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해서 75주 받으신 고객인데, 최고가(35만1000원)에 전량 팔아 1600만원 버셨네요.”(대형 증권사 A부장)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증시에 입성한 15일, 강남권 대형 증권사 PB들은 큰손 고객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매매 신호를 보내주느라 하루 종일 바빴다. PB들은 이날 오전 개장 후 빅히트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을 찍고 바로 주가가 흘러내리자, 욕심내지 말고 매도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모가(13만5000원)로 청약받아 매매한 것이 아니라, 이날 ‘팬심’과 ‘투심’ 때문에 시장에서 사들인 개미들은 적잖은 손해를 봤다. 이날 빅히트는 따상으로 화끈하게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매물이 쏟아지면서 시초가 대비 4.44% 하락한 25만8000원에 마감했다.
빅히트는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대흥행하며 상장 초기 주가 급등을 예고했지만,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처럼 따상을 오래 지키진 못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날 증시에서 빅히트 매수자의 평균 매입가로 계산하면 종가 기준으로 2644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개인만 나홀로 2400억원 넘게 매수했기 때문에 결국 개미들이 큰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상(35만1000원)에서도 64만주 넘게 거래됐다. 외국인과 기관들은 공모로 받은 빅히트 물량을 내던지느라 바빴다.
빅히트 거래대금은 이날 하루에만 2조원에 육박해 전체 증시 종목들 중 압도적인 1위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빅히트 거래대금은 1995년 이후 신규 상장종목의 첫날 거래대금 순위로 따져도 역대 1위였다. 한편, 증권사들은 거래 급증 덕분에 단 하루 만에 39억원 상당의 거래 수수료를 챙기며 콧노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