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의 새로운 코너 <쫌한다는선수>입니다. <쫌한다는선수>는 ‘우리 회사에서 뾰족한 문제를, 확실하게,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임했거나, 아주 열심히 임해서, 해결해 낸 사람’을 인터뷰합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 부딪히는 많은 이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도록요. C레벨이 아니어도 됩니다. 직급 상관없습니다. 나이도 신경쓰지 않고 직무도 개의치 않습니다. 내 옆의 많은 동료를 추천해주기 바랍니다. 추천은 startup@chosun.com으로 이메일 주시면 됩니다.
- 두달만에 시작한 크림 서비스
“크림 서비스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을 꼽으라면, 일단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거래 성사 방식을 입찰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 판매자와 구매자가 각자 제안한 가격을 내놓으면 그걸 자동으로 매칭해서 거래가 진행되도록 하는 거죠. 입찰이 몰리는 상황에서도 각 주문이 순서대로 매칭되고 결제가 이어질 수 있게 하는 부분이 핵심이에요. 아무래도 결제가 실패하거나 판매자가 갑자기 주문을 취소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동시성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두 번째는 상품의 검수 시스템. 거래가 체결된 이후에 상품 검수가 뒤따르게 되는데, 이 과정이 정확하게 돌아가야 신뢰를 얻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검수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2020년 등장한 크림은 국내 패션업계를 뒤흔든 서비스였습니다. 중고나라를 비롯한 플랫폼에서 개인 흥정을 통해 거래되던 중고 명품 거래를 주식과 같은 입찰 방식으로 바꾸고, 아예 운동화, 의류, 명품의 커머스 서비스까지 진화하면서 중저가 상품은 무신사, 운동화와 고가 상품은 크림이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였죠. 최근 패션 유튜버 채널을 보면서 아예 상품 서칭과 제품 리뷰를 크림 스크린을 띄워두고 하는 것을 보면서, 크림이 한정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아예 패션 커머스 서비스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이런 크림의 초기부터 기술을 설계하고 만든 쫌한다는선수가 크림의 박세현 테크 리드입니다. 크림은 개인과 개인의 원할하고 안정적인 거래, 한정판과 명품을 위한 물류 시스템을 설계하는 어려운 과제들이 있었는데요. 안랩, 카카오를 거쳐 스노우에서 크림 분사까지 함께한 박세현 테크리드가 크림 서비스의 뒷단을 만든 과정을 이야기했습니다.
-크림은 원래 스노우 안의 조직이었죠?
“아이템을 정하는 데만 두 달 정도 걸렸는데, ‘리셀’이라는 주제를 놓고 여러 가능성을 논의했죠. 10월쯤부터 본격적으로 리셀 시장에 대 확신이 생기면서 아이템을 확정했고요. 그 이후 두 달 반 정도 집중해서 서비스를 만들고, 런칭했습니다. 리셀 기능은 판매가와 구매가를 매칭하는 구조인데, 해외 서비스 중에 비슷한 예들이 있어 참고했죠.”
-두 달만에 앱을 만들었다고요?
“처음에는 이렇게 서비스가 크게 성장할 거라 생각 못 했고, 일단은 빠르고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거래 시스템에만 집중했죠. 사실 초기에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가 아니었어요.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잘 돌아가는 상태에서 빠르게 런칭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빨리 오픈하자’는 게 메인 포커스였고, 세세한 가이드나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그 시점에 맞춰 런칭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습니다.
2. 쉬워보이면서 어려운 크림의 입찰 시스템
-나중에 크림에 여러 기능과 서비스가 생겼지만, 핵심은 거래였습니다.
“입찰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한 사람이 구매나 판매 입찰을 먼저 올리면, 이후 동일한 조건으로 입찰하는 순서에 따라 거래가 체결되도록 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16만 원에 구매 입찰을 걸어두면, 이 가격에 맞춰 팔고자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거래가 성사되는 방식입니다. 매칭이 이루어지는 구조죠. 특히 운동화나 의류처럼 사이즈별로 입찰 가격이 다 달라질 수 있는 경우도 있잖아요? 저희는 이런 걸 각 옵션마다 개별 상품처럼 관리해요. 데이터베이스(DB)에서 각 상품의 옵션별로 입찰을 받아 매칭할 수 있게 처리하고 있어서, 입찰이 옵션에 따라 정확히 매칭되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거래 매칭은 커뮤니티의 댓글과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크림이 매칭에 가장 많이 참고한 것은 주식 시장이었습니다. 보통 입찰과 거래라고 하면, 이베이 같은 경우엔 사용자가 개별 상품을 등록하고 가격을 책정하는 구조인데요, 크림은 좀 다릅니다. 저희 시스템에서는 상품의 SKU(판매 단위)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가격만 조정되는 구조예요. 즉, 같은 상품이 이미 등록되어 있는 상태에서 각 셀러가 그 상품을 얼마에 사고팔지 제안할 수 있는 거죠. 미국에도 비슷한 리셀 서비스가 있는데, 거기서도 주식처럼 상품 종목이 정해진 후 가격이 변동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베이나 중고나라가 판매자와 구매자의 직거래라면, 크림은 물류센터를 거칩니다.
“판매자가 거래가 체결된 물건을 보내면, 먼저 저희 검수 센터로 들어가서 정품 검수를 거치게 됩니다. 검수 과정에서 정품 확인뿐만 아니라 신발 상태나 퀄리티까지 평가해요. 만약 가품으로 판정되면 거래는 취소되지만, 정품이면서 퀄리티가 다소 떨어지는 경우는 ‘95점’ 같은 식으로 점수를 매겨 구매자가 이 상태에서 구매할지 결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현재 판매자가 물건을 보낸 후 검수 결과가 나와야 결제가 완료되기 때문에, 실제 물건을 받아보는 데까지는 보통 일주일 정도 걸리죠. 물량이 많을 땐 더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고요. 이 과정에서 판매자도 물건이 언제 최종 결제가 될지 불확실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죠."
-아예 판매자의 물건을 미리 매입해 보내주는 서비스도 만들었는데.
“거래 성사 전에 물건을 미리 검수센터에 보내놓을 수 있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미리 검수를 마친 상품이 창고에 보관되고, 구매자가 결제를 하면 바로 창고에서 발송할 수 있어 더 빠르게 배송할 수 있죠. 주식 같은 경우에도, 증권은 예탁결제원에 있지만 주식 거래자들은 증권사 인프라에서 장부로 거래합니다. 그러니까 실제 물건은 어느 곳에 잘 보관되어 있지만, 거래의 매칭이 앱에서 성사되도록 하고 실제 물건을 받고 획득하는 것은 나중의 일로 두는 것이죠.”
3. 검수팀이 2명일 때, 웹 개발 배워 검수앱 개발
-고객의 실물 상품이 창고에 보관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관리가 철저해야 할텐데요.
“이 물건이 창고에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다는 추적 시스템이 필요하죠. 또,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 상품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정 보관 기한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어요. 창고 비용도 중요한 부분인데, 물건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계산하고 반영해야 하죠. 판매자가 보관된 상품을 구매자에게 보내기도 하지만, 때때로 ‘그냥 내가 다시 가질래’라고 요청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 물건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능도 필수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창고 및 재고 관리 시스템을 별도로 갖춰야 했고, 물건의 입고부터 출고까지의 모든 플로우와 상태 옵션들을 세세하게 관리할 인프라를 설계해야 했죠.”
-창고 관리와 들어오는 물건의 퀄리티 확인도 중요합니다.
“자체 창고와 서드파티 물류 창고가 둘다 있습니다. 그래서 물류 관리는 서드파티와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내부에서도 이를 관리할 시스템이 별도로 필요해요. 물류와 검수 시스템을 따로 개발해 운영 중인데, 검수원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용 검수 앱도 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소규모로, 사무실 건물 내에서 두 명이 검수를 시작했는데, 서비스가 확장하면서 지금은 모든 입출고 프로세스가 자동화 설비를 거치고 있습니다. 자동화 설비와 검수 앱을 통해 검수, 사진 촬영, 상태 기록까지 다 되는 것이죠.”
-검수팀이 2명일 때부터 검수를 위한 별도의 앱을 만들었다는 것인가요?
“검수 프로세스를 단순히 엑셀로 관리할 수도 있고, 검수팀의 일로 남겨둘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크림팀은 초기부터 체계적인 검수가 서비스 성장의 핵심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검수 전용 웹 어드민 시스템을 꼭 구축해야 한다고 했죠. 당시 팀에 웹 개발자가 없었고 백엔드나 클라이언트 개발자만 있었지만, 제가 직접 웹 개발을 독학해서 어드민을 만들어냈어요. 검수원이 바코드를 스캔하고, 제품 상태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 데이터를 즉시 주문 정보와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이 작업을 위해 바코드 스캔과 사진 촬영을 자동화해서, 검수 단계에서 상품의 실제 상태와 주문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앱은 소비자들에게 공개되진 않지만요.”
-물류 시스템은 어떻게 관리됩니까. 서드 파티 창고와 시스템이 연동이 되어야 할텐데요. 그렇다면 초기 크림은 어떻게 물류를 관리했나요?
“초기엔 수작업으로 했죠. 엑셀을 사용해 하나하나 입력하고 물류를 관리했습니다. 초기에 물량이 이렇게 많이 늘어날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택한 방식이었는데, 물량이 급증하면서 물류 시스템을 외부 시스템과 연동하는 작업이 필수가 됐어요. 입고된 상품은 자동화 설비를 통해 이동하면서 하나씩 확인 작업을 거쳐 검수 단계로 넘어가고, 브랜드별로 분류되어 검수가 이루어지죠. 검수가 완료되면 상품은 출고 라인으로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택배사와 연동해 발송 준비를 합니다. 이 단계에서 API를 통해 자동으로 배송지와 택배사를 선택하고, 택배 정보가 인쇄되어 자동화 라인을 따라 출고까지 진행됩니다. 박싱과 테이핑 같은 포장 작업은 기계보다 사람이 훨씬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서 일부 포장 단계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손을 타지만 검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동화됐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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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커머스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기술의 적재적소 연결”
-크림에서 드로우, 한정판 뽑기나 행사가 열리면 접속자가 폭주하기도 합니다.
-크림의 핵심은 복잡하고 다양한 한정판 DB 관리입니다. 심지어 같은 신발도 사이즈별로 가격이 다르니까요.
-셀러들을 위한 서비스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크림에서 전문적으로 물건을 파는 업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요.
-사실상 종합 커머스 플랫폼에 필요한 필수적인 기술들을 채워나가고 있군요.
5. “확장을 대비해 필요한 것은 초기에 명확한 원칙”
-알려진 크림의 규모에 비해, 개발팀은 30명으로 작은 편입니다.
-컴퓨터 공학 전공이 아니라, 경영학도였습니다.
-크림의 또다른 확장을 상상해본 적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