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장소·옷차림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홈 트레이닝 운동 앱이 인기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윤보람(30) 씨는 매일 아침 거실에서 홈 트레이닝 애플리케이션 ‘콰트’로 운동한다. 근력운동, 요가, 스트레칭 등 다양한 운동법을 전문가가 영상으로 알려준다. 단순히 운동법만 알려주는 게 아니다. 그날 내 컨디션, 단련하고 싶은 부위에 따라 ‘운동 루틴’을 짜주기도 한다. 콰트에서 알려주는 대로 자세를 따라 하다 보면 금세 땀이 쏟아진다. 저녁엔 또 다른 습관 관리 앱 ‘루빗’에 일기를 쓰고 AI(인공지능)의 답장을 받는다.

윤 씨처럼 일상의 빈틈을 줄이고 보람찬 하루를 보내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습관 형성 앱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습관 형성 애플리케이션의 인기 요인이 무엇인지 시장을 들여다봤다.

◇습관 형성 앱 봇물

집에서 간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덤벨, 요가 매트 등 운동용품의 인기도 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몇 년 전만 해도 인생은 한 번뿐이니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YOLO)’가 유행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갓(God)’과 ‘인생(生)’을 합친 ‘갓생’이 유행하며 목표 지향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기 관리를 하는 부지런한 삶이 화두가 됐다.

습관 관리 앱 ‘루빗’은 전 세계 170여 개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운동, 독서 등 원하는 행동 습관을 기록하며 ‘루틴(routine)’으로 만드는 것을 돕는다. 미션을 달성할 때마다 당근을 받고 당근을 게임머니 삼아 가상의 방을 꾸밀 수도 있다.

(왼쪽부터) 습관 관리 앱 루빗, 업무 관리 인터페이스 오프라이트, 글루코핏의 패치형 혈당측정기. /루빗, 오프라이트, 더비비드

업무 습관을 들이기 위한 앱도 있다. ‘오프라이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업무 관리 인터페이스다. 주요 업무 툴인 구글 캘린더·메일, 슬랙, 노션과 연동해 업무 요청들을 실시간으로 한곳에 모을 수 있게 했다. 당장 해야 하는 일 외엔 불을 꺼 버리는(off light) 방식으로 업무의 집중력을 높인다.

체중을 감량하는 데 ‘혈당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실시간 혈당 파악 앱도 등장했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생활 습관을 없애고, 혈당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글루코핏은 패치형 혈당측정기를 부착하고 생활하면서 내게 잘 맞는 식이요법과 운동법, 수면 습관을 만들도록 돕는 앱이다.

◇작심 10분으로 만드는 평생 습관

다양한 홈 트레이닝 앱이 등장한 가운데, ‘콰트’는 이 분야에서 단연 1위다. /콰트

습관을 들이기 어려운 분야 중 하나가 운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운동 습관을 들이고 싶은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홈 트레이닝 앱이 등장한 가운데, ‘콰트’는 이 분야에서 단연 1위다. 콰트의 누적 가입자 수는 52만명에 달한다. 콰트를 운영하는 엔라이즈는 2023년 연 매출 420억원을 기록했다.

김봉기 엔라이즈 대표는 “2019년에 시작해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커진 불안함과 자기 계발 욕구가 습관 형성 앱 인기를 가져온 것 같다”고 했다.

콰트를 만든 김봉기 엔라이즈 대표. /더비비드

습관을 만들 땐 가족·친구들에게 알리거나 함께 도전하며 의지를 다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까운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스마트폰 앱 속에서 동지를 찾은 것이다. 콰트에선 앱 내에서 운동 전문가에게 오늘의 운동을 추천받거나, 통증 부위나 목표에 따라 코칭받을 수 있다. 직관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인기 비결이다. 3분 유산소, 임산부 요가, 탈모 예방, 월경 주기 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콰트의 모든 콘텐츠 재생 시간은 10분 내외다. 일명 작심 10분 전략이다. 운동 시간이 길어질수록 중간에 관둬버리는 습관을 역이용해 짧게 운동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습관은 의지의 산물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행동을 먼저 하고 나면 의지가 저절로 생긴다”며 “부담 없이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도록 운동 콘텐츠를 일부러 짧게 만들었다”고 했다.

콰트의 운동 화면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김 대표. /더비비드

실제 뇌과학 분야에는 ‘작업흥분’이라는 용어가 있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뇌의 측좌핵 부위가 흥분하기 시작해 관심과 재미가 없던 일에도 어느 순간 몰두하고 지속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틈틈이 이용자를 분석해 서비스를 개선하다 보니 자연스레 운동, 습관에 대한 원리를 파악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콰트에 가입하면 어떻게든 운동을 시작하게 만들도록 운동기구를 무상으로 보내준다. 김 대표는 “필라테스 폼이나 보드, 웨이트를 위한 덤벨 등 다양한 기구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눈앞에 기구가 있으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부채 의식이 생겨 운동을 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