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하반기 신입 행원을 뽑으면서 1차 관문인 서류전형 단계에서부터 총 24시간이 소요되는 ‘디지털 교육과정’ 의무이수와 3~5페이지 분량의 과제 보고서 제출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가 이를 수정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채용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등장한 전례 없는 채용 절차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자, 국민은행이 채용 공고를 낸 지 만 하루도 안 돼 전형 과정을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22일 KB국민은행은 자사 홈페이지에 ’2020년 KB국민은행 신입행원(L1)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국민은행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공고./홈페이지 캡쳐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근무할 개인·기업 금융 분야의 정규직 행원 등을 뽑는 모집 전형에서 서류전형 절차에 ‘디지털 사전과제 제출’과 ‘디지털 사전연수’라는 전에 없던 항목을 새로 넣은 게 발단이었다.

디지털 사전연수는 온라인 디지털 교육과정인 ‘탑싯’(TOPCIT) 의무 이수를 말한다. 탑싯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에서 정보통신기술·소프트웨어 산업 현장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진단·평가하기 위해 도입한 평가 제도다. 각 은행이 핀테크에 대항할 디지털 인재 양성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금융권에선 작년 하반기 하나은행 공채부터 등장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서류전형 통과자에 한해 탑싯 전형을 치르도록 한 반면, 국민은행은 서류접수 단계부터 요구했다. 해마다 취준생 2만여명이 국민은행에 지원하는데, 이들 모두에게 온라인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서류 접수를 할 수 있다고 강요한 셈이다.

국민은행은 특히 지원서 접수 단계에서 반드시 첨부해야 할 디지털 관련 ‘사전과제’도 요구했다. 국민은행에서 주력하는 디지털 금융 애플리케이션(KB스타뱅킹, 리브, KB마이머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해당 서비스의 현황, 강약점, 개선 방향 등의 내용을 담은 3~5페이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코로나로 채용문이 좁아져 힘든데, 서류 지원 단계에서부터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아니냐” “자기 은행 앱 다운로드 실적 올리려고 취준생들 활용하는 것인가”, “디지털 전문가 전형도 아닌 일반 행원 선발 전형에서부터 요구할 내용은 아니지 않나” 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은행은 온라인 교육이수와 디지털 과제 등을 서류 전형을 통과한 1차 면접 대상자에 한해 요구하는 것으로 채용 절차를 변경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