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표한 정책형 뉴딜펀드의 실무를 떠안게 된 산업은행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40조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자신들과 협의없이 만들어놓고 뒷처리를 맡게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대책없는 정책에 동원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 9일 ‘일방적인 뉴딜펀드 지원방안 발표와 정책금융기관으로의 부담 전가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 발표했다. 노조는 “결국 뉴딜펀드도 산은이 주관하게 됐는데 구조상 이 펀드는 산은이 과도하게 손실을 부담하게 된다”며 “정부는 거창한 계획만 세우고 산은을 채찍질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에 20조원 규모로 조성될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5년간 7조원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민간에서 조달한다. 정부는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후순위 출자를 맡아 투자위험을 부담하기로 했다. 즉 투자상품에서 손실이 나면 정부와 산은이 떠안는 것이다. 특히 산은은 뉴딜펀드를 주관하게되면서 실무를 맡게 될 직원들의 부담이 커졌다.
노조는 “뉴딜분야는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투자 기업을 발굴해 자금을 공급하려면 무리하게 영업해야 하고, 손실도 날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도 노조는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안 발표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지만, 결국 기금을 주관하게 돼 20~30명의 인력을 투입해야했다. 그러나 출범 후 3개월 넘게 찾는 기업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 산은 직원은 “기간산업분야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원래 산은이 하던 일이었는데 굳이 받아가기도 어려운 기안기금까지 조성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업무와는 별도로 산업은행은 본업인 기업 구조조정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작년까지 잠잠하다 올해 초 두산중공업, 대한항공 등 자금난에 시달리는 대기업들이 지원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조조정 졸업 직전까지 갔던 아시아나항공과 대우조선해양도 여전히 산은 몫으로 남아있다.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정부가 일만 떠넘기지 말고 적극행정에 따른 직원 면책을 보장하고 인력 확충을 포함한 충분한 지원에도 나서줬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