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로벌 진출? 미국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
“미국에서 브리즘을 시작했다는 걸 알아보신 분들 중엔, ‘어, 한국에서 시작했네?’하며 반응하시는 분들이 꽤 계세요. 유튜브나 웹사이트도 한국어 자료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노출되죠. 요즘은 한국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좋아져서, 오히려 중립적이거나 살짝 긍정적인 쪽에 가깝다고 느껴요. 특히 35세 이상 고객층은, ‘한국에서 만든 안경이래? 그렇구나’ 정도로 별다른 거부감이 없는 편이에요. 예전에 제가 10년 전에 아이웨어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미국분들이 ‘한국산? 중국이랑 비슷한 거 아닌가?’라는 인식을 가졌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적어도 ‘아. 그 나라가 기술 제품 잘 만드는 나라구나’ 하고 쉽게 납득하시는 분위기가 있어요.”
“또 미국분들은 “이게 혁신이야? 그럼 한번 써볼게” 하는 태도가 강해서, 유럽 시장보다 오히려 진입 장벽이 낮게 느껴져요. 유럽분들은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시다 보니,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 해도 처음엔 잘 안 믿으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한 번 써보고 괜찮다고 느끼면, 금방 주변에 소문을 내주기도 해요.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키우고 싶다면 미국 시장이 동남아 시장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동남아는 물론 여러 기회가 있지만, 소비 규모나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고 봤거든요. 반면 미국은 중산층도 꽤 소비력을 갖추고 있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개방성이 높아요. 게다가 한 번 자리만 잘 잡으면, 미국을 거점으로 유럽 등 다른 지역에 진출할 때도 도움이 되죠. 아시아에서 바로 유럽으로 가는 것보다, 미국을 거쳐서 한 번 더 검증받으면 유럽에서도 ‘미국에서 통했다면 우리도 한번 볼 만하겠네’ 하고 문이 쉽게 열리거든요. 글로벌 진출을 꿈꾼다면 미국부터 노려보는 게 맞다는 확신이 들어요.”
오늘의 쫌한다는선수는 스타트업 콥틱의 실야 김 바스트 CBDO입니다. 콥틱은 2018년 맞춤형 안경을 내세워 창업한 스타트업입니다. 브리즘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는데, 4년전 미국 시장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실야 김 바스트는 미국 현지에서 현지 비즈니스 개발을 이끌고 있고요. 그를 인터뷰하기로 한 이유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아주 실전적인 미국 시장 도전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브리즘에 합류 전, 실야 김 바스트 CBDO는 개인이 안경 브랜드를 창업해 운영했던 노하우를 시작으로 거의 10년 동안 미국 안경 시장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첫 뉴욕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위해 1년 반 동안 뉴욕 곳곳을 팝업 스토어로 돌았던 일, 미국 소비자들의 특성, 한국 스타트업의 마케팅 포인트, 그리고 한국 스타트업이 놓치고 있는 기업 문화 등...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브리즘의 미국 도전기를 전합니다.
“3D 스캐닝, 3D 프린팅, 레이저 커팅, AI 기술을 바탕으로 해서, 각자의 얼굴에 딱 맞는 커스텀 핏 안경을 제공하는 아이웨어이자 아이 케어 브랜드예요. 제품만 드리는 게 아니라, 퍼스널 아이웨어 리포트나 한국에서는 비전 리포트 트래킹 같은 서비스까지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전국적으로 매장을 늘려왔고, 미국 뉴욕을 포함해 전 세계에 12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앱 출시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안경은 여전히 ‘맞춘다’고 하는데요. 실제 안경은 시력이나 얼굴형에 맞추고요.
“보통 ‘안경을 맞춘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이는 렌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안경테의 경우, 기존의 전통적인 생산 방식으로는 완벽하게 ‘맞춘다’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아요. 옷을 살 때 스몰, 미디엄, 라지 등의 사이즈가 있듯이 얼굴에도 다양한 크기가 있지만, 안경은 그런 사이즈 구분이 거의 없습니다. 재고 부담 때문에 다양한 사이즈를 생산하지 않죠. 대기업에서조차 2가지 정도의 사이즈로 나누는 것이 최선이었고, 작은 브랜드나 글로벌 브랜드가 아닌 경우에는 안경 사이즈 옵션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얼굴은 다른 신체 부위와 마찬가지로 매우 다양합니다. 저희 브리즘에서는 1부터 10까지 다양한 렌즈 사이즈를 제공해요. 미국에는 1 사이즈도 있습니다. 1 사이즈는 성인이지만 아동용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분들을 위한 것으로, 기존 안경의 길이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분들이죠. 얼굴이 큰 분들은 맞춤 안경을 제작해야 하는데, 기존의 맞춤 안경 가격은 4000~5000달러까지 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맞춤 안경이라 하면 장인의 손길로 몇 달을 기다려가며 마스터피스처럼 주문 제작해야 하는 분야였다면, 브리즘은 우버가 개인 운전 기사를 대중적으로 바꿔놓았던 것처럼, 최첨단 3D 스캔·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이 맞춤 과정을 훨씬 대중화·합리화한 것이죠.”
-그러니까 그동안 커스텀 되지 않았던 안경테까지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3D 프린터가 한 번에 여러 개의 ‘서로 다른’ 디자인을 찍어낼 수 있거든요. 얼굴을 스캔해서, 디자이너가 몇 분만 투자해 코와 귀 높이, 안경 다리 길이 등을 맞춤으로 세팅한 후, 그 정보를 3D 프린터에 입력하면 한 번에 수십~수백 개의 커스텀화된 안경 테가 동시에 출력됩니다. 이렇게 제조 공정이 혁신되면서, 예전에는 몇 달씩 걸렸던 맞춤 안경을 더 짧은 기간 안에, 훨씬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어요.”
◇2. 맞춤 서비스가 더 잘 먹히는 미국 시장은
-경영학과와 컬럼비아 MBA, 컨설팅 등 실제 안경 디자인이나 사업과 무관한 커리어였습니다. 맞춤 안경의 매력은 언제 알았나요
“6살 때부터 줄곧 안경을 써왔기 때문에 원래도 안경에 익숙했어요. 그런데 제 얼굴에 완전히 맞춰진 테를 한 번 경험하고 나서는, 예전에 쓰던 기성 테로 돌아가기 어려워졌습니다. 보통 사람 귀나 코 높이가 좌우가 약간씩 다른데, 그 미묘한 차이까지 3D 스캔과 프린팅을 통해 정확히 맞춰주거든요. 한 번 그 편안함을 맛보면 확실히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어요.”
-미국에서 안경 브랜드 사업을 하다가 콥틱에 합류했다고요?
“원래는 제가 따로 아이웨어 브랜드(스피노자)를 운영해 왔어요. 뉴욕에서 100개의 검안의사 채널을 통해 판매했었습니다. 그 브랜드에 투자해 주신 분이 계셨고, 그 덕분에 2018년부터 브리즘과 콜라보 형태로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운영하던 브랜드와 브리즘이 함께 라인을 만들어 컬렉션에 포함시키고 판매도 했죠. 초기 형태의 협업이었고, 2020년부터는 사업 개발 컨설턴트로 브리즘에 참여하다가, 제가 창업했던 기존 브랜드가 브리즘과 인수·합병 형태로 정리되면서 2022년부턴 정식으로 사업 개발 총괄 이사로 조인을 하게 됐습니다.”
-어떤 일을 하시나요. 미국 시장 개척을 이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사업 개발 이사 겸 총괄 이사를 맡고 있는데, 사실 ‘사업 개발’이라는 게 굉장히 폭넓은 분야예요. 한국에서 파운더들이 창업 초기에 하셨던 거의 모든 일을 제가 담당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오퍼레이션부터 시장 리서치, 새로운 파트너십 개발, 비즈니스 모델 검증, 판매, 애프터 서비스까지 정말 다양한 업무죠. 핵심은 결국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그 전략을 실제로 실행한 뒤 얻어진 피드백과 시행착오의 결과를 다시 전략에 반영해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고요.”
-미국 시장의 특징은요?
“먼저, 인종도 워낙 다양하고 취향도 엄청나게 다르다는 점이에요. 얼굴 구조가 제각각이다 보니, 고객분들이 원하는 핏이나 디자인이 각양각색이고, 또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에 대한 고집도 매우 강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판매자로서 ‘이렇게 쓰세요’ 하고 설득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분들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훨씬 중요해요. 그런 면에서 커스텀 안경이라는 개념이 미국 시장에서는 꽤 혁신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보다 훨씬 다양성이 높아 ‘이건 정말 나만의 디자인이다’라는 점을 중시하기 때문에, 맞춤 서비스가 특히 더 잘 먹히는 시장이라고 봅니다.”
◇3. 한국과 다른 미국 안경 시장 이해하기
-미국의 안경 시장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미국의 안경 산업 구조가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안경사가 시력을 재고, 그 자리에서 안경을 맞추지만, 미국에는 검안의사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시력을 체크하고 프레스크립션(처방전)을 발행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직접 안경 판매까지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이분들 입장에서는 안경 판매가 비즈니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죠. 그래서 외부 브랜드나 업체가 안경을 직접 판매하려고 하면, 경쟁자로 보고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저희는 상대적으로 ‘고급화 전략’을 취하고 싶기 때문에, 이런 분들과 ‘적이 되기보다는 협업할 방법을 찾아보자’라는 방향으로 접근해 보고 있습니다. 또 중요한 요소는 미국에서 대형 글로벌 기업들의 영향력과 보험 제도의 존재예요. 한국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수직 계열화된 기업들이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고객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걸 제대로 각인시키는 게 몇배 더 중요합니다. 보험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그 점을 잘 이해야해요.”
-맞춤이라는 이유로 더 비싸다면 외면을 받을텐데요.
“안경 가격을 설정할 때, 일단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200달러 선부터 시작합니다. 그래도 실제로는 250달러나 300달러짜리 상품이 가장 많이 나가고, 티타늄 라인은 400달러 정도까지 올라갑니다. 전체적으로는 200~400달러 사이고요, 렌즈도 함께 판매하고 있는데, 렌즈 시작가는 60달러 정도입니다. 대개 미국 소비자들은 렌즈에 몇백 달러씩 쓰는 경우가 흔해서, 테와 렌즈를 합치면 보통 1인당 평균 구매 금액이 600달러 정도면 ‘맞춤 안경을 써볼까?’라고 반응할만한 가격입니다.”
-미국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입니다.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요.
“마케팅을 할 때는 몇 가지 핵심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먼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소비자 경험이에요.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이 얼마나 다시 찾아오고, 또 새로운 고객들을 얼마나 데리고 오는지가 제일 큰 관건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 퍼포먼스 마케팅이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거액을 투자하는 방식보다는, 초기 고객을 데려온 뒤 그분들이 좋은 경험을 하셔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고객을 끌어올 수 있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두 번째로는 커뮤니티 형성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국은 특히나 취향이나 문화가 다양하고,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팬덤이나 쿨(Cool)함을 함께 만들 수 있는 커뮤니티가 커다란 힘을 발휘하거든요. 저희가 제공하는 맞춤형 안경에 감동하신 분들을 계속해서 사후 관리해드리고, 이분들이 앰배서더처럼 활동하실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이렇게 해서 스스로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고, 그 커뮤니티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협업 파트너십이에요.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이나 분야엔 반드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나 단체, 예컨대 인플루언서, 테이스트 메이커, 오피니언 리더들이 존재하잖아요. 이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콜라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3D 스캐닝과 프린팅을 활용해 안경을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기 때문에, 아티스트나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기도 훨씬 쉽습니다. 이렇게 여러 파트너와 손을 잡고 ‘추천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게 저희가 생각하는 현지 마케팅의 큰 축입니다.”
-뉴욕 매장의 위치나 규모는요?
“타임스퀘어랑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걸어서 두세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요. 정확히 말하면 7번가 38번가 부근인데, 뉴욕에 살든 여행을 오든 한 번쯤은 지나갈 수밖에 없는 위치라서 유동 인구도 많은 편입니다. 건물 자체는 소위 ‘꼬마 빌딩’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담한데, 굉장히 클래식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그 빌딩 1층 전체를 저희가 사용하고 있어서, 방문객들이 오면 편하게 둘러보실 수 있답니다. 하루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지금 시점 기준으로 대략 100명 정도예요. 사전에 예약을 받고 오픈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 구매 의향을 가지고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문하시면 최소 1시간 정도는 저희가 꼼꼼히 컨설팅을 해드려요. 코와 귀 높이, 시력 등에 따라 개인화된 안경을 맞추시려면 상담이 필수거든요. 최근에는 검안사와도 협업을 시작해서, 매장 안에 따로 방을 마련해 드렸어요. 검안사 선생님이 일정에 맞춰 오시면, 고객분들은 한 곳에서 시력 검사부터 안경 맞춤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으니 훨씬 편해졌어요. 실제로 오시는 분들 중 90% 정도는 그 자리에서 구매를 결정하시고, 혹시 바로 결정을 못 하시더라도 이후에 절반 이상은 다시 돌아오셔서 최종 구매를 해주시는 편입니다.”
쫌아는기자들은 주 3회 발송하는 유료 레터입니다. 전체의 절반을 무료 구독자 분들께 공개합니다. 전문은 유료 구독자에게 공개합니다. 아래는 전문에 실린 부제와 질문, 사진, 그래픽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4. 비싸도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한 이후, 1년이 넘는 팝업 스토어를 통한 MVP
-최근엔 온라인으로도 미국 시장 진출이 가능합니다. 꼭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뉴욕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면서도?
-1년 넘게 팝업 스토어를 전전했다고요?
-팝업을 통해 얻은 데이터는요? 그 경험이 지금의 비즈니스에 어떤 도움이 됐습니까.
-안경은 구매 주기가 긴 상품입니다. 재구매 측정이 쉽지 않아서 브랜드 충성도를 가늠하기 어렵죠.
◇5. “광팬을 만들어야, 그리고 우리 직원들이 먼저 팬이 되어야” “마지막 디테일이 생명, 미국 사회 정착 위해선 기부가 필수”
-미국 시장은 여러 나라의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곳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를 만드는 데 어려운 점은요?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브랜드들이 놓치고 있는 것들, 혹시 팁을 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