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도마 전문 브랜드 '미목'의 김태훈 대표. /더비비드

서력기원(예수의 탄생을 원년으로 삼은 기년법) BC, AD 대신 코로나19 전후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눌 판이다. 코로나19는 좋든 싫든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변화가 생긴 것 중 하나가 ‘소비 방법’이다. 온라인 소비가 크게 는 것이다. 가구, 소품, 생활용품 등 오프라인 매장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카테고리마저 온라인이 대세가 됐다.

원목 도마를 만드는 ‘미목’의 김태훈(46) 씨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판로가 막히자 2020년 바로 오픈마켓에 진출했다. 시행착오 끝에 꾸준히 월 2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낸다. 김태훈(46) 대표를 만나 홈 인테리어 분야 온라인 시장 생존법을 들었다.

◇뒤늦게 걷게 된 장인의 길

미목의 편백나무 원목 도마. 나무 향과 고른 나무결이 인상적이다. /더비비드

처음부터 목수는 아니었다. 컴퓨터 공부를 하면 유용하다는 말을 듣고 혜전대학교 전자계산학과를 나았다. “앞으로 컴퓨터의 시대가 온다면서, 일단 배우면 취직이든 창업이든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동기들은 벤처기업에 많이 갔어요. 저는 살던 동네에 작은 컴퓨터 학원을 차렸죠.”

-어떻게 학원할 생각을 했나요.

“대학생 시절 컴퓨터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마침 제가 사는 경기도 광주에는 컴퓨터 학원이 없었고, 어깨 너머 본 학원 운영법을 살려 창업했죠. 15년 했습니다. 그만둔건 체력 때문이었어요. 가르치는 건 재밌었는데,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수강하는 학생이 늘면서 동네 아이들의 등하교를 도맡게 됐어요. 가르치는 것보다 이게 더 오래 걸렸죠. 한명 한명 셔틀버스로 데려다주는 게 고돼요. 수업보다 체력 소모가 컸죠.”

목재소에서 직접 목재를 건조한다. 도마를 만들 목재를 고르는 김태훈 대표. /미목

2015년 우연한 기회로 나무의 감촉에 눈을 떴다. “사촌동생이 목재소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학원 운영에 지친 제게 취미를 가져보라며 목재소로 초대한 거죠. 너무 재밌더라고요. 일단 나무 향이 좋았어요. 마음이 편해졌죠. 퇴근하고 나무 만질 생각에 들뜰 정도였어요. 큰 나무 원목을 자르고, 조각하고, 기계 쓰면서, 샌딩하고. 난도가 낮은 단계부터 해봤어요. 나무의 특성마다 손질법이 다른데요. 점차 다룰 수 있는 목재가 늘어갔죠.”

사촌동생을 따라다니며 목재 공부를 본격적으로 했다. 지역 도서관에 가서 목재 관련 책을 읽고, 사촌동생이 소개시켜주는 업계 종사자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미국에서 수입하고 싶은 나무가 있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주소를 보고 무작정 찾아가기도 했다. 결국 하던 일을 접고 2016년 목재소 ‘미목’을 열었다. “일이 너무 잘 맞아 견딜 수 없었어요.”

목재를 재단하면 모양에 맞게 CNC 조각기가 재단해준다. /미목

처음에는 목재만 다뤘다. “목재를 수입해 가공할 수 있게 말리고, 재단해 유통하는 일로 시작했어요. 일을 마치고는 생활용품이나 야외용 가구를 하나둘씩 연습 삼아 만들었죠.”

2018년 본격적으로 도마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도마는 나무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생활용품입니다. 그 자체로 자연물이니 음식물과 직접적으로 닿아도 무해하고, 자체에서 피톤치드 항균 성분이 나와 물로 헹군 뒤 건조만 잘해주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어요.”

완성도를 높여줄 조각기도 새로 들였다. “처음에는 톱을 이용해 합판 모양으로 도마를 만들었는데요. 모양이 너무 단순해 차별점이 드러나지 않더라고요. 또 일하다 손을 한 번 다치기도 했고요. 한번 부상을 입고 나니 겁이 나더군요. 그때 발견한 게 ‘CNC조각기’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물을 그려내면 기계가 알아서 조각해주는 거죠. 대학시절 컴퓨터 모델링(CAD) 프로그램을 잠시 배운 적이 있었어요. 단순히 대신 조각해주는 걸 넘어, 톱질로 할 수 없는 라운딩 기법을 구사하거나 손잡이도 만들 수 있었죠.”

사포의 거칠기별로 5번의 샌딩을 거쳐야 도마가 탄생한다. /미목

기계를 들였다고 해서 목수의 몫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무를 목재소로 들인 후 도마로 만들어지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걸려요. 나무를 들이고 건조 후 선별, 5번의 샌딩, 3번의 기름칠까지 거쳐야 진정한 도마가 탄생합니다. 조각기는 나무를 오려주기만 해요. 나머지는 제가 다 합니다.”

사업 초반에는 오프라인 단체주문으로 수익을 냈다. “처음에는 관공서 행사 기념품이나 판촉물로 잘 팔렸어요. 각인기가 있어 도마 오른쪽 하단에 미목의 로고 대신 기업명을 넣을 수 있었거든요.”

◇온라인 판매 동향 따져보고 판매처 결정

베스트 셀러인 미목 편백나무 도마와 김태훈 대표. 제품을 꺼내기만 했는데도 편백나무 향이 느껴졌다. /더비비드

코로나19가 닥치며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마트나 백화점의 행사 매대 등 오프라인 매장이 주요 수익원이었어요. 하지만 박람회나 기업 판촉 행사, 공공기관 행사 등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판로가 단절됐습니다. 정말 막막했죠. 모든 판매 전략을 접고 원점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판로를 모색했다. “오픈 마켓 사이트별 판매 동향부터 살폈어요. 저와 아내 둘이서 운영하니 모든 사이트를 공략할 수는 없었고요. 주방 인테리어 용품 중 몇몇 인기 상품을 골라 마켓별 리뷰 수를 살폈는데, 전반적으로 쿠팡에 입점해있는 상품들의 리뷰가 많더군요. 활성 소비자가 많다고 느꼈어요. 저도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집중적으로 판매해보기로 했습니다.”

미목 도마 판매페이지의 상품 후기들. /쿠팡 마켓플레이스

어렵지 않게 시작했다. “입점 신청, 상품 등록, 가격 입력, 상세페이지 등록 과정들 모두 홈페이지 인터페이스가 잘 짜여 있더라고요. 참고할 수 있는 영상 가이드도 있어 초기 설정을 쉽게 했습니다. 판매자 센터 활용법 중에 모르는 점이 생기면 처음 입점했을 때 소통한 판매자 담당 컨설턴트에게 물어보기도 했죠.”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지원하는 홍보 기회도 요긴하게 활용했다. “무료노출 프로모션이라는 기능을 사용했어요. 쿠팡 앱 페이지의 주요 구좌에 제품을 노출시킬 수 있는 기능이죠. 노출에 따른 추가 비용이 따로 발생하지 않아 처음 시도해보기 좋았어요. 이걸 활용하기 전에는 하루 10개 미만으로 팔리더니, 자고 일어나니까 갑자기 30개 넘게 주문이 들어와 놀랐어요.”

온라인 사업의 최고 장점은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마케팅 도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익혔어요. 도마를 만들지 못하는 날에는 키워드 광고나 무료 노출 프로모션을 잠시 닫아두는 식이죠. 수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1인 판매자 입장에서 자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온라인숍을 오프라인 가게처럼 운영하는 방법

레이저 각인기를 이용해 도마에 각인을 하는 모습. 원하는 문구로 각인할 수 있다. /미목

사업의 안정화를 위해 판매전략도 온라인에 맞게 다시 짰다. “도마로 쓰이는 목재는 크게 세 가지예요. 북미산 호두나무, 호주산 캄포나무, 국내산 편백나무요. 그중 수급이 가장 원활한 편백나무 도마를 온라인 판매 주력 상품으로 정했습니다. 항균성도 가장 우수하고, 재고로 둬도 갈라짐이나 변형이 가장 적어 한 번에 많은 주문이 들어와도 감당할 수 있거든요.”

1800만명 이상 고객이 찾는 쿠팡에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눈에 띄는 차별점이 있어야 했다. 기존의 대량 생산 방식으로는 제공할 수 없던 맞춤 서비스를 고안했다. “판촉물 제작을 위해 사용하던 각인기를 부활시켰습니다. 무료로 원하는 문구를 각인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죠. 구매 필수 정보란에 문구를 남기면 무료로 각인을 해드려요. 어차피 주문된 도마가 나가기 전에, 도마에 한 번 더 기름칠을 해줘야 하는데, 도마를 최종적으로 검수할 때 개별 각인도 하는 거죠.”

판매 후 고객 관리도 신경 썼다. “소비자 후기를 면밀히 분석했어요. 도마가 부드러워 칼자국이 남지 않는다는 뿌듯한 후기도 많지만, 운영에 도움 될만한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시는 분도 있어요. 후기 덕분에 상세페이지도 수정했어요. 처음에는 멋모르고 주방에 도마가 놓인 모습 등 연출 사진을 위주로 담았는데, 상세한 크기를 알기 힘들다는 후기를 보고 사이즈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재했죠. 사진도 최대한 왜곡이 없도록 다각도에서 찍어 올렸습니다. 소비자 후기를 통해 세세한 부분까지 다듬을 수 있었어요.”

◇도마 하나로 브랜드 알리는 게 목표

도마 하나도 제대로 만들기 어렵다는 김태훈 대표. /더비비드

매일 일과는 단순하다. 아침 7시쯤 일어나 주문을 확인하고, 오전 시간 동안 주문건의 각인 작업을 완료한다. 각인을 마치면 마무리 기름칠 작업을 하고 끈적이지 않도록 완전히 건조한 후 아내와 포장한다. 오후 시간에는 도마들을 샌딩해 재고를 만들어 둔다.

오픈마켓과 장인 정신이 맞물려 제대로 시너지를 냈다. 매출이 서서히 올라 올해부터는 꾸준히 월매출 2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절반 이상이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발생한다. 오프라인 판매량은 10% 미만으로 줄었다. 유통 경로가 완전히 전환된 것이다.

장인이 되고 싶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매진하면서, 나머지는 이미 있는 걸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도마가 쉬워 보여도 만들기 어렵습니다. 손잡이를 어떤 모양, 어떤 크기로 만들지, 테두리는 어떤 모양으로 굴곡을 줄지, 표면은 어느 정도로 갈아야 하는지 고민할 게 많아요. 모두 직접 해봐야 아는 부분이죠. 제품 하나 하나 공들여 만들고 싶은 저에게 오픈마켓은 공수를 덜어주는 효율적인 도구예요. 도마의 장인으로 불릴 때까지 도마 연구에 집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