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재정과 민간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뉴딜펀드‘의 투자지표가 될 수 있는 ‘K-뉴딜지수’가 7일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K-뉴딜지수는 총 5가지다. 우선 국내 증시에 상장된 종목 중 2차전지(배터리)와 바이오, 인터넷, 게임 등 4개 산업군에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씩 추려 각각의 지수를 구성한다. 이와 별도로 각 산업군의 시가총액 상위 3종목을 따로 뽑아 총 12개 종목으로 꾸린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지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 종목들의 주가 상승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중에 막대하게 풀린 돈의 힘으로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뉴딜 테마주’를 찍어 버블(거품)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덩치 큰 유망기업 중심 ‘뉴딜지수’ 전격 시행

7일 K-뉴딜지수를 만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BBIG 지수에 속하는 12종목 중 주요 10종목의 시총 합계는 322조원(지난달 말 기준)으로 코스피 전체의 20.4%에 달한다. 코스피 시총 3~5위인 네이버와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을 비롯해 셀트리온(7위), 카카오(9위), 삼성SDI(10위)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코스닥 상장사도 많이 포함돼있다. BBIG 지수에 편입된 12종목 중 코스닥 상장사는 ‘펄어비스’ 1개뿐이지만,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 4개 산업군별 지수에 속한 전체 40개 종목 중에서는 19개나 된다. K-뉴딜지수 종목 둘 중 하나는 코스닥 상장사인 셈이다.

거래소는 지수 종목을 매년 2월과 8월 변경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다수의 코스닥 종목들이 지수에 편입돼 코스닥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군별 덩치를 보면 바이오 분야 시총(지난 4일 기준 148조원)이 가장 크다. 이어 배터리(115조원), 인터넷(101조원), 게임(45조원) 순이다. 뉴딜지수 편입 종목들은 과거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최근 5년간 뉴딜지수 5종의 연평균 수익률은 30% 안팎으로 3% 정도인 코스피지수를 압도한다.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 중 뉴딜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상장지수펀드)의 조기 상장을 추진하고,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뉴딜지수 시행 첫날인 7일 BBIG 지수는 1.22% 하락한 3094.98에 마감했다. 뉴딜지수는 2015년 1월 2일을 기준가(1000)로 삼아서 지수를 산출한다. 이날 등락률은 지난 4일 기준 지수(3133.10)와 비교해 산출한 것이다.

◇지수 추종 자금 대거 유입 가능성… ”버블 키울 우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뉴딜지수 공개가 국내 증시에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6개월 가까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주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뉴딜지수가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뉴딜펀드가 구성되면 뉴딜지수와 연동돼 해당 종목들로 대규모 자금 유입이 이뤄질 수 있다”며 “다만 주가에 과도하게 선(先)반영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4개 산업군 중에서도 시총 규모가 가장 작은 ‘게임’ 업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수 편입 종목들로 돈이 몰릴 경우, 덩치가 작은 종목들의 상승률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뉴딜지수를 통해 특정 종목을 찍어줌으로써 안 그래도 ‘고평가’ 논란이 많은 주가에 더 큰 거품이 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원래 잘나가는 기업들을 대거 지수에 편입했기 때문에 정부 정책 덕에 유망 산업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뉴딜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만 보고 ‘묻지 마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