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오늘은 독자 반응이 좋았던 인터뷰를 다시 소개합니다.

티맵 플러스 HUD 개발한 인프라텍 모영훈 대표. /더비비드

GPS 기술이 등장하면서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됐다.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소음 차단 기술)이 적용된 이어폰 덕분에 바깥 소음 없이 깨끗한 음질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 모든 기술은 사실 군사 목적으로 개발됐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마찬가지다. HUD는 군사·항공 산업에서 안전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전투기를 조종할 때 계기판에 작동해야 할 스위치가 너무 많은 탓에 디스플레이를 놓을 자리가 마땅찮았다. 결국 앞 유리를 디스플레이처럼 쓴 것이 HUD의 등장 배경이다. 길 안내까지 표시하는 HUD를 개발한 프라텍의 모영훈 대표(49)를 만나 개발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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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맵 순정 길 안내 지원하는 HUD

티맵 플러스 HUD. /인프라텍
밤 늦은 시간에 인프라텍 티맵 플러스 HUD를 작동한 모습. /모영훈 대표 제공

인프라텍의 ‘티맵 플러스 HUD’는 차량용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면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 스마트폰을 조작하거나 고개를 돌릴 필요가 없다. 운전석 바로 앞 유리창에 운전할 때 필요한 모든 정보가 띄워지기 때문이다. 티맵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동일한 길안내 서비스는 물론, 운전점수를 반영한 보험료 할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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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크기에 수많은 정보를 담았다. 현재시각 및 도착시각, 주행 방향, 잔여 거리, 신호·과속·구간·이동식 카메라 안내, 현재 시속을 동시에 띄워 준다. 그 외에도 교통약자 보호구역 구간, 과속방지턱, 휴게소·졸음쉼터, 터널 등을 아이콘으로 표현했다. 지하차도 옆길, 고가도로 진입, 분홍색·초록색 유도선 등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영상 기술 전문가가 자동차를 바라볼 때

모 대표는 삼성전기란 좋은 직장을 나와 벤처 업계에 뛰어들었다. /모영훈 대표 제공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삼성전기 R&D(연구개발) 사업부에 입사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의 전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하나하나를 개발하고 만드는 일을 했죠. 그러다 보니 독자 기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특허가 곧 진급이었어요. 2년간 근무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2개의 특허를 등록했습니다.”

2002년 셋톱박스(Set-Top Box·디지털 위성방송용 수신 장비) 붐이 일어났다. 휴맥스홀딩스, 가온미디어, 홈캐스트 등 셋톱박스 제조사가 눈에 띄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그 무렵 부상한 또 다른 셋톱박스 제조사인 인테그라 정보통신으로 이직했습니다. 제 커리어의 성장을 위해선 승진보다 유망한 산업군으로 이직이 더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인테그라에선 카드만 꽂으면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2년 뒤 카드나 케이블 없이도 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DMB(영상·음성을 휴대용 IT 기기에서 방송하는 서비스)였다. DMB 전문 회사 온타임텍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다. “지금이야 5G 통신망 덕분에 몇 십기가 짜리 영상을 몇 분만에 주고받을 수 있지만, 그 시절엔 무선으로 영상을 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요.”

인테그라 정보통신, 온타임텍을 거치면서 창업 결심을 굳혔다. /더비비드

영상을 압축했다가 압축을 다시 풀어내는 일이 중요한 과제였다. “좁은 망을 통과할 수 있도록 새로운 확장자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당시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던 대표님을 필두로 avi 파일을 h.264로 변환하는 인코딩 작업을 맡았어요. 전송이 끝나면 영상 파일을 다시 디코딩해서 깨끗한 화질로 볼 수 있었죠.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게 신기하면서도 의미 있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장은 급격히 변화했다. DMB는 더 이상 유망한 기술이 아니었다. “회사 주요 사업이 휘청거리자 직장 생활을 오래 하지 못할 거라 예감했습니다. 독립을 준비하기로 결심했죠. 2011년 6월 퇴사 후 7월에 바로 ‘내 회사’를 차렸습니다. 인프라(infra 사회기반시설)과 기술(technology)를 결합해 ‘인프라텍’이란 사명을 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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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자금 1억원으로 자동차 주변기기에 승부수를 던졌다. “한 가구 당 자동차 한 대씩 두는 게 보편화되면서 운전자들끼리의 과실을 객관적으로 가릴 장치도 필요해졌습니다. 자동차에 영상 기술을 접목한 기기 ‘블랙박스’를 개발하기로 했죠. 과감한 투자는 큰 결실로 돌아왔습니다. 20만원 짜리 블랙박스가 한 달에 2만대씩 팔려나갔어요. 혼자 시작한 사업이었는데 직원을 23명까지 늘려야 했죠.”

◇티맵 플러스 HUD 개발 노트

모 대표가 처음 구상한 HUD의 모습. /모영훈 대표 제공

사업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월 매출 40억원을 달성했다가도 통장 잔고가 바닥을 보이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했다. “그때 눈에 띈 물건이 HUD였습니다. 1988년 미국 제너럴 모터스를 시작으로 HUD를 지원하는 자동차가 속속 등장했는데요. 차량 앞 유리에 둥둥 떠다니는 글씨가 꼭 전투기에 탄 듯한 느낌을 줬죠. 실제로 군사 항공 분야에서 유래한 기술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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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기본 옵션으로 장착된 HUD엔 한계가 있었다. “현재 속도와 시간 정도만 띄우면 계기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길 안내 기능이 추가됐어요. 하지만 외국산 자동차에 적용된 내비게이션은 한국 도로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국산 자동차도 실시간 교통 상황까지는 담아내지 못하더군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쓰는 것처럼 HUD를 쓸 수 있도록 돕는 기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1. 오픈 API에서 정식 독점 계약으로

인프라텍은 티맵 모빌리티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모영훈 대표 제공

어떤 내비게이션을 쓸지 선택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이용자의 70% 이상이 ‘티맵(TMAP)’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 API(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된 API)로 티맵의 도로교통 정보를 제공받아서 UX·UI(사용자경험·환경)를 가공했습니다. 길 안내와 신호·과속 단속 카메라 등을 알려주는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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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인프라텍 HUD를 출시했다. 2년간 약 10만대를 판매했다. “지난 3월, 티맵 HUD 공개 입찰이 진행됐습니다. 티맵에서 정식으로 독점 계약을 맺고 HUD를 제작할 회사를 찾아 나선 건데요. 한 달에 걸친 입찰 경쟁 끝에 인프라텍이 우선협상 대상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지난 2년간의 판매량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을 높게 샀던 것 같아요. 그렇게 티맵 순정 HUD를 제작할 수 있게 됐어요.”

2.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크기

손바닥만 한 크기에 현재 속도와 길 안내 등의 정보를 한꺼번에 담았다. /모영훈 대표 제공

개발 과정에서 가장 발목을 잡은 문제는 ‘크기’였다. 좁은 면적의 기기에 많은 정보를 담으려다 보니 아이콘이 작아지는 게 문제였다. “그렇다고 기기 자체를 크게 만들자니 시인성이 떨어졌어요. 직접 검증해보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었습니다. 아이콘 하나를 넣었다가 뺐다가, 이쪽에 배치했다가 저쪽에 배치했다가 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며 최적의 크기와 배치를 찾아나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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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타협한 크기가 딱 손바닥이었다. 중앙 상단에는 현재 시각을 표시했고 왼쪽에는 현재 속도, 오른쪽엔 길 안내를 위한 화살표가 뜨도록 했다. “좌회전·우회전은 물론이고 10시 방향, 1시 방향까지 보여줍니다. 지하차도 옆길이나 분홍색·초록색 유도선, 과속방지턱 등이 등장할 땐 중앙에 아이콘으로 표시되죠. 신호·과속·구간·이동식 카메라가 있을 땐 빨간 표시등과 함께 소리로 안내해 줍니다. 이 모든 아이콘은 티맵 앱에서 뜨는 아이콘과 동일한 모양입니다. 평소 티맵을 사용하던 이용자라면 더욱 빠르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3. 경험이 알려주는 힌트를 활용

자동차 문만 열어도 HUD가 자동으로 켜진다. /모영훈 대표 제공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오픈 API로 만들었던 초기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운전자들의 현실 고충을 반영했어요. 이를테면 티맵 플러스 HUD에는 ‘자동실행 기능’을 추가했는데요. 자동차 문만 열어도 HUD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기능입니다. 휴게소나 경유지에 내렸다가 다시 차에 탔을 때 페어링을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했죠. 한 번 설정하면 더 이상 손댈 필요가 없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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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은 모두 티맵과 함께했다. “블랙박스 같은 기기를 개발 할 때와는 결이 달랐어요.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죠. 도로 교통 정보를 티맵에 요청해 하드웨어에 담아보고, 오류가 있으면 다시 요청하고, 다시 담고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티맵의 아이콘을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에 HUD에 금방 적응할 수 있다. /더비비드

티맵 순정 HUD라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HUD 제품들과는 차별점이 생겼다. “운전 중에는 뭔가를 꼼꼼히 확인할 겨를이 없습니다. 익숙한 UX·UI가 중요한 이유죠. 기존에 티맵 앱을 이용하던 사람이라면 티맵이 그대로 적용된 HUD에 금방 적응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앞 유리에 아이콘들이 뜨니 고개를 돌릴 필요도 없죠.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사고의 위험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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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판매 전략 구상은 포장 디자인부터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의 정육면체 박스에 포장한 티맵 플러스 HUD. /모영훈 대표 제공

티맵 플러스 HUD의 대략적인 포장 디자인은 일찌감치 머릿속에 그려뒀다.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것처럼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의 정육면체 박스를 떠올렸습니다. 생소한 제품이니만큼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패키지를 만들었습니다. 본체는 바닥에 놓고 중앙은 텅 비운 채 한쪽 면에는 HUD 가상 화면을 그려 넣었죠. 그렇게 올해 9월 온라인몰 등에 정식으로 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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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D는 여전히 낯선 기기다. 미지의 기기 사용법을 숙지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관건이었다. “주변에 HUD를 써봤던 사람, 써본 적 없는 사람에게 모두 물어봤는데요. 막상 써 보면 앞만 보고 운전할 수 있어 편하지만, 사용해 보기 전엔 그 장점을 가늠하기 힘들다더군요. 초보 운전자는 잠깐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크게 흐트러져 사고 위험이 높아집니다. 운전하는 내내 앞 유리창을 보는 습관은 안전한 운전 환경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일단 한 번 경험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렌터카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HUD의 미래를 점쳐 보니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편화되면 HUD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 말하는 모 대표. /더비비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코앞에 두고 돌아본 인생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사업을 한다고 하면 ‘불안정성’ 때문에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데요. 물론 불안정함에서 오는 불안함도 있지만 그보다 무서운 건 ‘정체’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어도 돈은 줄줄 새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 전기 같은 인프라에도 사용료가 부과되니까요. 불안할수록 더 힘을 내서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것 같아요.”

DMB가 사라졌던 것처럼 HUD 기술이 사장되진 않을까. 모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 말한다. “머지않아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편화되는 날이 올 텐데요. 그때가 되면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운전에 필요한 정보와 오락의 통합 시스템)가 부상할 겁니다. HUD는 핵심 기술이 될 거예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HUD 개발이 앞으로의 목표이자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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