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필자는 만 5살부터 결혼하여 분가하기 전까지 쭉 안산에서 거주하였는데, 다들 잘 알다시피 안산은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이 위치한 공업도시다. 2000년 전후 무렵으로 필자가 다니던 교회에 어느 순간부터 외국인 신도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었다. 그전까지는 외국인이라 하면 ‘외국인 관광객’만 떠오르던 시절이라 외국인이 안산에서 먹고 자며 일한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적은 인원이었고, 필자는 곧 대학에 입학하면서 안산을 벗어나게 되어 이러한 기억은 뒤로 한 채 일상 생활에 집중했었다.

2022년 겨울 무렵, 송년회 겸하여 필자의 중학교 동창들과 안산역 인근에서의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옛 추억에 이런저런 기대를 품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당시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오프라인 매장의 간판은 한글도 영어도 아닌 처음 보는 언어들로 가득했고, 길거리 오가는 행인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방문한 안산역 대로변에 식당은 사장님과 종업원 모두 외국인이고 한국어로 소통이 불가해 영어로 주문을 해야 했었다. 안산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친구는 이미 안산은 내국인보다 외국인 비중이 훨씬 높고, 안산역 부근 빌라촌의 주 거주자는 외국인 근로자라고 설명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증가세라는 뉴스는 접했왔지만, 필자가 직접 접한 현실은 그 이상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이후 필자 머릿속에 외국인이라는 키워드는 한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틈 날때마다 외국인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국내 경제와 산업에 어떤 영향을 초래하는지, 정부의 움직임은 어떠 한지 등 관심 가는 주제들을 하나씩 조사하였다.

안산 원곡동의 한 휴대폰 판매점 /조선일보DB

◇출산율 저하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급감과 지방도시 소멸 이슈

이미 모든 사람들이 잘 인지하고 있듯이 우리나라 출산율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 한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며 전문가들은 올해 합계출산율을 0.74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산율로 설명하니 아직 먼 미래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입 응시자 수로 살펴보면 당장 임박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필자가 대입 수능을 봤던 2001학년도 대입 응시인원은 재수생을 포함하여 85만명에 육박하였으나 2021년 응시인원은 42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2041학년도 대입 시험은 2022년생 출생아(약 25만명)가 치르게 될 텐데 미 응시인원과 재수생을 모두 감안하면 2041년 대입 응시인원은 2021년 응시인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과 내국인 신생아 수를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2023년 기준 신생아 수는 23만명이였는데, 신규 등록 외국인 수(주로 외국인 유학생과 근로자)는 28만명이다. 순증 인력 기준으로도 외국인이 내국인을 초월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점은 신생아는 성인이 되기까지 18년 이상이 필요한 반면, 외국인 유학생과 근로자는 이미 입국하는 시점부터 성인이라 사회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것이라 예상된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국내는 심각한 경제활동인구 부족 현상을 겪을 것으로 보이고 경제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올해 3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의 발표에 따르면 경제성장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2032년까지 약89만4천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더 심각한 예를 들자면, 지방도시들은 이미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소멸위험지역 지수를 산출하고 있는데 소멸위험지역에 해당하는 지역이 전국 228개 시·군·구 중에 2000년 0개 → 2010년 61개 → 2020년 102개 → 2024년 130개로 매년 증가 추세이다. 참고로 소멸위험지수는 임신을 할 수 있는 20~39세 여성 인구 수를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로 나눈 값으로, 지수가 0.2이상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지구로,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본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인구 절벽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들

정부도 이런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외국인을 유입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올해 12월 2일, 국민의 힘과 고용노동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원 입법 형식으로 제출했다고 한다. 개정안은 외국인 근로자 채용에 큰 걸림돌이던 ‘출국 후 재입국 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는 최장 4년 10개월 국내 체류 후 반드시 출국해 6개월이 지나야 재입국 후 4년 10개월을 더 근무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일정 조건만 만족하면 출국 없이 최대 10년간 쭉 근무할 수 있는 ‘특례제도’가 도입된다. 외국인 유학생도 졸업 후 전문인력(E-7) 비자를 받지 못하면 본국으로 귀국해야 했지만 앞으로 비전문인력(E-9) 비자를 받아 장기 체류할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 등이 정부 허가를 받아 외국의 비전문·미숙련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의 외국인력 쿼터도 2021년 5만2천명 → 2022년 6만9천명 → 2023년 12만명 → 올해 16만5천명으로 크게 상향하면서 중소기업의 인력 충원 고충을 덜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법무부는 각 광역지자체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비자제도를 설계하는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을 2025년부터 2026년까지 2년간 시행하고자 12월 현재 광역지자체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교육부도 올해 203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30만명 유치하는 Study Korea 300k Project를 발표한 바 있다.

혹자는 AI나 로봇 같은 첨단 기술들이 고도화되면 생산력 보완이 가능한데 굳이 인구 수에 연연할 필요 없지 않느냐고 주장하지만 필자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의견이라 생각한다. 첨단 기술들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생산력(즉, 공급)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생산력은 소비력(즉, 수요)이 뒷받침되어야 의미가 있다. 첨단기술이 고도화 된다 해도 로봇이 맛집을 찾아다니지는 않을 것 같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감상하는 AI 모습은 상상이 잘 안된다. 이러한 소비력 관점에서는 첨단 기술이 사람을 결코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 기업, 교육기관 등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신흥 유입 인력인 ‘외국인’에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큰 기대감 없이 진행한 ‘하이어다이버시티’ 첫 미팅

위의 시장 트랜드를 조사하면서 외국인 산업을 타겟하는 스타트업들도 함께 조사했다. 몇 개 스타트업과 미팅도 가졌는데 대부분 이미 국내 입국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모델이였다. 그보다 조금 더 앞단에서 외국인을 접하는 기업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지인을 통해 ‘하이어다이버시티’를 소개 받았다. 하지만 전달받은 회사소개자료 만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시장 규모에 관한 설명도 부실했고,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무슨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지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회사 소개자료였다. 하지만 무려 3시간에 가까운 긴 첫 미팅을 가지면서 하이어다이버시티 심화용 대표님이 본 사업을 얼마나 깊게 고민 중이고, 이를 실행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느끼게 되었다. 회사소개자료도 투자 유치에 큰 관심이 없어서 꼭 필요한 경우에 사용하고자 간략한 대외용으로 제작했다는 점도 이때 함께 전달받았다.

2023년 9월에 처음 인사드린 이후에도 수 차례 더 찾아뵈었고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에 제안을 드렸었다. 당시에 심화용 대표님은 BEP를 맞춰가며 사업을 하고 계신터라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중은 아니였다. 오히려 투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물으셨었다. 필자는 ‘외국인 유입으로 인해 다양한 사업모델도 등장할 것이고, 그에 따른 각종 이슈들도 발생할테니 외부 조력자가 있는 편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설득하였다. 심 대표님은 그 말을 믿고 투자 라운드를 열었고, 필자는 그 신의를 지키고자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하이어다이버시티’, 외국인 유학생 처음 접하는 한국 서비스

하이어다이버시티 사업의 근간은 출입국 체류 행정 대행이다. 외국인들은 ’하이어비자’를 통해 외국인등록증 발급을 포함한 20가지 필수 행정을 처리할 수 있는데 하이어비자를 사용하면 외국인이 직접 행정기관에 방문할 필요도 없고, 공동인증서가 없어도 된다. 예를 들어 하이어비자에서 단 30초만 투자하면 외국인등록증(내국인으로 생각하면 주민등록증) 발급에 소요되는 시간이 기존 방식 대비 최대 70% 이상 단축되고 출입국 사무소에 내방할 필요가 없다. 하이어다이버시티는 본 서비스로 일단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여러 대학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였는데, 덕분에 해당 대학 입학 예정인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발을 내딛기 전에 접하는 첫 번째 한국 서비스가 하이어비자가 되었다.

하이어다이버시티 법인 설립 4년만에 99개 대학 부처와 협약 관계를 구축하였다. 법인 설립 첫해 협약 대학 부처가 단 2개였으니 매년 100% 이상 성장한 셈이다. 서울 거주 외국인 유학생 중 하이어다이버시티 서비스 이용자 비중은 이미 80%를 넘어서고 있다.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전국 외국인 유학생의 절반에 해당하는 8만명인데 이미 하이어다이버시티는 수도권 소재 대학의 51%를 확보하면서 1위 사업자 입지를 다졌다. 이를 토대로 내년에는 지방 소재 대학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과 레퍼런스를 확보하였다.

/하이어다이버시티

◇외국인 근로자로 시장 확대 및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가 존재하는 시장

하이어다이버시티는 출입국 체류 행정 대행을 넘어서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생활에 정착하는데 필요한 각종 부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입국 초기에 본인 신원을 인증할 수단이 없으므로 국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네이버, 쿠팡 등의 IT서비스에 가입하려면 핸드폰 번호 기반 본인 인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외국인은 본인 명의 핸드폰 개통에도 수 개월이 걸리는게 현실이다. 금융 업무 또한 마찬가지다. 하이어다이버시티는 은행 계좌/카드 개설, 모바일 개통 등을 지원하는 부가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은행 계좌의 경우, 외국인등록증 발급 전이라도 국내 시중은행(기업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을 통해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올해 쏘카와 제휴하여 외국인 유학생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한 이력도 있다. 최근에는 우체국 EMS와 외국인 유학생들이 더욱 편리하게 본국으로 택배를 발송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하이어다이버시티는 이러한 생활 편의 서비스를 하나씩 추가하면서 외국인들의 한국 생활 적응에 일조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하이어다이버시티는 외국인 유학생 중심의 사업을 전개하였지만 하이어다이버시티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들은 외국인 유학생에게만 필요한 것들이 아니다. 한국에 정착하려는 모든 외국인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올해 7월경 잡코리아의 외국인 인재 채용 전용 서비스 ‘클릭’과 ‘외국인 근로자 일자리 정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하이어다이버시티는 자사의 출입국 체류 행정 대행 서비스를 활용하여 외국인 등록번호 발급 서비스, 부동산 보증금 보호, 빠른 원화 수신계좌 발급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외국인 유학생에서 쌓은 경험과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소프트랜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 외국인 주민 수는 2023년 말 기준 5%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총인구에서 외국인 주민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고 한다. 공단은 물론이고 지방 농어촌이나 재래시장에 방문해 보면 외국인 근로자가 없는 지역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이다. 이미 외국인은 우리 삶에 깊게 관여되어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정착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많아질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메가 트렌드 속에서 하이어다이버시티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사업도 크게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