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업생태계의 핵심 화두 중의 하나는 바로 “인바운드를 통한 글로벌화”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방식(아웃바운드)도 좋지만 다양한 해외 스타트업과 외국인 창업자의 유치(인바운드)를 통해 우리나라 창업생태계를 보다 글로벌화 시키자는 발상이다.
지난 7월 중기부는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를 개소하며 인바운드 글로벌화를 본격화했고, 뒤이어 외국인의 국내 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외국인 창업사업화 지원사업’을 시범사업으로 착수했다. 해외 스타트업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K-스카우터’ 사업도 시작되었다.
여기서 질문 하나. 해외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과 국내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 중 누가 더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까? 해묵은 질문이지만 생각보다 복잡한 이슈이다. 과거에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더 도움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국적이 어디던 당장 고용을 창출해주는 기업이 국가 차원에서도 좋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1.계속 늘어나는 해외직접투자
잠시 최근의 통계를 살펴보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연간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3년 해외직접투자액(아웃바운드)은 633.8억 달러였다. 2022년의 815.1억 달러에 비해 22.2%가 줄어들었지만 최근 5년만 놓고 보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2021년과 2022년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편 우리나라가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인바운드) 규모는 327.1억 달러로 역시 역대 최고액이었다. 또한 최근 5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만 놓고 보면 매년 300억 달러 정도의 자금이 순유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국내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지속적인 해외직접투자가 국내의 산업공동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거기에 양질의 일자리 축소, 세수 감소, 잠재적 경쟁자에 의한 부메랑 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학계에서도 해외직접투자의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한국은행이 답변을 내놓았다. 해외직접투자는 부정적 효과 말고도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령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인도에 생산 시설을 옮길 경우 당장은 국내 고용이 줄어들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생산 단가 하락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자본이 확충되고,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갖는 고급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한마디로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산업의 고도화를 촉진하는 좋은 수단이다.
또한 “2023년 국제수지”에 따르면 해외직접투자에 의한 흑자가 216억 달러로, 일본처럼 자본소득수지가 전체 경상수지 흑자를 이끌게 되면서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우리나라가 수출강국을 벗어나 투자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생각이 면면히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창업생태계에서는 아웃바운드 해외 진출에 전력을 다했다. 스타트업은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했고, 정부와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 막대한 자금과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반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우리 창업생태계를 보다 글로벌하게 발전시켜서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시 시행착오를 줄이자는 의견이 서서히 대두되었다.
상대적으로 인바운드는 취약했지만 그래도 꾸준한 움직임이 존재했다. 유니콘 기업이었던 위워크, 우버, 에어비앤비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현재 유니콘 기업인 바이트댄스, 노션 등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유니콘이 아닌 해외 스타트업의 한국 진출 소식은 크게 두드러진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창업생태계의 인바운드 글로벌화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몇 가지 방향성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2.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의 교환
첫째, 아시아 출신 창업자의 득세이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023년 기준 250만명이 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북미나 유럽 출신이 아니다. 유학생의 경우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몽골 순으로 많으며 약 18만명이다. 체류 외국인의 경우 위 4개 국가 이외에 태국과 필리핀이 상위권에 들어간다. 매년 15만명이 넘는 결혼 이민자 역시 아시아 국가에서 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보다 활성화된다면 자연스레 아시아계 창업자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부산광역시가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을 통한 글로벌화를 주장하며 “Fly Asia”를 외친 배경이다.
둘째,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의 교환이다. 아직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거둔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는 아직도 과거 삼성, 현대, LG가 보여준 해외에서의 눈부신 활약을 잊지 못한다. 해외에 진출해서 성공했기에 오늘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따라서 해외진출은 결코 포기할 수 없으며 포기해서도 안 된다. 다만 일방적인 해외 진출이 아니라 진출 국가의 스타트업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10개 팀을 보내면 상대 국가에서도 우리나라에 10팀을 보내는 식이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 역시 스타트업을 통한 경제발전을 꾀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각국 중앙 및 지방정부가 기업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모델이다. 이미 이 모델이 시도되고 있다.
셋째, 오픈 이노베이션의 촉진이다. 이미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협력을 통한 성장 추구는 창업생태계의 핵심적인 작동 방식이다. 그간 국내에 직접투자를 진행한 해외 기업은 반도체, 2차 전지, 화학, 헬스케어 등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집중되었다. 스타트업 역시 마찬가지여서 B2C 스타트업은 시장의 규모와 진입 가능성을 보고 한국 시장 진출 여부를 판단하겠지만 B2B 스타트업의 경우 과연 한국에 제대로 된 고객사가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 대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며, 이에 따라 보다 다양한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기업의 유치를 통해 고도의 경제 성장을 구가했던 아일랜드나 싱가포르처럼 우리나라도 인바운드형 글로벌화를 통해 창업생태계의 도약을 꿈꿀 수 있을까? 비자, 언어, 문화, 법률, 심지어 북한이라는 위협적인 존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쉬워 보이는 것이 없다. 그러나 K-컬쳐 등의 영향으로 인해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는 여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험난한 노정에 대한민국 창업생태계라는 스타트업이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