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초등학생 4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의 가르침이 생생하다. 학생이 특정 상황이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선생님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이나 행동을 한 경우에, 선생님은 모두를 앉혀 놓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셨다.

- “너희가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했지?”

- 우리 반 친구들은 입을 모아 대답한다. “눈치!”

이렇게 당시 선생님은 반복해서 우리에게 ‘눈치’의 중요성을 일러주셨다.

눈치란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어떤 주어진 상황을 때에 맞게 빨리 알아차리는 능력, 혹은 그에 대한 눈빛’으로 정의된다. 이는 의사소통에 필요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대인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누군가 대화의 맥락, 환경, 일반적인 규칙을 파괴하거나 관용어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눈치가 없다거나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인식한다. 종종 대화에 참여할 때와 그렇지 않아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해 흔히 말하는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 상황)’를 만드는 이들을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학창시절에도 그런 친구들이 한두 명 있지 않았던가?

채널A에서 방영하는 [요즘 육아 금쪽 같은 내 새끼]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프로그램이다. ‘금쪽’은 아주 귀한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말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일반적인 시선에서 문제있는 아이들이지만, ‘금쪽이’로 표현하며 모든 아이들은 소중함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본 프로그램 96화(2022.04)에는 친구들이나 부모와의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 초등학생 금쪽이의 사례가 방영됐다. 오은영 박사는 해당 금쪽이에게 ‘사회적의사소통장애(Social Communication Disorder, 이하 SCD)’라는 진단을 내린다.

SCD는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하는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 DSM)’의 다섯 번째 개정판(DSM-5)에서 2013년 5월 새롭게 포함된 진단명이다. 위에서 말한 ‘눈치 없는’ 친구들(인지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에 대해 의학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근거가 추가된 것이다. 그 전에는 이를 넓은 범위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화용언어장애로 진단되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자폐스펙트럼(Autism Spectrum Disorder, 이하 ASD)은 사회적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특이한 주제나 대상에 심한 집착이나 관심(ex. 이상한변호사 우영우가 고래에 집착하는 모습)을 갖는 등의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나 흥미, 활동증상도 함께 보인다. 다시 말해, ASD가 있는 경우에도 SCD의 특성이 나타나기도 하며 SCD나 ASD 모두 초등학교 입학 후 학우들과 어울리기 어려워 사회적, 정서적 문제가 증가하고 성인 이후까지 영향을 끼친다.

뉴다이브 소프트웨어 /뉴다이브

◇사회적의사소통장애(SCD)와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앞서 말한 금쪽이 케이스 처럼, SCD 또는 ASD를 갖고 있는 아이들의 의사소통 장애는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현재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병원 또는 상담센터나 언어치료원 등에서 행해지는 언어치료와 같은 대면치료가 유일한 대안이다. 정부의 장애자녀 부모지원 종합시스템인 ‘온맘’의 데이터에 집계된 전국의 발달재활서비스기관의 수는 2,569개이다. ‘22년 한국일보의 ‘대한민국에 우영우는 없다’라는 기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발달장애를 가진 가족의 어려움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ASD로 대표되는 발달장애의 경우, 주로 3차병원에서 진단을 받게 되며 진료까지 대기시간은 1~6개월이 20~50%를 차지한다. 진단 이후 재활서비스기관에 가려해도 (특히 지방의 경우)거주지 근처에 없거나 등록하기까지 대기시간이 수 개월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는 언어재활사 등이 직접 아이들을 케어하는 노동집약적인 치료환경 탓에 신규 환자 수용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대면치료는 주로 언어치료, 인지치료, 놀이치료로 구성된 체계적인 치료가 진행되지만 들이는 노력(비용, 시간)에 비해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청소년기에서 성인까지 지속해서 센터를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와 함께 부모 중 한 명이 아이를 직접 센터에 등하원을 시키기 위해 맞벌이를 포기하곤 하며 기본 치료비용이 최소 월 50-100만 원이 지출되는 점(정부에서 소득수준에 따른 바우처 지원이 일부 되기는 한다)이 현실적인 상황이다. 이와 함께 부모는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리치료, 뇌파치료, 산소치료 등 추가적인 치료에 지속적으로 지출하게 된다. 이러한 ‘자폐증’과 연동된 급여 코드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년 12,300명에서 ‘23년 20,957명으로 점차 늘고 있고, 필자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발달장애 치료센터에 지출되는 비용은 연간 약 4,000억~6,000억 원 규모이다.

SCD만을 가진 자녀를 대학병원과 치료센터에 보내기엔 부모입장에서 현실적인 고민에 빠져든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알지만 물리적 거리, 비용 등이 치료를 주저하게 한다. 주2회 치료를 위해 맞벌이를 포기하는 것이 맞을지, 사회성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괜찮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늘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필자와 인터뷰한 한 언어재활사는 SCD환자의 경우 상담을 진행하지만 크게 효율이 나오지 않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답했다.

/헬스조선

◇디지털 치료제가 희망?

미국의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사는 ‘17년 FDA로부터 승인된 세계 최초 약물중독 치료용 앱인 ‘리셋(reSET)’의 허가를 받은 이후 중독치료, 불면증 치료 앱을 시장에 내놓으며 ‘21년 약 2조 원의 기업가치로 상장했다. 그러나, 이후 1,000억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며 ‘23년 5월 $6M 규모로 네 개의 회사에 분할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뿐만 아니라 아킬리(Akili Interactive)사는 ADHD 디지털 치료제를 최초로 FDA 승인을 받고 ‘22년 약 1.3조 원 규모로 상장했으나, 상업적 실패를 거듭해 ‘24년 5월 말 $34M(약 460억 원)에 버추어테라퓨틱스(Virtual Therapeutics)에 매각되었다. 두 회사의 케이스가 연달아 드러나며, 최근 투자시장에서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필자가 ‘24년 6월에 처음 만난 뉴다이브는 조성자 대표가 설립한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을 위한 디지털 방식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이다. 위와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 필자 또한 디지털 치료제라는 측면에서 회의적인 마음을 갖고 첫 미팅에 자리했었다. 당시 뉴다이브는 ASD 및 SCD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에 대한 탐색임상시험이 종료된 시점이었다. 조성자 대표는 의과대학 졸업/의학박사 학위를 가진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00년 이후 한국 화이자, 한국 얀센, 한국 일라이릴리 의학부서장을 거친 이력을 갖고 있었다. 이와 함께, 잠시 직장을 그만두고 ASD를 가진 자녀를 직접 케어한 ‘부모로서의 경력’을 인상적으로 보았다. 종합해보면, 1) 타겟 시장에 대한 잠재적 고객의 고충 경험, 2) 의료진으로서 해당 질환에 대한 이해도 및 의료계 네트워크, 3) 약 15년의 글로벌 제약회사 및 창업 전 뇌 분야 SW의료기기 스타트업을 경험해본 것이다.

미팅을 진행하면서 회의적이었던 마음은 사라지고 ‘조성자 대표만이 이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설렘을 갖게 되었고, 제품 구성과 긍정적 인 탐색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측면에서 투자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종종 시장 분위기에 따라 ‘섹터(sector)’전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달라지는 것을 보곤 한다. 디지털치료제라는 섹터에 대한 회의론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실패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었고 섹터 전체가 아닌 개별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자 추가 검토를 하게 되었다.

◇치료제가 없는 시장에 도전하다

디지털 치료제의 경쟁자는 타사의 디지털치료제 보다는 ‘기존의 치료법’이다. 예를 들어 불면증, ADHD, 우울증은 기존 처방되는 약물이 있는 시장이기에 디지털치료제가 먹는 약을 대체하거나 보완해야 하는 것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뉴다이브의 제품은 대면치료가 유일한 치료 방식인, 치료약이 없는 시장을 타겟한다는 점과 의학적 근거를 갖는 제품이라는 측면이 매력적이었다. 이후 인터뷰를 통해 치료대상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제품에 대한 지불의사를 확인하였고, 의료진에게는 ASD/SCD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임상적으로 유효성이 검증된 디지털 치료제라면 충분한 처방 의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투자를 결정하게 되었다.

뉴다이브의 제품은 크게 1)평가제품과 2)치료제품이 있다. 평가제품의 경우, 기존 대면 방식의 표준화된 사회성 평가 방식(약 430문항, 60분 소요)을 대체할 수 있는 gamification기반의 사회성 심리평가 SW이다. 센터 방문없이 간편하게 자녀의 사회성을 테스트하거나 치료제품 사용 중 효과를 파악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치료제품으로는 10-18세를 대상으로 하는 인지치료 SW로서, 학교 상황을 가정하여 아이들이 직접 겪을만한 상황들을 제시하여 사회성을 길러준다. 아동의 성취도에 따라 필요한 문제가 알고리즘으로 자동 추천되는 구조이다. 1회에 상편, 하편, 보상으로 구성된 치료를 총 30회기/6주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또한, 추가 학습으로 100여 개가 넘는 상황을 보유하고 있어 환자들의 흥미 및 치료효과를 향상시킨다. 뉴다이브 치료제품은 현재 확증 임상을 수행 중에 있으니 본 기사를 접한 독자 중, 10~18세 자녀의 ASD 나 SCD가 의심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임상시험 참여 가능 여부를 확인해보기 바란다. (https://cafe.naver.com/asperger/120672)

뉴다이브는 필자에겐 첫 투자 사례이기도 하고 조성자 대표 또한 필자가 첫 FI 투자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앞으로 확증임상 이후 인허가, 사업화 단계까지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여러 어려움이 있더라도 창업자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투자자가 되도록 노력할 것임을 다짐하며 뉴다이브의 긴 여정을 응원한다.

뉴다이브 소프트웨어 /뉴다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