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로 서울 서대문구에 30평대 아파트를 구입한 A(36)씨는 최근 갈아타기(대환) 대출로 월 이자를 10만원가량 줄였다. 연 3.5% 금리로 받았던 8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다른 은행 대출로 대환하면서 금리가 연 2.4%로 1.1%포인트나 낮아졌기 때문이다. A씨는 “우대금리 조건을 맞추기 위해 신용카드 개설 등을 해야 했지만 기존 대출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손해 보는 느낌은 없었다”며 “지금처럼 금리가 낮을 때가 이자 부담을 줄일 절호의 기회인 것 같다”고 했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0%대로 내려가면서 A씨처럼 갈아타기로 이자 절감에 성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신규 대출 유치에 한계가 있는 은행들도 대환 대출 영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은행권 갈아타기 대출 경쟁 치열
최근 은행권에선 ‘갈아타기 대출 전용 상품’이 잇따라 나왔다. 갈아타기 대출 수요가 커지자 대환 절차를 편리하게 만든 상품을 모바일 앱 등의 전면에 내걸고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업 정상화에 시동을 걸며 대환 대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100%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이 대표적이다 . 최저 연 1.6%대 금리에 대출 한도 최대 5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뿐 아니라, 대환 절차가 간편해 인기몰이 중이다. 담보물인 아파트 정보를 넣으면 해당 아파트에 걸려있는 대출이 한 번에 조회되고 자동으로 해당 금액만큼 대환 대출이 신청되는 식이다. 케이뱅크가 지난달 1000명에게만 먼저 대출 신청을 받겠다고 했는데, 2만6000여명이 몰렸을 정도다.
주요 은행들은 신용대출 대환 상품들을 내놨다. 가장 먼저 하나은행이 작년 말 대환 기능을 탑재한 ‘하나원큐 갈아타기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였고,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지난 8월에 각각 ‘우리WON하는 직장인대출 갈아타기’와 ‘NH로 바꿈대출’이라는 갈아타기 전용 상품을 내놨다.
세 상품 모두 모바일 앱에서 여러 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 내역을 볼 수 있고, 대출 한도와 금리를 조회한 뒤 모바일로 바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갈아타기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 실행까지 빠르면 5분 안에 영업점 방문 없이 이뤄져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개월 동안 7322건의 대환 대출이 이뤄졌고, 그 금액이 4813억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의 ‘우리WON하는 직장인대출 갈아타기’도 출시 이후 한 달여 만에 425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이자 비용 크게 낮출 수 있는 기회”
은행들이 갈아타기 대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로 인해 신규 주택담보대출 등이 늘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대환 시장이 대안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아타기 대출을 하는 차주들은 이미 은행 문턱을 통과한 ‘우량 고객’이라는 점도 이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성장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타행 고객을 노골적으로 뺏으려는 상품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기존에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대환 조건 등을 따져 대출 갈아타기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7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신용등급 1·2등급)는 지난 8월 연 2.29%로 작년 12월(연 3.12%)과 비교해 0.83%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분할 상환 방식) 금리도 연 3.01%에서 2.52%로 0.49%포인트 낮아졌다. 금리가 워낙 많이 떨어지다보니 갈아타기 시 부담해야 하는 인지세와 중도 상환 수수료를 감안해도 이익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용대출 인지세는 대출 금액이 50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일 때 3만5000원, 1억원 초과 10억원 이하일 때 7만5000원이다. 중도 상환 수수료는 보통 대출 금액의 0.5% 수준인데 만기 3개월 전부터 면제해주는 은행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