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늘어나는 증여세 신고 규모

과거 상속세는 부자들의 걱정거리였으나 이제는 수도권에 집 한 채 갖고 있는 평범한 은퇴자들도 상속세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집 한 채 있는 노령층에게 집값이 오르는 것은 기분만 좋을 뿐이지, 세금을 생각하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1년 전과 비교하면 1억5330만원(18.4%) 올랐고, 2년 전보다는 2억3525만원(31.4%) 상승했다. 하지만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 한도는 90년대부터 수십 년째 그대로다. 안정감 있는 노후를 위해서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절세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주택 실거래가 10억 넘으면 상속세 부과 대상

상속세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된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처럼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면 동일 평형의 최근 실거래가가 기준이 된다. 물론 재산이 있다고 모두 상속세를 내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법에는 각종 공제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일괄 공제 5억원이 적용된다. 재산이 5억원이 안 되는 사람은 상속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사망할 당시 배우자가 생존해 있으면 배우자 상속 공제로 최소 5억원을 추가 공제해준다. 결국 상속세는 배우자 없이 사망 시 5억원 이상, 배우자 생존 시 10억원 이상의 재산이 있을 때 부과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8월 26일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9억85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그만큼 사망 후 상속세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사람도 늘었다는 뜻이다.

고령자가 고가의 1주택을 보유한 경우, 앞으로 낼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및 상속세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경우 과감히 주택을 처분하여 작은 집으로 옮겨 남은 돈으로 노후를 좀 더 풍요롭게 하는 데 쓰거나,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절세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앞으로 호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이라 처분하기 아깝다면 증여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실제로 각종 보유 세금이 강화됨에 따라 증여세 신고 건수와 금액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국세청이 발표한 ’2020년 국세통계 1차 조기공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세무서에 신고한 증여세 신고는 15만1399건으로 2018년(14만5139건) 대비 4.3%가 증가했다. 작년에 증여한 총 재산가액은 28조2502억원으로 2018년(27조4114억원) 대비 3.1%가 증가했다. 증여를 통해 재산을 분산하려는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최근 상속세 절세 위한 증여 열풍”

그런데 최근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8월 12일부터 조정대상지역 소재 공시가격 3억원이 넘는 주택을 증여할 경우 부과되는 취득세가 기존 3.5%에서 12%로 올랐다. 당장은 기존보다 취득세가 중과돼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취득세 납부는 자녀가 나중에 증여받은 주택을 처분할 때 양도세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취득세는 주택 취득가액에 반영되기 때문에 결국 양도세가 줄어들게 된다.

또한 취득가액과 현재 시가 사이에 차이가 큰 주택을 다주택자 부모가 가지고 있는 경우 해당 주택을 처분하면 엄청난 양도세를 부담해야 하는데, 차라리 자녀에게 증여하면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당장은 증여세가 부담되지만 향후 자녀가 주택을 처분할 때에는 취득가액이 증여받은 당시의 시가로 계산되므로, 부모가 지금 내야 할 양도세보다 자녀가 내게 되는 양도세가 적을 수 있다.

주택연금제도를 활용해서도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사망했을 때 그동안 연금으로 수령한 상당액이 채무로 간주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속 재산을 줄여 상속세도 줄어든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가 만 55세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부부를 합산해 보유한 주택의 시가가 9억원 이하여야 한다. 다주택자도 합산 가격이 9억원 이하면 가입 가능하다. 9억원을 초과한 2주택자의 경우 3년 내에 주택 한 채를 처분하기로 약정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최근 수도권 및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시가 9억원 이하’라는 가입 기준 금액이 너무 낮다는 의견이 많아, ‘주택공시가격 9억원’ 이하로 낮추는 개편안이 발의된 상태다.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현재 대략적으로 시가의 약 60%, 아파트는 시가의 약 70% 수준이다. 따라서 만약 법이 개편된다면 시가 12억~15억원 정도 되는 주택의 경우에도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라면 주택연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부동산 투자도 냉철한 판단 후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 사람들이 성공했다. 마찬가지로 절세도 철저한 분석을 통해 과감히 실행에 옮겨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법 개정 추이를 잘 살펴보고 너무 늦지 않게 실행에 옮기는 것이 현명하다.

/정원준 한화생명 마케팅역량팀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