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수제맥주 제조기를 개발한 테라브루의 임근만 대표. /더비비드

20년 전 어느 겨울날, 캐나다 캘거리의 작은 양조장에서 처음 맛본 수제 맥주의 맛은 한 남자의 입맛을 통째로 바꿔 놨다. 강경 소주파였던 그는 그날부터 수제 맥주로 노선을 틀고 홈 브루잉의 세계에 입문했다. 수제맥주를 만들다 팔을 데인적도 있다. 영광의 상처다.

하지만 다른 애호가들까지 영광의 상처를 불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가정용 브루어리 기기 ‘테라브루’를 개발하게 된 계기다. 테라브루의 임근만 대표(51)를 만나 수제맥주 덕후의 홈 브루어리 기기 개발기를 들었다.

◇외국 수제맥주 맛을 가정에 구현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 테라브루. /테라브루

2022년 설립된 테라브루는 집에서 손쉽게 수제맥주를 만들 수 있는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 개발사다. 동명의 수제맥주 제조기는 맥주 원료를 담은 ‘브루팩’과 브루팩을 발효하는 제조기로 구성됐다. 20년 경력의 브루마스터가 직접 조율한 레시피로 맥즙을 만들면, 이를 약수통 형태의 용기에 담아서 브루팩을 만든다. 만든 지 일주일도 안된 맥즙을 전달하기 때문에 극강의 신선함을 맛볼 수 있다. 제조기는 다른 발효식품 제조나 미니 냉장고로 활용 가능하다.

(왼쪽부터) 맥즙을 발효하고 음료를 보관하는 제조기, 맥즙. /테라브루

소비자는 브루팩에 맥주 효모를 넣고 발효하면 된다. 취향에 따라 말린 과일 같은 부재료를 첨가하면 나만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발효가 끝난 맥주를 기본 제공되는 병에 넣고 숙성하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재료를 따로 준비하고 살균, 소독, 세척할 필요가 없어서 간편하다.

깔끔한 탄산감의 라거, 맛과 향이 풍부한 에일, 깊은 풍미의 흑맥주 등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미국, 독일, 호주 등지에서 엄선한 홉과 맥아를 사용했다. 홉과 맥아는 맥주의 주재료로 맥주의 기본기를 책임진다. 테라브루는 총 15가지의 맥주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밀 맥주인 ‘블루마린’과 ‘해변의 골든에일’이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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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겨울 캐나다에서 만난 운명

우연히 접한 수제맥주의 맛에 반한 임 대표는 세계 곳곳의 수제맥주 펍을 다녔다. /테라브루

임 대표는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하고 통신 회사의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1990년대 후반,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전자회사를 설립했다. “미용기기에 들어가는 전자 부품을 만들고 전자회로를 개발하는 회사였습니다. 나중에는 뷰티 제품 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어요.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녔죠.”

출장지에서 운명처럼 수제맥주를 접했다. “아직도 기억나요. 1999년 겨울이었죠. 캘거리의 작은 양조장에서 만난 인생 첫 수제맥주 한 잔의 맛. 아직도 그 첫 느낌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어요. 맥주가 이렇게 매력적인 음료였나 돌아보게 됐죠.”

테라브루로 만든 맥주를 따르고 있는 임 대표. 임 대표는 홈 브루잉 전문가다. /더비비드

당시 한국 맥주 시장은 다양성이 부족했다.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접하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출장을 다닐 때마다 그 지역의 맥주 양조장을 방문했습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해외의 로컬 양조장을 다니며 직접 만든 수제맥주를 마시고 다녔습니다.”

수제맥주를 즐기는 걸 넘어서서 양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마땅한 장비가 없어서 직접 개조했습니다. 스테인리스 솥에 구멍을 뚫고, 해외에서 산 부품을 조합해서 나름의 장비를 만들었어요. 주말이면 집 베란다에서 맥즙(분쇄한 맥아에 온수를 가해 당화한 후 액체에 녹지 않는 물질을 제거한 액)을 만들었죠.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아내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어요. 그렇게 10년을 홈 브루잉을 하다가 2010년 중반부터 상업 양조 학교를 다녔습니다. 사설 양조과정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며 전문성을 쌓았죠.”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 개발노트

테라브루 맥주 디스펜서. /테라브루

한국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하면서 홈 브루잉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아무 것도 없던 시절부터 함께 홈 브루잉 시장을 개척한 1세대 동료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처음엔 맥주 디스펜서로 출발했다. 미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출시했지만 목표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걸 얻었다. 바로 다음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다. “디스펜서가 아니라 수제맥주 제조기를 갖고 싶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어요. 미국이나 호주 등 영미권 국가에는 이미 수제맥주를 쉽게 만들 수 있는 기계가 있는데요. 완벽한 형태라고 볼 수 없었어요. 가격이 비싼데다 살균, 소독, 세척까지 해야 해서 관리가 번거로웠거든요.”

1. 기존의 수제맥주 제조기의 단점 보완

테라브루로 만든 맥주와 함께 포즈를 취한 임 대표. /더비비드

집에서 쉽게 수제맥주를 만들 수 있는 기계를 만들기로 했다. “수제맥주 용품 관련 전시회나 해외 도매상을 찾아다녔습니다. 시장 상황과 트렌드를 파악했죠. 대부분의 장비들이 맥즙을 만드는 것부터 발효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제품이었어요. 사실 맥즙 만드는 과정은 까다롭습니다. 몰트와 홉을 따로 사야 하고, 뜨겁게 물을 끓여야 하며, 당화 과정까지 거쳐야 해요. 화상 위험도 있었죠. "

2. 맥즙 제조와 발효 과정 분리한 ‘한국형 제조기’ 구상

맥즙이 든 브루팩을 제조기에 넣고 발효하면 된다. /테라브루

수제맥주 제조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관건이었다. “고민 끝에 맥즙이 든 브루팩은 전문제조사에서 공급하고, 집에서 이걸 발효시켜서 바로 숙성해서 먹을 수 있는 구조를 구상했어요. 해외에서 유통되는 수십가지의 제품을 구입해서 테스트하고, 300회 이상 걸친 실험 끝에 브루팩 포장 방식과 생산 방식을 결정했습니다.”

물통에 든 맥즙(브루팩)을 미니 냉장고에서 발효시키는 방식이다. “처음엔 맥즙을 5L 비닐팩에 담았어요. 하지만 배송 중 파손되는 등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맛은 좋은데, 만드는 시간에 비해서 완성되는 양이 적다’는 피드백이 들어왔습니다. 브루팩에 변화를 주기로 했어요. 비닐팩 대신 약수통 같은 형태에 맥즙을 배송하고, 용량은 8L로 늘렸어요. 제조기에 넣을 수 있는 최대치였죠.”

3. 제조기의 용도 다양화해 활용도 제고

(왼쪽부터) 제조기와 함께 포즈를 취한 임 대표, 제조기 생산 현장. /더비비드, 테라브루

제조기를 만들 땐 온도 제어에 방점을 뒀다. “맥즙을 발효할 때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효모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효모가 온도 변동을 겪으면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아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브루팩을 제조기에 넣고 발효를 시작하면 내부 온도가 올라가는데요. 온도 감지 센서를 탑재해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떨어뜨리도록 설계했습니다. 자체 개발한 센서가 미세하게 온도를 감지하고 시간을 조절해 발효, 숙성, 탄산화 단계를 정밀하게 컨트롤하죠. 숙성이 끝나면 맥주 맛을 가장 신선하게 유지해주는 온도로 자동 냉장 보관합니다. 라거는 2도 에일 5도로 저장하죠.”

기기에 들어가는 회로를 직접 개발하는 모습. /테라브루

다양한 용도를 더해 활용도를 높였다. “주방에 쏙 들어가는 아담한 사이즈로 만들었습니다. 맥주 외에 다른 발효음식을 만들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요구르트, 식초, 낫토 등의 발효식품과 막걸리 같은 다른 음료도 만들 수 있어요. 음료 냉장고로도 활용 가능하죠. 직접 회로를 설계하고 브루팩도 국내에서 제조합니다. 제조기만 중국에서 생산해 단가를 낮췄죠.”

4. 수제맥주의 맛 좌우하는 맥즙은 전문가가 개발

맥즙 제조 공장의 전경. /테라브루

수제맥주 맛의 핵심인 맥즙은 전문가가 만든다. 임 대표 본인도 20년 경력의 브루마스터다. 경기도 화성에 150평 규모의 공장을 세웠다. “맥주품평회와 수 차례의 실험을 통해 선별된 레시피로 맥즙을 만듭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트렌드를 토대로 맛을 기획했어요. 15개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레시피는 계속 개발하고 있어요. 보유 레시피는 훨씬 많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맛 위주로 출시 중입니다. 소비자는 브루팩에 부재료를 첨가해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직접 가공한 맥즙을 바로 배송하기 때문에 극강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죠.”

테라브루는 15개의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다. 레시피는 계속 개발 중이다. /더비비드

요즘은 국산 농산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재료로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물론 제약이 많아요. 우리나라에서 맥주의 핵심 재료인 홉과 맥아를 생산하는 곳을 찾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부재료에 집중하고 있어요. 고흥 유자, 문경 오미자를 맥주의 풍미를 더하는데 사용했고요. 요즘은 군산 맥아를 활용한 맥주를 기획하고 있어요. 한국 스타일의 수제맥주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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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수제맥주’의 진실

테라브루 해외 서포터즈와 함께 촬영한 사진. /테라브루

2022년 9월, 온라인몰에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 테라브루를 출시했다. 쇼핑몰 MD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새로운 유통처를 확대하는 중이다. 유명 주류 회사의 연락도 받았다.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협업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자신감을 얻었다. 해외 유통사로부터 판매 제안도 받았다. “수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시장에서 인정받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죠. 물론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에요. 내년부터 해외 전시회에 출품할 계획입니다.”

소비자들은 펍에서 먹던 맥주 맛을 집에서도 맛볼 수 있다며 환호했다. 온라인몰 내의 평점이 높다. “편의점에서 접하는 상업용 맥주는 수제용 맥주의 신선함과 바디감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상업용 맥주는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서 맛에 생명력을 더하는 요소를 모두 걸러내거든요. 대부분 ‘직접 만든 맥주가 이토록 신선하고, 향이 이렇게 다른 줄 몰랐다’고 평가해요. 만든 맥주를 주변에 선물했다는 분도 많아요. 어떤 분은 거래처에 선물하려고 20대를 주문했습니다.”

임 대표에게 맥주는 좋은 친구다. /더비비드

아직 한국 수제맥주 시장은 성숙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만큼 테라부르가 설 자리가 많다. “과거보다 수제맥주에 대한 인지도는 올라갔지만 시장이 완전히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수제맥주의 범위는 생각보다 좁습니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다양한 재료를 넣은 뒤 필터를 거치지 않고 만든 게 진정한 의미의 수제맥주에요. 편의점에서 수제맥주라는 라벨을 달고 판매되는 제품은 엄밀히 수제맥주라 할 수 없습니다. 이 시장을 지탱하는 작은 양조장과 손잡고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테라브루를 매개로 진짜 수제맥주의 매력을 발산할 기회를 확대하고 싶습니다.”

임 대표와 맥주는 죽마고우 같은 사이다. “맥주는 저를 위로해주는 친구입니다. 고된 하루를 보내도 맥주 한잔이면 피로를 씻고 일상을 버틸 힘이 생기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촉매제가 돼 주기도 하고요. 맥주는 지겹지 않아요. 늘 새롭죠. 테라브루 개발에 전념하느라 홈 브루잉은 못하고 있지만, 맥주에 대한 마음은 한결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맛있는 맥주 한 잔이 주는 위로를 선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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