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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참 스타트업 창업자들이라면 한 번쯤 네이버나 구글에 퍼블리란 단어를 검색한 경험이 있을 것이에요. 6년 전, 불쑥 세상에 도전장처럼 ‘세상에서 가장 큰 책 박람회, 책은 없다-2015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라는 리포트를 냈죠. 다음해엔 칸 국제광고제 리포트를 선보였습니다.

다들 무릎을 탁 쳤죠. ‘그렇구나, 텍스트(text)의 유료 비즈니스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하고. 클라우드펀딩으로 후원자의 투자금을 모아, 해외 전시회 현장을 취재하고 이걸 리포트로 낸 방식이었습니다.

‘텍스트 콘텐츠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깬 창업자,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클라우드펀딩을 통한 고품질의 틈새 유료 콘텐츠 제작’ 모델에 대한 관심은 식었고, ‘저자의 경험’을 파는 비즈니스가 대박 쳤다는 이야기도 안 들립니다.

그래도 끝내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누군가 혁신을 이룬다면 그건 박소령 대표일 겁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박 대표야말로 혁신의 과실을 딸 자격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가 유료 콘텐츠에 도전한, 가장 절실하고 치열하고, 끈질긴 창업자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퍼블리 박소령 대표

본인은 퍼블리라는 비즈니스를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바뀌고 진화해요. 지금은 크게는 유료 콘텐츠 판매 부분인 퍼블릭 멤버십 등이 있고요. 또 다른 축은 작년에 출시한 커리어리라는 무료 비즈니스예요. 이건 소셜네트워크 비즈니스예요. 아직 수익모델을 붙이진 않았고요.

주요 고객층은 20·30대, 직장인 분들이 제일 많으시고요. 25~39세 직장인이 약 80%쯤이고, 40대 이상이 5~10%, 25세 미만의 대학생이나 취준생이 나머지예요. 사회에 막 진입한 직장인은 일할 때 어려움과 고민은 물론이고 궁금한 것도 많아요. 퍼블리는 직장인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해요. 퍼블리 멤버십 같은 텍스트 형태로 풀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엔 영상으로 해결할 수도, 또 소셜네트워크로 연결해 누군가에게서 지식을 받을 수도 있죠. 원스톱으로 해결해주는 것, 그게 큰 그림이에요.

그게 가능할까요. 그 설명만 들으면, 00(다른 경쟁 콘텐츠 서비스명)이 더 나아 보입니다.(나도 모르게 불쑥 말이 튀어나왔다. 톡톡 튀는 혁신의 상징인 퍼블리치곤, 갑자기 너무 평이한 비즈니스 설명이 아닌가)

저희가 주력하는 페인(pain) 포인트는 이런 거예요. 내가 딱 회사 입사를 했어, 그러면 1~3년차 직장인들 사이엔 공통으로 똑같이 겪는 어려움이 있어요. 회의를 어떻게 준비하고, 시간 관리는 또 어떻고, 리포트를 썼는데 어떻게 해야 사수한테 한 번에 통과하지라는 식이죠.

아주 기본기잖아요. 어떤 인더스트리에서 어떤 직무를 하든, 필요한 기본기 세트가 있는데 저희는 이게 큰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가장 어필을 많이 하고 마케팅 메시지로 밀고, 그것에 반응하는 분들이 유료 결제를 해주고 있어요.

이건 퍼블리가 넓은 시장으로 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1~3년차 직장인의 고민을 1순위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파생적으로 다른 시장도 나와요. 저희는 1년차의 고민을 건드렸지만, 취업 준비하는 분들도 이걸 알고 싶어하는 거예요.

반대로 5~10년 차의 중간 관리자급 팀장들도 니즈가 있어요. 내가 한 명 한 명 가르치는 게 힘들 수도 있는데, 퍼블리 멤버십에서 보고 셀프 러닝하라는 식이죠. 후배 직장인에게 추천하고 직장에서 공유하기도 편하고요. (쫌아는 기자들 : 그녀는 6년 전과 정반대의 유료 콘텐츠 비즈니스를 말하고 있었다. 과거 아주 소수의 후원자 돈으로, 딱 특성화된 맞춤 콘텐츠를 생산 제공했던 클라우드펀딩 제작과는 달라 보였다.)

애초 퍼블리가 시도한 모델과 다른 것 아닌가요. 전에 도전한 ‘유료 콘텐츠’라는 비즈니스에 한계를 느낀 건가요.

아니요. 저는 유료 콘텐츠는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고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시장을 생각해요. 왜냐하면 너무 많은 콘텐츠에 사람들이 지쳐가기 때문에 그걸 누가 셀렉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주는 대가로 돈을 내는 건 점점 보편화할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콘텐츠 유료화를 추진하는 비즈니스 모델 방식이 바뀐 거죠. 사실 퍼블리는 피벗을 여러 번 한 회사라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창업자가 도전하는 미션은 같은데 비즈니스모델(BM)은 바뀐 거죠.

저희의 기본적인 미션은 어떻게 하면 정보와 지식의 격차를 줄이고, 사회의 평균값을 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에요.

◇비타민에 머물던 과거 모델에서 명확한 페인킬러로 피벗, 또 피벗

그건 400년 전 신문이란 비즈니스가 생겼을 때의 미션이었죠.

맞아요. 이게 언론과 교육, 출판 모두 똑같은 영역이잖아요. 격차를 줄이면서 사회 전체적인 평균값이 올라가는 거에 저는 되게 관심이 많아요. 어떤 사람은 정치로 풀고 누군가는 커머스로 풀 수 있지만 저는 그걸 콘텐츠로 풀고 싶은 사람인 거죠.

초기에 제가 택했던 모델은 클라우드 펀딩이라는 BM이었고 당시에 저희 타깃은 예컨대 저 같은 사람들이었어요. 콘텐츠를 엄청 헤비(heavy)하게 소비하는데, 그럼에도 해외 콘텐츠에 비해 한국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소비자요. 언어의 장벽 때문에 뉴욕타임즈에는 있는데, 뉴욕의 서점에는 책이 있는데 한국어로는 없는, 그런 갈증을 해소하려는 시도였죠. 당시 큰 광고제를 갔다 와서 보고서를 쓴다든지 워렌 버핏의 주주총회 갔다 와서 후기를 쓴다든지 이런 게 초기 모델이었죠.

그런 걸 하고 배운 건 뭐냐 하면 이런 거에 반응하는 소수의 소비자들은 있지만 이게 절대 큰 시장이 아니구나 예요. 우선, 주제도 그렇고 또 클라우드펀딩이라는 BM조차도, 이게 콘텐츠가 아직 안 나온 상태에서 ‘기획서만 보고 돈 내세요’라는 모델 자체가 사실 너무 익숙하지 않은 거죠.

초기 모델이 넓은 시장으로 가기 어려운 모델이란 걸 한 2년 만에 깨달았던 것 같고요. 다음에 택했던 건, 서브크립션(구독)이라는 모델을 빨리 붙는 것이었어요. 3년 전쯤이죠. 물론 텍스트 구독 옵션이라는 시장이 거의 없었지만, 엔터 시장에선 나왔던 시기예요. 이용자 입장에선 모바일 결제가 편리해졌고, 영상이나 음악은 쓰면서 익숙해졌죠. 구독 시장에서 어떤 콘텐츠를 얹어야 더 큰 시장으로 갈 수 있을지라는 고민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저렇게 건드려보고 어떤 걸 건드리면 유료 가입자 수가 확 늘고 어떤 걸 하면 사람들이 반응이 하나도 없고, 끊임없이 두드려봤던 시기가 2018~19년이었어요.

2020년 들어서 ‘이건 큰 시장인 것 같다’라고 생각한 게 처음 말한 1~3년 차의 직장인이에요. 그들의 페인 포인트는 엄청 크고, 저희가 이분들이 더 일을 잘할 수 있게, 말하자면, 덜 고통받게, 어떻게 하면 야근을 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죠.

과거엔 지적 사유, 지적 즐거움을 많이 소비하는 고객에게 하나의 애드 온(add-on)하는 모델이었다면 지금은 소비자의 굉장히 명확한 고통을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그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너희 사업이 페인 킬러(진통제)냐 비타민이냐’라고. 되게 초기에 저희는 비타민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명확하게 페인 킬러예요.

현재 커리어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고 있는 박소령 대표. 가장 위에 커리어리, 그 아래 퍼블리 멤버십, 가장 아래에는 퍼블리 온에어. 가장 위에서 많은 사람을 끌어 모으고, 객단가가 높은 유료 구독으로 유인하는 모델이다. /임경업 기자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기존 유료 콘텐츠 사업과는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콘텐츠 사업이 더 잘 되기 위해서는 최상단에 소비자들을 많이 모을 수 있는 접점, 퍼블리로 들어오는 커다란 입구가 필요에요. 저희는 그 입구가 커리어리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저희의 다른 서비스로 이동시키고자 하는 모델이에요. 예컨대 커리어리를 구독했던 이용자가 조금 더 깊이 있는 경제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으면 퍼블리 멤버십을 구독하고, 영상으로 콘텐츠를 즐기고 싶으면 퍼블리 온에어를 구독하게 될 거에요. 최상단에서 고객들을 모으고, 점점 그들을 퍼블리의 다양한 콘텐츠로 유인시키는 것. 그것이 커리어리의 역할이에요.

결국 커리어리가 사람들을 끌어와야 하네요.

커리어리가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 가장 힘을 주는 부분은 테크예요. 저희는 퍼블리 멤버십을 하나의 프로덕트,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서비스가 기술적으로 굉장히 잘 설계돼 있어 웹과 앱, PC와 모바일 이용자 모두 한 번 들어오면 콘텐츠를 쉽게 소비하고 이탈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죠. 마케팅, 콘텐츠 제작보다 타 서비스와 비교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제품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저희 회사에는 엔지니어, 디자이너, PM,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소속된 프로덕트팀이 있어요. 저희 회사 전체 인원이 45명인데 3분의 1이 넘는 20명 정도가 프로덕트팀 소속입니다.

페인 킬러의 사례를 들어주세요. 예컨대 1~3년차 직장인에게 ‘문제없이 보고서가 잘 통과하는 방법’은 뭔가요.

저희가 만든 콘텐츠 안에서는 이런 거예요. 사회 초년생들이 빠지는 함정은 항상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많이 쓰는 거예요. 그런데 보고서를 받아보는 사람이 지금 이 부분을 왜 보고서로 받아보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이것에 포커스를 해서 보고서를 쓰라는 것이 핵심이에요. 보통은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얘기를 많이 쓰게 되니까 문제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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