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에 이어 ‘K뷰티 디바이스’도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 뷰티 디바이스란 고주파나 초음파 기능을 통해 주름 개선, 미백, 피부 진정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기기를 말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집에서도 쉽게 쓸 수 있어, 피부과 시술을 받으러 갈 시간이 부족한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1년 만에 수출 규모가 2배 넘게 늘면서 미국과 동남아, 일본 등 해외에서도 성장세를 타고 있다. 틱톡 등에서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한국의 뷰티 디바이스를 소개한 데다, 한국 웹드라마 작품을 통해 K뷰티가 더 큰 주목을 받으면서다. 그 중심에는 LG 등 대기업은 물론, 에이피알(APR)·달바 같은 중소기업도 있다. 뷰티 업계가 K뷰티의 선전을 기반으로 ‘뷰티테크’까지 성장세를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양진경

◇1년 만에 수출 109% 늘어

뷰티 디바이스 수출 성장세는 올해 특히 두드러졌다. 2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10월 미용기기 수출 규모는 1억7921만달러(약 2493억원)로 1년 전보다 두 배 넘게 성장했다. 2020년부터 매년 10~30%대 성장을 꾸준히 이어왔지만 1년 만에 두 배 넘게 수출이 늘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뷰티의 핵심 시장인 미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한 미국에만 8861만달러(약 1232억원)가 수출됐고, 홍콩(16.7%), 일본(12.1%) 등에서도 2000만달러대 수출을 기록했다.

에이피알이 출시한 뷰티 디바이스 '하이 포커스 샷' 제품. /에이피알

이런 흐름은 국내 주요 뷰티 기업들이 최근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줄줄이 뛰어들면서 탄력을 받았다. LG전자의 미용 기기 브랜드 ‘프라엘’ 시리즈에 이어, 중소·중견기업들도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메디큐브’로 유명한 에이피알은 지난 3분기 뷰티 디바이스 매출이 745억원으로 1년 만에 62.2% 증가했는데, 전체 매출의 43.8%가 뷰티 디바이스에서 나왔다. 미국 현지의 뷰티 디바이스 매출은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화장품만 만들던 회사도 뷰티 디바이스 열풍에 가세했다. 비건 뷰티 브랜드 ‘달바’는 지난 9월 초음파와 고주파 기능을 탑재한 ‘시그니처 올 쎄라’를 첫 뷰티 디바이스로 출시했다. 헬스케어 가전 기업 세라젬도 작년에 뷰티 브랜드 ‘셀루닉’을 새로 론칭하면서 뷰티 업계에 진출해 지난 6월엔 첫 뷰티 디바이스 제품인 ‘셀루닉 메디스파 프로’를 선보였다. 안마의자 등 기존 헬스케어 가전 시장의 업황이 부진해지자 미용기기와 화장품 업계로도 사업 부문을 넓히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라젬이 출시한 올인원 뷰티 디바이스 셀루닉 메디스파 프로 제품. /세라젬

일각에서는 뷰티 디바이스 제품들이 20만원대부터 400만원대까지 가격이 양극화돼있어 고가 제품을 구매하는 데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세라젬 등 일부 브랜드에선 판매가가 450만원에 달하는 뷰티 디바이스도 매달 8만원 수준의 대여료만 내면 렌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경쟁 앞서가려면 기술 차별화해야”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기술을 차별화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중국·대만 등 해외 뷰티 기업들도 이미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우리만의 기술력을 앞세워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