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이삭줍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형 언론사들이 두고 간 이삭을 티클 모아 태산 느낌으로 싹 모아서 하는 사업입니다.”
4년전 오하영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사업을 하시나요?’라고 물었던 질문에 대한 오하영 대표의 답이었습니다. 창업자들이라면 자신의 사업 모델과 기술에 대해 조금더 거창하게 설명하고 싶을텐데, 너무 담백하면서도 솔직한 대답이었거든요. 오 대표는 “텍스트 콘텐츠 시장이 다 끝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텍스트를 쌀처럼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물론 이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주류가 될 수는 없기에 시장의 작은 영역들을 모아 광고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패스트뷰는 우리가 기사나 텍스트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는 네이버, 다음, 구글 밖의 영역에서 텍스트 콘텐츠를 공급하고 광고 수입의 일부를 받는 방식으로 수입을 올립니다. 오 대표는 “남들은 다 핫한 기술로 주목을 받지만 우리는 ‘농업적 근면성’이 중요한 사업”이라며 “공동창업자와 가끔 ‘우리는 테크 회사 느낌이 아니라 아직도 갈고, 닦는 일을 하는 것 같느냐’며 웃으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삭 줍기에도 올해 상반기 매출은 150억원. 성장 속도도 가파릅니다. 무엇보다 해외 시장에 반응이 오고 있습니다. 패스트뷰가 운영 중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 ‘뷰어스’ 일본 매출액이 지난달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73% 증가했고, 월 평균 15% 이상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국내 10여 개 콘텐츠 프로바이더와의 제휴를 통해 월 2만 개 이상 콘텐츠를 야후 재팬, 라인 등 일본의 여러 플랫폼에 공급 중인데요. 최근 아예 일본 지사를 세우고 본격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연예 기사의 해외 공급을 주도하고 있고, 아랍과 스페인어 기반 시장(남미) 진출도 준비하고 있고, BBC와 텔레그래프 같은 해외 매체들의 한국어 콘텐츠 공급과 유통도 맡게 됐습니다.
“AI 번역을 통한 텍스트 콘텐츠 언어 장벽의 붕괴, 한국 관련 콘텐츠의 부상이 합쳐지면서 이젠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오 대표와 인터뷰입니다.
1. 20명이 텍스트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비즈니스에서 시작
-시작은 분명 텍스트 콘텐츠 제작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말 작은 규모였어요. 팀원이 20~30명 정도였고,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며 기사 형식의 텍스트와 이미지 기반 아티클을 주로 만들었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체성이 상당히 모호했습니다. 버즈피드 같은 언론사라고 보기에도 어렵고, 그렇다고 피키캐스트나 인사이트 같은 플랫폼도 아니었고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 유통하며 트래픽을 늘려 나갔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카테고리의 회사인지 정의하기 힘든 상태였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도 콘텐츠의 영향력을 인정받아 투자를 받을 수 있었죠.”
-그렇게 만든 기사 중 기억에 남는 기사는요?
“4년 전에는 정말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엄청난 트래픽을 기록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내려졌지만, 주제가 상당히 독특했죠. 대한민국 해병대와 로마 군단의 가상 대결을 다룬 기사였어요. ‘만약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라는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심층 분석을 더한 콘텐츠였습니다. 비슷한 아이디어로 미국에서 비슷한 영화가 나온 적이 있어서, 그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분석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전문가를 섭외한 오리지널 콘텐츠였고요. 기사가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실시간 트래픽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며 이른바 1.0 버전의 회사 운영 방식을 보여줬죠.”
-중간에 언제부터인가 언론사, 미디어들의 콘텐츠 유통을 맡거나 제작을 돕기도 했고요.
“그 다음부터가 회사 2.0 입니다. 주요 언론사의 계열사들과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메이저 언론사가 네이버에 텍스트 콘텐츠를 제공하는 비즈니스가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이 비즈니스에서 여행 관련 콘텐츠를 패스트뷰가 제작해주고, 콘텐츠를 플랫폼에 유통해주는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CP(Content Provider) 파트너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의 운영 구조가 훨씬 체계적이고 확장 가능하게 변한 셈이죠.”
-패스트뷰의 모든 고객은 언론사나 미디어 매체들인가요?
“크게 두 가지 그룹을 상대합니다. 하나는 메이저 매체, 또 하나는 개인 크리에이터들. 개인 크리에이터들은 사실 콘텐츠를 어디에 유통해야 하는지 잘 몰랐어요. 예를 들어, 네이버 뉴스 제휴평가위원회에 등록할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반면, 메이저 매체들은 전통적으로 네이버, 다음 같은 플랫폼의 검색 CP나 메인 CP에 초점을 맞춥니다. 검색으로 얻는 수익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향도 있었고요.”
2. 네이버, 카카오 밖에도 텍스트 시장이 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이 아닌 곳에도 텍스트 콘텐츠가 유통되는 시장이 있었군요.
“패스트뷰는 그 너머의 시장을 봤습니다. ‘티끌모아 태산’ 전략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뿐만 아니라 네이트, 줌 같은 플랫폼에도 진출했고, 심지어 DC인사이드나 각종 앱의 뉴스 섹션까지도 계약을 통해 확장했어요. 이런 플랫폼과 서비스들의 뉴스 판에 패스트뷰가 텍스트 콘텐츠를 공급하는 셈이죠.”
-미디어들이 직접 콘텐츠를 공급하면 패스트뷰에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될텐데요.
“예를 들어, 메이저 언론의 기자와 관리자들은 네이버, 다음, 구글 정도에 걸리는 기사 형태와 PV에 집중합니다. 그 밖에 플랫폼에 기사를 유통하는 것은 패스트뷰가 맡는 것이죠. 작성한 기사가 단순히 두세 곳에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주요 플랫폼과 커뮤니티에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기자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추가로 할 필요가 없었어요. 패스트뷰가 모든 계약과 백엔드에서 기술적 전송 작업을 처리했으니까요. 기사 한 번 발행하면 자동으로 40~50개 사이트와 앱에서 보여지도록 한 거죠.”
-고객은 몇 곳이나 있나요.
“고객은 약 450곳 정도가 있고요. 매체는 300곳 정도 됩니다. 이름이 익숙하거나 한번이라도 이름을 들어본 언론사나 미디어 대부분은 패스트뷰의 고객사입니다.”
-결국 최종 소비자 입장에선 패스트뷰의 존재를 모르거나 지나칠 수밖에 없는 구조군요.
“맞습니다. 결국 MS나 MSN, 네이트 같은 플랫폼들과 독점 계약을 맺고 그들의 텍스트 콘텐츠 섹션에 매체들이 생산한 기사들을 패스트뷰가 꽂아주는 중개 역할이죠. 패스트뷰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이미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채널에 콘텐츠를 넣는 구조입니다. 비유하자면 작게 사과 농장을 해서 사과(콘텐츠)를 직접 재배하다가, 사과 도매상이 된 셈이죠.”
-한국의 규모 있는 언론사 대부분이 고객사라면, 잠재적 고객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닌가요. 네이버나 다음에 공급 대행사가 되기도 어렵고요. 어느 정도 퀄리티가 보장된 텍스트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디어의 수도 무한하지는 않으니까요.
“자동차 콘텐츠를 굉장히 좋아해서 관련 앱들, 예를 들면 헤이딜러나 겟차 같은 곳에 자동차 기사 섹션을 따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관련 기사들을 대량 공급하면서 섹션을 채웠어요. 콘텐츠를 공급할 공간을 더 만들면, 규모가 커질 것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꼭 그렇지 않았습니다. 버티컬 앱들의 특성상 사용자들은 보통 특정 목적으로 들어오잖아요.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목적으로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자동차 기사를 보기 위해 앱을 사용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약간의 트래픽은 발생했지만, 사업성이 나오질 않았어요. 한국에서 버티컬 영역까지 확장해 여기서 더 많은 채널을 찾아 트래픽 자체를 크게 늘리는 것. 여기에 한계를 느낀 것이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3. 텍스트 콘텐츠의 해외 유통에 기술적으로 패스트뷰가 필요한 이유
-이 정도 고객사와 규모면 국내에서 가능한 대부분의 고객을 유치한 셈 아닌가요? 성장에 한계가?
“패스트뷰의 3.0 단계. 텍스트 콘텐츠의 해외 유통으로 확장입니다. 여기에 AI까지 발전하면서, 이제 콘텐츠 유통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어버렸어요.
-일본 시장부터 반응이 오고 있다고요?
“국내 매체를 라인 뉴스나, 야후 재팬에 유통하는 일도 패스트뷰가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국내에서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해외 시장으로 나가 거기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죠. 최근엔 해외 시장에서 케이팝, 케이드라마, 그리고 케이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니즈가 굉장히 커지면서 더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외국에서 이러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연예 매체의 영어나 일어 버전 뉴스 공급도 패스트뷰가 맡고 있고요.”
-BBC 뉴스의 한국 유통도 맡고 있습니다.
“한국 텍스트 콘텐츠의 해외 유통을 진행하다 보니 역으로 해외 매체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다는 것을 봤습니다. BBC 코리아나 인디펜던트, 텔레그래프, 아사히 신문 같은 매체들이 한국 시장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어했죠. 특히 BBC 코리아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기자도 고용하고 있지만, 네이버나 다음 같은 플랫폼의 제휴평가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네이버 검색에서 영문으로 콘텐츠가 잡히긴 하지만, 한국 플랫폼에서 해외 뉴스 콘텐츠를 접하기는 아직 장벽이 높아요. 패스트뷰는 네이버와 다음 같은 양대 포털은 아니지만, 디시인사이드나 네이트 같은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이런 해외 매체들의 국내 유통을 맡고 있습니다. 패스트뷰4.0 버전, 즉 크로스 보더 콘텐츠 유통이죠.”
-AI 번역이 가능하다는 것은, 꼭 한국과 다른 나라의 연결이 아니라 제3국과 제3국의 연결도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과 해외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다른 나라들 간의 콘텐츠 연결까지 가능합니다. 인디펜던트지가 대만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이런 식으로 특정 국가들 간의 콘텐츠 유통을 지원하는 것도 잠재적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패스트뷰틑 아랍권 7개국과 협력해 케이팝, 케이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또 예상치 못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아랍권에서 일본 잡지 콘텐츠를 가져오고 싶다고요. 이런 경우엔 일본 텍스트 콘텐츠를 수급해 아랍 시장에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패스트뷰가 국가 간 텍스트 콘텐츠 유통의 허브 역할을 하면서, 기존의 케이 콘텐츠뿐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콘텐츠 발굴을 돕는 역할까지 가능한 것이죠.”
-콘텐츠 해외 유통 니즈가 있는 기업들이 기술적으로 꼭 패스트뷰를 써야하는 이유는요.
“간소화와 효율성이요. 플랫폼과 언론사를 동시에 상대할 때, 각각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계약을 맺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저희가 완전히 제거해 드릴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패스트뷰와 계약을 맺으면 플랫폼 측에서는 300개 매체를 직접 관리할 필요가 없어지죠. 미디어 입장에서도 콘텐츠가 공급될 30여곳을 직접 관리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계약부터 관리까지 모두 처리하니까요. 물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주요 플랫폼은 중요한 계약이라면 직접 진행하겠지만, 그 외의 경우는 저희처럼 영업과 관리, 기술적 지원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기술적으로 각 플랫폼마다 요구사항이 다르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API, RSS 피드, 광고 운영 방식 등에서 규격이 천차만별이라, 한 플랫폼과 계약할 때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최적화가 필요해요. 패스트뷰는 이런한 복잡한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과 프로토콜이 만들어져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과정에서 비용이나 인력 투입이 없다는 점이 플랫폼과 언론사 모두에게 매력적이죠. 대신 패스트뷰는 중간에서 트래픽과 수익의 일정 부분, 예를 들어 10% 정도를 가져갑니다.”
쫌아는기자들은 주3회 발송하는 유료레터입니다. 전체의 절반을 무료 구독자 분들께 공개합니다. 전문은 유료 구독자에게 공개합니다. 아래는 전문에 실린 부제와 질문, 사진, 그래픽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4. 한국 PV 당 수입의 5배 시장... 국내 텍스트 콘텐츠가 해외로 나가야 하는 이유
-패스트뷰가 정의하는 좋은 텍스트 콘텐츠의 유통이란 무엇입니까. 농산품이나 공산품처럼 우리가 잘 아는 시장과 다를텐데요.
-문제는 텍스트 콘텐츠에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광고뿐이라는 것입니다. 이 시장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고, 이 광고를 전문적으로 하는 AD테크 기업들도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죠
-그렇다면 한국 미디어도 적극적으로 해외에서 PV를 늘려야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일본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치고, 미국이나 서구권 시장으로 진출 속도는요?
-번역도 패스트뷰가 한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물론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만, AI 번역을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겠죠.
5. 사람 10명 번역팀보다 AI 번역팀의 효과가 더 좋다
-AI가 가장 유용한 영역이 텍스트 생산입니다.
-사람 10명의 번역팀보다 패스트뷰의 AI 사용이 더 효율적이라고요?
-버티컬, 미디어 커머스 등 여러 사업을 확장했었습니다.
-유튜브, 숏폼 등 텍스트에서 웹툰 같은 이미지를 넘어 영상으로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립니다. 결국 한정된 한 사람의 시간을 어디에 쓰도록 할 것인지, 이걸 두고 싸우는 입장에서 텍스트 관련 산업이 점점 밀리는 형국인데요.
-해외에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합니다.
6. 봉준호, 한강의 수상 그리고 H.O.T와 젝키 시절 한계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는 해외 기업이 있다고요.
-미국에서 디자인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핀란드 슈퍼셀, 모건스탠리 같은 다양한 기업에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작은 엑싯을 하기도 했고요. 이런 배경으로 왜 텍스트 콘텐츠 같은 레거시 산업에서 스타트업을?
-대학원 때 만들었다는 콘텐츠 사업이 재밌네요. 직장인을 위한 꿀팁이라. 지금은 이런 콘텐츠들이 아주 많아졌죠.
-봉준호의 자막, 한강의 번역본. 텍스트 콘텐츠가 어떤 한계를 넘어 퍼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현상인지, 텍스트의 한계나 장벽이 깨지고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