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프랑스의 도빌(Deauville)은 전체 인구가 4000명도 안 되는 작은 도시지만, 매년 인구의 4000배가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한적한 어촌 마을이었던 자연 경관과 도시 전역의 독특한 독특한 건축물의 매력을 살려 럭셔리한 휴양지로 변신했다. 세계적 명품 샤넬의 시작이 이 곳일 정도로 유럽에서는 특색있는 지역으로 이름이 나있다. 비어가는 도시로 사람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부족함을 채울 지역만의 콘텐츠와 인프라가 필요하다. 도빌은 소도시 특유의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살려 쉼터의 이미지를 강조했고, 여기에 다양한 관련 콘텐츠를 도입해 한번 찾고 마는 도시가 아닌 지속적으로 찾는 도시가 됐다.
한국에도 도빌과 비슷한 도시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지역의 소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사람들이 생각날 때마다 편한 쉼터처럼 찾아갈 수 있는 지방의 도시와 공간이 있다면 쓰이지 않고 있는 지역의 여러 다양한 자산을 활용하는 큰 시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블루포인트에서 진행하는 지방소멸 프로젝트를 통해 블랭크의 문승규 대표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문 대표는 건축사로 일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빈집 활용’의 가치를 발견했고, 각 도시만의 색채가 담긴 콘텐츠와 공간 인프라가 더해졌을 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유휴하우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기존에 시장에서 찾아보지 못한 아이템이었고, 빈집 문제가 확대되는 현상을 고려할 때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일 뿐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빈집의 유휴 공간을 상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구)건축사사무소
블랭크는 지방의 빈집을 소유하고 있으나 사용하지 않던 공간을 소유주와의 협의를 통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숙박·거주 형태의 상품으로 탈바꿈시켜 유휴 자원에 없던 자산가치를 만들어내는 회사다. 매물 발굴부터 리모델링과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한다는 점에서 미국 오픈도어(Opendoor)사의 아이바잉(i-Buying) 모델과 공통점이 일부 있지만, 직매입·직판매 구조가 아닌 임대관리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심사역으로서 블랭크에서 느낀 매력은 크게 2가지다. 실질적으로 자산 가치가 없는 공간을 시장 내에서 통용되는 하나의 부동산 상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단순한 숙소 상품을 넘어 인근 로컬 지역의 자원과 커뮤니티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와 제품까지 사업을 적용 및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소멸로부터 파생된 빈집 문제는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점에서 지자체에 큰 골칫거리지만, 더 큰 문제를 마주한 이들은 바로 집을 물려받아 소유하게 된 ‘상속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본인이 고향의 집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지만, 경제적 여건상 대부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빈집을 방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빈집의 수는 오늘날 수만개에 이르지만, 철거 등의 처리비용이 방치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상황인 만큼 상속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그저 ‘방치’ 외에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블랭크는 자체 시스템을 통해 방치되어있지만 상품성이 있는 빈집들을 발굴하고 비용을 추산한 뒤 공간을 빠르게 리모델링해 ‘유휴하우스’로 탈바꿈시키고, 장기간의 위탁계약을 통해 해당 매물을 임대관리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매물 수선부터 견적 확보 후 리모델링으로 이어지는 3단계의 프로세스를 통해 체계적이고 빠른 속도로 공간의 내적인 부분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로컬리티를 살려 외부인 입장에서도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하나의 작은 휴양지로 진화하는 것이다.
블랭크의 유휴는 지난 3년여간 지방권 7개 도시를 거점으로 12개의 숙소를 운영하며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다. 특히 여수, 남해와 같은 인기 지점은 공실률이 0%에 가깝다. 주 이용객들은 1주일 이상의 장기 숙박을 선호하는 고객들이다. 이 주를 이루며, 지역에서 전세 매물을 찾다 연단위로 머무는 고객들도 늘어나면서 이용층이 다양하다.
◇건축을 통한 공간의 재정립, 그리고 기술의 접목까지
내년의 블랭크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속도감 있는 스타트업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현재 블랭크는 빈집 발굴과 검토를 거쳐 리모델링에 이르기까지 현재는 2달 이상 소요되는 내부 프로세스를 축약해 사업 진행의 속도를 높이는 자동화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되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유휴하우스를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유휴하우스 모델의 다각화를 통해 단일 주택만을 다루던 유휴하우스의 폭은 차후 다가구 주택을 시작으로 빌리지, 코리빙 타운 등의 형태로 확장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인해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현 시대의 흐름 속에서, 블랭크를 통해 누구나 쉽고 편하게 여느 지역에서 유휴하우스를 통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로컬 지역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그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