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주말에는 BEST 기사를 소개합니다.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세컨드하우스’(휴가나 주말 동안 잠시 쉴 목적으로 지방에 마련한 주택)가 각광받고 있다. 인테리어 스타트업 ‘스테이빌리티’는 별장 하나를 여럿이 소유할 수 있는 별장 공유 서비스를 개발했다. 별장 소유권을 여러 명이 나눠 가져 비싼 매입비, 관리비 등을 분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스테이빌리티의 정민혁 대표(33)를 만나 창업기를 들었다.

(왼쪽부터) 강원도 홍천에 건축 예정인 '밀리언 그라운드', 공유별장 서비스를 운영하는 건축 스타트업 스테이빌리티 정민혁 대표. /더비비드
◇창업만 세번째, 꼭 이루고 싶었던 꿈

스테이빌리티는 빈 집 등 방치된 공간을 리모델링해 카페, 풀빌라, 별장 등으로 재탄생시킨다. 이 가운데 일부 별장을 공유 서비스로 내놓고 있다. 별장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모아 지분등기 형태로 별장의 소유권을 판매한 후 일정 기간 공유하는 방식이다. 같은 별장의 소유자들은 전용 앱에서 시간이 겹치지 않게 예약해 이용할 수 있다.

별장 소유자들이 이용하지 않는 날은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숙박 예약을 받는다. 평소 별장으로 즐기면서 수익도 발생시키는 것이다. 현재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에 새로 지을 공유별장 ‘밀리언 그라운드’의 신청자를 받고 있다.

[강원 홍천 공유별장 살펴보기] : http://bit.ly/3Sc1PK0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는 강원도 홍천의 공유별장 '밀리언 그라운드'의 준공 시 예상 모습. /스테이빌리티

정민혁 대표는 경북대에서 경제통상학을 전공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다큐멘터리를 수십 번 반복해서 보며, 스타트업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 왔다. 2014년 실시간 순찰 관리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첫 창업에 도전했다.

-순찰 관리 서비스를 개발한 계기는요.

“학교나 아파트를 오다가다 경비원 분들이 순찰하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경비 일지를 수기로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비효율적으로 보였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순찰 일지를 기록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어요.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문제 상황이나 순찰 일지를 경비 업체에 전송하는 형태였는데요. 대기업 연수원 등에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 이후는요.

“다양한 일에 도전했어요. 2016년에는 대학생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바일 앱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서 재학생의 제보를 익명으로 올려주는 커뮤니티인 대나무숲이 유행이었는데요. 이를 커뮤니티 앱으로 옮긴 형태였죠. 앱을 홍보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었는데, 뜻밖의 결과를 낳았어요. 10만명 구독자를 넘어서니 광고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안과 라식수술, 성형수술 등의 의료 광고 의뢰가 주 였는데요. 광고 의뢰가 많아지면서 약 2년 동안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냈어요.”

공유별장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테이빌리티의 정민혁 대표. /더비비드

-빨리 정착했는데, 왜 관뒀나요.

“우연히 성공을 거뒀지만 마음 한 켠이 허했어요. 내 일을 하기 위해 창업했는데, 광고 의뢰가 주가 되면서 누군가의 일을 대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커진 거죠. 그러다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해외여행을 떠났어요. 바르셀로나에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최후의 작품이라고 불리는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을 봤어요. 거기서 가우디 사후 100주년에 맞춰 성당이 완공될 예정이라는 여행 가이드의 말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죽은 가우디의 꿈도 이뤄지는 세상인데, 살아있는 나는 지금 진짜 꿈을 위해 달리고 있는가 생각이 든 거죠. 하던 일을 관두고 온전히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
(왼쪽부터)스테이빌리티가 지은 숙소인 사시산색과 달리야드. /스테이빌리티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사회 문제로 떠오른 ‘빈집’이 눈에 들어왔다. 방치된 집은 지역 주민의 생활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빈집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면 사회 문제도 해결하면서 공간 수요를 창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집을 어떻게 활용하기로 한 건가요.

“2018년 같은 학교 건축공학과를 나온 최상찬 이사와 빈집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해 직접 대구 지역의 빈집을 찾아다니며 카페로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했죠. 더 이상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집을 찾아서 매입한 후 뜯어고쳤습니다. 그랬더니 사용하지 않는 상가 등의 폐공간을 리모델링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더군요. 이후 홍보용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어떤 건물들을 시공했나요.

“빈집을 카페로 바꾸는 일로 시작해서, 상가나 아파트 내부 인테리어 등으로 영역을 넓혔어요. 그러다 여행 숙소 수요가 많아지는 걸 보면서 독채, 풀빌라 등의 숙소(스테이)로 작업 반경을 확장했습니다. 제주도 독채 풀빌라 ‘달리야드’와 경주 한옥 풀빌라 ‘사시산색’이 저희의 대표적인 작품이죠. 건축주 입장에서 카페는 공간 소모가 무척 빠른 아이템이에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간이니까요. 반면 풀빌라 같은 숙소는 회당 70만~100만원의 큰 금액을 내고 한정된 인원만 이용하기 때문에 희소성과 부가가치가 큰 편입니다. 이런 이유로 빈집을 스테이로 바꿔서 수익을 지속적으로 내고 싶어 하는 건축주들이 늘게 됐어요.”

스테이빌리티가 리모델링을 한 서울의 한옥 카페. /스테이빌리티
◇공유 주거, 공유 오피스 이어 이젠 공유 ‘별장’ 차례

2021년 7월, 사업 확장을 위해 스테이빌리티 법인을 설립하고 건축 작업을 이어갔다. 월평균 100건의 건축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건축주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리모델링한 공간의 이용자 반응 역시 뜨거웠다. 지금도 달리야드, 사시산색의 경우 예약을 시작하면 10분이면 매진된다.

예상하지 못한 수요도 발견됐다. 4~5일씩 연이어 머물다 가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스테이빌리티 임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스테이빌리티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렸나요.

“바로 ‘별장’이란 단어가 머리를 스쳤어요. 휴식을 위해 값비싼 돈을 주면서 숙박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별장도 수요가 있을 거란 확신이 든 거죠. 별장을 보유한 지인들에게 별장 이용 실태를 물어봤는데요. 별장을 실제로 이용하는 기간이 1년에 한 달 정도입니다. 비싸게 매입했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자주 찾아갈 수 없었던 거죠. 폐공간을 별장으로 리모델링 한 후, 여럿이서 공유하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장 소유권을 나눠 가지면서 비용도 분담하는 형태로요.”

[강원 홍천 공유별장 살펴보기] : http://bit.ly/3Sc1PK0

-별장을 공유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건축 방식은 기존과 같습니다. 건축주의 의뢰가 들어오면 상담을 통해 장소 및 디자인을 확정하죠. 이후 인스타그램 계정에 별장이 지어질 장소와 예상 디자인을 구현한 3D 조감도를 공유해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습니다. 1년간 별장을 공동 소유할 12명의 인원을 모집해 출자금을 모으죠. 이후 건축 인허가를 받고 건축 면허를 보유한 인부들이 공사 작업을 진행합니다. 별장이 완공되면 소유자들은 전용 앱을 이용해 원하는 기간에 예약한 후 별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유별장 소유권은 부동산처럼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있어요.”

-별장 소유자는 어떤 이점을 누릴 수 있나요.

“혼자서 별장을 소유할 때 드는 물리적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토지, 매물을 찾는 데 드는 시간과 관리비 및 청소비까지 비용이 어마어마하죠. 별장을 공유하게 되면 12명이서 별장 매입비와 관리비를 나눠내니까 비용 부담이 줄어듭니다. 또 저희가 청소, 운영, 관리 등 모든 걸 도맡기 때문에 관리에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아파트로 치면 저희가 관리사무소의 역할을 수행해주는 거예요.”

정민혁 스테이빌리티 대표. 고급 풀빌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유할 수 있는 공유별장 서비스를 운영한다. /더비비드

-수익 구조는요.

“건축주로부터 신축 혹은 리노베이션 작업에 대한 건축비를 받습니다. 거래 수수료에서도 수익이 발생하죠. 별장 소유자들에게는 출자금과 관리비를 받습니다. 별장 청소와 운영을 대행하는 명목으로 받는 비용이죠.”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도 투자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에 지을 공유별장 ‘밀리언 그라운드’의 신청 모집을 1월부터 받고 있다. 한 달만에 6명이 신청을 끝낸 상태다. 한 명이 부담하는 가격은 1억2000만원으로, 오피스텔 전세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별장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원인 12명을 모두 모집하면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올해 10월 준공이 목표다. 소유자들이 별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시기는 11월로 예상 중이다. 조감도를 보면 면적 1481㎡, 층고 4.5m로 침실 3개와 화장실 2개로 구성돼있다. 정 대표는 “이 정도 크기와 수준이면 동급 호텔의 경우 1박에 최소 200만원”이라고 했다.

[강원 홍천 공유별장 살펴보기] : http://bit.ly/3Sc1PK0

(왼쪽부터)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에 지을 공유별장 ‘밀리언 그라운드’의 수영장과 바비큐 시설 예상 모습. /스테이빌리티

-언뜻 리조트 회원권과 비슷해보이는데요.

“리조트 회원권의 경우 연간 회원권을 사고도 숙박비가 1박에 30만원, 많게는 100만원 넘게 들어요. 실제 사용 일수는 한해 10일 내외이고요. 저희 공유별장의 경우 별장 소유자들에게 30박을 우선 예약할 권한이 있어요. 10박 사용료는 없고 이후 20박만 추가 숙박료가 있어요.”

2022년 한해 발생한 건축 프로젝트 수주액만 40억원이다. 연 매출액은 23억원이다. 같은 해 4월에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가 주최한 창업경진대회 ‘디데이’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대구경북벤처기업인상도 받았다. 누적투자금액은 공개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투자에 참여 한 곳은 수이제네리스파트너스, 인포뱅크 등이 있다.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김봉진 의장도 스테이빌리티에 투자했다.

정민혁 스테이빌리티 대표. /더비비드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특별한 집이 내 집이 됐으면 하는 것’이 저희의 비전인데요. 궁극적으로는 공유별장 사업을 활성화 시키고 싶습니다. 공유 주방, 공유 오피스 등 ‘공유’의 개념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어요. 공유 별장은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여기도 곧 관심이 커질 거라고 봅니다. 서비스 입지를 다진 후 공유 별장 사업에 힘을 실을 계획이에요.”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살면서 꼭 이뤄야만 하는 꿈이 있다면 무모하더라도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저도 잘 되던 일을 관두고 무작정 뛰어들었잖아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심장을 뛰게 한다면 앞길이 막막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보세요. 많이들 하는 말이지만 인생은 짧고 유한하잖아요. 창업가라면 창업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을 텐데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뛰어들어 보길 바랍니다. 고충 이상의 보람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강원 홍천 공유별장 살펴보기] : http://bit.ly/3Sc1PK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