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아이비케어의 권창민 대표. 44g의 가벼운 눈 찜질기를 개발했다. /더비비드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일상화하면서 안구건조증 환자가 크게 늘었다. 아이비케어의 권창민(62) 대표는 눈 건강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대기업에서 DVD 재생기 개발자로 일했던 그는 2010년 창업 후 눈 운동기, 경량 망원경 등을 설계했다. ‘눈으로 보는 제품’을 만들다 ‘눈의 피로를 푸는 제품’으로 개발 분야를 돌린 셈이다. 특허 기술을 담은 눈 찜질기와 눈 운동기 등을 출시했다. 권 대표를 만나 눈 운동기 개발 노트를 엿봤다.

◇눈 근육 단련 도와주는 눈 운동기

아이비케어 눈 운동기. 안경처럼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 /아이비케어

아이비케어는 눈 찜질기, 휴대용 망원경 등 안구 관련 기기를 개발하는 회사다. 대표 상품은 눈 운동기다. 선글라스처럼 눈에 쓰는 제품이다. 무게 역시 56g으로 선글라스에 준하는 수준이다. 눈 운동은 하루 5분이면 충분하다.

운동 방법은 간단하다. 눈 운동기에 있는 14개의 LED에서 나오는 빛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빛의 양과 위치가 바뀔 때마다 그 불빛의 움직임을 눈이 따라가면서 운동이 되는 방식이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홍채, 모양체 등 주변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 KC 전자파 인증, 전기용품 안전 확인 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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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이 공고 진학한 이유

현대전자 재직 당시 권창민 대표의 모습. /권창민 대표 제공

1962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때까지 학업 성적이 우수했다. 동네에서 똑똑한 아이로 소문날 정도였다.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 대신 부산 기계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넉넉지 않은 집안의 3남 1녀 중 장남이라, 빠르게 취업해 살림이 보탬이 돼야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의외의 선택을 했다. “학교에서 두각을 보여 담임선생님께서 대학 진학을 권하셨어요. 저도 사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어요. 집에 부담을 주긴 싫어 등록금이 저렴한 국립 금오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했죠.”

(왼쪽부터)권 대표의 3D 모델링 작업물과 눈 찜질기 회로 설계도. 대학 시절부터 기기 설계에 능했다. /더비비드

체온계 개발 공장에서 제품 설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와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했다. 군 입대 후에도 기계를 다뤘다. “수원 공군기지에서 복무했습니다. 제트기 정비반에서 설계도와 실물을 비교하며 비행기를 점검하는 일을 했죠. 일 처리가 꼼꼼하다며 군에서 ‘말뚝 박으라’는 말을 들었어요.”

기계 만지는 일이 천직이었다. 대학 졸업 후 한 길만 갔다. “대기업 하청 전자제품 회사에서 3년 근무 후 1991년 현대전자로 이직했습니다. 현대전자는 SK하이닉스의 전신이에요. 1997년 외환위기(IMF) 때 외국계 기업으로 분사되고 지금은 반도체만 다루지만 그땐 가전, 차량용 전자제품까지 제조했습니다. 경력직 공채로 입사해 대리로 출발, 책임 연구원까지 됐어요. 회사에 다니는 동안 20건 넘는 특허 기술 개발에 참여했죠.”

◇선글라스처럼 쓰기만 하면 눈 운동 준비 끝

눈 찜질기 개발 당시 만들었던 시제품의 모습. 안대 내부에 알루미늄판과 전기 회로가 있다. /더비비드

2001년 벤처기업 붐이 일 때 창업에 도전했다. 전 직장에서부터 익숙한 분야였던 DVD 광학 장치 개발에 도전해 소형 가전 기업을 9년간 운영했다. 2010년, 지인의 권유로 헬스케어 시장에 도전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DVD는 이제 끝이라는 걸 직감했어요. 매출도 급감해 자금난도 겪었고요. 돌파구가 필요했어요. 그때 사업 파트너였던 일본인 친구가 ‘일본에선 이런 게 인기’라며 눈 운동기를 건넸어요.”

한국 헬스케어 시장도 성장할 것이라고 직감했다. “스마트폰, 노트북처럼 화면이 작은 휴대용 전자기기가 등장하던 시기였어요. 그때부터 안구건조증 환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뉴스도 들렸습니다. 눈 관리가 필수인 세상이 올 거라는 확신이 들었죠.”

1. 원하는 제품 형태와 무게의 균형 찾기

일본산 눈 운동기와 2010년 아이비케어를 창업하면서 처음 개발했던 눈 운동기의 크기를 비교한 모습. 부피가 작은 오른쪽 제품이 아이비케어의 제품이다. /더비비드

일본산 눈 운동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부피가 크고 너무 무거웠어요. 눈 운동을 하는 동안 본체 양옆을 잡고 있어야 했는데요. 눈 건강을 얻는 대신 어깨 건강을 잃을 판이었죠. 부피와 무게를 확 줄이는 것만으로도 혁신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10년 아이비케어를 창업해 선글라스처럼 귀에 걸어서 쓸 수 있는 눈 운동기 개발에 착수했다. “눈 운동기를 착용했을 때 앞에 보이는 불빛을 따라 바라보기만 해도 눈 주변 근육이 다양한 각도로 움직이며 운동이 되는 원리를 고안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아 정부의 기술혁신과제를 신청해 1억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어요. 자금을 확보했으니 신나게 제품을 개발했죠.”

2. 세대 교체의 시간, 고객의 목소리가 주는 힌트

(왼쪽부터)제품 작업 지도서와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아이비케어 조립 공장의 모습. /더비비드

약 2년에 걸친 개발 끝에 국내 최초로 안경 형태의 눈 운동기를 출시했다. 2013년 10월엔 ‘시력 보호 장치’라는 이름으로 특허도 등록했다. “처음엔 한 달에 2~3대를 겨우 판매할 정도로 실적이 저조했습니다. 하지만 금세 입소문이 나더니 한의원이나 시력교정센터에서까지 문의 연락이 왔어요. 10년간 약 5만대를 판매했습니다.”

소비자의 피드백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안구건조증이나 원시·근시 관련 증상이 완화됐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내장 지압봉을 이용한 마사지는 별 효과가 없었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 외 다양한 피드백이 있었고 모두 꼼꼼히 기록했어요. 당장 제품을 개선할 여력이 없었지만 언젠가 중요하게 쓰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죠.”

3. 세대교체 타이밍, 이때다 싶을 때 잡아라

상하좌우를 번갈아 보기만 해도 눈 주변의 6가지 근육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아이비케어

2020년을 넘어서면서 1세대 눈 운동기 단종을 결심했다. “10년 전에 출시한 형태 그대로 팔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미뤄왔던 일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약 1년 2개월 동안 눈 운동기 2세대 개발에 매진했죠. 제일 먼저 무게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무게는 비중과 면적을 곱한 값인데요. 기존에 비중 1.3이던 플라스틱을 1.1인 플라스틱으로 교체해 전체 무게를 줄였습니다. 기존 소비자에게 외면받았던 마사지 기능, 원근교대응시 기능과도 미련 없이 이별했어요. 덕분에 관련 부품을 빼며 무게를 더 줄일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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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감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피부가 닿는 부분에 말랑말랑한 실리콘을 더했습니다. 10년간 소비자가 가장 자주 언급했던 부분은 ‘사이즈’였어요. 실제로 얼굴 좌우 길이나 눈 사이의 거리는 5㎝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었죠. 얼굴에 닿는 실리콘과 안경다리를 고정하는 힌지 사이에 탄성지대를 넣었고, 콧등을 받치는 부분도 탄성이 있는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얼굴이 커도 압박감이 덜하고, 얼굴이 작아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게 했습니다.”

아이비케어 눈 운동기 안쪽의 모습. 초록색 LED 불빛을 바라보다 보면 눈 주변 근육이 자연스럽게 단련된다. /아이비케어

소비자의 반응이 좋았던 부분은 더욱 강화했다. “빛을 이용한 눈 주변 근육 운동을 더욱 다양화했어요. 이를테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눈 움직임 둔감화 및 재처리(EMDR,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요법을 적용했습니다. 쉽게 말해 눈을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트라우마 해소와 집중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요법이죠.”

4. 사후 서비스는 대기업처럼

(왼쪽부터)출시한지 10년이 지난 제품도 직접 수리한다. 눈 운동기를 분해하고 수리를 위해 용접하는 권 대표의 모습. /더비비드

2024년 8월 눈 운동기 2세대를 출시했다. 1세대(85g)와 비교해 약 30g 가벼워진 56g의 무게를 만들어냈다. “1세대 눈 운동기를 개발하며 등록했던 특허가 만료됐어요. 특허권을 유지하려면 매년 연차등록료를 내야 하는데 미처 챙기지 못했죠. 2세대로 다시 특허를 출원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틈틈이 들어오는 수리·문의 응대에도 직접 나선다. “중국산 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금방 고장이 나거나, AS가 원활하지 않습니다. 철저한 사후 서비스가 브랜드 충성도를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는데 말이죠. 우리 회사는 종일 회사에 있는 제가 수리까지 모두 처리합니다. 회사 규모는 작아도 서비스는 대기업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10년 전 눈 운동기도 아직 수리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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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인건비? 없는 셈 쳐야죠

사업 초기에는 인건비 따지지 말고 핵심 제품 개발에 몰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비비드

권 대표의 집에서 연구소까지 거리가 300m도 안 된다. 기기 설계·개발만 40년 가까이 했지만 아직도 아이디어가 번쩍 떠오르면 자다가도 연구소로 달려간다. “사실 저는 돈을 벌기 위해 일 한다기보다는 재미있어서 합니다. 제 인건비를 빼고 계산하고 제품가를 책정하죠. 같은 업계에서 40년 넘게 있어보니 창업을 고민하는 후배들이 조언을 자주 구해요. 그럴 때마다 ‘창업 초기에는 본인 인건비까지 따지지 말라’고 말합니다. 꼰대 같지만, 그 정도 각오가 없으면 오랫동안 사랑 받는 제품을 만들기 어려워요.”

/더비비드 이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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