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등산이나 자전거를 즐기는 김모(45)씨는 최근 ‘스마트온 레저상해보험’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골프, 등산, 자전거, 낚시, 수영 등 20여개의 레저활동을 하다 다치는 경우 보상해준다. 보험료는 레저 활동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김씨가 등산을 할 땐 보험료가 하루 1062원이고, 자전거는 798원이다. 보상은 최대 1억원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레저 활동을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다. 김씨는 “5년 전 자전거를 타다 팔을 한번 다친 후로는 레저 활동을 할 때 항상 신경이 쓰였다”며 “이제 병원비 걱정은 조금 내려놓고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특성에 맞춘 이색 보험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스마트온 레저상해보험을 출시했던 캐롯손해보험은 올해 2월엔 주행거리에 비례해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Per-Mile) 자동차보험’을 내놨다. 기존 자동차보험은 운행 거리에 상관없이 연간 보험료를 미리 내야 했지만, 이 상품은 차를 주행한 만큼만 보험료를 매월 후불로 내도록 상품을 설계했다. 운전을 자주 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경우 이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연평균 주행거리가 1만5000km 이하인 운전자는 기존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 대비 최대 30%까지 보험료가 싸진다”며 “출시한 지 100일만에 가입 건수가 1만건을 돌파했고, 현재 5만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반려동물과 산책할 때마다 보험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도 있다. 이 보험사의 ‘스마트온 펫산책보험’은 산책을 나갈 때 앱으로 보험을 켜면, 나간 횟수만큼 보험료가 차감된다. 1회 산책당 최저 45원인 이 상품은 2000원을 미리 납부하면 44회까지 산책 시 사고를 보장받는다.
이처럼 필요할 때마다 켜고 끄는 보험상품을 ‘온디맨드형(On-Demand) 보험’이라고 한다. 보험상품과 스마트폰을 연계한 온디맨드형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캐롯손해보험처럼 디지털에 특화된 신생 보험사들 외 기존 손해보험사들도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오토바이 배달원들이 시간 단위로 가입할 수 있는 ‘플랫폼 배달업자 이륜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배달앱 업체인 ‘배달의 민족’의 제안으로 내놓게 된 이 상품은 보험료가 시간당 1770원 수준이다. 보험료는 분 단위로 적용되기 때문에 10분만 배달했다면 보험료는 300원만 내면 된다.
그동안 임시 배달업 종사자들은 비싼 보험료를 내고 1년짜리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하거나, 사용 용도에 맞지 않는 가정용 이륜차보험만 가입해 사고 시 보상 받지 못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있었다.
KB손보 관계자는 “그동안 높은 보험료로 인해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택배와 배달업 종사자들에게 보험이라는 안전장치를 제공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NH손해보험도 지난해 보험 가입자가 원할 때마다 켰다 끄는 ‘온오프 해외여행자보험’을 선보여 20~30대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한 번만 가입하면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보험을 켜고, 귀국할 땐 끄는 방식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온디맨드형 보험 외에도 디지털 기술로 편의성을 높인 상품들이 있다. AI(인공지능) 영상인식 기술을 접목한 ‘폰케어 액정안심보험’도 눈에 띄는 상품이다. 기존 휴대폰 보험이 통신사 대리점 등을 통해 대면 가입을 해야 했다면, 이 상품은 휴대폰 시리얼넘버와 외관을 동영상으로 업로드하면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분석해 파손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이 보험 가입자는 연간 보험료 2만~3만원을 내면 최대 60만원의 수리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카카오톡에서 가입할 수 있는 삼성화재의 펫보험은 동물등록번호 없이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 정면 사진 1장만 있으면 가입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