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준 교수. /더비비드

경찰과 소방관은 생사의 전선에서 시민의 안전을 수호한다. 각종 위험에 몸을 던지며 남을 구하지만, 정작 본인은 큰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끔찍한 사고 현장을 목격한 후 받은 심리적 타격은 홀로 감당해야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준 교수(53)는 경찰과 소방관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주목했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 이명 치료 분야의 1인자다. 그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에 뛰어들어, 스트레스와 수면 관리에 도움을 주는 웰니스 기기 개발에 성공했다. 관련 세계 시장은 수십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송 교수를 만나 의사의 창업기를 들었다.

◇의사가 개발한 스트레스 완화, 숙면 유도 기기

(왼쪽부터) 힐라온 기기 구성, 착용한 모습. /뉴라이브

송재준 교수가 창업한 ‘뉴라이브’는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를 위해 다양한 기기를 개발하는 메디테크(meditech) 스타트업이다. 이명, 불면증, 우울증 치료기기 ‘소리클’과 이명 디지털 치료기기 ‘소리클리어’, 건강보조기기 ‘힐라온’을 개발했다. 소리클과 소리클리어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용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가장 먼저 상용화된 힐라온은 온라인 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다. 힐라온은 미세전류 및 소리로 귀 주변의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디지털 치료기기다. 비침습적 방식으로 자극해 뇌를 활성화한다. 스트레스 완화, 숙면 유도, 집중력 개선 등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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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법으로 수술을 통해 미주신경 자극 장치를 몸 속에 심는 방식이 있긴 하다. 하지만 비용 및 수술 부담이 있다. 반면 힐라온은 가볍게 착용하는 방식이라 그런 부담이 없다. 인천대 스포츠학과와 함께 사격 선수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한 결과 힐라온 사용자의 스트레스와 우울감 수준이 감소했고, 자신감과 집중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힐라온을 적용한 모습. /뉴라이브

자극을 몸에 전달하는 헤드셋과 전체 기능을 조작하는 본체로 구성됐다. 사용법이 간단하다. 헤드셋을 외이도에 고정한 후, 본체를 통해 자극의 강도와 소리를 조절하면 된다. 자연의 소리,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을 탑재했다. 마음에 드는 음악을 재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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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사용 시 15분 작동한다. 권고 사용 시간은 하루 30분이다. 한 달 이상 사용하면 눈에 띄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중년 이용자 사이에서 인기다. 특히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는’는 평가가 많다. 갱년기 불면증으로 고생한 아내가 힐라온 사용 후 아침까지 깨지 않고 푹 잤다는 후기를 들려준 소비자도 있다. 수험생은 집중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이명 치료의 최고 권위자

송 교수는 우리나라 이명 치료 분야의 명의로 꼽힌다. /더비비드

송 교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구로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전문의를 취득했다. 동국대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조교수를 거쳐 2014년도부터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어릴 적 꿈은 과학자였어요. 연구와 기술 개발로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사람은 생각한대로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의사이면서 과학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으니까요.”

미지의 영역으로 꼽히는 이명 치료 분야의 명의다. 국내 최초로 이명 치료에 상담 치료를 접목한 치료 프로토콜을 도입했다. “이명을 다룰 때 인종의 상담 치료인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할 수 있어요. 해외에서는 이명을 치료할 때 이 치료법을 표준으로 시행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프로토콜이 없어요. 상담 치료는 정신과에서 주로 시행됐거든요. 이명에 특화된 인지행동치료법을 우리나라 진료 환경과 정서에 맞게 개발하고, 임상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치료법을 경험한 환자들이 이명이 줄고 불안과 스트레스도 많이 감소했다고들 합니다. 소문이 나서 찾아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힐라온 사용법을 설명하는 송 교수. /더비비드

진료 경험이 쌓일수록 기존 의료 기술의 한계를 느꼈다. “이명, 불면증, 우울증, 치매 같은 뇌질환의 영역은 아직도 어려운 영역으로 꼽힙니다. 적절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많죠.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껴 관련된 국가연구개발사업을 다수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논문을 위한 논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 손으로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결심하고 2018년 뉴라이브를 창업했습니다.”

이명, 우울증, 불면증에는 공통회로가 있다. 이명 환자들은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동시에 겪는 경우가 많다. “특정 회로가 고장났을 때 어떤 사람은 이명에 시달리고, 또 어떤 사람은 불면증에 잠을 설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발현되는 방식이 다를 뿐 뇌에서 각 증상을 관장하는 회로는 같습니다. 원인이 같은데 증상이 다양하게 발현되는 것이죠. 이 공통 회로를 조절해 뇌 관련 질환을 완화하는 치료기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멘탈 헬스기기 힐라온 개발, 하버드 의대와 협업도

힐라온은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뉴라이브

연구내용을 토대로 디지털 의료기기 개발에 성공했다. 동물 실험과 기초 실험으로 효과를 입증했고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에도 선정됐다. 다만 상용화는 다른 얘기였다. ‘의료기기’로 상용화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과 임상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능은 유사하지만 보다 빠르게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헬스기기’부터 개발하기로 한 계기다.

스트레스에 고통받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힐라온의 단초가 됐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대인들의 불안 수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직업인들의 스트레스에 주목했어요. 공무원들은 민원 상담에 시달리고, 경찰관이나 소방관은 위험 상황에 수시로 노출되죠. 하지만 이들의 정신건강을 집중 관리하는 수단은 없습니다. 상담치료도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에 그치죠. 의료기기 타이틀을 내려놓고 일상에서 편히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기로 했어요.”

힐라온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뉴라이브

멘탈 헬스기기로 콘셉트를 설정했다. 이어폰처럼 착용하면, 미세전류와 소리가 귀 주변의 미주신경을 자극한다. “힐라온의 첫번째 기능은 뇌 활성화입니다. 뇌의 맨 앞 부분인 전전두엽은 우리 뇌에서 감정이나 정서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전전두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우울, 불면, 불안에 시달리게 됩니다. 힐라온으로 미주신경을 자극하면 뇌 앞부분의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전전두엽이 제 기능을 못해서 생기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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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기능은 부교감 신경 자극이다. “스트레스 수치가 높으면 교감신경이 과흥분되는데요. 안정을 찾기 위해선 교감신경의 반대 역할을 하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부교감 신경은 안정과 휴식을 담당하는 신경으로 명상, 심호흡을 할 때 활성화되는데요. 힐라온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서 스트레스 수치를 낮추고 집중력을 향상시킵니다. 자율신경계의 매커니즘을 활용해 심신을 안정을 유도하기 때문에 뇌에 진정한 휴식을 줄 수 있죠. 그래서 수면의 질 개선에 좋습니다.”

(왼쪽부터) 한 박람회에서 외국인 방문자에게 힐라온을 체험하도록 하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에게 뉴라이브의 기술을 소개 중인 송 교수. /뉴라이브

적절한 전극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사용자에게 불편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전극의 수준을 찾는 게 어려웠어요. 전극을 전달하는 데는 ‘금속’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사용감이 떨어집니다. 사람마다 귀 모양이 다른 데다, 금속의 딱딱한 질감이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거든요. ‘고무’를 사용하면 착용감은 좋겠지만 전도가 일관적이지 않았어요. 모순된 요구를 만족하는 소재를 개발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생체 재료 전문가와 협업해서 자극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편리성을 해치지 않는 최적의 소재 비율을 찾았습니다.”

세계 최고 대학과 손도 잡았다. “하버드 의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버드 의대 재활학과의 공식 교육 기관인 스폴딩(SPAULDING) 병원의 펠리페 프레그니(Felipe Fregni) 교수와 계약을 맺었죠. 연구소도 함께 설립했습니다. 공동 연구를 통해 논문을 출간했고 현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해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했습니다. 하버드 대학 병원이 덩치 작은 한국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입니다. 뉴로모듈레이션(신경조절 기술)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활용한 점에서 흥미를 느낀 것 같습니다.”

◇CES 혁신상, 해외 진출 앞둬

뉴라이브는 하버드 의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뉴라이브

올해부터 온라인 쇼핑몰, 자사몰 등에 힐라온 판매를 시작했다. 직업인들의 심리적 고충을 덜고 싶다는 취지를 살려 B2G 납품도 시작했다. 한국수원자력공사와 제휴했고 소방서, 경찰서 등 정부 납품을 추진 중이다. 2023년 매출은 10억원을 기록했다. 앞으로 식약처 인증을 받고, 국내외 매출을 늘려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는 게 목표다.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고충을 과학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202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고, 같은 해 국내에선 메드테크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행사 메디테크(MEDITEK)에서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개발한 기기들을 진료 현장에 도입하는 게 목표다. /더비비드

해외의 관심도 뜨겁다. “1주일에 1~2건씩 해외 바이어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회의를 모두 소화하려면 대응이 힘든 수준이에요. 해외 대형 병원 의공학 담당자들의 샘플 문의도 쏟아지고 있죠. 중동과 발칸 반도, 브라질 수출을 준비 중이고, 베트남에서 의료기기 인증을 마쳤습니다. 일본에선 스포츠 에이전트의 연락을 받았어요. 압박감에 시달리는 프로 운동선수들의 정신건강 증진에 활용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은 북미입니다. 최근 미국 FCC(미국통신위원회전자파적합성인증) 인증을 받았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힐라온이 어떻게 활용될지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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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기술을 진료 현장에 도입해 의료 혁신을 이루는 게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가장 큰 목표다.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길은 혁신을 이루기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 직업인이자 연구자로서의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개발한 기술들을 진료 현장에 도입하고 싶어요. 과도한 경쟁, 스마트폰의 불빛 등 본능에 반하는 환경 때문에 나날이 숙면하기 힘든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불면은 집중력 저하와 인지기능장애를 유발하고 최악의 경우 치매 위험을 높입니다. 잠이 보약이에요. 수면의 질이 삶의 질과 직결되니, 관심을 가지고 관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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