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한금융지주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금융권 이목을 끌고 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지난 4일 1조원 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1주당 2만9600원으로 보통주 3913만주를 새로 발행해 총 1조1582억원을 끌어들인다는 내용이었다. 제3자 배정으로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6050억원(2044만주),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가 5532억원(1869만주)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박영택 어피니티 회장이 최근 코로나 위험에도 홍콩에서 방한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을 비밀리에 만나고 돌아가기도 했다.

금융시장에선 신한의 유상증자 시점과 목적에 주목하고 있다. 상반기 1조8000억원 순익을 거뒀는데 굳이 자본 유치가 필요했냐는 것이다. 또 주가가 작년 말 대비 30% 넘게 떨어졌는데 주식 추가 공급으로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기존 주주 불만도 나왔다.

신한은 표면적으로 “코로나 및 사모펀드 배상을 대비하고 향후 인수·합병(M&A)을 고려해 실탄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면엔 지배구조 강화라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금융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호 지분을 늘려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① 지배구조 강화 목적

신한금융은 조용병 회장이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한숨을 돌린 상황이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심 판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우호적인 투자자는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지난 3월 조 회장 연임 때 국민연금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반대를 표명했다. ISS에 110국 2000여 기관투자자가 자문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다. 외국인 지분이 65%인 신한금융은 조 회장 연임에 대해 주주들이 반대(44%)와 찬성(56%)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신한으로선 우호지분 확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번 신주 배정으로 어피니티와 베어링은 각각 4%, 3.6%의 지분을 갖게 된다. 이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2%)과 블랙록(5.7%), 우리사주조합(4.7%)에 이은 지분율이다.

어피니티와 베어링은 경영에 참여하는 전략적투자자(SI)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외이사를 추천해 지주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13명인 신한금융 이사회는 15명 규모로 커진다. 한 투자은행 임원은 “신한금융은 조 회장을 지지하는 주주 기반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며 “현재 BNP파리바나 재일교포 주주만으로는 우호 세력이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 신한 내부에 있다”고 전했다.

② 재무건전성 개선 및 KB와 리딩뱅크 경쟁

이번 증자로 신한금융은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중 보통주 자본비율(CET1)이 11.42%에서 11.9%로 0.48%포인트 상승한다.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산출하는 이 비율은 높을수록 손실 흡수 여력이 크다.

KB·하나 등 경쟁사들은 이 비율이 12%를 넘는다. 9%대인 우리금융 다음으로 보통주자본비율이 낮은 신한은 올해 12%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KB금융은 세계 3대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400억원을 유치한 바 있다. 20년 만에 한국 금융에 투자하는 칼라일이 KB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KB와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신한의 조 회장도 이번 자금 유치를 위해 발 벗고 투자홍보(IR)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③ 기존 주주 무마 과제 남아

그러나 유상증자 발표 이후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세가 커지고 주가도 5% 정도 하락했다. 아무 언질 없이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해 자신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된 기존 주주들의 불만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평가다. 게다가 사모펀드 추천 이사들이 가세하면 기존 이사들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한 창립에 기여한 재일교포들은 약 15% 지분율을 갖고 있는데, 전략적 사모펀드 투자자 비중이 이번 유치를 계기로 14%로 높아졌다. 신한으로선 재일교포 주주들을 달래면서 함께 가야 할 부담도 생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