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던 미국 나스닥 지수가 9월 들어 조정세에 접었지만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나스닥 사랑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애플·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들이 대다수 9월 들어 주가가 하락했지만 서학 개미들은 이를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예상보다 주가 하락세가 길어지면서 서학 개미들의 평가 손실액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일러스트=백형선

◇조정 구간 접어들어도 美 기술주 인기는 ‘여전’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폭락장 이후 글로벌 증시가 강한 ‘V자 상승’을 보이면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했다.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해외주식을 사고 판 거래대금은 1307억 달러(약 153조원)에 달한다. 역대 최고치로, 지난해 전체 해외 주식 거래대금(409억8500만달러)의 세배가 넘는 액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은 테슬라, 애플 등 나스닥에 상장된 대형 기술주들이었다. 지난달 25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순매수한 테슬라 주식은 20억 491만달러어치에 달한다. 이어서 애플(17억3829만달러)·아마존(7억7742만달러)·앤비디아(6억5554만달러)·마이크로소프트(MS·5억9730만달러)순이었다.

미국 주요 IT기업들이 대거 상장돼 있는 나스닥 지수는 지난 3월 말 연저점(6860.67)을 찍은 뒤,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달 2일 1만2056.44까지 치솟았다. 5개월여 만에 76% 폭등한 것이다. 나스닥은 수개월간 여러 번 사상 최고점을 갈아치우며 가파르게 올랐다. 하지만 최근엔 테슬라, 니콜라 등 미래차 관련 기업들에 여러 악재(惡材)가 겹치면서 하락 압력을 받았다. 나스닥 지수는 9월 들어서 한때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스닥 하락세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개미들의 미국 주식 사랑은 그칠 줄 몰랐다. 국내 투자자가 지난달 순매수한 해외 주식 1위부터 9위 상품은 모두 나스닥 기술주가 상승해야 수익을 볼 수 있는 종목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애플(7억6502만달러)을 가장 많이 순매수 했고, 이어서 테슬라(4억4258만달러), 아마존(4억2401만달러), 엔비디아(3억1779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애플·테슬라·니콜라에서만 9월 평가손실액 1조원 넘어

문제는 미국 기술주의 주가 하락·정체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잠 못 이루는 서학 개미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9월 이후 서학 개미들이 애플·테슬라·니콜라 세 종목에서만 얻은 평가 손실액은 한화 기준 1조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9월 이후(9월1일~24일) 국내 투자자들의 일별 보유주식수에 당일 종가와 전일 종가의 차액을 곱한 후 이를 일별 합산해 분석한 결과 세 종목의 평가 손실액은 최소 1조 1100억원에서 최대 1조 3200억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 프리먼트 공장에서 연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테슬라의 청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테슬라의 경우 이 기간 국내 투자자의 평가손실액은 7130억원~88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경우 평가손실액은 3470억원~3730 억원, 니콜라는 520억원~620억원 정도였다. 수소·전기차 업체인 니콜라는 지난달 10일 공매도 투자자인 힌덴부르크 리서치가 제기한 사기 의혹에 트레버 밀턴 회장이 사임하면서 주가가 50% 이상 폭락했으나 테슬라·애플에 비해 보유 주식수가 많지 않아 평가 손실액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 개미들은 최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원화 강세) 현상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월말 1187.8원이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달 29일 1169.5원으로 한달사이 무려 18.3원 가량 떨어졌다. 서학개미 입장에선 달러로 갖고 있는 주식을 팔고 원화로 환전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