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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들어오는 빨래가 많아서 힘들어요.”

조 대표의 마스크 바로 위까지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잠겼던 목소리가 점점 생기를 찾았다.

지난달 8일 서울 강서구 사무실에서 조성우(40) 의식주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 런드리고는 집 앞에 빨래를 두고 모바일로 신청하면, 이를 수거해 세탁,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한다.

조성우(40) 의식주컴퍼니 대표

다들 런드리고로 알지만, 회사 이름은 ‘의식주컴퍼니’죠. 세탁 스타트업의 사명에 왜 의식주죠.

우리는 세탁이 혁신되면 주거 공간이 바뀔 것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대학시절 신촌 원룸에서 자취했는데, 원룸 살면 전용면적 3~4평 이런 공간에 살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세탁은 필수죠. 4평 원룸에 빨래 건조대까지 펴면 주거공간의 절반이 세탁하느라 사라지죠.

무슨 마법도 아니고.여름에는 습기 차서 안 마르고 겨울에도 볕이 안 들어 안 마르고요. 아파트에서도 세탁기에 건조기, 스타일러까지 두면 금방 2~3평을 잡아먹어요. 서울 집값을 평당 2000만원이라 가정해봐요. 우리는 세탁하느라, 부동산 기회비용으로 6000만~8000만원을 지출하는 거예요.

요새는 TV 안 두고 태블릿PC와 노트북으로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만 이용하는 젊은 분들도 많이 계시잖아요. 식품 배송 서비스를 통해 주방을 거의 안 쓰는 분들도 계시고요. 결국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이 삶의 방식을 바꾼 것인데요. 저희는 런드리고 서비스가 세탁 공간의 변화, 그러니까 주거의 양식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변방에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고민, 그게 우리 사명이에요. 의식주컴퍼니.

세탁 시장하면, 너무 작은 시장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세탁은 크게 물빨래(런드리)와 드라이클리닝으로 나누어요. 물빨래는 대부분 가정에서 세탁기를 사용하고, 세탁소에 맡기는 드라이클리닝만 통계로 집계됩니다. 이게 공식 통계로 2조5000억원쯤요. 세탁소는 대부분 현금 거래라, 잡히지 않는 통계를 고려하면 드라이클리닝만 4조3000억원쯤 됩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세탁 업체의 1개 점포 평균 월 매출이 1000만원 내외고, 국내에 오프라인 세탁소가 3만5000~4만곳쯤 되거든요. 런드리고처럼 집에서 하는 물빨래를 대신하는 시장까지 통계로 잡으면 더 큰 시장이죠.

그렇게 큰 시장인데도 왜 유독 ‘세탁’은 디지털-온라인이라는 혁신과 거리가 있었죠. 쇼핑이나 배달은 온라인과는 판이하네요.

세탁의 비즈니스 구조를 이해해야 해요. 세탁은 고객의 물건이 집 안에 있다가, 문밖으로 나갑니다. 수거하거나 내가 세탁소에 가져다 줘야 하고, 가공을 거쳐서 다시 내 집으로 들어오죠. 원웨이(one way)로 일방적으로 제품을 받는 쇼핑이나 배달과 달라요. 내 물건이 남에게 맡겨졌다 돌아오기 때문에 신뢰도가 중요하다는 물리적인 속성이 있어요. 마치 가전제품 AS와 같죠.

쉽게 맡길 수 있어야 하고, 언제든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동네 세탁소가 점 단위로, 생활반경 1km 이내에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세탁 비즈니스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수거와 배송 같은 고난도 물류를 수행해야 하고, 세탁 퀄리티를 높이고 고객 신뢰도 관리해야 하는 등 여러 고난도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 문제를 아무도 못 푼 거죠. 수십년 동안 기존 세탁 비즈니스 모델이 유지된 이유죠.

그럼 세탁업 혁신의 1호 도전자가 런드리고인가요.

아뇨. 이 분야에도 앞선 도전자가 있었지만, 쉽게 성공하지 못했어요. 냉정하게 세탁이라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어보지 못했다고 봐요. 오프라인 세탁소를 연결해 빨래를 수거, 배송해주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있었죠.

하지만 세탁은 단순히 딜리버리(배달)로만 해결되는 비즈니스가 아니에요. 좋은 품질의 세탁 서비스를 믿고 맡길 수 있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여러 박자가 다 맞아떨어져야 해요.

딜리버리에 집중했던 세탁 플랫폼의 모델은 이용 금액의 20~30%를 수수료로 받고 복잡한 물류를 수행했지만, 퀄리티와 고객 신뢰를 직접 관리할 수 없었죠.

퀄리티와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을 고민했죠. 내린 결론이 ‘세탁 자체의 내재화’예요.

문제는 기존 세탁소처럼 세탁하면 이윤이 남을 수 없는 원가 구조의 문제였어요. 원가 구조를 혁신할 수 없으면 사업성이 나올 수가 없거든요.

창업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뉴욕의 세탁 전문가들을 만나러 다니다가 우연히 퀸즈의 세탁 공장을 방문하게 됐어요. 기계화, 자동화가 고도화되어 있었습니다. 기계화와 자동화를 통해 원가를 계속 낮추고 있더군요. 세탁을 직접 해도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죠.

포커싱 포인트는 인건비에 집중된 기존 세탁 원가 구조를 바꾸는 것에 뒀습니다. 도제식으로 전문가, 장인들이 세탁을 해왔던 것을, 자동화·시스템화해서 비용을 줄이고, 꼭 사람이 해야 하는 영역은 최소한의 전문가로 해결하는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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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원문에 실린 사진과 그래픽입니다.


런드리고의 자동화는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조 대표는 세탁이 완료된 옷에 포장을 씌우는 장비, 와이셔츠가 자동으로 걸리고 자동으로 스팀 다림질을 해주는 설비를 보여줬다. 모두 독자 개발했거나, 다른 기술을 가져와 최적화한 것들이다. 얼마전엔 다른 집에서 보내온 빨래를 자동 분류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했다. 독자 개발이라고 한참 동안을 자랑했다. 조 대표는 “전에는 사람이 직접 분류하고 검수했던 일이다. 테크놀로지로 세탁 원가를 줄인다”고 했다.
2017년. 조성우 대표에게 창업의 영감을 줬던 그날 사건 사진. 차 유리창을 깨고 몽땅 털어간 도둑은 빨래만 두고 갔다. 조 대표는 "나중에 런드리고가 성공하면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광고 하나 내겠다. '그때 빨래 남겨 두고 훔쳐간 도둑을 찾습니다. 당신 덕분입니다 안아줄게요!'라고 했다.


런드리고의 빨래 수거함 런드렛. 빨래를 안에 넣은 다음, 현관문에 자물쇠를 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자물쇠는 스마트폰앱으로 이용자가 열고 잠글 수 있고, 밤에 런드렛을 현관 앞에 내놓으면 새벽에 배송 기사가 수거해간다. 빨래가 끝나면 다시 현관에 걸어주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