사, 핀테크 기업들이 제공하지 않았던 독특한 보험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해 가입률을 크게 높였다고 들었습니다.

“핀다가 대출받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CPI(Credit Protect Insurance)**라는 대출 상속 안전 장치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CPI는 대출을 갚아주는 보험으로, 미국과 일본에서는 매우 보편화된 서비스입니다. 쉽게 말해, 대출을 받은 사람이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상환이 어려워졌을 때, 이 보험이 대신 갚아주는 거죠.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받을 때 거의 필수적으로 가입을 요구합니다. 일본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고요.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널리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사람들은 보험을 추가 비용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런 보험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던 거죠.

핀다에 처음 왔을 때, 고객 리뷰나 댓글 관리를 직접 했었는데, 많은 분들이 대출을 받아서 고맙다고 하시면서도 대출로 인한 부담감을 표현하셨어요. “대출받아서 좋긴 한데, 마음이 무겁다”라는 식으로요. 고객들이 대출을 통해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동시에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는 걸 많이 보게 됐죠. 이런 양가 감정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대출받은 고객들의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CPI라는 보험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대출 안전 보험이라...한국에 잘 없는 상품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을텐데요.

“BNP 파리바 카디프 생명이라는 프랑스계 보험사와 협력했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이와 비슷한 전례가 없었고, 사실상 사장된 보험이었죠. 당시 핀다의 체급이 작아서 보험사들이 쉽게 만나주지 않았죠.

그래서 직접 찾아가 여러 번 설득했고, 결국 한 달에 400개 정도 중개하는 대출 중 일부를 단체 보험으로 가입시킬 수 있게 협상을 이끌어냈습니다. 원래 보험은 개인이 직접 가입해야 하지만, 저희는 핀다에서 대출받은 고객들을 단체 보험에 자동으로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했죠. 고객들의 보험료는 핀다에서 부담하고, 고객들은 재해나 사고로 대출을 갚지 못할 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어요. 암이나 중증 질환까지는 포함되지 않지만, 재해나 장애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게 한 거죠.

처음엔 고객들에게 생소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명칭도 그냥 CPI가 아니라 ‘대출 상속 안전 장치’라고 바꾸었고, 대출을 받은 후 카카오톡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안내해 드렸습니다. 덕분에 가입률도 꽤 높았졌습니다. CPI는 고객에게 주는 우리만의 특별한 가치라고 생각해서 계속 제공하고 있어요. 최근 다른 핀테크 서비스들도 비슷한 상품을 다른 보험사와 함께 진행하는 걸 보니, 저희가 했던 시도가 점점 더 인정을 받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그런데 제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거래 은행을 잘 바꾸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대출 상품도 자주 바꾸지 않는 것 같고요. 핀다에 들어와서 자주 대출 상품을 중개 받거나 조회할 이유가 있을까아요? 리텐션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지.

“은행에 있을 때는 주거래 은행의 중요성을 크게 실감하지 못했어요. 대부분 고객들이 주거래 은행을 당연히 정해놓고 우대금리를 받고 거래할 거라고 생각했죠. 대기업 직원이나 일부 프라임 고객들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고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는 우리나라의 절대 다수 고객들이 주거래 은행을 따로 지정하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은행을 찾아야 하고, 거래를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죠.”

“한국 자영업자의 약 30%는 기본적으로 주거래 은행이 없거나, 금융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죠. 은행 창구에 있을 때 느낀 건, 고객들이 은행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이 은행에서 갑질을 당한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대기업 직원처럼 우대받는 고객들은 모든 것이 시스템화되어 간편하게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은 고객들은 각종 심사 과정에서 불편함을 겪죠. 심사 모형도 많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관적인 요소들이 개입되곤 했습니다. 심사를 할 때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를 통해 고객의 환경을 살폈고, 등본을 떼어 가족이 있는지를 확인하며 연체 가능성을 판단하곤 했어요. 방식이 주관적이다 보니, 고객들은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며 불편해했죠.”

“이런 경험이 핀다에서 고객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주었습니다. 핀다의 고객들은 대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리텐션 비율이 30%를 넘습니다. 이는 고객들이 핀다에서 대출을 받은 후에도 다시 돌아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어떤 고객은 대출 금리가 14%인데도 만족해하는 리뷰를 남겼습니다. 은행에 있을 때는 5%만 넘어가도 고객들이 불만을 표현했었거든요. 금융 혜택을 받기 어려운 사각 지대 고객들이 얼마나 많고, 그들에게 줄 만족이 얼마나 큰 지 깨달았죠.”으로 투자하고 싶은 유저들을 위한 기능을 고려했죠.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고도화된 기능을 제공하면 유저들이 설정 자체를 어려워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최대한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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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객에게 이득이 되는 제품, 그게 1원칙”

-어쨌든 핀다가 돈을 벌려면, 고객들이 자주 대출을 갈아타야 합니다.

-결국 핀다의 제품은 모두 고객에게 이득이 되는 설계군요. PO로서 제품을 만들 때 두는 원칙은요?

-핀다 시절과 스핀오프 이후에 팀을 이끄는 기조도 바뀌어야 할텐데요.

차즘 서비스 /차즘 제공

6. 우리의 추측과 고객이 생각하는 시장은 다르다

-처음에 오토론을 출시했다가 실패를 맛 봤다고요.

-무조건 되겠다고 내렸던 판단이 틀렸던 이유는요

-차 가격은 계속 오르고, 결국 이걸 완전히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 상품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가설이군요.

-그런데 이미 시장의 렌트사, 캐피탈사의 여러 상품이 있고, 이 상품들도 경쟁적으로 좋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나요. 자동차 시장에도 핀다처럼 여러 상품을 모아 제시할 니즈가 있을까요.

7. 회사마다 차종별 금리가 다르다? “이제 차를 빌려야 할 때인 이유는..”

-큰 금융사가 더 싼 오토론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가보군요. 차종마다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회사가 따로 있다?

-문제는 이 시장에 플랫폼이 필요한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입니다. 왜 필요하죠?

-차즘이 플랫폼으로 살아남으려면, 이 시장의 다른 회사 앱과 웹과 다른 디테일이 숨어있어야 합니다.

-여전히 차를 소유하려는 욕구는 강합니다. 정말 금융상품을 써서 차를 빌려타는 것이 보편화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